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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 고양이 선생님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5.01.26 09:26조회 수 1360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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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잔칫날 형이랑 형의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다지 모범생은 아니었던 형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아지트로 삼고 있던 폐병원이 있었다.

지역에서는 심령 스팟으로 유명했지만, 형보다 몇 기수 위의 선배들이 아지트로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담력을 시험하러 오는 사람은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병원의 안은 완전히 황폐해져서 정리는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진찰 도구나 서류가 널려 있어, 마치 야반도주라도 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어느 밤, 형은 평소처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형이 혼자서 복도를 걷고 있는데, 어떤 방에서 [이리로 오세요.] 라는 말이 들렸다고 한다.

무엇인가 싶어 문을 열었더니, 그 곳은 진찰실이었다.

그리고 방 가운데의 책상 위에는 고양이가 살짝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형이 누가 말한 것인가 싶어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부디 앉아주시지요.] 라고 고양이가 말했다고 한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형은 [아, 진찰을 받아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둥근 의자를 끌어와 고양이 앞에 앉았다고 한다.

고양이는 형의 건강 상태에 관해 여러가지를 물었고, 형은 하나하나 성실하게 대답했다.


문진이 끝나자, 고양이는 형에게 [당신말이죠, 턱에 종양이 있네요. 이건 입원해야만 합니다.] 라고 말했다.

형은 [네? 입원은 좀 곤란한데...] 라고 당황해서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고양이는 여러가지 의학 용어를 말하면서 입원하도록 계속 설득했다고 한다.


형도 그 이야기를 듣다보니 마음이 움직였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알겠습니다. 그럼 입원 수속을 부탁드릴게요.]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문을 열고 선배가 들어왔다.

그 선배의 말에 의하면 복도를 걷고 있는데 문 안 쪽에서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혼잣말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에 계속 장단을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의심스러워서 문을 열었더니, 의자에 앉아 고양이를 보고 이야기 하는 형이 있었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선배의 모습을 보자 바로 도망쳐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형은 그 순간 정신이 들고, 그제야 고양이가 말했다는 것과 자신이 진찰을 받은 것에 경악했다.

하지만 그 날 밤은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고, 형은 새벽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형은 어쩐지 폐병원에 가는 것이 꺼려져서, 같이 사건을 목격한 선배와 함께 폐병원에 가는 것은 되도록 삼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반년 후, 치통을 치료하러 치과를 찾았던 형은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X-레이에 작은 종양이 찍혔다는 것이다.

예전에 찍었던 X-레이와 비교해 보았을 때 약 1년 정도 된 것 같다는 말이었다.


형은 고양이가 말했던 것이 사실이었나 싶어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결국 형은 큰 대학 병원에 가서 10일 정도 입원하며 턱의 종양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형의 병문안을 갔던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다행히 종양은 양성이었고, 그 후 재발하는 일 없이 형은 건강히 살고 있다.

형은 고양이가 종양을 주의하라고 알려준 것이라며 감사해했고, 폐병원에 고양이 사료를 잔뜩 사와 놓고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형의 이야기에 납득할 수 없었다.


만약 그 때 선배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고양이에게 설득당한 형이 그대로 입원을 했다면 무슨 일이 있었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애초에 고양이가 말하는 입원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나에게는 아직도 그 사건이 기묘한 공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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