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주 어린 사촌동생이 있었어.
몇살인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직 한자같은건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정도?
그런데 걔가 낙서를 엄청 자주 하는 편이거든ㅋㅋㅋ
적어도 벽에다가 낙서같은건 하지 않지만, 보이는건 모두 다 피카소같은 그림실력으로 그려보는 애였어.
어느날 걔가 내 방에 들어와서 낙서를 하기 시작하는거야.
나야 뭐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땡큐였으니까 그냥 가만히 냅뒀지.
그러다가 잠시 후에 걔가 나한테 종이 한장을 건네줬어.
평소에도 자기가 그린 완성품은 꼭 나한테 주는 애였으니까 별 생각 없이 받았지.
그런데 세상에, 얘가 한자를 적은거야!
개 견 (犬) 자 알지? 그걸 커다랗게 적어놓았더라고.
난 놀라서 사촌동생한테 "너 벌써 한자도 적을 줄 아는거니?" 라고 물어봤어.
그런데 걔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더라고.
어라, 그럼 뭘 그린건가-싶어서 사촌동생한테 "뭘 그린 거니?" 라고 물어봤어.
그래도 걔는 고개를 흔들고 입술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비밀" 이라고 하는거야.
궁금하긴 했지만, 평소에도 걔가 뭘 그렸는지 잘 맞추지 못하는 나라서 그냥 내 방 안의 물건을 보고 그린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넘겼어.
그 당일날의 저녁시간때쯤? 가족끼리 수다의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이모가 괴담이랍시고 말을 꺼냈어.
"그거 알아? 이 집이 지어지기 전에 공사를 하다가 사고가 크게 나서 죽어버린 일꾼들이 꽤 됀대!"
나랑 부모님은 괜히 겁주지 말라면서 핀잔을 줬어. 그런데 갑자기 그 그림이 생각나는거야.
잘 생각해보면 내 방 안에는 犬 의 모양이 나올것같이 길고 얇은 물건같은건 없었어.
그리고 그 사촌동생이 어느 쪽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기억해내버렸어.
그 애는 커튼이 쳐진 내 창문쪽을 바라보고 있었던거야.
걔가 종이에 '적은' 게, 사실 '적은' 게 아닌, '보이는 그대로를 그린' 거라면...
犬 자를 그림처럼 생각한다면, 그건 마치 사람의 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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