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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줄리앙

title: 아이돌뉴뉴뉴2015.08.20 03:47조회 수 632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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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날 어떤 왕국의 화려한 성 정원의 소녀에게 노파가 찾아왔습니다. 

#1 

줄리앙, 줄리앙, 귀여운 줄리앙아- 
갈색머리 감람석 빛나는 눈 주근깨 귀여운 여덟살 줄리앙아-
사내아이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소녀 줄리앙아- 
넓다란 성의 화려한 정원에서 노는 귀여운 공주 줄리앙아
너의 오빠 둘은 지금 잘 지내고 있니?  

할머니! 할머니! 
구부러진 등에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 
저에겐 오빠가 없답니다
저는 공주가 아닌 정원사의 딸이랍니다

너에게 오빠가 없다니 그것은 무슨 말일까? 
나는 분명 너의 아버지에게 아들 둘을 주었고 사랑스런 너도 주었느니! 
저기 저 새에게 물어보아라, 저기 저 다람쥐에게 물어보아라 

#2 

새야, 새야-  
나뭇가지에 앉아 꾸벅꾸벅 조는 새야 
나에게 오빠가 있니? 
나는 이것이 오늘 처음 듣는 이야기란다
만약 말하여 준다면 너에게 이 빵을 나누어 준다고 약속할 수 있단다

줄리앙, 그 빵을 정말 나에게 나눠 줄거니? 
그렇다면 내가 얘기해 준다!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내가 본 걸 전부 얘기해 준다!  

새야, 어서 이야기 해주렴!

이 나라의 왕은 사자와도 같이 용맹하였다
그러나 사자처럼 포악하기도 하였다
그것이 너의 아버지고 이 나라의 왕이다
왕에게 세명의 왕비가 있었다
첫째 왕비에게 왕이 말한 걸 나는 들었다
[만약 건강한 아들을 낳지 못한다면 죽일 것이다]라고 말한 걸 나는 들었다!

오빠가 태어났니? 
건강한 왕자님이 태어났니?

태어났다! 태어났다! 왕자가 태어났다!
첫째 왕비를 닮아 짙은 흑발에 눈마냥 새하얀 왕자가 태어났다!
아! 눈을 뜰 수 없는 가여운 왕자구나!
텅빈 눈을 하고 있는 장님이구나!

가여워라- 가여워라

왕이 불같이 성을 내었다
그 모습이 꼭 뿔달린 악마와 같아서 모든 시종이 두려워 떨었다!
아! 가여운 왕자! 가여운 왕자!
제 아비 손에 들려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구나!
울음소리 한번 못내고 떨어져 죽었구나! 
줄리앙! 너의 뒤 화단을 보렴!
그 빨간 꽃들은 그날 하얀 꽃들에 왕자의 피가 스며든 것이다!

아! 불쌍한 왕자님! 가여운 어린 오빠!

첫째 왕비는 두려워서 목을 매달았다
왕은 무서워 우는 둘째 왕비에게 찾아가 으름장을 놓았다
[너도 건강한 왕자를 낳지 못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한 걸 나는 들었다!
무서워 도망가려는 둘째 왕비의 머리채를 잡고 방으로 끌고 가는 것을 생쥐 한 마리가 보았다!
나는 그것을 전해 들었다!

둘째 오빠가 태어났니?

태어났다! 태어났다!
둘째 왕비를 닮아 빛나는 금발 청금석  푸른눈의 왕자가 태어났다!
아! 이번엔 왼쪽 발이 없구나!
가엾게도 오른쪽 발만 있구나!
둘째 왕비는 두려워 약을 먹고 죽었다
왕은 이번엔 그 작은 목을 조르고 집어던졌다!
불쌍한 둘째 왕자! 나뭇가지에 꿰여 죽었구나!
푸른 나뭇잎 제 피로 물들이고 죽었구나!

가여운 둘째 오빠-!

줄리앙! 
내가 앉은 이 나무를 보렴!
이 빨간 나뭇잎은 둘째 왕자의 피가 스며든
것이다!

가여워라- 가여워라!

너의 어머니 셋째 왕비는 두려워서 너를 낳고 울었다
왕이 보기 전에 포대기에 싸서 바구니에 넣어 강물로 흘려 보냈다
너의 그 작은 손에 사내아이의 이름을 적은 천쪼가리를 쥐어주곤 강물로 흘려 보냈다
그것을 정원사가 주워 곱게곱게 키웠다!
셋째 왕비 너의 어머니는 그날 왕에게 맞아 죽었다!

