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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부적

title: 두두두두두ㅜㄷ두독도는록시땅2024.01.14 02:19조회 수 186추천 수 3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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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번도 외할아버지를 뵙지 못했습니다.


제가 태어나시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요.


어머니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실 즈음인가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건강하시던 분이 갑자기 요절을 하셔서 슬픔은 더욱 크셨다고 어머니에게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외가에서 외할아버지에 관련한 이야기를 입에 올리는건 거의 금기와 마찬가지였고 실제로도


추석이라던지 설날, 외가친척들이 모두 모인자리에서 외할아버지에 대한 말이 나온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외할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하더라도 얼버무린다던지 꾸중을 들었습니다.


얼마나 엄격했냐면 제가 어렸을 적 고무공을 집안에서 가지고 놀다가 거실 벽에 외할아버지의 사진이


들어있는 액자를 깨뜨렸을때 어머니에게 뺨을 수차례맞을 정도로 엄청 크게 혼난적도 있었고


심지어 친척들 모두가 외할아버지의 존함을 저를 포함해 외종사촌들에게도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사이가 많이 안좋으셔서 이혼을 하신뒤 어머니와는 떨어져


아버지하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일전에 꿨던 외할아버지의 꿈이 더욱 기묘해지는게 아닐까 싶네요.


그럼 지금부터 제 꿈 얘기를 시작 하겠습니다.


몇일전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린때였습니다.


빌라의 2층에 살고 있는데 빌라가 떠내려가는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로 끝없이 비는 내리더군요.


밤에 다리가 축축해서 깨보니 이런 젠장, 창문을 열고 자버린게 아니겠습니까?


빗물이 방충망을 기어코 뚫고 들어와 이부자리 언저리를 적시고 책 몇권은 이미......


얼른 일어나서 닫았지만 여름날이라 열대식물을 기르는 온실 안처럼 무척 습하고, 덥고


이거 환장할것 같았습니다.


선풍기를 옆에 틀어놓고 겨우겨우 잠에 빠지려고 할때에 창밖은 어느새 낮으로 바뀌어 햇살이 쨍쨍합니다.


비몽사몽에 밖을 바라보니 얼씨구 그 많던 비가 어느새 그치고 새들이 지저귑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냉장고에 사이다나 꺼내마실려고 방에서 나갔더니 왠 애가


거실에서 쭈그리고 앉아있더군요.


뒷 모습만 보였는데 어렸을적 모래사장에서 모래집을 만들며 노는것 처럼 뭔가를 꼼지락 거립니다.


저는 3층이나 1층 애들이 몰래 들어와 노는구나 여겼습니다.


윗집애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수학이라던지, 영어를 공짜로 과외를 해 줄 정도로


윗집과 친분이 있었고 아랫집과도 그에 못지않게 잘 아는 사이라 가끔씩 3,1층 애들이 '형아~ 심심해'


이러면서 벨도 안누르고 집에 벌컥벌컥 들어오거든요.



"야, 너 뭐하냐?"



뒷 모습만을 보이며 손을 꼼지락 거리는 애한테 말을 걸어도 도통 돌아보지를 않더군요.


윗층, 아랫층 애들 모두 꼬맹이에다가 낮이라고는 해도 구름이 꼈기에 어두워서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었지요.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할 찰나에 뒤에서 누가 어깨를 세게 붙잡았습니다.


악력이 엄청나게 세서 소스라치며 뒤를 돌아보니 왠 아저씨가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양 옆으로


저으며 가까이 가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애들은 평소에 가끔씩 놀러오니 상관없지만 왠 처음보는 어른이 집안에서 제 어깨가 부서저라 붙잡으며


노려보고 있으니 강도가 들어왔구나 놀라며 일단 잡힌 어깨를 빼려해도 도무지 빠지지 않는 겁니다.


낚시바늘을 덥썩 문 물고기마냥 파닥거리고 있을때 아저씨가 한심하단듯 처다봅니다.



"니는 십년쫌 떨어져살았다고 외할아버지 얼굴도 모르나?"



무섭게 뜬 눈을 살짝 풀면서 말하자 그제서야 제가 깨뜨린 액자속 외할아버지의 얼굴과 똑같이


생겼음을 깨달았지요.


15년 보다 더 전에 액자를 깨뜨렸지만 그때 엄청나게 혼나고 직접 사진을 다른 액자로 정성스럽게


바꿔 껴넣은게 저였기에 액자속 외할아버지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거든요.



"이제 알아보네. 아가, 니 방에 들어가 있어라."



