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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우리는 언제라도 종말될 수 있다

Lkkkll2022.09.20 04:40조회 수 1564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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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라도 종말 될 수 있다




1. 우주선에서 만난 피터가 말한 외계인



 우주정거장에서 여행자에게 하나씩 나눠준 에어 팩을 어루만졌다. 은색 빛에 맨들맨들한 팩 겉에는 초록색글씨로 Air-pack 이라고 쓰여 있다. 산소가 들어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을 정도로 딱딱해서 주먹으로 힘껏 치면 주먹이 얼얼했다. 

 공기가 없는 우주공간에서도 에어 팩만 있으면, 2주간 숨 막혀 죽지는 않을 거라고 여행사 직원이 말했다.

 에어 팩을 가방 속에 넣고, 노트북을 꺼냈다. 우주여행을 오면 꼭 여행일지를 쓰겠다고 다짐했기에 매일 쓸 생각이다. 노트북을 탁자에 올려놓고 전원을 켰다. 그리고 창문을 바라보면서 잠시 동안 지구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했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최저 생계 유지비를 정부에서 받고 살 만큼 가난했다. 아무리 멀어도 걸어서 학교를 등교했고, 학교 무료 급식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양보충을 했다. 거기다가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삐뚤어지지 않고 제대로 성장한 건, 우주의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본 우주의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를 우주소년으로 만들었다. 언젠가는 꼭 우주여행을 하고야 말겠다는 신념으로 힘든 것도 모두 참아냈다. 결국 나는 다큐멘터리를 본지 30여 년 만에 우주선을 탔다. 


 “오, 노트북이네요.” 

 옆에 앉아 있던 트네가 말했다. 트네는 국적이 독일이었고, 긴 금발머리를 한 여자였다. 자동언어번역기 때문에 트네의 독어는 내게 한국어로 들렸다. 기계의 원리는 자세히 모르지만, 소형마이크에 말을 하고 원하는 나라의 버튼을 누르면 손가락만한 기계에서 그 나라말로 번역되어 말이 나왔다. 이 소중한 기계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죽어라 배운 영어가 쓸모없게 되었다. 

 “여행일지 쓰려고 가져왔습니다. 제가 대학시절에 쓰던 노트북이죠. 지금 보면 크기도 커서 쓸모없어 보이지만 저에게는 보물입니다.” 

 노트북은 삼성에서 나온 A4모델이었다. 이름처럼 A4용지 크기였다. 그때 당시에는 초소형 노트북이라며, 텔레비전에서 소란을 좀 피웠던 것이었다. 

 “멋지네요. 여행일지라. 제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괜찮으시다면, 저도 그 노트북을 써도 될까요? 저도 일지를 쓰고 싶군요.”

 “물론이죠. 빌려드릴게요.” 

 간단하게 1일째 일지를 쓰고 나서 노트북의 전원을 껐다. 창문 밖에는 초록색, 파란색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우주선은 엄청난 속도로 화성으로 향하고 있지만, 저 별은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보는 별들은 대부분 적으면 수 백 년에서 많으면 수 만 년 전에 폭발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먼 거리에 별들이 있는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은하수에서 가장 가깝다는 안드로메다는 아직도 꿈의 세계다. 그곳에 외계인이 산다는 학설이 수없이 많지만,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 

 

 지구에서 여행사와 계약을 할 때, 우주선의 사고로 인해 생기는 사상은 배상하지만, 외계인 때문에 사망하거나 다쳤을 때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편이었기 때문에 도장을 찍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은 죽어도 좋다, 였다.


 “외계인이 있다고 믿으세요?” 

 트네에게 말했다. 트네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흥얼거리고 있었다. 

 “외계인이 있다고 믿으시냐고요. 전 믿거든요.” 

 “아,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곁에 믿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믿지 않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믿어요. 그런 거에 관심이 없거든요. 얼마 전에 UFO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도 별로 관심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외계인을 믿으세요?” 