가여운 어머니! 가여운 셋째 왕비님!

자, 이번엔 다람쥐에게 가보렴!

#3

다람쥐야 다람쥐야!
늙은 할머니가 너를 찾아가라 하셨단다
작은 새가 너를 찾아가라 하였단다

줄리앙! 나는 네가 나를 찾을 줄 알고 있었지!
저기 저 강가에서 몸을 씻던 아름다운 아가씨를 왕이 끌고가 겁간하고는 성으로 끌고온 걸  나는 보았지!
아! 가여운 아가씨는 불러온 배를 잡고 밤마다 울었구나!
집으로 가고 싶어 그리도 눈물 흘렸구나!

가여워라!

아! 아가씨를 닮은 갈색머리 호박색  빛나는 눈 왕자가 태어났다!
줄리앙! 너의 동생이 태어났다!
왕이 바라는대로 건강한 왕자가 태어났다!
울어대는 왕자를 들고 기뻐하는 저기 저 왕을 봐라!
저 안쪽에서 다리 사이로 피를 쏟으며 죽어가는 아가씨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구나!

가여운 아가씨- 불쌍한 넷째 왕비님!

줄리앙! 줄리앙!
봄이 열 번 찾아오면 왕은 너를 찾는다
만약 왕이 너를 찾아 물으면 무조건 [네]라고 답하여라!
그리고 나와 새를 찾아와라! 새와 나를 찾아와라!
자 여기서 약속하자!

새야, 다람쥐야
봄이 열 번 찾아오면 왕에게 [네]라고 대답한다고 약속할게
너희를 찾는다고 약속할게

줄리앙- 열 번째 봄이 찾아올 때 보자!

그렇게 줄리앙은 봄이 열 번 오기를 손가락으로 세리며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열 번째 봄이 찾아왔습니다. 

#4 

아! 통탄하다! 통탄해!  
너무나 통탄하여 빵과 고기가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는다! 

폐하, 무엇이 고민이십니까? 

귀여운 왕자가 열살이 되었는데 아직 말도 못하고 있다!  
그저 벽만 보고 저 눈만 깜빡이고 있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폐하! 폐하! 
그래도 폐하가 원하시던 건강한 사내아이 아닙니까?  
두눈이 빛나고 동그라니 잘생긴 어디 하나 빠진 곳이 없는 왕자님 아닙니까?  
무엇이 부족하신 겁니까? 

아! 시종아! 
왕은 지혜로워야 한다! 
왕은 용맹하여야 한다! 
왕은 자애로워야 한다!  
지혜롭지 못한 왕이 누구에게 존경 받을까!  
용맹하지 못한 왕이 누구에게 위엄 보일까!  
자애롭지 못한 왕이 누구에게 손길 내밀까!   

그렇다면 첫째 왕자님이 지혜로웠을테지요  
그렇다면 둘째 왕자님이 용맹하였을테지요  
그렇다면 셋째 공주님이 자애로웠을테지요 

시종아! 너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내 아들, 왕자는 저기 저 아이 하나뿐인데 무슨 말을 하는가! 

하나뿐이지요-  
첫째 왕자님은 화단에 떨어져 죽었지요-  
둘째 왕자님은 나무에 떨어져 죽었지요-  
셋째 공주님은 강물에 흘려내려 갔지요-  
아- 그 피가 화단 하얀꽃을 물들였다네 
아- 그 피가 푸른 나뭇잎을 물들였다네  
살아남은 건 가여운 공주님 하나뿐이네 

시종아! 입을 다물지 않으면 네놈의 목을 치겠다!
당장 그 입을 다물지 않으면 네 가족을 죽이겠다!

폐하! 폐하! 이 어리석고 어리석은 왕아!  
나는 일찍이 너에게 지혜로운 왕자를 주었다!
나는 일찍이 너에게 용맹스런 왕자를 주었다! 
나는 일찍이 너에게 자애로운 공주를 주었다!
앞 못본다고 죽인 것이 누구였는가! 
발 하나라고 죽인 것이 누구였는가!
버릴 수밖에 없게 한 것이 누구였는가!
그 어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 누구였는가! 

아! 시종아- 아니 노파야 
내 어찌하면 저 애를 구할 수 있는가  
저 아이만 고칠 수 있다면 내 모든 것을 내놓겠다!

