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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공동 묘지에서의 담력훈련

Double2021.12.06 01:40조회 수 699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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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대 후반, 저는 부산 해운대구 B 동에서 살았습니다.


태권도 관장이 되고싶었던 꿈이 있었던지라 열심히 태권도 체육관을 다녔었고


중학교 2학년이 될 쯤에는 관장님을 보조하면서 수업도 도와드리는? 일종의 사범 보조 같은 일을 했습니다.


그 때, 저희 체육관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주기로 합숙을 했었고, 30 ~ 50명 정도의 관원들이


토·일요일 내내 체육관에서 짜준 스케줄대로 놀고 먹고 자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여름철 합숙 첫 날 일정의 마무리는 동네 근처 S 공동 묘지에 다같이 가서 담력 훈련을 했습니다.


입구에는 화장터가 있었고, 낮은 산을 낀 공원과 같은 묘지였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아이들부터 6학년 아이들까지는 혼자서 5분 간격으로, 그보다 어린 아이들은


중등부 관원들과 함께 다같이 이동했고 저는 사범 보조였기때문에 도착 지점에 먼저 올라가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고등부의 형, 누나들이 중간 중간 숨어서 아이들이 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숨어서 지켜봐주었고,


또 담력 훈련의 긴장감이 없이 올라가는 아이들을 왁! 하고 놀래켜주기도 했었습니다.


뭐 그렇더라도 코스가 그리 길지도 않고, 근처가 안전하다는걸 알고 있으니 다들 그리 겁을 먹지는 않았었습니다.


이 일을 겪기 전까지는요.



 여느때와 같은 여름 합숙날, 역시 저녁에 담력 훈련을 하러 갔고 저는 공동 묘지 끝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둘씩 아이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무서웠다는 친구들도, 별거 아니었다는 친구들도 있었죠.


머리가 좀 큰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되는 친구들은 겁을 먹었어도 안먹었다 말하기도 하고, 정말로 겁이 없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날 만큼은 조금 달랐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정말 소스라치게 무서워하면서 올라왔습니다.



 정신 없이 횡설수설 하는 아이, 울음보가 터져서 진정이 안되는 아이, 사색이 된 채로 허겁지겁 달려 오는 아이까지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이들에게 무엇이 그리 무서웠냐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겁을 먹었던 아이들은 전부 "OO 누나가 귀신 분장을 하고 겁을 줬던게 가장 무서웠다" 말을 하더군요.


묘지 앞에 우뚝 서서 서럽게 울다가, 본인을 지긋이 바라보며 이리오라 손짓을 했다고 합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요.


조금 소름이 돋았지만 저는 OO누나를 어디서 보았는지, 또 무슨 분장을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코스의 중간 지점 (첫 짤의 빨간 동그라미) 에서 봤다고 말하고, 검은색 한복 같은걸 입고 있었다 말을 합디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소름이 돋고, 시간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째, OO 누나는 오늘 합숙에 오지 않았으며 합숙에 참여한 중고등부 관원들 중에 여자는 없었습니다.


둘째, 저희는 담력 훈련중에 분장을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검은색 한복은 상복을 말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아이들의 얘기를 곰곰이 듣다 깨달은건데 OO누나를 봤다 주장하는 아이들은 모두 12살 아이들이었습니다.


일단 아이들을 돌보는 입장인 이상 어떻게든 아이들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저도 마음이 꽤 흔들린 터라 쉽지가 않았습니다.


마지막 아이들까지 모두 올라오고, 관장님께서 올라왔을 때 방금 있었던 일을 조용히 말씀드렸고,


관장님은 재치를 발휘하여 묘지 측에서 담력 훈련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었다 둘러대고는 어떻게든 아이들을 진정시켰습니다.


저는 담력훈련이 끝나고 OO누나를 봤다는 곳을 혼자 가서 확인해봤지만 그 곳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입구 화장터에서 화장중이었으니 그 쪽 일행이었을 수도 있고, 아이들 말처럼 귀신일 수도 있겠지 생각은 했지만


결국 확실히 결론 난 일은 없이 흐지부지 됐습니다. 조금의 찝찝함을 남긴채로요.



 그 날 이후, 담력 훈련에 귀신이 나왔다 소문이 돌고, 학부모님들 귀에까지 들어가서 다신 담력훈련을 하러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끔 궁금해집니다. 어째서 12살 아이들에게만 보였는지,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왜 아이들에게 오라 손짓했는지 말이죠.


그리고 만약 한 명이라도 그 여자를 따라갔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말이죠.. 


그 여자가 사람이든 귀신이든, 따라간 아이에겐 아주 큰 일이 났을거라는 것 만큼은 확신합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게 참 다행이라 생각되는 일이네요.


루리웹 뛰어다니는사람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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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입 (by 노스트라단무지) 파도 (by Dou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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