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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치악산에서 생긴 일

형슈뉴2014.09.28 07:12조회 수 1959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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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여름 방학 종강 파티 날 이었습니다. (잡설없이 본문으로 직행하는 이 단호함)

 

여느 대학생들이 그러듯 저희는 종강을 핑계 삼아 술을 마셨고,

 

술이 들어가자 '그럼 이제 방학 동안 우리 못보는 거임?' 이라며 겁내 서운한 척을 했고,

 

그러다 보니 한 놈이 "그러지 말고 우리 내일 산이나 놀러 가자 다 같이" 라는 선동을 하기 시작 했고,

 

술기운에 겁대가리를 상실한 녀석들이 "오올~~ 조아조아 산에서 구워 먹는 삼겹살이 역시 일품이지" 라는 주접으로 분위기를 상승 시킬때쯤.

 

"그럼 미루지 말고 술먹다 내일 새벽에 바로 출발하자 한 2박 3일쯤 어때?" 라는 피니쉬 블로우를 날림과 동시에.

 

우리는 깊은 어둠의 산행을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본격 주접 등산기

치악산에서 생긴 일

 

 

새벽까지 꾸역 꾸역 술을 마시다 보니 한 녀석이 집에 가서 텐트를 들고 왔더군요.

 

"야 이거 우리 아버지가 비싼거 라고 손도 못대게 하던 텐트야. 이거면 우리 넉넉히 잘수 있을거야" 라고 설레발을 쳤고 저희는 속으로 그래 저 녀석 집도 잘사니 텐트는 물어 보지 않아도 분명 고급 일거야 라는 생각으로 출발 했습니다.

 

가진 돈을 긁어 모아 보니 근교 산에 갈만한 돈이 모아 지기에 우리는 조금 멀지만 그래도 가깝다고 할수 있는 치악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새벽까지 술 퍼 먹은 꾀죄죄한 모습으로 말이죠.

 

당시에 등산화, 등산복 뭐 이런거 없었습니다.

오직 믿을건 텐트 하나, 부루스타 하나, 코펠 하나

 

등산화도, 등산복도, 스틱이나, 후레쉬나 그런건………..개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저희는 거지 꼴을 하고 쭐래쭐래 원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때 인원이

남자 4(산적, 살살이, 남띵, 저)  과동기 여자 1 (화장빨) (당췌 애는 어디서 따라 붙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어쨋건 붙어 있었음)

 

나머지 두 녀석이 더 있었는데 무언가의 일이 있어 하루 지나서 오기로 했습니다.

알아서 찾아 갈 테니 잘 보이는데 가서 놀고 있으란 말과 함게 말이죠.

 

 

올라가기 전에 산 아래쪽 슈퍼에서 올라가서 먹을 부식을 샀어요.

돼지고기, 쌀, 마늘, 양파, 고추장, 된장 뭐 그딴 부식들을 구매한 후.

 

라면 박스에 넣어 박스를 들쳐 업고 산을 올라 갔습니다.

 

등산베낭이나 이런 폼 나는건 절대 없이.

무슨 히말라야 트랙킹 짐꾼처럼 라면박스를 들쳐 업고 올라 갔어요.

 

그때 이것 저것 부식을 사고 집에 갈 차비를 빼니 돈이 조금 남았었는데 산적 녀석이 자꾸 백숙을 먹고 올라 가자는 거예요. 돼지 같은 시키.

그 녀석이 너무 강하게 우겨대니 다른 녀석들도 '그럼 먹고 올라갈까?' 라는 분위기가 형성 되면서 저희는 산아래 위치한 식당에서 백숙을 먹고 올라 갔습니다.

 

백숙을 먹고 저희는 슬슬 산을 탔지요. 부식을 담은 라면 박스를 어깨에 걸쳐 메고.

한 두세시간 정도 올라 갔을까요?

사실 두세시간 올라 갔다고 해도 그닥 많이 가진 못했습니다.

