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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장례식장의 아주머니

도네이션2020.08.24 13:29조회 수 1151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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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판에 처음 글 올려봅니다.


글솜씨가 별로 없기도 하고, 낯설기도 해서 약간 떨리네요.


문체가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 음슴체(?)는 아직 익숙치 않네요.


말주변도 없어 사담 같은 것은 생략하고 바로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장례식장>


어느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할머니와 전혀 교류가 없었고, 할머니에 대한 것은 거의 모른 채로 자라왔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시는 길은 배웅해 드리자는 생각에 늦은 오후 할머니의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영정사진은 낯설었습니다. 일단 절을 올리고, 국화꽃을 사진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낮은 말소리들,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애써 술기운을 빌려 주절주절 이야기를 떠드는 소리, 수저를 놀리는 소리, 등등. 그런 것들에 저는 약간 정신이 없었고 또 동시에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저의 할머니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슬프다'는 기분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습니다.

왜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했을까, 왜 모르고 지냈을까...하는 아쉬움이었을까.

혹은 잘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의 죽음에 조의를 표하는 것에 대한 ...

무언가 복잡한 그런 심경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를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지요.

애초에 그런 이야기를 나눌 상대도 없었지만요.


저는 장례식장에 가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번 장례식이 딱 두 번 째의 방문이었습니다.

첫번째는 제가 꽤 어렸을 적이어서 사실 저는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 내를 고요히 채우는 옅은 향 냄새, 그리고 검고 흰 옷(상복)을 입은 사람들,


약간 흐트러진 채 놓여져 있는 국화꽃들, 그런 것들을 보니 무언가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것은 저의 분명한 기억은 아니고, 후에 나중에 부모님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제가 '아, 그땐 이런 일이 있었어'하고 기억해 낸 일입니다.

꽤 어렸을 적 일이기도 하고...어느 정도 왜곡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그 때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누구의 장례식장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족이나 친척은 아니었고 부모님의 친구분이나 직장동료? 혹은 그에 관련된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친구의 어머니랄지, 직장상사의 형제분이랄지, 그런 식으로...)

그 때는 제가 어렸기 때문에, 그냥 장례식장 한 켠에 딸린 작은 구석 방에 있었습니다.

그것은 장례식장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이 잠깐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용도로 쓰이는 방 같아 보였지만, 실제로 그 방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때문에 그 방은 그냥 외투를 놓거나 하는 용도로 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외동인데 부모님이 저를 딱히 맡겨놓을 곳도 없으시고 하여 장례식장에 그냥 데려오신 것 같았습니다. 그곳에 제 또래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리저리 신경 쓰시느라 제게 신경을 써주지 못하셨죠.

낯선 사람들밖에 없는 그 곳에서, 어머니는 제게 동화책 몇 권을 들려주시고는 그 작은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장례식장은 약간 쌀쌀했고, 그 방은 왠지 모르게 따뜻했었거든요.


사람들의 외투만이 정신없이 늘어져 있는 그 곳에서 저는 동화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사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때문에 장례식장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무섭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오랜시간 혼자 있어야 한다는 건 조금 무서웠을지도....)


동화책을 다 읽고 나서 조금 심심해져 그냥 방 안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어떤 아주머니의 얼굴이 살짝 보였습니다.

별 다르게 기억나는 것은 없고, 특징이라면 오히려 평범한 것이 특징이었다고 할까요...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흔한 아주머니였습니다.

그리고 표정이 아주 상냥하셨던 것 같아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문 사이로 살짝 내민 채 웃으며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아가, 여기서 뭐해?"


저는 별 생각 없이 "지금 책 읽고 있어요"하며 어머니가 주신 동화책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칭찬을 해주시고, 또 웃으며 물으셨습니다.


"배고프지 않아?"


그 말을 듣고보니 약간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들어서, 그냥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아줌마랑 밖에 나가서 뭣 좀 먹자. 아까부터 계속 여기에 있었잖아. 아줌마랑 가자."


그 아주머니가 제가 여기에 계속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던 걸까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그 때는 역시 별 생각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낯선 사람이 많은 곳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저으며 나가지 않겠다고 하자 아주머니는 표정의 변화도 없는 채로


"아줌마랑 가자"


...그 말만 계속 하셨습니다.

억양도, 속도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마치 자동재생기를 틀어 놓은 것 처럼


"아줌마랑 가자", "아줌마랑 가자", "아줌마랑 가자"라고.

그 때쯤 되자 저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그제서야 아주머니에게 "아줌마 누구예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래도 아줌마는 대답하지 않은 채, 같은 말만 반복하셨지요.

같이 가자고...


뭔가 불안함을 느낀 저는 "조금 있다 집에 갈꺼예요"라고 거짓말을 했고, 그럼에도 아줌마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무서워져서 목소리가 조금 커진 채로 "아줌마 누구냐고요!" 하고 물어보았고, 계속 그 답답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제 목소리를 들었는지 아버지께서 방 쪽으로 오시며 제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콩아, 무슨 일이니?"

"여기 아줌마가 자꾸 말 시켜서."

"아줌마? 어떤 아줌마?"

아줌마는 여전히 문 옆에 찰싹 달라붙어 얼굴만 살짝 내민 채로 서 계셨습니다.

아버지는 문 앞에 서 계셨고...그러니 위치상으로는 바로 옆에 계셨던 겁니다.


"아빠 옆에..."


그런데도 아버지는 자꾸 아무도 없다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고 하시니 정말 답답했죠.

바로 옆에서 계속 보고 있는데. 아직도 계속 '같이 가자'고 말하고 있는데...


아무도 없는데 자꾸 누가 있다고 하니, 아버지도 답답하셨겠죠.

결국에 아버지는 '얘가 졸려서 헛것을 보나보다'하시며 이제 집 갈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고는 다시 다른 데로 가버렸습니다. 문은 활짝 열어둔 채로요.


그 때 까지도 그 아주머니는 계속 있었습니다.

나는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아빠가 자꾸 아줌마가 안보인다고 하니까)


벌떡 일어서 그 아줌마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그 때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아주머니는 당시 문 너머로 얼굴을 반쯤 내밀고 계셨고,


한 손으로 문을 잡은 채 빼꼼히 쳐다보는 자세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줌마를 가까이서 보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줌마를 지나쳐 문을 넘어가 버리자, 아줌마의 뒷 모습이 보였는데


정확히 얼굴 반쪽과 손 하나 (문 너머로 보이는) 를 제외한 몸이 없었습니다.

공중에 얼굴 반과 손 하나가 문을 붙들고 둥둥 떠있었던 겁니다.


제가 그 모습을 보면서 벙쪄 있으니까, 아줌마가 천천히 얼굴을 돌렸습니다.

여전히 얼굴 반쪽과 손 하나로 문을 붙든 채로, 나를 보면서 똑같은 말을 하는 아줌마...

저는 너무 무서웠습니다. 악!하고 소리를 질렀고...

저기 이상한 아줌마의 얼굴이 떠있다느니, 몸이 없는 아줌마가 말을 건다느니..

그런 말들을 횡설수설 늘어놓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것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 ^^;


이 이야기는 나중에 어머니가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그 이후로 꽤 오랫동안 방문을 열고 얼굴만 내밀고 이야기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고 하시네요.

사실 아직도 공포영화 '샤이닝'의 포스터 같은 것을 꽤 싫어하는 편입니다.


출처 : 루리웹 시벌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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