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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괴담] 무언가에 홀린다던지 표적이 되거나 하면 어떻게 되는지 얘기해줄게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4.11.24 06:40조회 수 2003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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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을 읽고 무엇인가에 씌이거나 무엇인가가 쫒아오거나 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 난다는 것을 미리 말 해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내 경험에서 말하자면, 한 두번 액막이 한다고 어떻게 되는 일은 절대 아니다. 
긴 시간동안 아주 천천히 마음을 좀먹어 가기 때문에, 미리 액막이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고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금 여기서 그만두기를 바란다. 
  
본인이 영적으로 남보다 예민한 사람 또한 여기서 그만두기를 바란다. 
  
내 경우에는 이 상태가 대략 2년 반 동안 계속 되고 있다. 
일단 지금까지는 사지 멀쩡하게 살아는 있지만 이게 정말 끝인지, 아직 계속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일단 시작부터 써 보도록 하겠다. 
  
  
당시의 나는 23세로 사회에 나간지 1년째로 새로운 회사 등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시기였다. 
내가 들어간 회사는 그렇게 큰 회사가 아니라서 입사한 동기도 그 수가 적었고, 우리는 필연적으로 사이가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동기 중 A라는 친구가 있었다. 
왜 그런 사람 있지 않는가? 온갖 잡다한 지식을 다 알고 쓸데없이 아는 사람이 많은 사람. 
이 녀석이 꼭 그랬다. 
그래서 종종 '이러면 저래야 한다', '이런걸 이렇게 하면 뭐가 씌인다'와 같은 오컬트 적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 댔는데, 
거의 모든 그런 이야기들이 그렇듯, 그냥 듣고 잊어버리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의 나는 차도 산지 얼마 안 됐었고, 자취도 시작했고, 무엇보다 아르바이트 할 대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많은 급료를 받았기 때문에 주말에는 거의 노느라 바빴다. 
  
  
8월 초에 헌팅해서 친해진 여자애들과 A, 나 이렇게 4명이서 근처의 귀신이 나온다는 곳은 모조리 찾아다녔다.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간 곳마다 꽤 무서웠고 싸늘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여름에 할 수 있는 놀이로는 꽤 즐겁게 스릴을 만끽하곤 했었다. 
  
  
그렇게 놀다 왔던 어느날로부터 3일 정도가 지난 날. 
  
  
여느 회사처럼, 상사가 퇴근하지 않으면 신입사원들도 집에 못 가는 암묵적인 룰 덕분에, 나도 거의 매일 늦은 시간에 퇴근하곤 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를 나와서 한참을 걸어 역에 들어가서 전철을 타고 사람에 치이면서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지만, 나도 모르게 방 입구에 있는 전신거울 앞에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꼭 그 것을 해봐야겠다 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고, 정말 나도 모르게 해 본 것 뿐이었다. 
  
  
여기서 일단 조금만 설명을 하겠다. 
당시의 우리 집은 역에서 15분, 12평 원룸, 현관에서 방으로 통하는 짤막한 복도가 있고 그 앞에 방이 있었다. 
전신거울은 방의 입구, 곧 복도와 방의 경계되는 부분에 있었다. 
  
  
내가 A로부터 들었던 것은 '어두운 거울 앞에서 ( )을 하고 오른쪽을 보면 ( )이 온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불도 켜지 않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거울을 보고 ( )을 했다. 
  
  
하면서도 바보같은 생각이 들어 '올 리가 없지..' 라고 생각하곤 피식거리면서 거울에서 눈을 뗐다. 
  
  
  
  
응..? 
  
  
  
  
방 한 가운데 무엇인가 있었다. 
  
  
  
  
등골이 서늘 하다는 말이 이런 기분일까. 
  
  
그 것은 키가 160센치 정도 돼 보이고 마구 헝클어진 머리가 허리춤까지 늘어져 있었다. 
다행히 얼굴은 부적 같은 것이 몇 장이나 붙어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 
그 것은 수의같은 지저분한 흰 옷을 입고 있었고 
어둠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좌 우로 몸을 흔들고 있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공포에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몸은 조금도 움직이질 않았다. 
  
  
머리속에서는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엄청나게 생각을 하는 것 같았지만, 도무지 나는 알 방법이 없었다. 
  
  
여러분도 상상해보길 바란다. 
작고 어두컴컴한 원룸에 아무 소리도 없이 당신과 함께 '무엇인가'가 한 공간에 있는 것을. 
  
  
불을 켜는 것은 더 무서웠다. 
그 것이 너무 잘 보일까봐. 
  
  
시간이 멈췄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적만 흘렀다. 
  
  
일단, 내가 내린 결론은 방에서 도망치기 였다. 
  
  
덜덜 떨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가방을 잡았다. 
'그 것'으로부터는 단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눈을 떼면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그렇게 눈을 떼지 않고 가방을 집어들고 그 대로 뒷걸음질로 한발짝 한발짝 신중하게 현관으로 향했다. 
  
  
복도를 반쯤 지났을 때였다. 
  
  
  
  
  
"끄어어어어어어!!!!!!!!!" 
  
  
  
  
  
갑자기 그것의 좌우로 흔들리는 움직임이 엄청나게 커지면서 앓는 소리 같은 것을 내기 시작했다. 
  
  
그 후로는 잘기억이 나지 않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역 앞 편의점에 들어가 있었다.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긴 했다. 
하지만 머리속은 엉망진창이었다. 
결국 그 날 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24시간 열려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밤을 새웠다. 
  
  
하늘이 밝아졌을 때 즈음에 집에 돌아가 보았다. 
  
  
집 앞에서 초초하게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심호흡을 몇 번이나 했다. 
  
