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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수박이의 인도 여행 때 이야기

클라우드92019.05.29 13:25조회 수 1556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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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인도에서 배낭여행을 6개월 동안 했었어.

 

한국에 돌아오기 한 일주일 전쯤, 이름없는 작은 마을에서 겪은 일이야.

 

 

배낭여행 하면 또 인도 아니겠써? 물가 진짜 착하잖아.

 

6개월 있었는데 비행기 값 빼고 선물 값 빼고 생활비만 200만원 좀 넘게 들었으니 말 다했지 머.

 

실은 진짜 그지처럼 다녔엌ㅋㅋㅋ잠은 맨날 도미토리에서 자고 한국에 돌아오니 영양실좈ㅋㅋㅋ

 

 

한 6개월 다니다 보니, 갈만한 데는 거진 다 가본 거라.

 

그래서 어느 도신가에서, 그냥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 하루쯤 달려서 아무 도시에나 내렸었어.

 

바닷가로 가고 싶었는데, 내려보니 돌산 마을이더라고. 좋지 뭐.

 

인도가 참 묘한 동네라서, 6개월 쯤 되니까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고 돌은 돌대로 또 좋다라는 마음이 절로 생겨.

 

 

관광객이 많이 없는 동네이긴 했지만, 다행히 도미토리가 있는 숙소를 찾을 수 있었어.

 

게다가 손님이 나 밖에 없어서 6인실을 혼자 쓸 수 있었지. 럭키.

 

 

짐을 풀고 마을로 마실을 갔지.

 

한국에 돌아갈 때가 되었으니 슬슬 선물도 사야하고.

 

괜찮은 상점이 있나... 어슬렁어슬렁 다니다가 스카프 파는 가게에 들어갔어.

 

인도는 스카프나 가방이 워낙 이쁘잖아.

 

 

근데, 관광객이 별로 없는 동네라 예쁜 것도 없고, 

 

그 빌어먹을! 인도 바가지!! 를 너무 심하게 씌울려고 하기에 좀 보다가 그냥 나왔어.

 

가게 안에는 나 말고 서양 여자애 하나가 있었는데 같이 나왔지.

 

 

가게에서 같은 스카프 몇 개 들었다 놨다 했을 뿐인데 

 

어디서 왔니? 난 스페인. 오 난 한국. 숙소는 어디야? 오 같은 데네? 등의 간단한 절차를 걸치고 나니 금세 베프.

 

원래 배낭여행을 할 때는 눈만 마주쳐도 금방 친해지더라구.

 

특히 혼자 다니는 여자애들은.

 

 

노천카페에서 한 잔에 100원짜리 짜이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어.

 

그 아이 이름은 까먹었는데 나이는 스무 서너살이고, 앞서 말한대로 스페인에서 왔고, 

 

대학교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하기 전에 영적 탐구를 위해 인도에 왔대.

 

나는 누구고 지구에는 왜 왔고 이번 생의 목적은 뭐고 그런 것을 진지하게 생각 중이래.

 

나에게 인도에 온 목적이 뭐냐기에 엄마가 이젠 정말 못 봐주겠다고 단식원에 들어가라고 하기에 

 

같은 값이면 여행을 떠나겠다고 하고 온 거라고 솔직히 말해줬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듯 했지만 꼭 목표를 이루길 바래. 라며 이쁘게 웃어주더라고.

 

목표를 이루긴 했지. 6개월 만에 20키로 빼서 가니까 엄마가 엉엉 울더라. 우리 딸 어디가고 거지가 왔냐곸ㅋㅋㅋㅋ

 

 

암튼, 그리고 또 나에게 여행하면서 제일 무서웠던 게 뭐냐고 물었어.

 

나는 인도인들의 바가지라고 대답했어.

 

그 애는 풋. 웃더니 그치. 정말 심하지. 하드라고.

 

“심한 정도냐! 아까 그 가게에서도 못 봤냐!

 

 첨엔 5만 원이랬다가, 만 원이랬다가, 8천 원이랬다가, 마지막엔 5천 원에 가져가래잖아!

 

 5천 원짜리를 5만원에 파는 게 말이 되냐고!”

 

내가 막 영어 반 손짓발짓 반 섞어서 떠들어 대니까 그애는 응응거리고 듣다가

 

자기는 ‘개’ 가 제일 무섭대.

 

 

제주에 여자, 물, 바람 3多가 있듯 인도에도 3多가 있는데, 거지와 아이와 개야.

 

어딜 가나 있지. 공통점은 ‘1달라(먹을 것) 주세요.’

 

 

“난, 원래 집에서도 개가 무서웠어. 그런데 여기 인도에 오니까 스페인 개들은 댈 것도 아니더라?

 

 커다란 들개들이 몰려 다니는데, 와 정말 무서웠어.

 

 그러다가 극복하는 방법을 알았어.

 

 개들은 자기보다 약한 상대에게만 달려든대.

 

 그러니까 무서운 개를 만나면, 절대 겁먹은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해.

 

 제일 대장 개랑 눈을 딱 마주치는 거야. 절대 고개를 돌리지 말고.

 

 그러다가 소리를 벽력같이 왕! 하고 지르면 대개 개들은 도망가더라고.”

 

“어우, 넌 여리여리하게 생겨서 어떻게 그렇게 담이 크냐? 난 무서워서 도망갈텐데.”

 

“도망갈 수 없는 경우도 생기거든.수박이 너도 조심해.”

 

“알겠어. 근데 슬슬 일어나 볼까?어두워지기 전에 좀 더 둘러보고 싶은데?”

 

“어디에 갈 건데?”