 “몇 개인지도 모르는 수없이 많은 별 중에 지구 같은 별이 없을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향하고 있는 화성도 옛날에는 바다가 있었다는 증거가 과학적으로 밝혀진지도 오래전이고. 지구에서 이렇게 가까운 별도 아주 옛날에 생물이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어쩌죠……. 전 정말 관심이 없네요.”

 “네, 시간 빼앗았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요. 괜찮아요.” 

 트네는 다시 이어폰을 꽂았고, 나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우주여행을 하면서 외계인의 대해 관심이 전혀 없다니…… 믿을 수 없었다. 만약 외계인의 습격을 받으면 어떡할거냐, 라는 질문이 금방 떠올랐지만 괜한 미움을 사기 싫어서 그만 두기로 했다. 

 벌써 일주일을 날아가고 있지만, 창밖에 보이는 화성의 크기는 좀처럼 커지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은 지구에서처럼 좌변기가 아닌 특이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화장실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검은색 호스였다. 검은색 호스는 어떤 통 같은 것에 연결되어 있다. 검은색 호스 끝에는 큰 산소 호흡기처럼 생긴 것이 달려 있었다. 그 호흡기를 엉덩이에 끼운 다음 스위치를 누르면 똥이 저절로 호스로 빨려 들어갔다. 처음에는 더럽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생겼는데, 조금 익숙해지자 너무 편했다. 지구에도 우주여행 갔다 온 몇몇 갑부들이 집에다가 특별제작으로 이것과 똑같은 화장실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볼 일을 보고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을 때, 뚱뚱하고 머리가 반은 벗겨진 남자가 들어왔다. 가슴에 달고 있는 명찰에(나는 가방에 놓고 왔다.) peter라고 쓰여 있었고, 그 옆에는 성조기가 그려져 있었다. 남자는 나를 보자 주머니에서 소형마이크를 꺼냈다. 

 “일본인이신지요?” 

 미국인은 동양인을 모두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요. 전 한국인입니다. 일본은 한국 밑에 있지요.” 

 “하하하. 제가 실수를 했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는 웃기지도 않은 일로 유쾌하게 웃었다. 

 “이번이 세 번째 여행인데 한국인은 처음 봐서 말이죠. 다시 한 번 죄송하게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한국인이 처음이라는데 어쩌겠습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는 일을 꼭 수습하려고 했다. 

 “아니요, 아니에요. 지구에 있을 때 한국인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딤지도 맛있었어요.”

 “김치입니다. 정말 괜찮으니까 마음 쓰지 마세요.” 

 나는 또 그가 미안하다고 할까, 겁이나 얼른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트네는 이어폰을 끼운 채로 잠들어 있었다. 나도 좀 있다가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내 몸을 흔들어대는 바람에 잠에서 깼다. 피터였다. 이젠 그가 미국인이 아니라, 더럽고 맛없는 미국돼지처럼 보였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시간 있으시면 제 옆자리에 와서 대화 좀 했으면 해요.”

 내가 거절하려고 할 때, 피터는 내 최대의 관심사인 외계인의 대해 말했다. 나는 피터를 따라갔다.

 하하하. 내가 앉자마자 그는 뜬금없이 웃었다. 도대체 왜 그가 그토록 웃는지 알 수도 없었다. 또 그 웃음 또한 매우 기분 나쁜 웃음이었다. 못마땅했지만, 외계인의 대해 잘 아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다른 얘기만 했다. 미국에서 수출용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고, 자식은 넷이다. 아내는 일찍이 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하면서는 눈물까지 흘렀다. 재미없는 


 “실은… 지구에 있을 때 외계인을 봤답니다. 저도 평소에 외계인의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네? 외계인을 봤다고요?”