  
떨리는 손으로 현관문을 살짝 열어서 방 쪽을 보았다. 
  
  
없다. 
  
  
다행이다.. 그냥 헛 것을 본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실제로 그런게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밖은 훨씬 밝아졌고, 없다는 것을 확인 한 후로는 여유도 생겨서 대담하게 방에 들어갔다. 
  
  
커튼을 젖히자, 방 안이 밝아지고, 어제의 일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증거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또 주저 앉을 뻔 봤다. 
  
  
어제 '그 것'이 있던 자리에는 무슨 늪(?), 찌꺼기 같은 여튼 세상에서 가장 더러워 보이는 진흙탕이 바닥에 조금 고여 있었다. 
  
  
그 것이 눈에 들어오고 나자 방에서 그때서야 방에 엄청나게 악취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다시 부들부들 떨려오는 몸 때문에 사태를 파악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러고 보니 어제 불을 안 켰는데 불은 왜 켜졌있을까 하고 생각하곤 불을 끄려고 보니 스위치에도 이 진흙이 묻어 있었다. 
  
  
한참 동안을 그렇게 아무 것도 못하고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가, 점점 '나와버린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 했다. 
  
  
일단 그 더러운 것을 치우고 샤워를 하고 회사에 갔다. 
A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에게 들었던 것 때문에 그 것이 나왔다고 생각하는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논리적인 생각이었고, A라면 왠지 해결 방법을 알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 가니 매일 똑같은 일상이 나를 기다렸다. 
나는 저렇게 비현실적이고 무서운 일을 당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세상은 변함이 없다는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점심시간에 A에게 가서 말을 꺼냈다. 
  
  
"저기.. 전에 말한.. '( )를 하면 ( )가 나온다'는 이야기 있잖아.. 그거 어제 했는데 나왔어." 
  
  
"응? 무슨소리야?" 
  
  
"그러니까 니가 말했던거 진짜 해봤더니 나왔다고. 
  
  
A는 전혀 믿지 않았다. 
  
  
"아, 진짜? 나왔구나. 그래서?" 
  
  
"야, 장난 아니야! 진짜 나 죽겠다니까!" 
  
  
장난이라고만 생각하는 A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하나부터 자세히 설명을 했다. 
처음엔 내 농담이라고 생각하던 A도 나중에는 반신반의하며 심각하게 들었다. 
  
  
일단 회사가 끝나고 우리 집에 와서 확인했다. 
  
  
문을 여는 순간 오늘 아침에 나던 그 악취가 코를 찔렀다. 
  
  
A도 이제 장난이 아니란걸 확신했는지 심각한 얼굴이 돼 있었다. 
  
  
나는 잡다한 지식이 많은 A라면 뭔가 해결책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A는 아는 사람 소개 해 줄테니 액막이를 하는게 어떻냐는 말만 하고 도망치듯이 집에 가 버렸다. 
  
  
너무나도 무책임한 A의 반응에 조금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그 녀석이 잘못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일단 녀석의 인맥에 기대해 보기로 했다. 
  
  
나는 차마 집에서 자지는 못하고 근처 모텔에서 잠을 잤다. 
내 방에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웠다. 
  
  
회사에는 몸이 안 좋아서 휴가를 쓴다고 통보했다. 
이런 거짓말 따위, 내가 처해있는 지금 이 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됐다. 
이렇게 며칠만 더 살아도 정말 병이 생길 터이니 거짓말도 아니었다. 
  
  
일단 근처의 절에 가 보았다. 
  
  
스님에게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더니, "우리 전문이 아니라 모르겠네요. 스트레스 같은거 아닌가요? 조금 쉬면 나을 겁니다." 
라는 돌팔이 의사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무책임한 말을 했다. 
  
  
그 후에도 유명한 절 이라는 곳을 몇 군데 더 가 봤는데도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절망적이었다. 
  
  
혼자서는 어찌 해야할줄을 모르겠었다. 
  
  
나는 고향에 돌아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저 집에 돌아가는 것이 무서웠고, 또 외할머니가 아는 S선생님이라는 비구니에게 상담하고 싶었다. 
  
  
외할머니가 다니는 S선생님의 자택겸 절은 그 쪽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했다. 
어릴 적 외할머니 댁이 이사를 했을 때 고사를 지냈는데, 그 때 보고는 나는 S 선생님을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성품이 온화하고 차분한 말투였다고 기억되는 S선생님밖에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번 일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내 머리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밤 9시가 다 되서 고향 집에 도착했다. 
공장밖에 없는 동네라서 이 시간쯤 되면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다. 
  
  
버스 정류장에서 20분 정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사람이 없는 밤 중이다보니 또 무서운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다행히 '그 것'은 없었다. 
  
  
그렇게 집을 향해 밤 길을 걷고 있는데, 서늘한 밤 공기에 비해 목 언저리가 점점 뜨거워 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으로 만져보면 아무것도 없었지만 조금씩 뜨거워지는게 느껴졌다. 
  
  
조금 더 걷다보니 점점 뜨거워 지다 이젠 약간 쓰라리기까지 했다. 
싸구려 티셔츠 목 부분에 목을 조금 쓸린 것 같았다. 
  
  
손으로 목을 만져보니 우둘투둘한게 나기 시작했다. 
땀을 흘리면서 하루종일 돌아다녀서 땀띠가 난 것 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약간 쓰라림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됐고, 마치 천이나 줄 같은 것을 내 목에 걸고 좌 우로 흔드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통 자체는 못 견딜정도로 아픈건 아니었지만 나는 또 무서운 기분이 들어 뛰기 시작했다. 
  
  
숨을 헐떡이며 집 현관문을 열자 어머니가 걱정된 표정을 짓고 나왔다. 
  