 

“글쎄, 저 산 위에서 보는 일몰이 아름답다고 론니플라넷에 나오네. 너는 가봤어?”

 

그 애는 손목에 찬 팔찌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

 

“안 가봤으면 같이 갈래?”

 

“아냐. 난 좀 피곤해서 숙소에 가 있을래. 저녁 같이 먹을래?숙소에 오면 로비에서 날 찾아.

 

 난 여기 온지 며칠 됐으니까 주인이 알 거야.”

 

“오케”

 

 

그 애와 헤어지고, 난 산으로 향했어.

 

일몰이 유명하다고 해서인지 산을 오르는 관광객들이 꽤 있었어.

 

그 때 사람들이 많은 곳이 아니라, 좀 한적한 곳에 가서 나 혼자 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왜 그랬나 몰라. 어린 왕자도 아니고.

 

어차피 하루에 한 번은 꼬박꼬박 지는 해를 그 날 따라 먼 산 꼭대기에서 보겠다고. 아놔.

 

 

사람들이 오르는 길을 조금 벗어나서 옆길로 접어들었어.

 

엄청 커다란 바위들로 이뤄진 돌산이었는데 아오,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더라고.

 

한참 올라가다가 영차, 하고 허리를 펴고 위를 바라보니 저~ 위에 왠 점 같은게 하나 보였어.

 

잘 보니 개야.

 

응. 개.

 

 

멀리 2~300 미터쯤 떨어진 큼직큼직한 바위 산 정상에 개 한 마리가 우뚝 서있는데 멋있더라고.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꺼내서 찰칵 찍었어.

 

 

그러자, 개가 나를 쳐다봤어.

 

멀리 있었지만, 분명 나를 쳐다봤어.

 

눈도 마주쳤어.

 

말도 들린 거 같애.

 

분명 ‘어라?’ 라고 했어. 걔.

 

 

다음 순간 “퀑퀑퀑퀑!” 짖어대며 내 쪽으로 뛰어오는데, 축지법이야.  

 

단언컨대 축지법이야.

 

순식간에 눈 앞에 와 있더라고.

 

게다가, 분신술이야. 진짜 분신술이라니까?

 

순식간에 5, 6마리로 늘어나 있었어.

 

 

와... 나 진짜.

 

레떼님은 아프리카에서 사자 발톱에 긁혔다고 하셨는데 사자에 비하면 개 따위, 들개 따위.

 

그치만 나 여자쟈나~ 혼자 돌산 올라갔쟈나~

 

내 생전,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처음이야.

 

귀신 보는 거하곤 또 다른 무서움이더라고.

 

 

게다가, 인도 덥잖아. 내가 한국에서는 얌전하게 가릴거 다 가리고 다니지만 외쿡 나가면 좀 안 그렇거든. 

 

핫팬티에 끈나시 상태라, 걔들 눈에는 내가 이렇게 보였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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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들이 말 그대로 나를 둘러싸고 으르릉.... 하는데 그때 갑자기, 아까 만난 스페인 아이가 한 말이 생각났어.

 

절대 무서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말라고 했지.

 

자기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절대 덤비지 않는다고 말이야.

 

 

아까 꼭대기에 서 있던 놈이 대장인 것 같아

 

축지법에 분신술 쓰는 그 놈.

 

이를 허옇게 드러내고 으르릉... 하는데 나도 마주보고 으르릉... 해줬어.

 

절대 눈을 안 떼고!

 

옆으로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서 그 놈을 향해 힘차게 휘둘렀는데!

 

그놈이 샥 피했어!!

 

그리고 옆에 있던 다른 녀석이 확 달려드는 거야!

 

발로 콱 찼어!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서 깨갱! 하면서 날아갔어!

 

 

 

그러자, 이 개들이 한발두발 물러나드니.. 숙덕숙덕 하면서 또 순식간에 사라졌어.

 

 

와.... 다리가 후들후들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뱃가죽이 웅웅 울려서 어떻게 산 밑으로 내려왔는지 모르겠어.

 

곧장 숙소로 가서 드러누웠지.

 

몇시간 지나니까 좀 정신이 들더라고.

 

 

그 스페인 여자애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숙소를 나와서 로비로 갔어.

 

여기에 스물 몇 살쯤 된 서양 여자애 하나 없냐. 온 지 며칠 됐다는데? 라고 물으니 주인이 그런 애 없다고 도리도리 해.

 

응? 다른 숙손가 싶어서 밖으로 나오려는데 주인이 막 부르는 거야.

 

방금 말한 애가 혹시 스페인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냐고.

 

 

응. 엽호판님들은 이미 짐작했지?

 

그 여자애는... 십 수년 전에 이곳에 왔던 배낭여행객이래.

 

그 돌산에 올라가다가 들개에 물려서 죽었대.

 

발견됐을 때는 개들이 다 파먹고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었대.

 

그 후로 나처럼 혼자 온 여자애들에게 가끔 나타난대.

 

개 피하는 법 알려주지 않았냐고 묻더라고.

 

 

 

그때로부터 10여년 지났지만, 가끔 생각해.

 

그 여자애는 아직도 그곳에서 혼자 오는 여자애들의 목숨을 구해주고 있을까?

 

나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고 싶었는데.

 

 

 

 

 

 

 

자, 엽호판님들. 이쯤이면 하고 싶은 말 있지??

사진 찍었다매?? 함 보자?? 라고 하고 싶지? 

 

나 소설은 써도 그짓말은 잘 안해. 믿어보라고 ㅋㅋ

 

그래도 뭐, 사진은 있으니 올려볼게.

 

난 이 사진 보면 분명 오늘 밤에도 개에게 쫓기는 꿈을 꾸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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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트판.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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