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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객귀를 쫓는 법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6.01.18 11:36조회 수 1441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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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네살 때의 이야기이다.

군제대를 한 직후 욕심에 눈이 멀어 잘 알아보지도 않고, 선배에게 속아서 얻은 가게가 쫄딱 망하고 모아둔 돈 모두를 탕진하고 가진 돈 한 푼 없이 술로만 세월을 보낸 적이 있었다.

술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몸이 많이 아팠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날들이 수두룩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몸이 너무 아파서였다.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은 누군가 짖누르는 듯이 무겁고 답답하고 거인이 내 몸을 통째로 움켜쥐고 짖으깨는듯한 아주 심한 몸살같은 증상이었는데,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죽을 것만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들 정도로 아팠다.

진통제도 듣지 않을 정도의 고통이었는데 통증을 이겨보려 술을 마시고 억지로 잠이 들면 30분도 채 잠들지 못하고 깨버리고...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도 찾아오는 악몽과 가위들로 식은땀 범벅으로 깨어났다.

차라리 죽는게 편하겠다 싶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병원을 찾아도 뚜렷한 이유를 알지 못했고 의사들의 답변은 하나같이 스트레스, 신경성 때문이란 대답밖에 없었다.

나는 드는 비용에 비해 아무런 해답도 주지 못하는 병원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이런 나를 보다못한 어머니는 어느날 어딘가로 갔다 오시더니, 
새벽녘까지 혼자 앓고 있던 나를 불러내 대문 앞 수돗가에 무릎을 꿇고 앉으라고 하시더니 부엌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오셨다.

밥과 고춧가루, 소금과 간단한 나물 몇가지가 담긴 큰 밥그릇 하나와 시퍼런 부엌칼 하나를 가지고 오셨는데,
한참동안 두손을 모아 기도를 하시더니 밥그릇 안에 밥을 숟가락으로 비비더니 칼을 내 머리위로 빙빙 돌리시며 말씀하셨다.

"이거 다 잡숫고 우리아들 괴롭히지 말고 고마 나가주이소."

밥그릇을 대문 안쪽에 놓고 내 머리 위로 빙빙 돌리던 칼을 대문쪽으로 던지시는 것이다.
(대문의 칼날이 바깥쪽으로 향하면 객귀가 떨어져 나갔다는 뜻이고, 칼날이 안쪽을 향하면 거부하는 것이란다.)

' 땡그랑 '

칼날은 안쪽(내가 앉아있는 방향) 을 향했다.

어머니는 칼을 집어들고 다시 내 머리 위로 빙빙 돌리시더니 아까와 같은 부탁의 말로 다시 한번 칼을 던졌다.

' 땡그랑 '

칼날은 다시 안쪽을 가르켰다.

나는 어디서 배워온 방법인지 모르겠지만 웃기기도 하고 믿기지도 않고 나중에는 짜증이 났었다.
동전 던지기처럼 확률상 너댓번 던지면 안쪽이 나오지 않겠는가..
나는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한숨은 오싹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던져도 칼날은 바깥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좌우 어느 방향도 가르키지 않았다.

칼날은 오로지 집 안쪽 방향, 나를 향했다.

대, 여섯 번쯤 던지고 난후 계속 칼날이 내쪽으로 향하자 어머니는 부탁의 말투가 아닌 단호한 말로 객귀에게 나가기를 명령하셨다.

"밥 먹고! 좋은 말로 할 때 우리집에 있지말고 다른데 좋은데로 가라."

' 땡그랑 탱 탱 탱 '

' 부르르르르 '

칼은 아까와 다르게 심하게 요동을치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칼날은 여전히 나를 향했다.

그렇게 서른 번을 넘게 던졌지만 칼날은 계속 내쪽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칼을 집어들고 다시 내 머리위로 빙빙 돌리며 고함을 지르며 불같이 화를 내셨다.

내 평생 그렇게 화를 내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처음 봤던 것 같다.


" 빌어먹을 객귀노무 새끼가 어디서 건방지게 산사람한테 노략질이고!! "


" 주는 밥 곱게 쳐먹고 안 나가면 이 칼로 사지를 고마 발기발기 찢어 죽여뿐다!!! "
 (실제로는 입에 담지못할만큼 더 심한 쌍욕을 하셨다.)


어머니는 내 머리 위, 귓가를 바람을 가르 듯 휙휙 휘두르더니 칼을 던졌다.

' 땡그랑 탱 탱 탱 탱 '

' 탱그르르르~ '

칼날은 빙글빙글 돌더니 바깥 쪽을 향했다.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더니 밥그릇에 담긴 밥을 대문밖 구석에 쏟아 붇고 소금을 한 주먹 쥐고 와 집안 곳곳과 내 몸, 대문밖 골목에 두루두루 뿌리시며 다시는 오지 말라고 한 마디 하시더니 됐으니까 들어가서 자라고 말씀하셨다.

그 날 후로 이유를 알 수 없던 통증은 진통제나 술을 먹으면 견딜수 있을 정도로 완화되었고 잠도 편하게 서너시간씩 푹 잘 수 있을 만큼 호전되었다.

2주 정도 지난 후에는 친구의 소개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일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완쾌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찌뿌둥한 정도? 로 좋아졌다.


나중에 어머니께 그게 무슨 행위였냐고 물으니 어머니가 어릴 때 경끼를 앓았는데 외할머니가 어머니께 썻던 방법으로 외가동네에 오래전부터 전해진 객귀(잡귀) 를 쫓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알고보니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는 요식적인 행위였다는 것이다.

그럼 칼을 서른 번 넘게 던졌는데도 단 한 번도 방향이 바뀌지 않았던 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나에게 진짜로 무언가 붙었었던 거였을까...


자연보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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