  
"외할머니가 그러는데 S선생님이 네가 안 좋은 일이 있으니까 오라고 하셨다고 전화가 왔는데, 무슨 일이 있는거니? 어머! 목은 또 왜 그래?" 
  
  
어머니의 말을 듣고 신발장에 달린 거울을 봤다. 
  
  
목에 밧줄이 감겼던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밧줄 모양으로 작고 오돌토돌한 발진 같은 것도 나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몸에서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 방에서 떨어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도망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것이 나를 따라올 수도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또 토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머니에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냥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어머니 방 앞의 불상 앞에 앉아서 입에서 나오는대로 엉엉 울면서 염불 비슷한 것을 외웠다. 
  
  
나는 어머니나 외할머니처럼 독실하게 절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염불 외는 방법을 아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버지가 "무슨일이냐!" 라고 소리를 질렀고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고 울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같았다. 
  
  
도망칠 곳이 없다는 공포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게 나는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내가 놓인 상황을 이해하는데 3일이 걸렸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서인지, 그 것이 한 짓인지, 나는 이틀동안 고열에 시달렸다. 
목에서는 이상할정도로 땀을 흘렸고, 이틀 째 오후에는 피까지 배어나왔다. 
다행히 삼일 째 되던 날 아침엔 목에서 나던 피는 멎어 있었다. 
열도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몸 상태가 약간 안정이 된 것 같았다. 
목 주변이 조금 가려운 것이 신경이 쓰이는 정도였다. 
따끔거림과 가려움이 함께 오는 그 기분을 아는가? 
평소에는 조금 가렵다 싶은 정도였지만, 베게나 이불, 수건에 닿으면 작지만 예리한 통증이 있었다. 
피가 난 후에 딱지가 져서 가려운 것이라고 생각해서 만지지 않도록 했다. 
이불에 들어가서 저녁때까지 목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거울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모습이 얼마나 징그러울지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화장실에 갔을 때 만큼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거울을 보고 말았다. 
거울 속엔 꼴도보기 싫은 모습의 내가 있었다. 
목의 붉은 기운이 거의 사라진 대신 발진이 커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비위가 상해 밥맛이 떨어지는 모습이라서 최대한 묘사를 자제하겠다. 
목 주변에 생긴 밧줄 모양의 자국은 약 1센치 정도 였다. 
처음 이렇게 됐을 때에는 그 자국이 빨갛게 되어 원래 피부가 흰편이었던 내 피부위에 정말 붉은 줄이 감겨있는 것 처럼 보였다. 
지금은 저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붉은 기운이 없어진 대신 붉었던 부분에 다닥다닥 발진이 생겨 있었고, 그 안에는 빽빽하게 고름이 차 들어 있었다. 
원래 약한 환공포증이 있었던 나는 그 자리에서 그 것을 보고 바로 토햇다. 
다시 한번 거울을 보고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울면서 목을 씻고 방으로 돌아가 누웠다. 
한참을 울었을까. 
전화가 울렸다. 
A였다. 
너무나도 절망에 빠져있던 나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절망적일 땐 정말 작은 희망이라도 엄청나게 힘이 되는 법이었\다. 
"여보세요, 괜찮아?" 
"안 괜찮아.. 뭐좀 알아 봤냐?" 
"내가 알아봤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미안하다." 
내가 원하던 대답과 정 반대의 대답에 조금 짜증이 났다. 
하지만 A는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 대신에, 내 친구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쪽으로 유명한 사람이 있는데.. 소개해 준다고는 하는데 돈이 좀 필요하대.." 
"얼만데?" 
"50만엔.." 
"50??" 
사회 초년생 월급쟁이인 내게 50만엔은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하지만 이 고통과 공포에 비하면 생각할 가치도 없었다. 
"알았으니까 얼른 소개해줘." 
"내가 물어볼테니까 잠깐 기다려." 
나는 그렇게 전화를 끊고 작은 희망의 끈을 잡고서 다시 눈을 감았다. 
이야기가 조금 앞으로 돌아가지만, 내가 며칠 전 그 일 때문에 불상 앞에서 나무아미타불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는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외할머니는 곧바로 S선생님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S선생님도 와주기로 했었다. 
하지만 S선생님도 바쁜데다 고령이다보니 이 곳에 오시기에는 아무리 빨라도 3주 후라고 했다. 
곧, 3주 간은 불안과 공포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속에 살아야한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나는 A 덕분에 조금이라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다시 A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늦어서 미안. 내일 와줄 수 있대. 집까지 차로 간다니까 주소좀 문자로 보내." 
"내일? 너는 안 와?" 
"갈거야. 걱정말고 있어." 
그날 밤 나는 꿈을 꿨다. 
자고 있는 내 곁에, 하얀 기모노를 입은 젊은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내가 그녀를 보자, 그녀는 손을 곱게 모으고 내게 천천히 절을 한 후 방에서 나갔다. 
방을 나가기 전에 또 한 번 머리를 깊이 숙였다. 
이 꿈이 그 것과 관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날 정오가 지날 때 쯤 A에게서 연락이 왔다. 
전화로 길을 설명하고 마중을 나갔다. 
온 사람은 A와 A의 친구, 그리고 3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왔다. 
조금 양아치같은 외모 때문인지 보통 사람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설명해두지 않았다면 부모님도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을 하야시라고 소개했다. 
"아드님 이야기는 A로부터 들었습니다. 큰일이더군요." 하야시씨가 말을 꺼냈다. 
"하야시씨는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 분이십니까?" 아버지는 아직 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버님, 이 것은 전문가가 아니면 어찌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아버님도 보시면 알겠지만 아드님이 이대로는 위험하단말입니다. 아드님 친구가 아드님이 위험하다고 도와달라고 부탁하니까 여기까지 온 거고요." 
"우리 아들이 그렇게 위험한가요?" 듣고만 있던 어머니가 말했다. 
"예, 제가 이런 일은 많이 했다고 자부하는 편입니다만, 이렇게 심한건 처음입니다. 일단 이 방에도 안 좋은 기운으로 가득 차 있고 말입니다. 제대로 액막이 해서 주위를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아드님께 큰 일이 날겁니다." 
일부러 겁주려는지 모르겠지만 하야시씨는 굉장히 끔찍한 말을 해 댔다. 
"그럼.. 하야시씨에게 부탁하면 되는건가요..?" 
"맡겨만 주십시오. 저희같은 전문가가 아니면 이런건 안 되거든요. 하지만 저희도 리스크 떠안고 하는거라서 조금 넣어 주셔야겠습니다. 뭐.. 다들 아시죠?" 
"그래서.. 얼마정도..?" 
"200만엔 정도는 주셔야.. 비싼 금액이긴 하지만, 아드님 생각을 하면 싼 편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게다가 또 이런 것을 아는 사람도 얼마 안 돼요. 처음부터 다시 찾으실건가요?" 
  