꽃이 필요하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서쪽산에 있다
꺾는 순간 시들어 버리는 그 꽃이 필요하다  
시들면 효험없는 그 꽃에만 맺히는 새벽이슬이 필요하다 

그 꽃을 누가 꺾어 올 것인가  
그 서쪽산에 누가 찾아갈 것인가  
그 새벽이슬을 누가 가져 올 것인가    

정원사의 딸을 불러라 
정원사의 딸 줄리앙을 불러라
자애로운 이가 꽃을 시들지 않게 한다   

줄리앙을 불러라!  

#4-2 

줄리앙 줄리앙  
열 번 봄이 찾아와 열여덟살 줄리앙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왕이 너를 찾는다  
왕이 너에게 시키면 그대로 하여라- 

할머니 할머니  고마운 할머니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줄리앙아  너는 자애롭다   

#5 

정원사의 딸 줄리앙아!
아니! 사랑스런 나의 딸 줄리앙아! 
왕자를 고치려거든 네가 필요하단다  
멀고 먼 길 지나서 서쪽산에 가야한다  
그 꽃을 꺾을 수 있는 것이 너뿐이라 한다 

네, 폐하  

자- 서쪽산으로 가거라, 서쪽산으로 가거라 

줄리앙은 성을 나와서 약속대로 정원으로 갔습니다.

새야 새야, 작은 새야 
약속대로 내가 찾아 왔단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작은  다람쥐야 
약속대로 내가 찾아 왔단다  

줄리앙! 우리는 너를 기다렸다! 

나 작은 새가 너 배고프지 않게 빵을 주겠다 
매일 아침마다 갓 구운 따뜻한 빵을 깨끗한 천에 싸 머리맡에 두겠다

나 작은 다람쥐가 알밤을 세 알 선물해주겠다
한알은 주고 한알은 묻고 한알은 돌아올 때 써라
그리하면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줄리앙 줄리앙 가는 길에 유혹받지 말아라 
누군가 너에게 단 것을 주거든 뱉거라 
줄리앙 줄리앙 서쪽산의 꽃은 해가 뜨기 전에 꺾어야 한다
줄리앙 줄리앙 돌아오면 우리를 찾아와라
우리를 찾아와서 화단의 꽃을 받아가라
우리를 찾아와서 나무의 나뭇잎을 받아가라

줄리앙은 왼쪽 주머니에 알밤을 세 알 담아 성밖으로 나갔습니다.

#6

정원사의 딸 줄리앙아!
어디로 걸어 가느냐?

농부 아저씨
저는 서쪽산에 꽃을 꺾으러 갑니다
그런데 왜 슬픈 얼굴을 하시나요?

여기 내 딸이 먹지 못해서 병에 걸렸다
부모한테 그보다 더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왜 먹지 못해 병에 걸린 건가요?

포악한 왕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갔다

그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던 줄리앙은 알밤 하나를 꺼내어 농부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알밤은 어른 머리보다 훨씬 커다랗고 샛노란 익은 밤으로 변하였습니다.
줄리앙이 그 밤을 손으로 살짝 떼어 아이의 입에 넣어주자, 아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생기 가득한 얼굴로 일어나 농부의 뺨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농부는 어느새 저만치 걸어가는 줄리앙에게 외쳤습니다.

자애로운 줄리앙!
네가 가는 길에는 깊은 숲이 있다!
그 숲에서 나타나는 뱀을 조심해라!

줄리앙은 그렇게 계속계속 걸어 갔습니다.
아침마다 늘 갓 구운 빵이 있었기에 배가 고플 일은 없었습니다.
목이 마르면 냇물을 마시고 발이 아프면 길 한쪽에서 쉬는 것을 반복하며 계속 서쪽으로 걸어 갔습니다.
그렇게 성을 나온지 한참만에 어디가 끝인지 모를 듯한 숲이 나타났습니다.
돌아가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줄리앙은 무서운 것을 참고 숲속으로 조심히 들어 갔습니다.

아, 꼭 밤처럼 어두운 곳이구나

여기까지 참 잘 왔구나!

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신가요?

네가 힘들까, 성으로 데리러 가려고 왔지!
어서 성으로 돌아가자!

줄리앙은 더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노파를 따라가려다가 우연히 노파의 목에 비늘이있는 것을 보고는 멈춰 말했습니다.

할머니, 제 이름을 한번 불러 주세요

어서 성으로 돌아가자!

할머니, 제 이름을 한번 불러 주세요

어서 성으로 돌아가자!

할머니, 저는 서쪽산에 꽃을 꺾으러 가야 한답니다

그러자 노파는 표정을 굳히더니 커다란 뱀으로 변해서 또아리를 틀고 줄리앙을 노려보며 혀를 날름거렸습니다.
줄리앙은 그것에 깜짝 놀라 그대로 뒤도 안 보고 계속 뛰었습니다.

