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큰 언니랑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1.
직접은 아니고 저희 언니가 꾼 꿈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위로 언니가 몇 있는데 그 중 첫째 언니의 이야기 인데요.
조카가 둘 있고 형부는 출장을 가던 날에 꿨던 꿈이랍니다.
꿈에서 조카들이랑 마루에서 자고 있었더래요.
바깥은 어두컴컴하고 비는 주룩주룩 오는 날씨였더랬죠.
그런데 누가 초인종을 눌러서 나가보니
하얀 소복을 입고 긴 머리는 헝클어뜨린 한 여자가 양 손에 칼을 들고 서있더랍니다.
너무 놀란 와중에도 모르는 사람이라 누구시냐고 물어봤대요. (저희 언니는 주변에 소문난 침착함의 여왕입니다;)
그런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여자가 입이 귀에 찢어져라 웃더니 칼을 휘두르며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더랍니다.
" 나 들어갈꺼야!! 들어갈꺼야!! 히히히히히 "
언니는 이 여자가 미친 여자구나 집에 들어오면 자식들이 다치겠다 싶어서 악을 쓰고 문을 닫으려고 하고
그 여자는 칼로 문 옆을 콱콱 찍으며 당장이라도 언니를 벨듯이 계속 휘두르더래요.
말 그대로 칼춤을 추며 아파트가 떠나갈 듯이 웃으면서 자기는 들어갈꺼라고.. 비키라고..
그렇게 계속 몸싸움을 하다가(꿈이라서 그런지 베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겨우겨우 문을 닫았는
데도 바깥에서 계속 문 열라고 악을 쓰는데
저희 언니도 약이 올라 욕을 하며 니가 어딜 들어오려고 그러냐고 소리를 치면서 경찰에 신고를 하
려다가 꿈에서 깼다고 하네요.
그런데 꿈에서 깨보니 똑같이 조카들과 마루에서 자고 있었고 바깥은 어두컴컴하니 비가 오더래
요.
그 상황이 꿈의 연속인지 현실인지 몽롱한 상황에서 전화가 왔는데
형부가 비오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 차가 전복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적으로 안전벨트를 해서 그런지 형부는 다친 곳 하나 없고 차만 폐차하게 생겼다고 형부가 직접 전화를 한거죠.
(형부 차 혼자서 구른거지 다친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해주면서 언니가 하는 말이 꿈에서라도 그 여자를 들여보냈으면 큰일났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친정부모님께는 걱정하시니까 얘기하지말라고. 다친 사람 없으니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조금 더 곁들이자면 이 얘기를 친구들에게 해줬는데
친구 한 명이 그러더라고요.
귀신도 무표정한 귀신은 괜찮다고. 그런데 웃는 귀신은 오히려 원한이 깊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려는 작정을 한 귀신이라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언니에게 들었을 때 보다 친구가 이 얘기를 했을 때 더 소름이 끼치더라고요.
2.
이 이야기는 저희 집과도 관련된 이야기 인데요.
저희 가족은 방 3개, 마루, 부엌으로 구성된 오래된 집에서 이십몇년째 살고 있습니다.
십여년 전까지만 해도 안방은 부모님, 그 다음으로 큰 방은 동생과 저, 가장 작은 방은 막내가 지내
고 있는데 (언니들은 다 시집&독립)
사실 상 막내는 거의 마루에서 잤어요.
그 방이 해가 비치지 않아 유독 추운 탓도 있었고, 그 방에서만 헛것을 본 식구가 많았었거든요.
유일하게 큰언니만 빼고요.(사실 큰 언니랑 얘기하다보면 가족인데도 기가 쎄다는 느낌을 많이 받
아요; 그래서 그런지도..)