 “며칠간 머리좀 식히려고 조용한 시골마을, 별장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피곤 때문인지, 저녁을 먹고 나자 잠이 쏟아지더군요. 그래서 일찍 잠에 들었어요. 그런데 새벽에 개가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밖에 나가보니, 강한 빛이 세상에 가득 하더군요. 별장 앞에 낡은 집이 있는데, 그것조차 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어요. 빛이 뿜어져 나오는 하늘에서 빛이 차차 줄어들더니, 거대한 물체가 나타났어요. 저는 그게 UFO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베일에 싸인 외계인을 만났습니다.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나는 질문에 당황했다. 영화나 그림에서 보던 외계인들은 하나같이 머리가 크거나 손가락이 길게 표현된 것들이었다. 아직 한 번도 외계인을 본 적은 없지,만 외계인이라고 하면 그 상상 속에 만들어진 외계인을 생각했다. 그런데 피터가 그런 질문을 하니 머릿속에는 캄캄한 그림만 그려졌다. 

 “잘 모르겠네요.”

 초라한 대답이었다. 

 “우리가 UFO라고 부르던 미확인물체, 우리는 그것이 외계인의 비행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없이 많이 찍힌 UFO의 생김새는 원반모양이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 안에 외계인은 타있지 않아요. 원반모양, 그것 자체가 외계인이에요.”

 피터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표정을 보고 피터는 다시 차근히 설명했다. 

 “UFO 그것은 기계가 아니라 생물이란 말입니다. 살아있어요. 외계인이 제게 말했어요. 어떻게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텔레파시 같은 거 같아요. 외계인들은 지구가 곧 멸망할 거라고 하더군요.

 피터는 긴장됐는지, 식은땀이 이마에 가득했다. 

 “외계인들은 내게 그 말밖에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소리도 없이 없어졌습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직도 생각만 하면 식은땀이 납니다.”

 피터가 말을 마쳤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외계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UFO다. 그 외계인이 지구는 곧 멸망할 거라고 말했다. 약간 터무니없는 소리이긴 했지만,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2. 회의



 지루한 비행이 끝에 드디어 화성에 착륙했다. 화성에 우주기지를 지었다는 것을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 거대함에 입이 떡 벌어졌다. 링의 모양으로 만들어진 건물들 수 십 채 지어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도너츠를 넣어둔 빵바구니를 보는 것 같았다. 정착장에는 많은 우주선들이 있었다. 우주기지에 있는 여행사직원들에게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피터와 같은 방이었다. 피터는 내 옆에 와서 잘 됐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내심 트네와 같은 방을 쓰고 싶었지만, 규칙상 남녀는 같은 방은 못 쓰게 되어 있었다.

 나와 피터가 쓰는 방은 외각에 붙어 있었다. 그래서 기지중심으로 가려면 가장 많이 걸어야 했다. 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샤워실에 침대도 있었고,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무엇보다 커다란 창문으로 화성의 모습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창문은 방탄유리보다 수 십 배가 강한 소재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러시아사람과 같은 방을 썼는데, 말도 못하게 더럽더군요. 그리고 그 사람은 러시아가 우주항공이 세계최고라고 자랑 했습니다. 하! 거참, 우스워서……. 한참이나 웃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를 앞지른 지가 언젠데. 그 사람은 아마도 과거망상주의자인 거 같아요. 지금도 어디 빈민촌 같은 곳에서 러시아가 최고라고 떠들고 있겠지요.” 

 피터는 가방을 침대 밑으로 밀어 넣으며 말했다. 러시아사람을 욕하는 것처럼 내가 자신을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아, 그렇군요. 뭐, 저는 잘 모르겠네요. 돈만 벌었거든요.”

 갑자기 목이 메어왔다. 고달픈 삶. 수없이 포기하고, 죽고 싶을 때, 우주여행을 생각하면서 꾹 참았다. 죽더라도 우주를 내 눈으로 보고야 만다는 그 신념으로 버텨왔다. 

 “짐 다 풀었으면 갑시다.” 

 피터가 문 쪽으로 향하면서 말했다. 

 “어딜?”

 “회의실이요. 어차피 오라고 방송 나올 테니까, 미리 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죠.” 


 회의실로 가는 길에는 화성의 많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기지 밖에 화성연구지는 화성에 물 찾기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미국국기가 붙여져 있는 굴삭기가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다. 

 회의실로 가는 길은 음산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칙칙했다. 화성이 내다보이는 유리벽이 사라지고 답답한 벽이 이어졌다. 조금 걷자 회의실이 나왔다. 회의실은 오는 길보다 더 음산했다. 