복장도 그랬고, 전날 술도 많이 마셔서 컨디션도 영 아니고 결정적으로 라면 박스 들쳐 메고

가봐야 얼마나 올라 갔겠습니까?

 

어느 정도 올라 가자 시냇물이 흐르고 그 건너 편으로 텐트를 펴고 놀기 적당할 만한 자리가 나타 나더군요.

힘이 빠져 있던 저희는 그냥 그 자리에 자리를 잡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 자리로 가려면 냇가를 건너야 하는데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물이 꽤 불어 있었습니다.

못 건너거나 위험할 정도는 아닌데 무릎께 정도로 흘러서 정신 바짝 차리고 걸어야 할 정도로 말이죠.

 

저희는 일렬로 서서 냇가를 건너 가는데

 

뒤에서 갑자기 뭔가 '첨벙'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앞서 가던 제가 "뭐야? 이거 무슨 소리야?" 라며 뒤돌아 보는데 또 무언가 '첨벙' 하고 빠지는

소리가 들리 더라구요.

 

제가 맨 앞에서 서자 뒤따라오던 아이들도 다 멈췄는데 뒤에서 다급하게 소리를 지릅니다.

 

"야, 뭐해 일단 빨리 건너가. 나 넘어 질 것 같단 말야"

 

 그래서 일단 후딱 건너 왔지요.

그러고 나서 냇가 저 아래 쪽을 보니 뭔가 검은 비닐봉지 두개가 둥둥 떠내려 가더군요.

그런데 물살이 워낙 세서 건지러 갈 생각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쌩~ 하니 ktx마냥 떠내려 갑니다.

제가 녀석들 한테 물어 봤어요.

 

"야, 뭐가 물에 빠진거 같은데 저 흘러 내려 가는게 뭐냐?"

 

그러자 짐을 들쳐 업고 온 산적과 살살이 녀석이 그럽니다.

 

"아, 몰라, 뭐하나 빠졌나 부지.  힘들어 죽겠는데 알게 뭐냐.  일단 뭐 좀 먹고 얘기하자"

 

그래서 일단 저희는 텐트를 치고 밥을 하기로 했어요.

 

저와 산적 녀석이 텐트를 치기로 하고 살살이와 남띵이 밥을, 화장빨은 여자이기에 페미니즘 사상에

입각해서 쳐먹고 놀다가 잔소리하는 역을 맡기로 하고 움직였습니다.

 

응? 쓰고 보니 뭔가 이상한데?

 

뭐 기분 탓이겠죠.  암튼.

 

 

산적녀석이 아버지 몰래 가져온 텐트는 돔 텐트 였어요.

폴대를 응차응차 구부려서 만드는 당시 텐트는 대부분 그런 식이었죠.

 

그런데 암만 폴대를 이리저리 구부려 봐도 텐트 모양새가 안 나오길래 제가 산적에게

"야, 이게 왜 텐트가 안서냐?" 라며 녀석을 쳐다 보니 녀석이 뭔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서있는 겁니다.

 

"치….친구야….이거 포….폴대가 모자란다.  빠트렸나 보다. 어떻하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으며 밥하는 아이들 쪽을 쳐다 봤더니 녀석들은 웬일인지 밥을 하거나

고기 구울 생각도 하지 않고 둘이 멍하게 쳐다 보고 있더군요,

 

"야, 니네 왜 밥 안해? 고기라도 먼저 굽던지 빨리 뭐 좀 먹게"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살살이 녀석이 멍하게 저를 쳐다 보더니 그러는 거예요.

 

 

"야…아까 물에 떠내려 간게…………쌀하고 고기 였나봐"

 

 

 

그날 아마 제 평생 먹은 마늘 보다 더 많은 양의 마늘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먹을게 마늘 밖에 없었거든요.