  
200만엔은 너무 비쌌다. 
A의 표정을 봤는데, A도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는지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오늘 밤 액막이를 한다고 들었다. 
하야시씨는 준비를 해야 한다며 잠시 나갔다가 저녁때에 들어와선, 방에 초를 세우고 부적같은 종이를 구석구석 붙였다. 
무릎 앞에는 수정구를 놓고 염주를 들고 술을 따랐다. 
  
  
"이러면 괜찮아 질겁니다. 어머님 아버님, 죄송하지만 집에서 나가주시겠습니까? 영이 옮겨 붙기라고 하면 큰 일이니까요." 하야시씨가 말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밖에 세워둔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해가 저물고 약간 어둑어둑해 졌을 무렵에 액막이가 시작되었다. 
  
  
하야시씨는 방 한 가운데에 요를 깔고 그 위에 내가 이불을 덮고 누우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누워서 눈을 감았다. 
하야시씨는 낮은 목소리로 경을 외기 시작했고, 나는 그렇게 얼른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눈을 감고 있었다. 
  
  
액막이가 시작되고 한참이 지난 후, 경을 외는 목소리가 조금씩 끊기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있자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고, 조금씩 이상해져가는 염불이 들렸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언젠가부터 목이 굉장히 가려웠다. 
그러더니 점점 통증으로 변해갔고, 이제는 가려움을 넘어 아프기만 했다. 
하지만 눈을 떠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았다. 
  
  
그런데 갑자기 염불이 멈췄다. 
  
  
이상하다.. 
  
  
내가 잘 아는건 아니지만, 염불소리가 이상했다. 
그 왜, 그런 것에는 박자가 있지 않나. 하지만 언젠가부터 염불은 그런 박자같은 것도 하나도 맞지 않았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혀꼬부라진 소리만 하더니 결국은 이렇게 멈춰버렸다. 
  
  
여기까지만이라도 그런가보다 할텐데, 끝난 것 같은데도 하야시씨는 아무 말도 하지않고 또 나에게도 아무 것도 없었다. 
무엇보다 목의 통증이 전혀 사라지지 않고 더해져만 갔다. 
  
  
뭔가 한기도 들었고 이불 위에 기척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눈을 떠서는 안 된다.. 
절대로 눈을 떠서는 안 된다.. 
  
  
  
  
알고는 있었지만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잔뜩 힘에 줬던 눈에 힘을 조금씩 뺐다. 
살이 떨려왔다. 
  
  
실눈을 뜨고 살짝 주위를 둘러보니,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방 가운데의 이불 속에 누워있는 내 오른쪽에 하야시씨가 앉아서 액막이를 하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 
  
  
나와 하야시씨 사이에 하야시씨를 향해 '그 것'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고, 상반신만 쭉 빼서 자신의 얼굴을 하야시씨 얼굴 바로 앞에 갖다 대고 있었다. 
  
  
신기한 것을 보는 것 처럼 얼굴을 엄청난 속도로 갸웃 거리고 있었는데, 꼭 부엉이 같았다. 
  
  
목이 1초에도 수십번씩 꺾이는 그 너무나도 기괴한 움직임때문에 그 것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본능적인 공포심이 나를 짖눌렀다. 
  
  
자세히 보니 그 것은 내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하야시씨의 얼굴에 대고 무엇인가를 속닥거리는 것 같았다. 
하야시씨는 고개를 숙이고 공허한 눈빛으로 한 곳만을 응시하고 있었고,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나왔다. 
  
  
나는 눈을 깜빡이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 
  
  
다른 곳을 보고싶어도, 가위에 눌린 것 처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때, 그 것의 움직임이 딱 멈췄고, 고개를 돌리는 새도 없이 마치 뒤통수가 그대로 얼굴이 된 것 처럼 내 쪽을 돌아봤다.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눈을 꼭 감았다. 
입으로는 또 나도모르게 나무아미타불을 외고 있었다. 
  
  
나는 한 사람을 겨우 덮는 그 작은 이불에 의지하고 더 깊이 깊이 파고들었다. 
  
  
내가 느끼는 차디찬 공포에 비해 나를 지켜주는 것은 작고 약하기만 했다. 
  
  
나는 그렇게 또 정신을 잃었다. 
  