 “원래 회의실은 이렇게 음산한가요?

 “음산해요?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흠, 역시 기분 탓 인가.” 

 회의실 안에는 벌써 몇몇 사람들이 와 있었다. 

 기지 전체에 여행객들은 회의실에 모이라는 방송이 나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호의실로 모였다. 회의실에 사람들이 꽉 차고, 기지에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단상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집었다. 헛기침 한번 하자,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집중했다.

 “존 대령이군요. 이곳의 총 지휘자입니다.” 

 피터가 말했다. 우리는 앞에 있는 헤드폰을 썼다.

 “아아, 여러분 화성우주기지에 오신 걸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한 달 간 이곳에 머물며, 화성연구지와 우주선을 타고, 근처 우주의 멋진 모습을 관광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한 가지만 지켜주시면 됩니다. 아무 허락 없이 기지 밖으로 나가지 마십시오. 아직 언론에는 보고하지 않았지만, 저희 연구결과 외계생명체가 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있는 한 여행객의 안전은 책임지겠습니다.” 

 흥분되었다. 우주, 화성, 우주, 화성, 우주, 화성, 우주, 화성, 우주, 화성.


 연설 같은 환영식은 계속 진행되었다. 거의 끝날 무렵, 한 병사가 다급히 회의실에 들어와 존 대령에게 뛰어갔다. 그러고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몰라도 존 대령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갔다.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큰일은 아니고 기계가 말썽을 일으켜서 그곳에 잠시 가봐야겠습니다. 모두 배정받은 방에 가셔서 푹 쉬도록 하십시오. 여행은 내일부터 진행됩니다.” 


 존 대령은 이렇게 말하고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이 말은 그저 둘러대기 말일 가능성이 높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나처럼 생각하고 있겠지만, 큰 소리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 아지랑이



 화성관람을 위해 정착장에 갔다. 대부분의 관람은 여행객 자유라서 보고 싶으면 보고 그렇지 않으면 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피터는 벌써 두 번이나 구경했는데, 나 혼자 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럼요. 저 혼자가도 충분해요. 그럼 이곳에서 푹 쉬세요.” 

 우주선에 탑승해서 얼른 우주선이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화성의 모양은 사막형태의, 미국의 그랜드캐니어와 매우 흡사하다. 풍부한 지하자원 때문에 수많은 나라들이 화성에서 개발을 하길 원하지만, 미국이 먼저 개발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는 구경만 하고 있어야 했다. 우주선이 이륙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대기로 올라갔다. 관람이 목적이기 때문에 느린 속도로 대기를 날았다. 우주기지 근처에는 굴삭기계들이 빽빽이 들어서서 열심히 자원을 캐고 있었다. 그것을 넘어가자 본격적인 화성의 모습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지구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들이었지만, 너무 신비로웠다. 내 눈에 안 보이는 곳에 화성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더욱 흥분이 되었다. 

 약, 세 시간 동안의 관람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굴삭기계가 있는 곳을 무심코 보았다. 그런데 굴삭기 근처에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손가락 만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쓰러져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우주선은 무사히 정착장에 착륙을 했다. 뜻밖에도 피터가 나를 마중 나와 있었다. 내가 내리자 손을 흔들며 잘 다녀왔냐고 물었다. 나는 매우 만족스럽고 해서 피터의 마중이 고맙고, 반가웠다. 

 “네, 매우 좋았어요. 정말 환성적이더군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어서 일하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봤어요. 무슨 일일까요?” 

“가끔 바위에 부딪쳐 우주복이 찢어지면 그래요…….” 

 우주복이 단순히 부딪쳐서 찢어진다는 것이 갸우뚱했지만, 자세히 아는 것이 없어 반론을 하지 않았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병사 몇 명을 보았는데, 그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행동을 했다. ‘허리업’ 이라는 말을 쉴 새 없이 내뱉었다. 

 “분위기가 약간 불안하네요.” 

 내가 말했다. 