 

구워먹고, 삶아먹고, 쪄서먹고, 생걸로 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상추에 싸서 먹고, 깻잎에 싸서 먹고

 

술 한잔 구운 마늘 하나,

술 한잔 삶은 마늘 하나,

술 한잔 생마늘 하나…………

 

산적 녀석은 먹다 말고 점점 술이 오르자

"신발…우린 이미 사람인데 왜 단군 체험을 해야 하는 거냐~~~~"

라며 울부 짖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엔 녀석은 사람보다는 곰에 더 가까운데........

 

 

그렇게 점점 날은 어두워 지고 저희는 마늘로 주린 배를 채우고 점점 취해 갔습니다.

 

 

 

산속에 밤이 그렇게 적막하고 무서운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애들이 떼로 있다 쳐도 날이 어두워 지자 슬슬 뭔가 모를 공포감이 찾아 오더군요.

 

일단 저희는 찌그러진 텐트로 철수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는 단군이 아니라고 계속 울부 짖던 산적 녀석이 자기는 개울 옆 그 술 먹던 자리에서 그냥 자겠다고 우기는 겁니다.

 

"아, 몰라 난 여기가 좋아 니 들은 저 찌그러진 텐트에 들어가서 자. 그지 같은 텐트 쉑히"

라고 주사를 부리길래.

뒤도 안돌아 보고 저희는 텐트로 들어 왔습니다.

 

이미 저희도 술이 다들 꽤 취한 상태고 시간도 꽤 늦었고 일단은,  귀찮더라구요 ㅋㅋ

 

그래서 저희는 "그럼 여기서 자 이따 추우면 기어 들어 오던지"라는 의리 라고는 쥐똥만큼도 찾아 볼수 없는 멘트를 남기고 텐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때 텐트에 맨 안쪽부터

 

저 - 화장빨 - 살살이 - 남띵 이런 식으로 누웠어요.

 

분명 8인용 텐트 라던데 8인용은 개뿔, 스머프 전용 8인용 이라면 믿어 줄만한 크기 입니다.

넷이 누웠는데도 자리가 빡빡 했거든요.

밖에 있는 산적 녀석 까지 들어 온다면 저희는 칼잠을 자야 할 형편 이었죠.

 

텐트에 들어가자 마자 살살이와 남띵은 코를 골더군요.

 

저와 화장 빨은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다 보니

 

결국,

 

그 나이때 놀러 가서 항상 하게 되는 귀신 이야기 까지 흘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웃기는 얘기를 해줘서 둘이 깔깔 대면서 얘기를 시작 했는데

얘기가 진행 될수록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 지는 거예요.

 

그쯤 되니 화장빨 겁 줄려고 이야기를 시작 했는데 점점 저도 기분이 이상해 지더군요.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빨이 저한테 팔베게를 해달라 그러 더군요.

 

갑자기 팔베게를 왜 해주냐고 물어 보니 너무 무섭답니다.

일단 팔베개를 해주고 속으로

'음, 얘가 이렇게 많이 겁을 먹는걸 보아하니 내가 무서운 얘기를 참 잘해 줬구나'

라는 찐따 같은 감동을 스스로 하며 흐뭇해 하고 있는데 얘가 갑자기 그러는 거예요.

 

 

"너는 무슨 소리 안들려?"

 

"엉? 무슨 소리? 난 못 들었는데"

 

 

 

"아니 니 얘기 중간중간마다 니 뒤쪽에서 여자가 킥킥 대는 것 같은 웃음소리 못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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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화장빨이 그 얘기를 하는데 너무 섬찟 하는 겁니다.

 

그런데 또 쫄지 않은 척 하려고 대답했죠.

 

"머….머….머래? 소….소리가 나긴 무슨 소리가 나. 니가 쫄아서 잘못들은 거지"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화장빨이 진짜 진지하게 말하는 거예요.

 

"아니 나도 그럴리 없다고 생각 하는데, 너 말할 때 마다 중간중간 뭔가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아냐 아냐…자…..잘못 들은 거야. 소리가 어디서 났는데?" 라고 얘기 했습니다.

 

그제서야 화장빨이

"그런가? 하긴 그럴리가 없지 잘못 들은 거겠지"

라고 태연히 이야기 하길래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요.

