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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썩은 시체들의 밤

Lkkkll2022.09.20 04:37조회 수 1523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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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칵'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 내가 처음 그를 본것은, 정확히 말해 그들 중 하나를 본것은 어릴때였다.

 

 지하철역이였다. 어릴적 배웠던 '가난한 사람' 또는 '불쌍한 사람'으로 지칭되는 노숙자 중 하나를 본것이다.

 

 지하철역 의자에 앉지 않고 한쪽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던 불쌍한 사람.

 

 어린 마음에 과자를 사려고 아껴두었던 500원을 주머니에서 꺼내 주려고 하자 옆에 같이 있던 어머니가 말렸다.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어린 눈이 항상 그렇듯 나는 그를 주시했다.

 

 그는 계속 쪼그려 앉아 있었다. 영원히 그대로 굳은듯이.

 

 그런데 승강장의 한 사람이 빵을 꺼내서 먹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 노숙자는 갑자기 일어서더니

 

 빵을 먹던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 노숙자는 곧 빵을 빼앗았고 게걸스럽게 그 빵을 먹기 시작했다.

 

 빵을 빼앗긴 남자는 당황한듯 했으나 이내 정신을 차린듯 그 노숙자를 향해 욕을 하며 발로 차기 시작했다.

 

 그때 노숙자가 갑자기 절규를 하며 그 남자에게 달려들어 귀를 물어 뜯었다. 나는 노숙자의 시뻘건 눈을 보았고

 

 두려움에 사로 잡혀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들과의 두번째 만남은 고등학교때였다. 겨울방학 때 나와 내 친구들은 2박3일의 일정으로 한적한 시골마을에 갔었고

 

 그때를 이용해 일탈을 즐기고 있었다. 네명이서 소주 다섯병을 비워가며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지새웠다.

 

 우리들 뒤에서 무언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야생동물,

 

 그것도 아주 위험한 야생 멧돼지같은 맹수일지도 모른다는 한 친구의 말에 우리는 각자 나무 막대와 돌멩이를 손에 쥐고

 

 그 소리의 원인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소리의 원인은 한 부랑자였다. 마을주민이라면 그렇게 더러운 옷을 여러겹 껴입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의 텐트를 뒤져가며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텐트는 그 부랑자가 다 어질러 놓아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얼어죽을. 한 친구가 그렇게 말했던것 같다.

 

 얼어죽을. 그 말을 신호로 우리는 정말 그 부랑자를 얼어죽이기라도 하려는듯 그를 때리고 옷을 벗겼다.

 

 결국 그가 알몸이 되었을 때는 달빛아래에 마른 몸이 드러났다. 아니 마른몸이 아니라 말라 비틀어졌다고 해야 맞을 그런

 

 몸이였다. 마치 뼈만 남은 미라와 같은 느낌이였는데 그 기괴한 몸을 보고 주춤한 사이 그 부랑자는 우리 중 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물린 친구는 귀와 코 그리고 손가락 몇 개를 잃어야 했다. 그리고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병원에 입원도중

 

 행방 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그 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간 나는 먹고 살기에 바빠서 오로지 일하고 잠드는 생활만을 반복했다.

 

 심하면 새벽에 퇴근을 하는 일도 잦았는데 그때마다 골목 어귀에서 한 명씩 심심찮게 쪼그리고 앉아 있는 자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을 가만히 놔두면 그들도 움직이지 않았고 나 또한 바쁘고 힘든 생활을 하느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목돈을 마련하여 작은 집 한칸을 마련하게 되었을 때 이사간 동네에서도 '그것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들은 몇몇 자비심이 많은 사람들이 주는 돈이나 먹을것도 받지 않고 그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어느날인가 새벽에 담배를 피우러 베란다로 나가서 밖을 보았을 때 그것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들은 느리지만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었다. 술에 취한듯 비틀거리는 사람은

 

 그것이 눈앞까지 왔을때에야 그것을 알아차렸다. 술에 취해서 뭐라고 고함을 치는 것 같았으나 그것들 중 하나에게 물어뜯기자

 

 어느새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 본 내 눈에는 그 술취한 사람은 그것들을 피할 수 없게 되어있었다.