 “원래 군인들이라는 게 항상 대기상태이어야 하잖아요. 아마도 그런 것일 겁니다.” 

 아까부터 피터는 내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 피터의 행동에 불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한층 더해졌다.

 점심은 느끼한 크림스프와 소시지, 빵 두 조각이 나왔다. 나는 빵을 한입 베어 먹고, 내려놓았다. 김치가 먹고 싶어졌다. 장기 해외 여행하는 사람들은 김치와 고추장이 엄청 그립다는 말을 나는 믿지 않았다. 솔직히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서양음식이 내 입에 맞았고, 지구에서도 자주 서양음식을 먹곤 했다. 그런데 김치가 먹고 싶은 것이다. 결국 반도 안 먹고 나이프와 포크를 놓았다. 

 “왜 더 안 드세요? 나갔다 와서 배고플텐데…….”

 “네……. 배가 불러서요.”

 점심을 먹고, 우주기지를 더 구경하기로 했다. 우주기지는 여러 가지 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마다 각자 이름이 달려 있었다. 이를테면 금성관, 목성관, 지구관처럼 말이다. 각 관은 모두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어떻게 디자인 됐나,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특히 전체디자인을 유리로 한 투명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니 내가 공중에 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곳에서 밖을 바라보면 굴삭 하는 작업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우주복을 입은 엔지니어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을 계속 보고 있는데, 그 근처에 아지랑이가 펄럭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봄철에나 이따금 볼 수 있었던 아지랑이를 화성에서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일이라 새롭고 신기했다. 그렇다면 화성에도 계절이 있다는 건가? 화성에 왔다지만, 화성이 직접 발을 디딘 건 아니기 때문에 잘 몰랐다.

 “이곳에서 아지랑이를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꽤 색다르네요.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잘 어울리고요.”

 피터에게 말했다. 내 말을 듣고 고개를 살짝 들어 창밖을 보았다. 아지랑이가 어딨냐고 했다.  

 “저게 안 보여요?” 

 피터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이 자신의 시력이 양쪽 2.0이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나는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렇게 가까이서 보고서야 아지랑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까이서 보니 아주 작게 뚫린 구멍이었다. 구멍으로 인해 생긴 굴절 때문에 아지랑이라고 착각한 것이었다. 구멍들은 여러 군데 뚫려 있었고, 처음에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불규칙하게 여기저기 나 있었다. 누군가가 일부러 뚫기에는 유리는 너무 강했다. 무려 총알도 뚫리지 않는 방탄유리보다 수 십 배가 더 강한 유리가 아닌가. 그럼 이건 어떻게 생긴 구멍일까? 피터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4. 정체 



 일지를 몇 자 쓰다가 노트북을 신경질적으로 닫아버렸다. 오늘 존 대령의 말은 도저히 용서가 되지가 않았다. 아침도 먹기 전에 사람들을 회의실에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 계획된 일정은 우주선에 생긴 문제로 취소가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여행에 차질 없이 노력하겠으니, 오늘은 푹 쉬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식사 시간 때가 아니면 되도록 방안에 있으시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터트려 회의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존 대령은 무사히 회의실을 빠져 나갔다.


 “저번에 왔을 때는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는데, 약간 씁쓸하네요. 미국이 운영하는 일이 이렇게 되다니. 

 피터가 말했다. 

 “지들이 돈을 얼마나 처먹었는데, 이틀 만에 여행을 펑크 내다니! 지구에 돌아가면 어떡하나 두고 보라고. ***들.”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본 피터는 약간 당황한 듯 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밖으로 나갔다. 존 대령이 나가지 말라고 했어도, 몇몇 사람들이 밖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뜻밖에도 그 사람들 중에 트네도 있었다. 내가 먼저 가서 인사를 할까 고민하던 사이 트네가 나를 발견하고 먼저 인사를 했다. 

 “어? 우주선에 제 옆자리에 앉았던 분이시죠? 일지는 잘 쓰고 계세요?” 

 “반가워요. 노트북 지금이라도 빌려드릴까요? 제가 깜빡 잊었네요.”

 “됐어요. 농담인걸요. 호호.”