 

 

"일단 근데근데, 아까 하던 무서운 얘기 계속해줘" 라고 화장빨이 보채는데

정말 하기 싫긴 한데 여기서 또 얘기를 끊으면 쫄았다고 놀릴까봐 계속 이야기를 했죠.

 

"어쩌구 저쩌구 쏠랑쏠랑"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 안남)

 

 

그런데 갑자기 화장빨이 제 팔뚝을 '꽉' 잡는 거예요.  무엇에 인가 놀란 사람 처럼.

 

"야..왜 왜 그래?" 제가 물어 봤습니다.

"아니, 너 정말 무슨 소리 안들려?" 라고 다시 정색을 하고 물어 봅니다.

 

"야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자꾸 아까부터……….."

라고 말하는 순간 이었습니다.

 

제 등 뒤에서 "키킥" 거리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제가 텐트 벽을 등지고 화장빨한테 팔베개를 해주고 있었는데

제 등 뒤 텐트 바깥쪽 에서 여자 목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 순간 제 온몸이 '얼음' 이 됐습니다.

 

 

뭐 잘못 들었나? 아냐 분명히 그대로 들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하고 긴가민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있는데

 

이번에 등 뒤에서 정확한 여자 목소리로

 

"니………..친구……."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때 화장빨은 누워서 "엄마" 하는 비명을 질렀고 저는 순식간에

"우와와악~"

이라는 비명을 지르면서 텐트 반대 방향 입구 쪽으로 후다닥 도망 갔습니다.

 

자고 있는 친구 들을 뛰어 넘어서 말이죠.

 

그러자 화장빨도 소리 지르면서 제 옆으로 오고

 

살살이 하고 남띵 두 녀석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저희 둘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데도

잠에서 깨어나질 않습니다.

분명 반대 방향으로 도망 갈 때 녀석들 배까지 밟았음에도 말이죠. 

귀신보다 더 독한 놈들.

 

저는 두 녀석을 흔들어 깨워 봤습니다.

 

"야야…일어나봐 일어나봐"

 

그래도 두 녀석은 꿈쩍을 하지 않더군요.

하긴 연 이틀 그렇게 술을 퍼 마시고 박스를 짊어 메고 등산까지 한 마당에 밥은 커녕

마늘로 끼니를 때웠으니 지칠 만도 하죠.

 

두 녀석은 일어날 생각은 안하고 화장빨과 저는 텐트 입구 앞쪽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고.

 

'그냥 밖으로 나갈까 말까?' 계속 그 고민만 하고 있는데 차마 텐트 문을 열 용기가 안 나는 거예요.

 

텐트 문 열면 이상한 처녀 귀신 하나 나타 날 까봐.

 

그렇게 한참을 둘이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문득 밖에서 자고 있는 산적 녀석이 생각 나는 겁니다.

 

"야 산적? 얘 아직 자나?" 라고 화장빨에게 물으니

"그야 나도 모르지" 라고 대답 하더군요.

 

아씨………..

 

그래서 일단 문을 열고 산적을 깨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퍼로 채워진 텐트 문을 잡고 한참을 고민 고민 하다가 한번에 확 열어 제칠 심산으로 지퍼를 위로

확 올리다가 제가 깜짝 놀라 뒤로 자빠 졌습니다.

 

"꿰에엑~~"

"끼아악……..왜….왜 야 왜그래?"     

화장빨이 놀란 토끼눈이 되어 저에게 물어 봅니다.

 

"아니 이게 한번에 잘 안 열리네"

 

그때 텐트가 찌그러져 있었는데 동그란 텐트 지퍼를 한번에 확 열에 제치려고 했으니 잘 안 열리는 탓이었죠.

 

그래서 살금 살금, 조심 조심 텐트 문 을 열고 빼꼼히 밖을 쳐다 봤습니다.

 

휴, 다행히 아무 것도 없더군요.

 

제가 말했습니다.

