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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줄럼끼

티끌모아파산2022.10.22 08:49조회 수 1981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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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여고 운동장에선 줄넘기 하는 여고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운동장은 풀썩풀썩 일어나는 흙먼지로 눈이 따가울 정도다.
다이어트니 수행평가니 하는 이유도 있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조용하던 운동장이 시끌시끌해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쟤들 좀 봐. 완전 한심하다. 저럴 시간에 공부나 하지."

 

"그러게.. 근데 왜 갑자기 줄넘기가 유행이 된 거야?"

 

 

선미의 물음에 미현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너 그것도 몰라? 줄넘기 괴담 때문에 다들 저 난리잖아."

 

"줄넘기 괴담이 뭔데?"

 

 

미현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납치를 당하는 거야. 그런 다음에 줄넘기를 시키는데, 못 하면 죽는대."

 

"너 설명 진짜 못한다."

 

"누가 허술하게 지어낸 얘기니까 그렇지!"

 

 

선미는 잠시 말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물었다.

 

 

"잡히면 살아날 방법 같은 건 없어? 포마드를 세 번 외친다든지.."

 

"그건 빨간마스크고. 줄넘기를 못 하면 죽는 거니까, 잡히면 아마 해 뜰 때까지 계속 해야 되는 거 아닐까?

어쨌든 이런 건 다 공부하기 싫은 애들이 지어낸 헛소문일 뿐이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 미현이도 줄넘기 괴담이 조금 신경쓰였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핑계삼아 아무도 모르게 밤마다 소각장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오늘도 야자를 마치고 집에 가는 대신 학교 뒤편 소각장으로 향하던 미현은 못 보던 봉고차를 발견했다.
순간 납치를 떠올렸지만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 차겠거니 생각하고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미현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줄넘기를 양 손에 쥐고 막 땅에서 발을 떼려는 순간, 소각장 안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미현이 놀라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괴한은 미현의 명치를 존나 쎄게 때렸다.
미현은 기절했다.

 

 

 


"미현아.."

 

 

미현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선미였다.

 

 

"선미?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어.. 야자 끝난 줄도 모르고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눈 떠보니 여기였어.."

 

 

선미 외에도 공이여고 교복을 입은 아이들 몇몇이 보였다. 다들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그 순간 창고의 문이 철커덩 열리며 두 남자가 긴 밧줄을 들고 나타났다.

 

 

"앗, 저 놈은 아까...!"

 

 

미현의 명치를 쎄게 때린 남자가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줄럼끼'

 

 

그것을 보자마자 어떤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창고 안은 순식간에 여고생들의 울음과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그때 창고 안으로 남자 한 명이 더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전기톱이 들려 있었다.

 

 

"꺄아아악!"

 

"어떡해 씨.발.. 우리 죽일 건가봐.."

 

 

남자는 아무런 표정 없이 아이들 앞으로 걸어가 전기톱의 시동을 걸었다.
창고 안의 소리가 전기톱에 모두 갈려버린 듯 조용해졌다.
전기톱 소리가 멎자 밧줄을 든 두 남자가 각각 끄트머리를 붙잡고 돌리기 시작했다.

 

 

"줄럼끼."

 

 

전기톱 남자가 어색한 발음으로, 그러나 똑똑히 말했다.

 

 

"줄럼끼. 안하면 죽인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직감했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그토록 열심히 줄넘기 연습을 하지 않았던가.
남자가 맨 오른쪽 아이의 등을 떠밀자 아이는 덜덜 떨리는 무릎으로 줄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후로 차례대로 문제 없이 들어갔고, 마지막 미현이까지 들어갔다.

 

 

"이 얼 싼 쓰"

 

 

고요한 가운데 열두 개의 발이 땅에 내리닿는 소리와, 그에 맞춰 남자들의 알 수 없는 말만 창고 안에 울렸다.
1시간이 지났을까. 미현은 땀으로 온 몸이 축축해져 있었다.
20분 째에 한 명, 40분 째에 두 명이 나가떨어졌다.
그들은 모두 전기톱을 든 남자에게 명치를 쎄게 맞고 기절했다.
미현은 사실 줄넘기 괴담의 해답을 알고 있었다.
선미에게 말해준 대로 끝까지 줄넘기를 넘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혼자 남을 때까지.

 

 

"악!"

 

 

미현의 앞에서 뛰던 아이의 발이 걸렸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전기톱을 든 남자는 울며 애원하는 아이의 명치를 쎄게 때려서 기절시키고 구석에 처박았다.
이제 남은 사람은 선미와 미현이밖에 없었다.
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현이는 줄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버텨왔지만 점점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안 돼.. 난 살아남아야 해...!'

 

 

미현이는 줄을 뛰어넘을 때 실수인 척 뒷다리로 선미를 걷어찼다.

 

 

"악!"

 

 

선미가 줄에서 튕겨져나오자마자 남자가 선미의 명치를 쎄게 때려 기절시켰다.
비로소 줄이 멈추었다.

 

 

"미안해 선미야.. 어쩔 수 없었어."

 

 

미현이가 기절한 선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기요 저는 이제 집에 가는 거죠?"

 

 

남자들은 미현이를 창고에서 데리고 나와 봉고에 태웠다.

미현이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곧 일그러졌다.

 

 

"이게 무슨..."

 

 

자신의 팔에 꽂힌 주사기의 피스톤이 끝까지 눌러지는 것을 보고 미현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어요!"

 

"눈 떴어? 정신이 든 거야?"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자신의 눈 앞에 부모님과 선생님, 친구들이 있었다.
몸을 일으키려 하자 고통이 밀려왔다.

 

 

"가만히 누워 있거라. 갈비뼈가 부러졌단다."


"어떻게 된 거에요..?"


"소각장에서 쓰러진 채로 있던 너희를 선생님이 발견하셨다는구나.

다른 네 명도 갈비뼈를 다쳤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렴."


"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선미는 잠시 말없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미현은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현란한 불빛과 시끄러운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이크를 든 사람이 무어라고 말을 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스포트라이트가 미현을 비추었다.
눈이 부셔 고개를 떨군 미현이 마주한 자신의 그림자는

팔다리가 없었다.

전기톱 대신 마이크를 든 남자가 허리를 굽혀 미현에게 속삭였다.

 

 

 

 

 

 

 

 

 

 

 

 

 

 

 

 

 

 

 

 

 

 

 

"줄럼끼." 

 

 

 

출처:디씨 공포이야기갤러리-쿠키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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