부모님이 나를 발견했을 때, 나는 몸을 둥글게 만 채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고 한다. 
하야시는 우리 집에서 뛰쳐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동차를 타고 A와 A의 친구와 함께 어딘가로 도망친 것 같았다. 
이제 더 이상 S선생님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 일이 있은 후 4일 째. 
목은 조금 흉이 지긴 했지만 조금 괜찮아 졌다. 
열도 내리고 체력도 많이 돌아왔다. 
하지만 신체적인 문제를 떠나서 더 큰 일은 정신적인 문제였다. 
아침이건 저녁이건 관계없이 나는 계속 겁에질려 있었다.. 
언제 어디서 그 것이 또 나타날 것을 생각하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고 식사도 거의 하지 못한 채,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만 있었다. 
10일 정도만에 내 얼굴이 폭삭 늙어버린 것 같았다. 
회사는 당연히 가지 못했고, 부모님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어쨌든 나는 계속 겁에 질려 있었고, 세탁기가 움직이는 소리나 창 밖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에도 혼자 발작하듯 무서워했다. 
S 선생님이 오기로 한 날 까지 2주일이나 남아 있었다. 
그런 나를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부모님은 나를 차에 싣고 어딘가로 향했다. 
아버지는 몇 번이나 "괜찮을거다", "걱정마라"고 말을 해 주었다. 
자동차 뒷좌석에 나와 같이 앉은 어머니는 내 어깨를 계속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어머니가 이렇게 쓰다듬어 준 것은 몇 년만일까.. 
시간 감각이 하나도 없어서인지 자동차는 어느샌가 밤길을 달리고 있었다. 
나도 어느샌가 어머니 품에 기대서 잠이 들어있었다. 
오랜만에 깊게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는 또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였다. 
깊게 잠을 청해서인지 이렇게 몸이 상쾌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만 하루하고 반나절동안 잠이 들었었다고 했다. 
창 밖에 조금씩 내가 아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로 중앙에 전철이 달리고 있었다. 
우리는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이렇게 먼 거리를 오직 내 걱정만으로 한 숨도 자지 않고 운전해 준 아버지와,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내 곁에 있어준 어머니에게는 평생동안 은혜를 다 갚지 못 할 것이다. 
할머니가 사는 곳은 나가사키의 야나가와라는 곳이었다.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부모님이 할머니를 데리러 갔다. 
나를 걱정한 어머니가 남으려 했지만, 나는 악몽같은 집에서 떨어지고 오랜만에 잘 잔 덕분인지 기분이 썩 나쁘지 않아서, 부모님 모두에게 다녀오라고 말했다. 
나는 뒷좌석에 앉은채로 다리를 끌어모아 쭈그려 앉아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목에 익숙한 통증이 스며들었다. 
익숙한 통증이지만 그 정도가 지금까지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통증이었다. 
머리가 핑 돌 정도로 아팠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목에 대자 피가 묻어나왔다. 
이제 무섭고 아프고를 느끼기 전에 그냥 '아.. 또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짜증이 나서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어쩌라고.." , "적당히좀 하자.."라고 혼잣말을 하며 엉엉 울고 있자, 곧 차로 돌아온 부모님과 할머니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아이고 아가 왜 이러냐.." , "또 무슨일이냐.."며 덩달아 울자 나도 모르게 당신들이 가장 시끄럽다고 소리를 질러버렸다. 
왜 그러냐니? 
정말 내가 설명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나에게 그렇게 물어대는지 정말 짜증이 났다. 
나도 어쩔 수 없으니까 이렇게 힘들어하고만 있는데.. 
라는 생각으로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지금 생각하면 부모님과 할머니께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그렇게 욕을 하며 부모님과 할머니께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나를 차마 못 보겠었는지, 아버지가 내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사과드려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머리가 통째로 돌아갈만큼 아팠지만, 목의 통증을 떠나서 갑자기 눈 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흔히 말하는 '별이 보였다'는 느낌이 이런 것일 것이다. 
게다가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버지에게 맞아본 적이 처음이었다. 
  
그 충격에서인지 신기하게도 목의 통증이 가시고 내 상태가 조금 안정됐다. 
모두가 냉정을 되찾고 그대로 차에 타고 S선생님 댁(절이기도 하다)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 차를 달리고 S선생님의 절에 도착하자 또 목에 있던 통증이 더 가벼워 진 느낌이었다. 
아마도 내가 그냥 안심한 것 뿐일테지만. 
문을 지나고 돌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걸어가자 앞쪽에 초로의 남자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안 쪽에 또 하나의 문이 있었고, 그 안에 작은 법당이 있었다. 
S선생님은 불상 앞에 방석을 깔고 무릎을 꿇은 다소곳한 자세로 나를 돌아보았다. 
"T군(나), 이제 선생님이 봐 주시면 괜찮아 질게다." 할머니가 말했다. 
"오랜만이네, 이렇게 커버리다니, 세월 참 빠르구나." 
할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S선생님은 내 몸을 따스하게 감싸는 듯한 목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너무나도 마음이 편해진 나머지, 할머니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내게 이것 저것 말하며 S선생님께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나는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냥 그때까지 쥐고 있었던 긴장의 끈을 놓아버린 것 처럼 그냥 그 곳에서 편해졌다. 
"T군, 이 쪽으로." 
마치 홀린 듯이 나는 S선생님의 목소리를 따라 한 쪽 방에 들어가 방석 위에 무릎을 꿇고 바르게 앉았다. 
바르게 앉았다기 보다는 그냥 바르게 앉혀졌다. 
선생님이 주는 편안함에 허리에서부터 힘이 빠진 것 같았다.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는 옆방에서 기다리는 것 같았고, 이 방 안에는 S선생님과 나밖에 없었다. 
귓가에 부모님과 할머니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S선생님께 나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음이 아팠다. 
"T군, 무섭니?" S선생님이 깊은 눈으로 나를 지그시 쳐다보며 말했다. 
"네.." 
"그래.. 뭐 이대로 살긴 힘들테니까.. 맞네.." 
"네?" 조금 성의없고 힘빠지는 선생님의 말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됐어, 이쪽 이야기니까." 
... 
나는 또 순식간에 너무 화가났다. 
됐다고? 
나는 죽겠는데 차분한 말로 그냥 '됐다'고 일축하는 선생님에게 짜증이 밀려왔다.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당하는건 난데?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조금 전에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했던 것 처럼 흥분한채로 마구 소리쳤다. 
"나는 뭐 어떻게 된다는건데요? 
얼른 어떻게든 해결을 했으면 좋겠는데 됐다니요! 
그 이상한건 왜 저한테 붙어서 이래요? 
내가 못된짓을 하는 나쁜 사람도 아니고, 
내가 거울보고 이상한 짓을 하긴 했지만 이정도로 벌을 받아야 할 짓인지도 모르겠고, 
 아악!! 이게 도대체 뭔데요!!" 
  
