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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그녀의 선물

title: 연예인13라면먹고갈래?2015.04.10 11:50조회 수 128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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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학교 시절을 지방에서 보냈습니다.

 

그 곳에서 적응하기란 정말 힘들더군요.

 

무엇보다 사투리... 그 놈의 사투리 덕분에 저는 중학교 시절을 강제로 벙어리처럼 살아야만 해습니다.

 

표준어를 쓰면 느끼하다나 뭐라나 암튼 친한 친구들마저도 제가 말을 하면 핀잔을 중 정도였으니

 

저는 갈수록 음울한 아싸가 되어갈 수 밖에 없었죠.

 

 

그래도 한 놈, 저를 구박하지 않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하는짓도 성격도 비슷하지만 무엇보다 우울한게 저랑 참 비슷했습니다. ㅋ

 

착하기도 착해서 제가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전학을 갔을때에도 요놈만큼은 꾸준히 연락을 해주더군요.

 

덕분에 15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이 닿아 가끔 만나곤 합니다.

 

비록 많이는 못 보더라도 사는 곳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굳이 약속을 잡아 얼굴 한 번씩은 보는 사이정도 되겠네요.

(제 친구는 씨버러버 사이라고 표현합니다 ㅋ)

 

 

아, 이 친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씀을 드리노라면

 

여자에게 금방 사랑에 빠지는 금사빠입니다.

 

한 번 본 여자에게도 목숨도 내어 줄 듯 순정적이지만 동시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곤 하죠.

 

그래놓고는 혼자 소설을 쓰고 영화를 찍습니다.

 

상상으로요.

 

그렇게 여자가 도망을 가면 또 몇 달을 술로 보냅니다.

 

이 짓거리를 10년동안 해왔는데 지겹지도 않은지 그 버릇은 여전하더군요.

 

하지만...

 

이 친구의 광적인 집착과 찌질함이 스펙타클한 반전을 만들어낸 대사건이 일어납니다.

 

 

작년 가을인가 초겨울쯤

 

간만에 서울에 온 친구는 저를 보자마자 사랑타령을 늘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채팅앱으로 만난 동갑내기라는데 사진을 보니 예상외로 꽤나 미인이더군요.

 

역시나 사랑에 적극적인 제 친구.

 

벌써 만남을 약속하고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니 배에는 칼이 안들어가냐며 장기를 조심하라는 제 충고도 무시하고 한껏 들뜬 모습.

 

혹시...혹시?! 드디어 찌질한 모쏠 인생에도 꽃이 피는 건가! 저 또한 내심 기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후 나타난 친구의 모습은 폐인 그 자체였습니다.

 

그 뚱뚱하던 얼굴도 반쪽이 되어서 말이죠 ㅜㅜ

 

그 동안 톡으로 간간히 그 여자와 잘 되어간다, 연락이 통 안되어 불안하다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이 정도로 사람이 망가지나 싶더군요.

 

"야 너 뭔 일이냐. 또 차여서 질질 짜고 살았나본데?"

 

저의 실없는 농담에도 녀석은 묵묵무답이었습니다.

 

30분정도 별말없이 소주만 마셨을까 친구가 드디어 운을 띄웠습니다.

 

"니 전에 내가 말한거 기억나나? 그 여자가 앨범하나 준 거 말이다."

 

그 말을 들으니 전에 친구가 해 준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친구가 처음 본 그녀의 모습은 사진 속 모습처럼 정말 미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우울하고 불안한 모습.

 

그렇습니다.

 

바로 제 친구의 이상형이었던 거죠.

 

그 때 친구는 결심했다고 합니다.

 

이 처자를 처음이자 마지막 내 사람의로 만들겠노라고.

 

매일 입던 고르뎅바지도 벗고 쫙 빼입었겠다, 머리에 힘도 줬겠다.

 

쇠뿔도 단 김에 빼라고 친구는 그 자리에서 바로 고백을 해버렸습니다.

 

근데 이게 왠 걸?!

 

그 쪽도 제 친구를 마음에 들어했다는 겁니다.

 

채팅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은 두 사람.

 

지금까지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처음이라는 그녀.

 

고백을 못받았으면 먼저 했을거라며 선물까지 준비했다고 합니다.

 

손바닥 크기만한 폴라로이드 앨범.

 

자신의 보물이니 소중히 간직해 달라며 절대 다른사람에게는 보여주지말라고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28년 모쏠이었던 제 친구는 얼마나 기뻤을까요?

 

앨범에는 환하게 웃는 그녀의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분명 매일 밤 여기에 뽀뽀 했을겁니다)

 

그렇게 그 둘의 행복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말이 해피엔딩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렇게 친구의 비극은 활짝 열린 앨범과 함께 서막을 열었습니다.

 

 

처음 일주일은 좋았습니다.

 

아침을 여는 문자와 이어지는 대화.

 

심지어 사귀고 일주일만에 데이트도 했답니다. +0+

 

맥도날드에서 빅맥세트를 먹던 그녀.

 

그렇게 사랑스럽던 그녀...

 

그녀는 처음이자 마지막 데이트를 끝으로 감자튀김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ㅜㅡ

 

마지막 데이트 이 후 그녀는 갖은 핑계를 대며 친구를 피하기 시작했던겁니다.

 

몸이 안좋다. 멀리사는 친구가 와서 만나기 힘들다 등등

 

하지만 이상한건

 

이상하리만치 아침마다 꼭 안부를 묻는 문자가 오더라는겁니다.

 

근데 그 내용도 이상한게

 

"별일 없었어...?"