"내가 가서 산적 깨워서 데려 올 테니까 여기 있어봐" 라고 말하자 화장빨이 질색을 하는 겁니다.

 

"아아아아니 싫어싫어 애네 다 잠들어 있는데 같이 가"

 

그래서 저희는 둘이 텐트를 나와 산적 녀석이 잠들어 있는 개울가로 내려 갔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이 어찌나 길게 느껴 지던지.

둘 다 염통이 쫄깃 해진 상태에서 도둑 고양이 마냥 살금 살금 산적 녀석이 잠들어 있던 곳으로 내려 갔는데.

 

 

 

 

녀석이 없어 졌습니다.

 

 

분명 그 자리에 잠들어 있었는데 산적 녀석이 없어진 거예요.

 

저희는 당황 하기 시작 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히 여기서 자고 있었는데 애는 어디 간 거야"

 

제가 당황해서 말을 하자 화장빨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산적 녀석이 잠 들어 있던 곳은 저희가 술을 마시던 굉장히 넓찍한 바위 위 였기 때문에 굴러 떨어 졌다고는 상상하기

어렵고, 만일 빠졌다면 뭔가 '풍덩' 하는 큰 소리가 났어야 정상인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거든요.

 

화장빨이 옆에서

"어떻하지?어떻하지?" 라는 말만 하고 있길래 제가 "어떻하긴 찾아야지" 라고 말을 하고 개울을 건너

등산로 깨로 올라 갔습니다.

 

냇가 쪽은 물살이 세서 위 아래로 사람이 걸어 왔다 갔다 할수 없기 때문에 분명 어딘가 갔다면 등산로로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내가 위로 올라 가 볼 테니까 니가 아래로 내려가봐" 라고 얘기하자 화장빨이 펄쩍 뜁니다.

 

"싫어, 같이가 이 무서운데 어떻게 혼자 가"

 

그래서 저희는 같이 일단 같이 내려가 보기로 했어요.

 

등산로로 걸어 내려 가며 아래 개울쪽 이나 어디 사람이 있을만한 곳은 샅샅이 훝으면서 걸어 내려 갔습니다.

 

그때 후레쉬가 없었는데 달빛 하나로 굉장히 밝게 보였던 걸로 기억 합니다.

 

 그렇게 한 100여 미터를 걸어 내려 가는데 등산로에서 보이는 저 아래 쪽 개울가에 누군가 한명이 앉아 있는게 보여 자세히 보니 산적 녀석 이더군요.

냇가 옆쪽에 대변 보는 자세 마냥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화장빨과 저는 아래 냇가 쪽으로 뛰어 내려가 산적 녀석을 흔들 었습니다.

 

"야야 너 여기서 뭐해? 얼마나 걱정 했는 줄 알아?"

 

"저……..저기………..저기…………….."

 

무슨 말인지 알수 없게 녀석이 덜덜떨며  웅얼 거리는데 자세히 얼굴을 들여다 보니 완전 넋이 나가 있더군요.

 

"뭐? 야. 애 뭐래? 뭐라는 거야?"

라고 얘기 하는데 산적 녀석은 계속 넋이 나간 사람 처럼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니……난………저기……그냥………..저 사람 좀………."

"야, 정신 차려 너 왜그래 임마"

 

라고 얘기 하는데 녀석이 손을 들더니 저희 뒤께에 있었던 나무를 가르킵니다.

 

 

 

 

"저기………사람이………목………..매달려……….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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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순간적으로 놀라 뒤를 돌아 봤는데

 

저희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예요.

 

산적 녀석은 계속 앉은 자리에서 부들 부들 떨면서

 

"저기…나무에…목 메단….목메단…." 이라는 말만 하고 있고.

 

옆에서 화장빨은 계속

"왜 그래 자꾸 무섭단 말이야 그만 좀 해" 라며 산적 녀석을 계속 흔들 었습니다.

 

"야 일단 얘 좀 부축해서 텐트 있는데로 가자"

 

그렇게 둘이 산적 녀석을 부축해 일으켜 세운후 저희 자리로 돌아와 텐트 안으로 산적 녀석을 집어 넣었습니다.