#7

간신히 숲을 빠져나왔을 때 줄리앙의 뺨은 눈물로 젖어 있었습니다.
그나마 햇빛을 다시 보자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에 줄리앙은 낡은 소매로 눈가를 닦고 계속 걸어 갔습니다.
그렇게 계속 걷다가 이번에는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모두 침울한 표정들이었습니다.

다들 왜 그러고 계신가요?

서쪽산 꽃 꺾으러 가는 정원사의 딸 줄리앙아
도적떼들이 언제 나타날지 몰라 웃을 수가 없구나

싸워서 쫓아낼 수는 없나요?

그러고싶지만 싸울 수 있는 젊은 남자들이 없단다
이 마을엔 노인과 여자, 그리고 아이들 뿐이란다

다들 어디로 간 건가요?

포악한 왕이 전쟁터로 내몰았단다
살아서만 돌아오면 좋을텐데 소식 하나 없구나

그것이 또 안타까웠던 줄리앙은 주머니에서 알밤 하나를 꺼내어 마을 바깥쪽에 묻었습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밤나무가 커다랗게 자라나 밤송이들이 주렁주렁 열렸습니다.
그리고는 마을 밖에서 도적떼들이 칼을 들고 달려오자 그대로 밤송이들을 머리통에 떨궈 죽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기뻐 만세를 불렀습니다.
마을 사람 한 명이 어느새 저만치 걸어가는 줄리앙에게 외쳤습니다.

자애로운 줄리앙!
서쪽산에 오르기 전에 신을 벗어 숨기고 오르거라!

줄리앙은 계속해서 서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어느새 서쪽산은 조금 가깝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8

줄리앙은 계속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휘황찬란한 옷을 입은 훤칠한 남자가 우물가에  서있는 모습을 보고는 다가가 물었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아, 물을 마시고 싶은데 손목이 아파 물을 뜨지 못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떠 드리지요
자 여기 맑은 물이 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친절한 아가씨네요
전 저기 보이는 왕국의 왕자인데 당신을 데려가고 싶습니다
여기서 멀지 않으니 저와 같이 가시지 않겠습니까?

물을 마신 왕자가 줄리앙의 양손목을 잡고 말했습니다.
가깝게 다가온 얼굴에 줄리앙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 하다가 이내 손목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차리고 말했습니다.

저는 서쪽산에 꽃을 꺽으러 가야하니 갈 수 없습니다

그러자 왕자는 표정이 싸하게 굳어선 갑자기 입을 쩌억 벌리곤 머리를 뱅그르르 돌리며 기괴한 소리로 웃어댔습니다.

아깝다

나즈막히 속삭이곤 왕자는 겁먹어 눈물 흘리는 줄리앙의 손목을 놓고는 히죽이며 뒤돌아 갔습니다.
왕자가 걸어간 방향에는 왕국은 온데간데 없고 까마귀만이 시커먼 하늘을 날아다니며 울었습니다.
줄리앙은 멍이 든 제 손목을 몇번 주무르다가 이내 제뺨을 가볍게 탁탁 치고는 다시 서쪽산을 향하여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아주 긴 발걸음 끝에 줄리앙은 마침내 서쪽산에 도착하였습니다.

여기가 서쪽산이구나

줄리앙은 신을 벗어 나뭇잎들로 숨겨두고 산을 올랐습니다.
캄캄한 새벽이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줄리앙은 계속해서 산을 올랐습니다.

아! 꽃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줄리앙은 새벽 하늘 아래의 꽃밭을 발견했습니다.
꽃밭 옆에 작은집만한 개 한마리가 줄리앙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줄리앙은 개의치 않고 꽃을 꺾으러 다가갔습니다.

아...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어느새 해가 고개를 비죽 내밀고 있었습니다.
줄리앙은 슬퍼 울었습니다.

으르릉 컹컹!

그때 줄리앙을 가만 보던 커다란 개가 해를 향해서 맹렬하게 짖어댔습니다.
해는 깜짝 놀라 숨었습니다.
그것을 본 줄리앙은 기뻐하며 새벽이슬 머금은 꽃을 조심스레 꺾었습니다.

커다란 개야, 정말 고맙구나!

개는 줄리앙의 상처투성이 맨발을 보다가 줄리앙을 덥썩 물어 등에 태웠습니다.