고개를 끄덕이며 방에 들어갔는데 돌아가셨다는 외할아버지가 떡하니 사진속 젊으신 그대로


집에 오신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고 차라도 대접해 드려야 하나 고민할때에


거실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명원이. 니 뭔대 방해하나?"



외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아니였습니다.


거실에 있던 사람이 저와 꼬맹이, 외할아버지를 포함해 3명이였는데 꼬맹이의 목소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늙고 가래낀 목소리로 마치 바람빠진 풍선처럼 쉭쉭거리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상관마라. 어서 꺼지라."



이번에는 외할아버지의 말이였는데 무척 화나신 목소리여서 싸움이 일어날것 같아 말려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지요.


그때 외할아버지가 돌아보며 다급히 말하셨습니다.



"아가! 들어가 있으라니까!"



호통이 청천벽력처럼 우렁차서 잔뜩 쫄아 얼빠진체로 고개를 끄덕이고 방문을 닫았는데,


다시 쉰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미 늦었데이."



말이 끝나자마자 롤러코스터를 탈 때 꼭대기에서 수직에 가깝게 낙하하는 것처럼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방안이 갑자기 어두워져서 놀랐습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을 꿀때와 같다고 해야할까요?


갑자기 무서워져서 방문을 열려했지만 안열리더군요.



"외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목청이 떨어저라 소리쳤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쿵! 소리가 방 전체에 메아리치듯 울려퍼지며 다시 절벽에서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방안은


더 어두워집니다.



"아가! 이거 붙잡아라!"



창문에서 외할아버지의 말이 들려서 뒤돌아보았더니 납작 엎드린체로 방안을 들여다보고 계셨습니다.


이유인즉 엘리베이터가 오작동으로 반만 입구에 걸친것 처럼 창문의 반은 땅에 묻히고 반은


땅 위에 있었거든요.


아, 이방이 점점 지하로 떨어지고 있구나,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납작 엎드린체 보고 계시는구나


뇌리에 문득 든 생각이였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창문을 여시고 부적 하나를 꺼내주신뒤 불을 붙이셨습니다.



"그거 가지고 되겄나?"



방문 밖에서 쉰 목소리가 비웃듯이 낄낄거리며 말했는데 정말 무서웠고 갑자기 온 몸에 힘이 빠집니다.


이제 방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땅바닥은 완전히 새카매집니다.


또 떨어지는구나, 이번에 떨어지면 정말 죽겠다 하는 생각에 창문에 매달려 살려줘요 외할아버지


막 외치니 외할아버지가 불붙인 부적을 제 왼손에 쥐어주더라구요.



"아가, 그거 꽉 잡아라!"



외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손가락 뼈가 부서지도록 꽉 쥐었죠.


그 순간, 꿈에서 깼습니다.


새벽 5시반정도라 밖은 조금씩 환해지는 중이였는데 창문을 닫지 않아 방안이 비로 흠뻑 젖어있었어요.


어안이 벙벙했지만 비는 아직도 내리는 중이라 일단은 창문을 닫으려 하는데 왼손이 아팠습니다.


화상을 입었다기 보다는 무언가가 꿰뚫고 지나간 느낌과 비슷했어요.


꿈을 생각하며 정말 외할아버지가 오신걸까 싶었지만 무서워서 더워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손에 쥐가나서 아팠을 거라고 위안삼으며 다시 잤습니다.



얼마뒤 우연히 앨범을 보던 중 앨범의 마지막 페이지에 무언가를 넣어놓은게 눈에 띄어


꺼내봤더니 결혼증명서와 등본 발급날자가 198x년인 낡은 등본과 호적이 들어있었고


호기심에 펼처보았더니 아버지쪽 친가의 친척 이름들이 기록된 것들 이였어요.


부 김택x 모 정필x 이런식으로요. (아버지의 등본이니 할아버지,할머니의 기록이 부, 모겠지요?)


어머니쪽도 있어서 봤더니 세상에 모 김순x 부 김명원 이더라구요. 깜짝 놀랐습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외할아버지의 존함, 꿈속에서 싸울때 들었던 외할아버지의 존함과


일치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외가에서 어렸을적 외할아버지의 존함을 들은게 꿈에서 기억이 난걸지,


아니면 꿈속에서 외할아버지와 싸운 사람이 말한게 정말로 처음이였을지는 아직도......

- - - - -

외할아버지의 존함은 가명으로 썼습니다.

 


내이름은 손날두

호날두 동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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