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스크 하나를 주웠다.
검은색 바탕에 붉은색 디자인도, 모서리편에 써져있던 H모양 까지도, 색도, 질감도, 사이즈도 모든 게 맘에 들었고 완벽한 마스크였다.
누군가가 사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떨어뜨린 것 같다.
아무튼, 주인은 나타나지 않으니 내가 가져가기로 했다.
나는 그걸 거의 매일같이 쓰고 다녔고, 마스크는 쓰면 쓸수록 더 맘에 들었다.
한 여름에도, 비가와도, 아픈 날까지도 마스크를 썼다.
근데 어느 날 마스크를 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
내 피인지 아니면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피를 흘린 건지 잘 모르겠으나 피 같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마스크를 쓰고 다녔고, 그 얼룩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또 어느 날에는 자고 일어나니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있었던 날도 있다.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다가도 빈혈이 나서 쓰러질 뻔 하기도 했다. 마치 귀신이 들린 것 같이 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평소처럼 시끄러운 엄마의 잔소리에 눈을 뜬 아침, 그날 나를 깨운 것은 엄마의 잔소리가 아니라 비명이었다.
아침에 보니 이불이 온통 피범벅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마스크는 내 책상 위에 뒀는데….
마스크에 피가 묻은 건 바로 나의 피였던 것이다.
병원을 가서 검진을 받아보니, 나는 피폭상태에 있었다.
그 마스크는 후쿠시마에서 온 마스크였다.
끝.
잘봤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