 

그 쯤되니 몸을 휘감는 공포감 때문에 정상적인 사고 자체가 안 되더군요.

 

살살이와 남띵 계석은 계속 세상 모르고 자고 있고.

 

 

 

 

아뭏튼 그렇게 저희는 공포감에 날 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해뜰녁이 되자 산적 녀석도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 온 것 같고,

살살이와 남띵 녀석이 일어나니 무서움이 가시더군요.

 

밖이 점점 환해지자 산적 녀석이

"야, 빨리 가자 빨리, 여기서 빨리 내려 가야해" 라고 갑자기 부산을 떱니다.

 

영문을 모르는 살살이와 남띵 녀석은 멍청하게 우리를 쳐다 보고 있고.

 

남띵 녀석이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말합니다.

"야, 어차피 우리 먹을 것도 마늘 밖에 없어서 내려 갈 거야 왜 이렇게 난리야"

 

그러자 산적이 소리를 지릅니다.

"이 븅~신아 모르면 잠자코 하자는 대로 좀 해 우리 빨리 내려 가야돼"

라며 밖에 널 부러져 있던 코펠이며 부루스타를 주섬주섬 챙깁니다.

 

화장빨과 저야 두말 안하고 하산을 하기 위해 산적 녀석 옆에서 이것저것 정리 하고 있었죠.

 

 

한 한 시간여 정도 내려 갔을까요?

 

슬슬 이제 공포 스러웠던 산속에서 벗어 났다는 안도감에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습니다.

 

그때쯤 화장빨이 산적 녀석에게 밤에 있었던 일이 기억 나냐고 물으니 모두 다 기억 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산적 녀석이 이야기 해 주더군요.

 

"몇시인지 모르겠는데 냇가 옆에서 자고 있을 때 너무 추워서 눈이 떠지는 거야. 그래서 텐트 안에 들어가서 자려고 앉은채로 텐트 쪽을 바라 보는데, 웬 처음보는 여자가 텐트 밖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무슨 소리를 훔쳐 듣는 것 마냥 얘기를 듣고 있더라구"

 

그 얘기를 듣는데 소름이 끼치 더군요.

 

왜냐 하면 그때쯤 날도 밝았겠다 두려움도 꽤 많이 가셨겠다, 어제 화장빨 하고 들었던 소리는 그저 잠깐 뭔가를 잘못 들었겠거니 라고 속으로 생각 하고 있었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나서 화장빨 얼굴도 아연실색 해져 있었습니다.

 

"호…혹시 그 여자 텐트 입구 반대쪽 에 있지 않았어?" 라고 화장빨이 물었습니다.

"어, 너 그걸 아떻게 알어?"

 

산적 녀석이 그 말을 마치자 저와 화장빨은 벙찐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 봤습니다.

 

"아…아니 그건 그렇고 그래서?" 라고 화장빨이 다음 이야기를 재촉 합니다.

 

"생각해봐 그 장면에 무슨 말이 나오겠냐? 그러면서 퍼득 드는 생각이 저 여자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멍하게 앉아 있다가 등산로 쪽으로 소리 안나게 도망갔지. 소리도 못지르겠고 말도 안나와"

 

저희는 눈을 말똥이며 녀석의 얘기를 계속 들었습니다.

 

"일단 등산로로 도망가서 아래로 막 뛰어 내려 가는데 그 야밤에 혼자 등산로를 도망 가고 있다는게 더 무섭 더라구.  그래서 일단 앉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 시부럴 아까 봤던 그 여자가 내 앞에 있던 나무에 목 메달려 있는거야. 그것도 날 쳐다보면서"

 

제가 말했습니다.

 

"아니 우리가 봤는데 거기 아무것도 없었다니까"

"진짜 있었다니까 니네가 날 데리고 갈 때 까지 계속 있었어. 우릴 쳐다 보면서"

 

 

거기까지 얘기를 하다가 저희는 짐을 바리바리 짊어메고 다시 하산을 시작 했습니다.