 

 그것들은 골목마다 서 있었고 술취한 사람은 포위된것이다. 그것들은 사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것들이 밤에만 움직인다는 사실과 느리다는 사실에 착안하며 호신용 삼단봉을 하나 구입했다.

 

 그렇게 안심을 하고 몇 달이 더 지났을 무렵이였다. 길 곳곳에 그것들이 웅크리고 있었으며 그 수는 어느 시점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낮에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행여 낮이라도 이제는 위험하리라.

 

 한 두놈 해치우는 쪽은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여러놈이라면 위험해지는 것이였다.

 

 

 내 직장에서도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김과장의 책상밑에 어떤 노숙자가 웅크리고 있기에 끌어내봤더니

 

 김과장 본인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원래의 김과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김과장이 썩어 문드러졌다면 이런 모습일것이다 하는걸 보여주는 그런 몰골을 하고 있었다.

 

 

 박대리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으며 몇몇 평사원들도 많은 수가 무단으로 결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직장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고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비상사태라 해봤자 식료품점에서 생필품을 사재기

 

 해놓고 대문을 걸어 잠그고 집안에서만 있는것이다. 

 

 뉴스를 틀어보니 전국에 퍼진 그것들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단순히 노숙자로만 알고 있었기에

 

 공권력을 동원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밤에만 활동하니까.

 

 

 나는 베란다로 나가서 동네를 내려다 보았다. 이제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곤 거의 없으며 썩어 문드러진 시체들만이

 

 웅크리고 있다가 밤이면 활동을 하곤 했다. 그들은 거리에 사람들이 없어지자 아파트에 침입하여 문을 부수고 그 안의

 

 사람을 꺼내어 먹었다. 나는 밤에는 숨을 죽이고 모든 불을 끄고 있어서 그런 불행을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비축해둔 식량도 다 떨어져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이제는 그것들은 낮에도 조금씩 움직인다. 사람들은 적어지고 그것들은 많아졌다. 이제는 낮에도 위험했다.

 

 용기를 내보려고 했으나 대낮에도 들려온 비명소리를 듣고 포기해버렸다. 베란다로 나가서 보니 한낮인데도

 

 사람이 물어뜯겨서 먹히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식량이 며칠분은 남아 있었기에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생각하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잠을 청했다.

 

 

 얼마 후 눈을 떠보았을때는 밤이였다. 나는 역시 숨을 죽이고 낮이 되기를 기다렸다. 낮에도 그것들은 움직일 수 있지만

 

 밤만큼 활발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계속해서 기다리던 도중 나는 이상한것을 발견했다.

 

 깨어난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어도 날이 밝아오지 않는것이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2시였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였다. 이제는 낮조차 오지 않았다. 사방은 어두웠으며 간혹 그것들이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이제 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나는 식량이 떨어져서 밖으로 나갔고 그것들은 나를 쫓아 왔다.

 

 결국 나는 그것들에게 잡혀서 뜯어 먹혔다. 

 

 

 뜯어 먹힌 후 내 몸은 썩은 시체가 되었다. 여기저기가 심하게 뜯겨 부패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것들처럼 살아 있었다.

 

 그것들의 수가 늘어났던것도 이것이 원인이였으리라.

 

 

 이제는 그들이 무섭지 않았다. 그들은 나의 동료였고 가족이였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살아있는 사람을 사냥해서 잡아 먹고

 

 간혹 저항하는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기에도 용이했다.

 

 

 그렇게 불안에서 벗어나 그것들과 함께 여러날을 보냈을 무렵.

 

 그것들은 시뻘건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의미하는것은 간단했다.

 

 나도 예전부터 점점 깨닫고 있었던 것이니까.

 

 

 식량이 부족했다. 이제는 살아있는 사람들이라곤 없었고 모두 썩은 시체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썩은 시체들은 이제 서로를 잡아 먹기 시작했다.

 

 나 또한 그들의 썩어 문드러진 뼈다귀에 붙어 있는 자그마한 살점을 한 입이라도 더 뜯어 먹으려 달려들었다.

 

 

 이제는 모두가 모두를 서로가 서로를 뜯어 먹고 있었다.

 

 침을 흘리며 광기에 찬 눈을 하고

 

 아침은 밝아오지 않았으며

 

 썩은 시체들만이 밤을 지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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