  
  
  
"우웩...그.........우....................ㄹ" 
"오..애.........글.........ㅇ............애" 
"글우..................애..................." 
  
  
  
  
그렇게 흥분해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왼쪽 귀에만 무슨 앵무새가 말하는 소리와 테잎이 늘어난 소리가 섞인듯한 기분나쁜 소리가 들렸다. 
그 것이 "왜 그래"라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나는 흥분하면서도 아까 앉았던 곳에 선생님을 마주보고 앉아있었고, 시선 또한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흥분해서 정신없이 소리를 지를 때까지만 해도 인자한 표정이었던 선생님의 얼굴이 무표정이 돼 있었다. 
시선 한 구석에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까부터 그 목소리와 함께 시선의 왼쪽 구석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머리는 필사적으로 그 쪽을 보지 말라고 했지만 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그 쪽을 봐 버렸다. 
  
'그 것'이 있었다. 
  
선생님과 나밖에 없었던 그 좁은 방에, 내 얼굴 바로 옆에, 일주일 전 본 것이 있었다. 
하야시에게 했던 것같이 부엉이처럼 머리를 기괴하게 움직이면서 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입은 쉬지않고 "왜그래? 왜그래? 왜그래? 왜그래?"라고 말하고 있었는데, 
그 목소리가 앵무새같기도 하고 늘어진 테잎같기도 해서 기괴함이 더했다.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내 숨은 턱턱 막히는데 그 것은 내 얼굴에 썩은 냄새가 나는 입김을 불어대며 더욱 빠른 속도로 
"왜그래? 왜그래? 왜그래?"라고 반복하고만 있었다. 
또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머리속으로는 그만 하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지만 정작 입으로 나오는 소리는 "어버버"정도 밖에 나오질 않았다. 
그 것으로부터 눈도 떼지 못하고 그 기괴한 얼굴과 목소리를 계속 들어야만 했던 내가 또 정신줄을 놓으려고 한 순간 
  
  
  
  
"퍼엉!!!!!!!!!" 
  
  
  
  
엄청난 폭음이 있었다. 
  
  
그 것과 얼굴을 맞댄 채로 마치 가위에 눌린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그 폭음을 듣고 몸이 튕겨져 나가는 듯이 일어섰다. 
  
  
아니, 일어섰다기 보다, 몸을 거의 쓰러트리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도망쳐야겠다는 생각 외엔. 
  
  
하지만,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서인지 다리가 저려서 생각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이 저리면 다리에 감각이 아예 없어지는 그 상태였다. 
그 상태의 다리를 가지고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나갔기 때문인지 나는 넘어지면서 머리로 벽을 들이받았다. 
  
  
하지만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이마가 깨져 피가 철철 나오고 있었는데도, 나는 그런 것에 신경을 쓰고 있을 수가 없었다. 
  
  
피가 눈에 들어와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은채로 손을 휘저으며 출구를 찾았지만, 벽밖에 만져지지 않았다. 
  
  
도망칠 수가 없었다. 
  
  
"아직 안 돼!!" 
  
  
갑자기 선생님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에게 한 소리인지, 다른 방에서 누군가가 소란을 듣고 들어오려는 것을 막으려고 소리를 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일단 내 행동을 멈추게 하기에는 충분한 목소리였다.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경직되면서도 머리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든 이해를 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해는 커녕 아까 보았던 '그 것'의 얼굴만 떠오르면서 도무지 진정할 수가 없었다. 
  
  
일단 내가 발광하며 움직이는 것을 멈추자 선생님은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T군,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제 괜찮으니까 다시 이쪽으로 오렴. 다른 가족분들도 거기 그대로 계세요." 
  
  
우리 가족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선생님이 건내주신 손수건으로 얼굴의 피를 닦아냈다. 
  
  
"T군, 아까그거.. 봤지? 들리기도 했니?" 
  
  
"네, 보이기도 보였고 계속 '왜 그래'라고 반복하고 있었어요.." 
  
  
단 두 마디 나눴을 뿐인데 마음이 또 편해지면서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왜 그래?' 라고 했구나.. 그래서 T군은 무슨 생각이 들었어?" 
  
  
무슨 생각이 들었냐니... 무슨 대답을 원하는걸까.. 
  
  
"자.. 잘.. 모르겠습니다.." 
  
  
"아까 '그 것'이 무섭니?" 
  
  
"네.. 너무나도.." 
  
  
  
"뭐가 무서운데?" 
  
  
  
"그..그게... 이런게 정상적인건 아닌거같고.. 귀신이잖아요.." 
  
  
이런 것을 왜 묻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선생님은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깊은 호수같이 차분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질문을 계속 했다. 
  
  
"그래.. 그런데, '그 것'이 T군에게 해코지 하거나 나쁜 일은 없었지 않니?" 
  