 

 

산 아래께에 다다라 저희는 어제 마늘이나 부식을 샀던 슈퍼에 들러 음료나 이것저것 다시 사고 있는데 살살이 녀석이 슈퍼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 한테 물어 봅니다.

 

 

"할아버지 혹시 이 산에서 목 메달아 죽은 사람 있어요?"

 

그러자 할아버지가 웬 별 헛소리를 다하냐는 표정으로 살살이를 쳐다보다 말 합니다.

 

"산에서 목 메달아 죽은 사람이 한둘 이겠어? 6.25전쟁통에 이산에서 죽은 사람이 얼만데?"

 

그런 말을 들으니 하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이 친구들 이런 말 하는거 보니까 뭔일 있었구만?" 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예, 저 쪽에 산적 처럼 생긴 친구가 밤새 귀신보고 시달렸대요"

남띵이 산적을 가르키며 할아버지 한테 말하자 대뜸 할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혹시 너럭바위 있는데서 잤어?"

"너럭 바위요?  한 두어 시간쯤 올라가긴 했는데 거기가 너럭바윈가요? 평평하고 넓은 바위는 있었는데"

 

그러자 할아버지가 대수롭게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아니 저 넓은 산에 들어가서 왜 하필 거기서 자?" 라고 말합니다.

"네? 아니 그냥 캠핑하기 좋아 보이길래………."

"거기 무당들 산신 기도 잘 하는데 아녀. 등산객도 잘 안가는 길이고"

 

그제서야 아차 싶더군요.

 

저희가 하필이면 기센 곳에 터를 잡아 그런 일을 겪었나 했습니다.

 

치악산 이야기는 대충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또 대충 얼레벌레 마무리 하려는 수작이………)

 

사실 이번 이야기는 텐트안 에서 화장빨과 제가 밤새 겪었던 이야기가 더 주된 내용인데 그부분을 거세 하고 이야기를 하자니 뭔가 김도 빠지고 이상해 지고 그러네요.

 

글 쓰는 제 자신이 흥이 나야 읽으시는 분도 재미 있으실 텐데 쩝.

 

 

 

아!, 그리고 시간이 조금 후에 어느 무속인 여자와 이야기 하다 저 때 치악산 이야기를 한적이 있는데 그 여자가 그러 더군요.

 

"산에 올라가기 전에 뭐 먹었어?" 라고 물어 보길래 백숙을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날 백숙 먹자고 주동한 사람이 누구야?"  그래서 제가 산적 이었다고 말하자.

 

"그래서 그 친구가 당한거야. 산 기도터 지나갈 때 절대 닭 먹고 올라 가는거 아냐" 라고 얘기 하더군요.

 

"그 물속에 빠트렸다던 쌀하고 고기가 얼마 쯤이야?" 라고 물어 보길래

"왜 그게 중요해?" 라고 제가 의문에 차서 물어 봤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그 백숙 값하고 물속에 떠내려간 쌀, 고기 값하고 비슷할걸?" 이라고 말하는데 그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정말 금액이 얼추 비슷 한 거예요.

 

그녀가 그러더군요.

 

"신경 쓰지마 산 할아버지가 기분 나빠서 장난 친 걸거야" 라고 대수롭게 이야기 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그녀가 말했던 산 할아버지가 산신령이나, 무속인들 기도 하는 대상이나 뭐 그쯤 되리라 생각 합니다.

 

 

얘기가 너무 용두사미가 되서 좀 죄송하긴 한데 당분간은 좀 밋밋하고 단편적인 에피소드들만 들려 드릴 생각 입니다.

 

강하게 겪었던 이야기 들은 대부분 19금 이라 19금 이야기는 한동안 살짝 자제 하려구요.

 

한동안 잠잠한 얘기만 하다가 언젠가 또 이 쯤에서 글 좀 싸질러야지 라는 생각이 들면 그 때 좀 강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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