 트네는 웃으며 말했다. 트네의 얼굴은 맑고, 조용한 호수 같았다. 그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것처럼 보조개가 생겼다.

 “너무 답답해서 나왔어요. 나오지 말라고 해서 경비가 많이 있을 거 같았는데, 어째 한명도 없네요.”

 트네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나도 옆에 앉았다.

 “왜 오늘 일정이 취소가 되었을까요?”

 “우주선이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게 사실일지……. 왠지 믿음이 안가요. 우주선이 고장 났다면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하는 건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기다리라니……. 수학여행 온 것도 아니고, 정말 너무 하네요.”

 이런 얘기를 하다가 화제를 돌려 피터를 말했다. 나는 피터를 실제보다 더 나쁘게 표현했다. 동정 해달라는 듯이 말했지만, 트네는 오히려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한번 만나고 싶네요. 


 끼아악

 어디선가 끔찍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하던 일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몇 명이 소리가 났던 곳으로 갔다. 비명의 원인을 확인 한 사람들도 덩달아 비명을 질렀다. 

 “우리도 가봐요.”

 트네는 적극적이었다. 그런 트네가 의외였지만, 말 한마디를 하고 벌써 비명소리가 났던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 트네를 보니, 나도 할 수 없이 그곳으로 가야 했다. 가장 먼저 눈이 간 곳은 비명을 지른 여자였다. 그녀는 거의 기절을 했을 정도로 겁에 질려 있었고, 벌써 목이 쉬었는지 -켁켁 소리를 내면서 여릿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녀 바로 앞에는 사람이 누워있었다. 누가 봐도 그건 완전한 시체였고, 심장마비나 원래 있었던 지병으로 사망했다고 하기에 시체는 너무 잔혹했다. 구석구석 연근이 박혀 있는 것처럼 시체의 온 몸이 구멍투성이였다. 구멍의 깊이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뒤까지 뚫린 구멍도 있었고, 몸 중간까지 뚫린 구멍도 있었다. 모양 또한 매우 불규칙했다. 턱 밑이 저려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왜! 이런 일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병사들이 달려왔고, 시체를 신속히 처리했다. 

 “여러분! 어서 각자 방으로 돌아가세요. 오늘은 나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시체를 옮기던 병사 중 한명이 우리에게 소리쳤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트네에게 다시 만나자고 말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와 보니 피터는 어디서 구했는지,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오자 피터는 책을 덮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금방 그런 일을 당해서 피터의 넉살이 전처럼 밉지 않았다. 피터는 따뜻한 커피 한잔을 타서 내게 줬다. 나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신 후, 밖에서 일어난 일을 피터에게 말했다. 피터는 그 말을 듣더니,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 하느님.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다친 데는 없죠?” 

 “네. 몸은 괜찮아요. 도대체 누가 그런 걸까요?

 “그러게요. 사람이 할 수는 있을 것 같지 않네요. 여기는 흉기로 될 만한 물건을 가져오는 것도 금지되어 있는데…….” 


 다음 날, 아침 시간이 되자, 나와도 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나와 피터가 식당으로 향하고 있는데 트네를 만났다. 트네는 나를 보자마자 어제 일을 얘기했다.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여자를 만나야겠다는 것이었다. 트네도 나름대로 추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트네를 도와주기로 하고, 아침을 먹은 뒤 트네와 함께 기지를 샅샅이 뒤졌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에 여자를 찾을 수 있었다. 여자는 아직까지 겁에 질려 있었고, 나와 트네가 묻는 질문에 전혀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한 시간이 넘도록 끈질기게 설득하자, 여자는 입을 열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말해드릴게요. 그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우주여행까지 와서 나오지 말라는 말에 화가 나서 방에서 그냥 나왔어요. 그래도 좁은 방보단, 넓은 기지를 걷는 게 더 낫겠다 싶었죠. 나오니까 별로 없을 줄 알았던 사람들이 꽤 많은 사람들을 보니까 안심이 되더군요. 기지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같은 나라사람을 보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어제 그…….” 

