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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는 산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6.07.25 16:50조회 수 967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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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이야기다.

 

그는 고등학생 무렵,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 자전거를 도둑맞고 말았다.

 

 

 

아직 사고 얼마 되지도 않았을 무렵이라, 무척 억울하고 분했다고 한다.

 

새 자전거를 살 때까지 일단 어머니 자전거를 빌려타고 다녔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자전거가 방치되어 있던걸 찾았다는 것이었다.

 

[새 자전거 안 사도 되겠네!]

 

 

 

그는 신이 나서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파출소에 찾아가기로 했다.

 

다음날, 파출소에 가자 초로의 경찰관이 자전거를 가져다주었다.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자전거는 완전히 손상되어 있었으니까.

 

온갖 곳이 시뻘겋게 녹이 슬고, 바퀴살도 몇개 떨어져 나간 채였다.

 

 

브레이크는 몇년동안 기름 한 번 안친 것 마냥 잡히지도 않는다.

 

 

 

타이어는 앞뒤 모두 금이 쫙쫙 가서 고무가 너덜너덜하다.

 

[이거 제 자전거 아닌데요!]

 

불평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분명 눈에 익었다.

 

 

 

아연실색해서 자세히 뜯어보니, 녹슨 등록증에 분명 자기 이름이 적혀있더란다.

 

[어떻게 며칠만에 이런 꼴이...]

 

기가 막혀하고 있자니, 경찰관이 안됐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해주더란다.

 

 

 

[하필 발견된 곳이 썩는 산이었으니까 말이요. 운이 나빴구만.]

 

인수서에 사인을 하자, 경찰관은 차를 권하며 이야기를 해줬다.

 

[이게 발견된 곳은 이 근방에서 유명한 썩는 산이라는 곳이요. 이상하게 그 산에 물건을 버려두면 엄청난 속도로 썩어버리거든. 물건이 금새 썩는다고 썩는 산이 된거지. 한해 한번씩은 산을 청소하는데, 그때마다 나오는 쓰레기들은 완전히 제 모습을 잃어서 원래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오.]

 

 

 

[그거 참 곤란한 곳이네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산이군요.]

 

[과거에는 미술품 위조꾼들이 자주 써먹었다고 하더라고. 찻잔 같은 걸 거기 묻어두면 금새 골동품처럼 보이게 되니 말이야. 뭐, 그것도 범죄에 써먹은 거니 아무 쓸모 없다는 말도 맞소, 맞아.]

 

경찰관은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결국 가져온 자전거는 열심히 닦고 수리해서 계속 타고 다녔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전거를 안 타게 될 무렵에, 앞바퀴 축이 접혀버렸어요. 그제야 버리기로 했습니다. 뭐랄까, 내가 타고 다닐 동안 필사적으로 버텨준 느낌이라 애착이 많이 갔어요. 버릴 때는 쓸쓸하고 미안하고 그러더라구요.]

 

지금도 그의 책상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자전거 벨이 올려져 있다.

 

 

 

그 자전거에 붙어있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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