저만 해도 십대 시절 그 방에서 자기만 하면 가위가 눌렸고 동생들도 가위에 자주 눌렸던 터라 거
의 창고화 되어가는 방이었지요;
그 땐 마루에 티비가 한 대 뿐이었는데 새 티비를 사면서
안방이나 다른 방에 놓으면 티비를 보느라 안 잔다는 이유로 구형티비는 자연스레 그 방으로 들어
가게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동생들은 자주 그 방에 모여 티비를 봤고 잠이 많은 저는 누워서 티비를 보다 자버리
고; 가위에 눌리는 날이 반복되었죠;
어느 날은 하도 자주 눌리는 터라 속으로 또 눌렸구나 하는데 희미한 시선 너머로 창가에 어떤 여자애가 서 있는 겁니다.
짧은 단발머리에 교복을 입은. 얼굴은 시커멓고 아무 행동도 없이 그냥 저만 바라보다가 가위가 풀
리면 사라지던 아이였어요.
시집간 둘째 언니가 놀러왔던 날 이 얘기를 해주니(자세한 얘기는 없이 저 방에서 자다 가위 눌렸
는데 귀신 봤다고) 언니가 깜짝 놀라면서 자기도 그 방에서 가위 눌릴 때 봤다고.. 단발머리에 교복
입지 않았냐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다른 날은 그 방에서 또!! 동생과 티비를 보다 잠이 들어버렸는데 또;; 가위에 눌린겁니
다.
눈만 겨우겨우 희미하게 떴는데 태평하게 티비만 보는 동생의 뒷모습이 보이고.. 나 좀 깨워달라고
끙끙대는데 제 쪽은 보지도 않더라고요.
보통 가위에 눌리면 눈 겨우 뜨기도 힘들잖아요. (저만 그런지도;;)
그래서 아예 눈에 힘을 풀고 손가락 끝에만 힘을 바짝 주고 풀려라 풀려라 하고 있는데
동생이 살며시 제 손을 잡아주더라고요. 마치 힘내라는 듯이;
얘는 손만 잡지 말고 나 좀 깨워주지 싶다가도 그래 손이라도 잡아줘서 고맙다 싶어 그 감각만 의
지하고 끙끙대다 결국 가위를 풀었는데..
눈을 떠보니 방 불도 꺼져있고 티비도 꺼져있고 방 안엔 저 혼자 였던겁니다.
그래서 가위 풀다 나도 모르게 잠들었나 싶어 방에서 나와 마루에 있는 동생한테 투덜댔죠.
" 야 나 또 가위 눌림.."
" 아 진짜? 언니 깨우고 나올걸..너무 피곤하게 자길래.."
" 아냐~ 근데 진짜 왜 손만 잡았냐; 나 계속 끙끙댔는데 너한텐 안 들렸어? 좀 깨워주지.."
" 응?? 나 언니 자고 있길래 그냥 바로 티비끄고 불끄고 나왔는데?? "
그 순간 동생이랑 저랑 등에 소름이 쫙..
동생이 나가고 제가 자고있던(가위눌리던) 방에 들어간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전 아직도 제 손을 잡아줬던 건 그 교복 단발머리였다고 생각해요. 동생이라기엔 손이 유독 곱고
(?) 작았던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 일이 지나고 얼마 있지 않아 큰 언니가 첫째 조카를 낳고 집에 쉬러 왔었습니다.
하도 그 방에서 자주 가위를 눌리니 어머니가 '수맥이 흐르는 방에 새 사람(갓난아기)을 재우면 그
기가 수맥을 눌러준다'는 얘기를 듣고 오시고
조카를 그 방에서 재워보자고 큰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큰언니는 태어나서 가위 한 번 눌려본 적 없고 방이 추우니 전기장판을 틀어주면 저 방에서
자고 가겠다 딜을 요청하고 그 딜이 성사되었죠;
그리고 정말 거짓말같이 그 방에서 가위를 눌리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만 해도 에이 설마~ 하면서 그 방에서 잠깐 자봤는데 개운함만 있을 뿐;
그래서 지금은 막내도 그 방에서 잘 잔다는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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