 

마치 별일이라도 있으라는 듯한 뉘앙스의 문자.

 

그 뒤에 문자가 5~6통정도 오고가면 답장이 늦어지면서 연락이 안되곤 했죠.

 

찌질한 제 친구는 오만가지 상상을 시작합니다.

 

'혹시 다른 남자가 생긴건 아닐까? 내가 많이 먹어서 실망한건 아닐까?'

 

그렇게 그녀에 대한 친구의 집착은 날로 커져만 갔습니다.

 

매일 시도하는 문자와 전화

 

이어지는 무반응

 

어느덧 2주 3주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질려버린건지 매일 보내던 안부문자마저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연애상담이라는 걸 하며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날 듣게 된 제가 미처 알지 못한 뒷 이야기...

 

ㄷㄷㄷ

 

 

친구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문자를 보냈다고 합니다.

 

'나 너 잊기로 했다. 그래도 너가 준 앨범은 다시 줘야 할 것 같다.

 

저녁에 너희집 앞에서 기다릴게 나올때까지 안갈거니까 알아서 해라.'

 

대충 이런식의 문자를 보낸 제 친구의 전략은 다름아닌 배수의 진이었죠.

 

앨범을 핑계로 만나 애원을 할 생각이었던 겁니다.

 

적진으로 향하는 장수의 마음으로 외출 준비를 하던 중 그녀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내가 요즘 힘들어서 그래 미안해 조금만 기다려줘. 내가 준 앨범은 잘 가지고 있어.'

 

제 친구는 또다시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죠.

 

마음이 약해진 친구는 또다시 일주일을 기다려 보았지만 여전히 그녀에게서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아니 오리혀 그녀의 마음은 장비가 지키는 장판교보다 더 단단히 잠겨버린듯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독한 내용의 문자를 보냈답니다.

 

'내 얼굴 보기 싫은 것 같은데 니 주소로 택배 보낼거니까 받아라.'

 

그리고는 사탕과 초콜릿, 사랑이 가득담긴 손편지 등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선물이 한아름 담긴 택배를 보내러 눈누난나 집을 나섰죠.

 

그 때 걸려온 그녀의 전화

 

친구는 옳타꾸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아니 비명소리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보내지마! "

 

 

 

 

 

 

 

그녀는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고 그 때서야 친구는 깨달았습니다.

 

단단히 잘 못 된게 하나 있다는 것을.

 

친구는 곧바로 그녀의 집으로 가 우편함에 그녀가 준 앨범을 넣고 튀었답니다.

 

그 후로는 어떠한 문자도 전화도 보내지 않고 그녀를 깨끗히 잊기로 마음 먹었죠.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인가 장문의 문자가 한 통 왔습니다. 그녀에게서요.

 

그리고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원래 누구보다도 활발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몸이 아파오기 시작하였고 점차 성격이 그늘지기 시작한거죠.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처음에는 환각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병세는 악화되기만 했습니다.

 

결국 어머니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물어 간 곳이 무당집이었고

 

그 곳에서 부적하나를 써 왔다고 합니다.

 

부적을 써 준 무당말에 의하면

 

이 부적은 귀신을 홀리는 부적으로, 부적을 다른 사람에게 주면 귀신이 일시적으로 부적을 쫒아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적을 지닌 사람에게 완전히 옮겨 붙게 된다는거죠.

 

주의사항은 반드시 귀신을 등에 업은 사람이 직접 부적을 전달해야하며

 

귀신이 완전히 붙기 전까지는 부적이 되돌아와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한 번 맛을 본 귀신을 떼어내려면 보통 부적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랍니다.

 

문제는... 그 부적을 누구에게 전달하느냐는 건데

 

이미 고통을 알고있는 그녀로서는 지인에게 그 고통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겠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고작 채팅으로 사람을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ㅡㅡ

 

제 친구는 앨범을 가장한 부적을 전해받기 위한 사람이었던거죠.

 

지금까지 속여서 미안하고 이런 바보같은 걸 믿는 바람에 상처를 준 것 같아 얼굴 보기 힘들다

 

즉, 날 잊고 잘 살아라

 

 

그렇게 문자로 이별통보를 받은 그 친구는 가슴아픈 나날을 보낸 후 저를 만난겁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저는 쌍욕을 한 바가지 퍼부어 줬습니다.

 

오히려 헤이져서 다행이라며 친구를 위로해주었죠.

 

근데 이 놈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건지 그녀편을 들더군요.

 

 

"내는 그 아 다 이해한다. 얼마나 힘들었겠노. 안보이는게 보이는데"

 

"야 세상에 그딴게 어딧냐. 혹시 아냐? 니 때어놓을라고 거짓말하는건지?"

 

 

"아니다...사실 내도 봤다...

 

자다 깼는데...몸뚱이만 달린 여자가 책상위에서 혀로 앨범을 존X 핥고 있더라. 책장 넘길라고."

 

.

.

.

 

그 친구, 그 이야기는 끝내 그녀에게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 끝난 마당에 죄책감 들게 하기 싫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저와 친구는 술만 진탕먹다가 헤어졌습니다.

 

 

그 뒤 제 친구는 어떻게 되었냐하면

 

운명이 나타났다느니 이런소리를 해대며 여자 꽁무니 쫒느라 바쁩니다.

 

역시 금강석멘탈

 

 

그러고보면 사람이란게 참 대단한 것 같네요.

 

사랑의 힘 앞에서는 귀신도 별게 아는걸 보면 말이죠.

 

그 마음을 이용하려던 그녀가 괘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생각도 듭니다.

 

오죽 힘들고 아팠으면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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