  
"목에서 피도 나오고.. 이런게 방 안에 나오는게.. 해코지가 아니고 나쁜 일이 아닌가요?" 
  
  
"그 것 말고 다른 일은 있었니? 그래.. 어렵구나.." 
  
  
선생님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한참 동안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또 눈을 떴을 때 내게 설명을 해 주었다. 
  
  
"악한 마음은 없는데 너무 강하면 이렇게 돼 버린단다. '그 것'도 오랫동안 외로웠으니까.. 
'이야기 하고싶다, 만지고 싶다, 봐 주었으면 좋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네. 
T군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T군은 따뜻한 사람이란다. 
그런 T군을 보고 '그 것'은 모습을 내비쳐 본 것이고, 
자신을 볼 수 있는 T군을 발견하곤 기뻐서 어찌할 수가 없었을거야. 
하지만 T군은 '그 것'에 비하면 너무 약한 사람이다보니까 몸이 먼저 반응해 버리는 것이고, 무섭다고 느끼는 것이고.." 
  
  
선생님은 마치 어린 아이에게 옛날 이야기를 하듯이 천천히 설명을 했다. 
  
  
설명을 듣고 있자니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것은 귀신이 아니엇던가.. 
왜 선생님은 그 것을 감싸는 것일까.. 
  
  
"자, 이제 어떻게든 해줘야 할텐데..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괜찮겠지?" 
  
  
내 이상한 기분도, 그 때까지의 무서웠던 공포심도 이 한마디에 깨끗이 사라졌다. 
선생님의 차분한 말투에 몸을 맡기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안심이 됐다. 
  
  
그리고 선생님이 한 말은 내 평생에 좌우명으로 생각하는 말씀이다. 
  
  
"생긴 것이 무서워도, 본인이 모르는 것이라도, 자신과 똑같이 아파하고 있다고 생각하렴.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줘야한다."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 그대로 경을 외기 시작했다. 
액막이나 그런 것을 위한 경이 아닌, 그 것이 제대로 성불할 수 있도록 외우는 경이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 것도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날밤은 목의 상처가 조금 커지긴 했지만, 정말 깊게 푹 잘 수가 있었다. 
  
  
그 후에 나는 산으로 보내졌다. 
선생님의 종파는 전에도 말했다시피 굉장히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그 산은 선생님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덕을 더 쌓기 위해 모이는 아주 영적인 공간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그 것이 조금이라도 빨리 성불할 수 있도록 산에서 공양하기 위해 간다고 말했다. 
  
  
산에 도착하자 동자승이 우리를 마중나와 있었고, 선생님에게 예의바르게 인사를 했다. 
  
  
산 가운데의 본당 사람들은 나를 맞아주었다. 
그 곳에는 정말 자신의 덕을 쌓기 위한 사람들도 많았고, 나처럼 '다른 것' 때문에 와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더 힘든 경험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 사람들이 점점 괜찮아 지고 있다고 했다. 
  
  
미리 이야기를 듣고 와서인지, 정말 이 곳이 영적인 곳이라서 그런지, 이미 내 공포심은 많이 옅어져 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그 날로부터 산에 살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또 목에서 피가나고 그 것이 내 앞에 나타나는 일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것은 그 후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1개월 후, 선생님이 나를 찾아왔다. 
  
  
"꽤 괜찮아 진 것 같네? 그래, 그 후엔 괜찮니?" 
  
  
"예, 한 번도 안 보였어요. 산에 와서 있으니까 성불한거 아닌가요?" 
  
  
"아직 성불하지 않았단다. 어머.. 미안하구나. 또 무서운 생각이 들었겠네.. 
너도 여기에서 살아서 알겠지만, 이 곳에는 더 힘든 일을 당한 사람도 많지 않니. 
그 사람들을 도와주는게 우리 일이란다. 
조금만 더 참고 이 곳에 있도록 해라." 
  
  
산을 내려가면 또 그 것이 나올거란 생각에 나는 선생님이 한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3개월을 그 곳에 있었다. 
  
  
다행히 그 것은 내가 산에 있는 동안 한 번도 오지 않았고, 회사도 가지 않고 사람들에게 치이는 일도 없이 나름 평온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것은 선생님 말대로 나쁜 악령 같은 것은 아니었나보다. 
  
  
나도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또 선생님이 그 것에 관해 했던 말들도 곱씹으며 최대한 그 것을 미워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또한 가만히 명상만 하기에도 한계가 있어서, 책을 읽고 또, 지금 까지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써 보기도 했다. 
  
  
그렇게 두 달만에 또 S선생님을 만날 수가 있었다. 
선생님이 찾아오자, 이제 겨우 이 좀 쑤시는 곳에서 내려갈 수 있겠다고 마음 한편으론 조금 후련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생님은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T군, 집에가지말고 여기 계속 있는건 어때?" 
  
  
"아.. 전 여기 있는 사람들처럼은 못 할 것 같은데요.." 
  
  
"그게 아니라, 집에 가면 안 돼." 
  
  
"예?" 
  
  
"응.. 아직 '그 것'이 남아 있으니까.." 
  
  
그렇게 또 2개월을 보냈다. 
슬슬 산 속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생활에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은 참 간사한 것이 그렇게 무서웠던 기억이 시간과 함께 점점 옅어져 가고, 지금은 이 답답함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2개월 후에 또 나를 본 선생님은.. "흠.. 괜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이곳에 오도록 해요." 라고 말했다. 
  
  
길고 길었던 산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거의 반년만에 집으로 왔다. 
집으로 돌아오니 기분이 좋았다. 
도쿄에서 빌렸던 월세방은 이미 어머니가 정리해 주었고 내 짐도 다 여기로 와 있었다. 
반년만에 핸드폰을 켜 보았다. 
  