 여자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멋진 남자였고, 말도 잘 통해서 우린 계속 대화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남자가 입을 찢어지게 벌리고, 눈이 빠질 듯 튀어나오더군요. 처음에는 남자가 병이 있어서 그런 줄 알고, 의료진을 부르려고 했는데, 그 순간 남자의 몸에 구멍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정말, 정말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몸에 구멍이 나는 그 순간을.”



5. 살육



 이 날 또 회의실로 모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잦은 회의에 사람들이 짜증이 났는지, 회의실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존 대령이 단상 위에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아아, 본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실은 얼마 전에 굴삭작업을 하던 엔지니어 한 명이 온 몸에 구멍이 뚫린 채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웅성거렸다. 

 “어제 또다시 여행객중 한 명이 그렇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재 저희가 과학적 수사로 알아보고 있지만은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존 대령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이런 말을 하면 저희 쪽에서는 엄청난 피해가 온다는 것은 여행객들은 잘 아실 겁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여행일정은 취소하고, 내일 아침 지구로 출발합니다. 여행비 전부 환불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회의실에 오지 않았어도, 소문은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퍼졌다. 그리고 우리는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휩싸여 떨고 있어야 했다. 밤이면 우주기지 전체에 불은 모두 꺼지지만, 오늘은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밝은 빛이 화성의 마지막 밤을 끝까지 밝혀주는 것 같았다. 내가 환불받은 돈으로 다시 우주여행을 올 지 확신이 없었다. 우주여행이 이런 것이라면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이다. 

 “짐 다 쌌어요.” 

 피터가 말했다. 

 “화성에 온 지 삼 일만에 가다니…….”

 “어쩔 수 없죠.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우리는 대화를 잠시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화성에서의 마지막 밤은 지독히 길었다.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나를 보고 가족들이 뭐라고 할까? 나는 그것에 어떻게 답변을 해줘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눈만 감았을 뿐, 잠을 자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계속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자, 침대에서 일어났다. 피터는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다. 

 

 방 밖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비명. 비명. 비명. 불안해진 나는 피터를 흔들어 깨웠다.

 “피터! 피터, 일어나 봐요! 상황이 안 좋은 거 같아요.” 

 피터는 뒤척이며 꾸역꾸역 일어났다. 

 “무슨 일입니까?” 

 “아무래도 밖에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아요.” 

 나는 문을 열고,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긴 복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멀리서 엄청난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사람들의 몸에 구멍이 생기는 게 분명했다. 다른 방들과 유독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 방은 아직까지 안전했던 것이다. 

 그런데 피터가 갑자기 비명 무덤 속으로 뛰었다.

 “돌아와요. 어서요. 거기 가면 죽는다고요.”

 내가 소리쳤지만, 피터는 들은 채도 안하고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왜 죽음을 향해 그토록 뛰어가는 지 알 수 없었다. 계속 들리는 비명소리가 내 심장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 도저히 혼자서 공포를 이겨낼 자신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피터를 따라갔다. 


 피터가 묵묵하게 서서 살육의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리와 형태가 없는 수천 개의 총알이 사람들의 몸을 관통하는 것 같았다. 긴급하게 출동한 병사들조차 그것들을 막지 못하고, 몸에 구멍이 생겼다. 

 “오, 이런.” 

 사람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마치 절망을 노래하는 연극 같았다. 이게 만약 진짜 연극이라면 자리에 일어나 커다란 박수를 쳐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멀리서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트네를 발견했다. 트네를 불러 이곳으로 오라고 손짓을 했다. 가까스로 살육의 현장을 빠져나와 피터와 내가 있는 쪽으로 왔다. 나는 트네를 우리방으로 데리고 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저 현상을 연구해봤어요.”

 “연구라니요?” 

 “아, 제 직업이 미생물연구가입니다. 생소한 직업이지만,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고요.” 

 그때 들어온 피터는 방에 잠금장치를 설정했다. 

 “아, 어떤가요?”

 트네는 입고 있던 재킷에서 손바닥 만한 종이와 휴대용 현미경을 꺼냈다. 

