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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저승사자를 만나다

title: 금붕어1아침엔텐트2016.06.24 17:55조회 수 912추천 수 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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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지하 한쪽 구석에 놓인 낡은 매트리스 위에 한 남자가 누워있었다.

 

 

한쪽 눈에 씌워진 안대와 무릎 아래로 잘린 오른쪽다리는 그의 모습을 더 초라해보이게 했다.

 

 

누워있던 남자는 힘겹게 눈을 뜨곤 옆을 바라보았다.

 

 

남자의 시야가 닿은 곳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를 데리러 오신건가요?”

 

 

남자의 질문에 검은옷의 남자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너무 빨리 오셨네요. 이런 꼴이지만 이렇게 빨리 죽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저승사자 같은 건가요?”

 

 

검은 남자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비슷하지.”

 

 

그의 말에 남자는 크게 한숨을 쉬곤 말했다.

 

 

“죽기 전에, 잠시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남자는 눈을 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고아였어요.

 

 

제가 있던 고아원의 원장님은 정말 좋은 분이셨지만 그리 오래 사시지는 못하셨어요.

 

 

아마 천국에서 원장님 같은 좋은 사람을 빨리 데려오고 싶었나봐요.

 

 

원장님 돌아가시고 20살이 될 때까지 정말 힘들었어요.

 

 

주유소랑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닥치는대로 하면서 돈을 벌었고, 틈틈이 검정고시 준비를 했어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쯤 그녀를 만난거에요.

 

 

20살 때 제가 일하던 편의점에 자주 오던 손님이었어요.

 

 

정말 예뻣죠. 일하는 내내 그녀의 얼굴이 떠오를 정도로요.

 

 

그녀의 남자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건 정말 기적이었던 것 같아요.

 

 

예쁘고 착한 여대생과 저 같은 무식한 고아가 애인 사이라니 믿겨지세요?”

 

 

검은 남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남자는 그때가 떠오르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를 위해선 뭐든 다 할 수 있었어요.

 

 

그녀를 위해 정말 닥치는 대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그녀 생일 때 적금을 깨서 멋진 선물을 사준적도 있었어요.

 

 

선물을 줄때마다 그녀가 제게 보여준 얼굴은 정말 표현하지도 못할 만큼 아름다웠어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던 전 그걸로 제 노력이 다 보상 받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저를 이해하기 어려웠나 봐요.

 

 

정신 차리라고 윽박지르던 친구들은 모두 얼마안가 저를 떠나더라구요.

 

 

좋은 녀석들이었는데... 그래도 괜찮았어요. 제 곁엔 그녀가 있었으니까.”

 

 

 

 

 

 

검은 남자는 미동도 없이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었다.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눈이 아프다는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그녀의 한쪽 눈이 실명할 거라고 하더라구요.

 

 

그땐 정말 눈앞이 캄캄해 졌어요. 그 자리에서 의사 선생님께 매달려서 어떻게든 해달라고 했죠.

 

 

다행히 방법이 있었어요. 제 눈 하나를 그녀에게 주는거죠.

 

 

이래서 신이 눈을 두 개 주셨나봐요.

 

 

제 눈 하나로 그녀를 고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했어요.

 

 

하나 밖에 없는 눈은 제겐 큰 의미에요. 일종의 훈장이죠.

 

 

남자는 숨이 가쁜지 잠시 숨을 골랐다.

 

 

검은 남자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물었다.

 

 

“그 다리는 어떻게 된거야?”

 

 

남자는 한쪽밖에 없는 다리를 슬쩍 내려다 본 후 입을 열었다.

 

 

 

 

 

 

 

 

 

 

 

 

“이것도 제 훈장 같은 거에요. 제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증거.

 

 

아까 천국에서는 착한 사람을 빨리 데려가려 한다고 말했었죠?

 

 

그녀도 천국에서 탐을 냈나 봐요. 술 취한 운전자가 그녈 향해 달려 갔거든요.

 

 

하지만 원장님 때완 달리 이번엔 제가 이겼어요. 그녀의 목숨 대신 다리 하나를 올려 보냈죠.

 

 

흉측한 제 모습을 보고 그녀가 떠날까봐 걱정했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어요.”

 

 

남자는 장난스레 다리를 흔들어 보이려 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금세 포기했다.

 

 

 

 

 

 

“그녀는 보상금 문제로 운전자랑 자주 만나 이야기 하는 것 같았어요.

 

 

날 위해 고생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다리 하나 따위 아깝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아쉽게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대요.

 

 

보상금을 한푼도 못 받았다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솔직히 저는 상관없어요. 그깟 돈이 중요한가요? 그녀가 살아있다는게 중요하지.

 

 

퇴원한 이후론 쭉 여기서 지냈어요.

 

 

이 꼴로는 어디서 일 할 수도 없어서 걱정하고 있는데

 

 

그녀가 장애인 등록 인가 그런걸 해줬어요.

 

 

그 덕에 많지는 않지만 한달에 얼마씩 돈을 받을 수 있었어요.

 

 

물론 관리는 그녀가 했죠. 그녀는 저보다 똑똑하니까요.

 

 

조금 슬픈건 그때 이후로 그녀 얼굴을 보기 어려워졌다는 거에요.

 

 

일이 너무 바빠서 올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몇 년동안 조금 외로웠지만 꾹 참았어요. 그러다가 바로 얼마전에 그녀에게 전화가 온거에요.

 

 

마지막 부탁이라면서. 전 웃으면서 기꺼이 하겠다고 했죠.

 

 

제가 아직도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네요.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딱 한번만 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어요.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고싶은데. 어렵겠죠?”

 

 

 

 

 

 

검은 남자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시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시간 되었다. 이제 그만 가야겠어.”

 

 

“부축 좀 해주실래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힘이 하나도 없네요.”

 

 

검은 남자의 손에 이끌려 휠체어에 앉은 그는 자신이 누워있던 곳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제가 그리 건강하지 않은데 돈이 될까요? 이제 그녀에게 줄 수 있는게 이것 뿐이라서요.”

 

 

검은 남자는 처음으로 미세하게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이내 원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며 말했다.

 

 

“걱정 마. 네 장기들은 내가 책임지고 비싸게 팔아 줄 테니까.”

 

 

안심한 남자의 표정을 본 그는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후회되거나 억울하지 않아? 그녀를 위해서 죽는다는게 말이야.”

 

 

남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혀요. 오히려 그녀를 위해 죽을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녀는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릴테지만요.”

 

 

그렇게 말한 그는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검은 남자는 그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했다.

 

 

“어쩌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중얼거리는 검은 남자의 눈엔 희미하게 분노의 감정이 비치고 있었다.

   

 

 

 

 

By. neptunuse


출처 :  루리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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