나는 이 꽃을 가지고 궁으로 돌아가야 한단다

줄리앙이 말하자 개는 그대로 있는 힘껏 뛰었습니다.
개가 한번 뛸 때마다 줄리앙이 며칠을 걸어온 길을 휙휙 넘어서 해가 채 뜨기도 전에 궁궐의 정원까지 도착하였습니다.

너는 참 고마운 개구나

줄리앙은 내려서 답례로 남은 알밤 한 알을 개에게 주었습니다.
그러자 알밤이 커다란 공처럼 되어 개는 그것을 물고 기뻐하며 그대로 다시 서쪽산으로 돌아갔습니다.
정원에는 노파와 새와 다람쥐가 있었습니다.

줄리앙!
그 꽃을 꺾어 왔구나!

새벽이슬 머금은 그 꽃을 여기 꺾어 왔습니다

그 꽃을 쥐고 왕자의 이마에 이슬 한 방울을 떨구거라

그 말을 들은 줄리앙은 고개를 끄덕이곤 새와 다람쥐에게 갔습니다.

줄리앙 줄리앙
긴 여행 끝나고 돌아온 줄리앙
여기 화단의 꽃을 받아라
여기 나무의 나뭇잎을 받아라
여기에 그 꽃을 쥐고 이슬을 한 방울씩 떨구어라

그 말을 들은 줄리앙은 꽃과 나뭇잎을 받고는 끄덕이곤 정원을 나가 왕에게로 갔습니다.

줄리앙!
서쪽산의 꽃은 가져 왔느냐!

네, 폐하 여기 있습니다
자 한번 보시지요

무얼 하느냐?

줄리앙은 아랑곳 않고 화단의 빨간 꽃잎을 바닥에 두고 유리보석 같은 이슬을 한 방울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꽃잎은 이내  짙은 흑발에 새하얀 피부 빛나는 두 눈의 훤칠한 첫째 왕자님이 되었습니다.

만세! 내 여동생이 나를 살리고 눈뜨게 했구나!

첫째 왕자는 무척 기뻐했습니다.
줄리앙은 이번엔 빨간 나뭇잎을 바닥에 두고 이슬 한 방울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나뭇잎은 이내 금발 청금석 빛나는 눈의 둘째 왕자님이 되었습니다.

만세! 내 여동생이 나를 살리고 발을 찾아줬구나!

둘째 왕자는 무척 기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엔 막내 왕자에게 다가가 이마에 이슬을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멍하니 있던 막내 왕자는 두 눈을 빛내며 크게 외쳤습니다.

만세! 누님께서 내 영혼을 찾아주셨구나!

막내 왕자는  무척 기뻐했습니다.

저기 떨고있는 아버지가 있다
우릴 죽였던 왕이 저기에 있다
어머니들을 죽인 놈이 저기 있다
형님께서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둘째 왕자, 내 동생아
우리가 당한만큼 돌려주자

#9

그렇게 또 몇년이 흘렀습니다.
첫째 왕자는 지혜로웠기에 학자가 되었습니다.
둘째 왕자는 용맹스러운 군인이 되었습니다.
셋째 왕자는 어린 왕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지혜롭고 용맹한 두 형들이 언제나 도왔기에 나라는 점점 좋아졌습니다.
줄리앙은 스스로 원해서 정원사의 딸로 남았습니다.

줄리앙! 줄리앙! 누님!

셋은 정원에서 노파와 새, 다람쥐와 이야기 나누는 줄리앙을 반갑게 불렀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습니다
여기에 앉아 맛난 과일이나 같이 드시지요

이번에는 더 탐스럽게 열렸구나

둘째 왕자가 나무에 손을 뻗어 빨갛고 크게 익은 열매를 똑 하고 땄습니다
그리고는 칼로 조각내어 앉아있는 모두에게 나누어서 함께 맛있게 먹었습니다.

줄리앙
그 포악한 놈은 어찌 되었나?
눈 멀고 왼발 하나 잘린 그는 어떻게 되었나?

줄리앙
그 잔인한 놈은 어찌 되었나?
화단과 나무에 떨어진 그는 어떻게 되었나?

제가 잘 보살피고 있습니다
아무리 미워도 친아버지인데 잘 보살펴야지요
곧 돌아가실 것 같은데 그때까지 잘 해드려야지요

누님, 그럼 그가 죽으면 어찌할 겁니까?

막내 왕자, 어린 왕이 줄리앙에게 물었습니다.

여행하시라고 작은 배에 태워 강물에 떠내려 가게 해야죠

줄리앙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빨간 과일 조각을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출처 : 오늘의 유머  죠르노_죠바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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