 “화성에서 서식하는 미생물 샘플이에요. 보면 알겠지만, 그 작은 몸체에 털 같은 게 있죠. 그것만 더 확대해서 보세요. 다리예요.” 

 나는 현미경의 나사를 계속 돌려 초점을 맞추면서 샘플에 있는 미생물을 관찰했다. 트네는 말을 이어갔다. 

 “다리를 보면 날카로운 갈퀴 같은 게 있어요. 그런 다리가 수십 개란 말이죠. 이걸 우연히 화성에 온 처음 날 잡았어요. 제 몸에 붙어있었죠. 따끔따끔해서 현미경으로 보니 이게 있었어요. 물론 한 마리 가지고는 위협적인 존재가 못 되지만,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해요.”

 “그럼 지금 이런 게, 다 이것 때문이라는 건가요?”

 “네, 아마도 99%가 이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도대체 이런 게……. 이곳 화성에 우주기지가 생긴 지 몇 년이 지난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이런 일이 없었잖아요.”

 샘플과 현미경을 피터에게 건네줬다. 

 “토양미생물이라고 토양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있어요. 생김새로 보아 토양미생물인데, 아무래도 굴삭 작업에 쓰인 화학재료들 때문에 엄청나게 번식한 것 같아요.”

 “이런 미국새끼들 때문에!”

 피터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현미경 속을 들여다봤다. 

 “죄송해요. 그냥 흥분이 돼서…….”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에요. 빨리 우주선을 타고 화성을 탈출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죽었을 거예요. 우리도 10분도 안돼서 온 몸에 구멍투성이가 될 것이라고요! 이곳은 멀리 떨어져 있고, 정착장과 가까워서 다행이군요. 지금 당장 갑시다. 비상용 압축 식량과 에어팩 챙기세요.”

 트네가 소리쳤다.

 “지금이요?”

 “지체할 시간이 없어요.”

 

 에어 팩과 압축 식량을 챙겨들고 정착장으로 갔다. 그곳에는 몇 명의 병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보자 돌아가라고 했다. 우리는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말했다. 처음에 믿지 않던 병사들은, 마침 살육의 현장에 있다가 도망쳐 나온 존 대령을 보고 준비를 했다. 존 대령은 소리쳤다. 

 “얼른 탈출 준비해!” 

 공군출신인 병사 한 명이 비행을 맡기로 하고, 이륙을 했다. 화성에서 차차 멀어지는 것을 창문을 통해 확인하고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6. 미아



 화성이 주먹만치 보일 때 갑자기 피터가 몸을 미친 듯이 긁어댔다. 그때까지는 그게 미생물들이 붙어서 그랬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피터는 우람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가냘프고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점은 눈 밑에서 시작되었다. 검은 피가 수돗물처럼 나오더니 큰 소리가 나면서 살가죽이 찢어졌다. 피터는 정신을 잃었는지 앞으로 쓰러졌다. 

 “사, 살아야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살겠다는 집념으로 소리쳤다.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겠니라.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몇 분 만에 나도 벌집이 될 것이다. 주머니에 넣어놨던 에어 팩과 압축 식량을 만졌다. 우주선 밖으로 나갈 것이다. 꼬리부분에 있는 비상탈출구의 손잡이를 밑으로 내리면 문이 열린다. 병사 한 명이 비명을 지를 때 꼬리부분으로 뛰어갔다. 트네와 조종석의 병사가 남아 있지만, 이젠 남을 걱정해 줄 처지가 아니다. 

 손잡이는 긴 쇠막대기였다. 지체하지 않고 손잡이를 밑으로 꾹 내렸다. 비상탈출구의 문이 우주공간속으로 떨어져 나갔다. 나도 그 속으로 몸을 던져 빠른 속도로 지구로 향하는 우주선을 지켜봤다. 우주선은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남은 병사와 트네가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상상했다. 에어 팩을 꺼내 산소마스크를 착용했다. 내가 앞으로 살 수 있는 기간은 약 15일간……. 


 하지만, 그건 나의 착오였다. 

 1분이 지나자,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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