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거절을 못하는 내 성격 탓이다.
회식 때마다 이 고생이다.
휘청거리며 겨우 아파트에 도착했다.
목이 몹시 말라 부엌으로 향했다.
어라, 미묘하게 다르다.
가구들의 위치가 미묘하게 다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물은 마시고 화장실로 갔다.
마시자마자 올라온다.
화장실 불을 켜자 확실해졌다.
내 방이 아니다!
어두컴컴해서 착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불을 켜니 확실해졌다.
"여긴 어디지?"
무심코 (그리고 술김에) 소리쳤다.
그러자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긴 214호에요. 한밤중에 누가 문을 마구 두드려서 어쩔 수 없이 열었는데, 당신이 들어왔어요."
나는 곧바로 사과하고 나왔다.
다음 날. 제대로 사과하기 위해 빵을 사들고 214호로 향했다.
우리 집은 211호로,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그저 만취해서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둔다.
그런데 214호가 없다.
213호나 215호는 있는데, 214호는 없다.
2층을 돌며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이상한 기분에 관리인에게 물었다.
관리인은 내 이야기를 듣고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부터 4(死)가 들어간 집은 없게 했습니다. 그러니까 214호는 없습니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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