  
A에게서 문자가 많이 와 있었다. 
자기가 가르쳐 준 것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겨서 미안하다, 하야시 일은 미안하다, 
부모님께 멀리 간다고 들었다 등등 나를 걱정해주고 사죄하는 문자가 여러 통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A는 그 후에도 몇 번이나 우리 집에 와서 부모님께 사죄했다고 했다. 
  
  
A에게 전화를 해서 만나기로 했고, 다음날 A가 우리 집까지 찾아왔다. 
집에 찾아온 A의 얼굴을 힘껏 후려 갈겼다. 
그냥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다. 
A도 그냥 맞아 주었다. 
  
  
A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빠짐없이 말해 주었다. 
  
  
그리고 A는 하야시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야시는 그 때 집에서 뛰쳐 나오고는 A와 친구가 타고 있던 자동차의 뒷좌석으로 굴러 들어와서 빨리 차를 출발하라고만 말했다고 했다. 
  
  
A는 도망치려는 생각보다 하야시의 형상이 너무 무서워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심지어 하야시는 중간중간 울다가 웃다가 소리를 질렀다가 누가봐도 미친 사람인 것 같아서, A와 친구는 신호등에 걸렸을때 차를 버리고 줄행랑 쳤다고 했다. 
  
  
하야시는 지금도 정신병원에 있다고 들었다고 한다. 
  
  
나는 S선생님이 말한 대로 한 달에 한 번씩 선생님을 뵈러 가서 한 번씩 기도를 하고 왔고, A 또한 죄책감 때문인지 별 일이 없어도 우리 집까지 와선 이야기를 하다가 가곤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이제 괜찮아 진 것 같네. 이제는 그만 와도 될 것 같구나. 
가끔씩 얼굴이나 보여주렴. 앞으로는 거울보고 이상한 짓 하면 안 돼." 
  
  
드디어 끝났구나.. 
  
  
선생님의 저 말 한마디가 너무나도 행복했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겠구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선생님은 그 말을 하시곤 며칠 후에 돌아가셨다. 
내 은인에게 뭐 하나 갚지도 못하고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셔 버렸다. 
  
  
선생님 장례식을 하는 동안 나는 단 한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영정을 지켰다. 
  
  
그로부터 2개월 후,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S선생님으로부터였다. 
  
  
  
  
T군에게. 
  
  
오랜만이구나. 
그 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네.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아마 나도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죽기 전에 꼭 T군에게 사과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편지를 쓰는 것이니, 읽어주렴. 
  
  
그 날, T군이 우리 집에 찾아왔을 때, 실은 선생님은 너무나도 무서웠단다. 
T군이 데려온 것은 도저히 선생님이 감당할 수 있는게 아니었어. 
하지만 T군이 이렇게 무서워 하는데 나까지 무서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괜찮은 척 한 것이야. 
행여 내가 나쁜 말을 하면 그 것이 화를 내어 더 크게 해코지를 할까봐 그 것을 감싸며 나쁜 영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었다면 믿어주겠니. 
  
  
T군이 산에 들어가고, 선생님은 반년동안이나 집에 보내주지 않았잖니? 
그대로 집에 보내면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서 그랬단다. 
선생님이 매일같이 기도를 해도 '그 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지금은 괜찮을 거지만, 혹시라도 또 '그 것'이 찾아오거든 꼭 산으로 도망가도록 하려무나. 
산에서는 그 것도 어쩔 수가 없을게야. 
  
  
마지막으로, 앞으로 너무 힘든 일이 있다면, 부처님께 몸을 바치도록 하렴. 
죽는 것 보다는 나을게다. 
  
  
정말로 나쁜 것들은 절대 너를 죽이지 않아. 
죽이지 않고 끝까지 조금씩 괴롭히는 법이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것들이 그 것들이야. 
  
  
일단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어서 T군에게 이제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직 모르겠구나. 
내가 '그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매번 말했지만, 그건 너를 안심시키고 강하게 하기 위해서였지, 
실은 그 것은 아주 나쁜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항상 경각심을 갖고 살도록 하여라. 
  
  
내가 곧 죽을 것 같아서 이제 지켜줄 수가 없으니 마지막으로 진실을 가르쳐 줘야겠다 생각을 해서 편지를 쓴다. 
  
  
꼭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 
앞으로는 선생님이 없으니, 그 것이 나타나면 산으로 가렴. 
  
  
선생님은 이렇게 죽어서도 T군이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기도할 것이니.. 
  
  

  
  
  
  
읽으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땀이 뻘뻘 흐르고 심장은 또 터질 듯이 뛰었다.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었던가.. 
  
  
왜 이제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던 것일까.. 잘 생각을 해 보니 곧 답이 나왔다. 
  
  
'그 것'이 내게 나오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시간동안, 그 것은 나 대신 선생님을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선생님은 자신이 죽으면 그 것이 다시 내게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내게 진실을 알린 것이 아닐까. 
  
  
아직은 내게 '그 것'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부모님을 또 걱정시키기 싫었기 때문에 A에게만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 두었다. 
언제 또 내가 미쳐 나갈지 모를 일이다.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장난이라도, 귀신을 부르거나 그런 장난은 절대로 하지 마라. 
혹시 다른 이유로라도 귀신이 붙었다면, 귀신이 떨어졌다고 해도 절대 방심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어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다. 
나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해 왔다. 
  
  
이미 눈치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자잘한 거짓말들을 요소요소에 넣었다. 
하지만 사과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이렇게 쓰지 않으면 여러분께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또한, 이 이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여러분이 생생하게 상상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는 거짓말을 써 왔다. 
  

  
  
  
그렇다. 
  
  
나는 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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