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아버지의 전근으로 다른 지방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파트에서만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가니, 여러모로 신선했고 동네도 좋아보였기에 이사에 대해 큰 문제점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사 온 후부터 집 안에 웬 여자아이가 돌아다니는 게 문제랄까요?
아니, 큰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여태까지 귀신이니 유령이니 믿지 않았는데, 새로 이사 온 집에서 유령이라니… 전 걱정이 되어 어머니께 이야기 했는데, 어머니께선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사실 네가 어렸을 때, 여자아이를 유산한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네 여동생이 아닌가 싶구나."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듣고 난 후부턴 왠지 무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집 안에 갑자기 나타나 가족들을 응시할 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 여동생 유령에 익숙해졌을 무렵, 문득 어머니께 물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엄마는 여동생 유령 본 적 있어?"
모자 간의 유대를 기대한 질문이었는데, 어머니의 대답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아, 그거 농담이었는데, 진짜로 믿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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