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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나는 귀신이 보이는 여시야. 내 경험담을 쓸게

title: 양포켓몬패널부처핸접2014.10.13 02:29조회 수 1736추천 수 1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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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신이 보이는 여시야. 내 경험담을 쓸게

 

 

 

 

 

 

 

 

 

 


나는 6살때부터 죽은 사람을 볼수 있었어.그리고 예지몽또 꾸고, 조만간 죽을 사람이 누군지도 알수가 있는데...

이건 밑에 설명할게

 

어릴때 우리집이 무지하게 가난해서 외할머니네 집에 얹혀살았거든

안양시 비산동에 있는 작은 동네였고 그 동네에서 언덕위로 올라올라가면 가장 높은 곳에 우리집이 있었어.

마당에 있는 라일락나무가 거의 백년이 넘어가지구, 사람 몇명이 팔을 둘러야 할 정도로 두껍게 자란, 그렇게 오래된 집이야.

낮에 마루바닥에서 누워서 자고있는데 누가 머리를 자꾸 만지길래 눈을 떠보니까

예쁜 목걸이를 걸고있는 어떤 첨보는 아줌마가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더라?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냥 누워서 눈을 가만히 감고 있다가 얼굴에 뭐가 떨어지는 느낌에 눈을 떴는데

아줌마가 울고있었음. 근데 눈물이 내 얼굴에 떨어지는건 분명히 느껴지는데 닦아보면 손에 아무것도 안묻음...신기했어.

그떄 외할머니가 자냐면서 마당에 들어왔고 아줌마는 사라졌어. 이게 내 인생 최초로 귀신을 본 경험.

정확한건 모르고 그동네에 시집온 아줌마가 있었는데 애를 그렇게 좋아했다고 그런 소문이 돌긴 했었어.

동일인물인지는 나도 잘 몰라....

 

그집에서 막걸리 마시고 주정부리는 아저씨 귀신도 자주 나타났어.

근데 집 뒤에서 막내삼촌이 구렁이 한마리를 못 박은 나무토막으로 찔러서 잡아죽인적이 있는데,

그 후로는 아저씨가 안나타나더라고. 혹시 연관이 있는걸까 싶다...

 

아무튼 그 경험을 시작으로 마치 봇물터지듯 귀신을 보기 시작했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많이, 더 선명하게 보였어.

운동장에서 아침에 전교생 조회하잖아? 그럼 운동장에 애들 바글바글 하잖아,줄 서기 전에.

그럼 그 사이로 옛날 교복입은 학생몇명이 돌아다닌다? 자기들끼리 팔짱끼고 다니면서 얘기도 해.

마치 진짜 사람처럼.

난 너무 귀신이 선명하게 보여서, 가끔 사람인지 귀신인지 구별 못할때도 많았어.

한번은 학교 끝나고 집에가는데, 우리 아파트 가까이 걸어가고 있는데, 엘레베이터에서 어떤 여자가 걸어나오는거야.

근데 계단으로 안나오고 엘레베이터 반대쪽 벽으로 쑥 들어가는거임....

그때 알았지. 아 귀신이구나.

근데 너무너무 선명하고, 진짜 사람같이 생겨서 그 전까진 몰랐어. 난 항상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곤 해.

 

귀신이 나타나기 전엔 여러가지 징조들이 보이는데, 나같은 경우는 후각이나 청각적 암시가 가장 처음 다가와.

문을 다 닫고 혼자 방에 있어도 바로 귓가에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린다거나,

특정 냄새가 나곤 해.

 

아까 위에 내가 써놨듯이, 나는 곧 죽을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

사람이 죽을 날이 얼마 안남으면 특별한 냄새를 풍기거든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데, 무슨 냄새냐면 흙 냄새랑, 녹슨 쇠냄새랑, 알싸한 풀냄새가 섞인 좀 희안한 냄새야.

그 냄새가 아주 강하게 풍겨.

그걸로 알수있어. 그래서 난 친한 사람하고 껴안고 인사할떄 혹시라도 그 냄새가 날까봐 두렵다.

고등학교때 단짝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죽기 한달전부터 그 냄새를 풍겼어.

그리고 죽기 일주일 전부터 계속 그 친구가 장롱에 들어가는 꿈을 꾸게 되더라구.

결국 추락사로 죽었어.

 

외할머니랑 친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에도 그 냄새를 맡았어.

그래서 특히 친할머니 돌아가시기 몇주전에 그 냄새 맡아서,  내가 할머니 사진을 일부러 찍어드렸어.

할머니한테 예쁜 사진 찍어드리겠다고 꼬셔서; 사진 남겨드렸어.

그리고 몇주있다가 돌아가셨어..덕분에 그사진을 영정사진으로 썼지

 

위에 말한 죽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정말 많은데...

굵직한걸 하나 풀자면,...

이 친구가 공사중이었던 우리학교 건물 위층에 혼자 올라갓다가 추락사 한거거든.

근데 구급차 실려갔을때만해도 살아있었단 말이야.

나중에 알았는데 구급차 안에서 죽었대,선생님들은 학생들이 패닉상태에 빠질까봐 다음날까지 그 사실을 비밀에 부첬어.

근데 난 그애가 죽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어.

왜냐면 기숙사 방에 다같이 모여있는데, 베란다쪽 커튼 사이로 그 애가 무릎을 가슴에 붙여서 쭈그리고 앉아서 우릴 보고있었어

그걸 보고 알았지. 아 니가 죽었구나...라고.

참 나도 나쁜게, 몇시간 전만해도 살아있던 친구인데, 귀신이 된 모습으로 걜 다시 만나니 온몸에 소름이 돋고 무섭더라구.

정말 정말 무서웠어. 날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 아직도 난 그 친구를 떠올리면 그리우면서도 무서워.

 

아무튼 난 거의 평균 2주에 한번 꼴로 귀신을 보는데, 자잘한 에피는 정말 많다. 근데 스토리는 없어.

귀신얘기 들어보면 마지막 결말에, '알고보니 이러이러했다'이렇게 결말이 나잖아.

근데 실제로는 그런거 ...없음. 그냥보면 끝이지 내가 뭐 사건 파헤쳐서 알아보고 이러진 않잖아.

그래서 대단한 스토리가 있는 그런 에피는 별로 없다. 실망했나 여시들?

 

자잘한거 몇개 풀어볼까?

우리학교는 건물 구조가 ㄷ자 모양이야. 저 ㄷ자 모양에서 가장 끝 방이 도예방이었는데,

11시가 넘어서까지 친구들 7명이서 남아서 도예과제를 하고 있었어.

 다 끝나고 교실을 나와서 자물쇠로 문을 잠그고 푸른 달빛만 비치는 긴 복도를 띄엄띄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맨 앞에서 걸어가던 친구가 홱 뒤돌아서더니 거꾸로 복도를 거슬러서 다시 교실로 들어가는거야.

우리들은, 야 너 뭐 놓고왔냐? 이러면서 복도에서 멀뚱히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오는거임.

그래서 다시 교실로 가보니까 바깥에서 자물쇠로 잠겨있는거야.

우리들은 오싹해져서 xx, 얘 어딨어? 이랬는데 뒤에서 xx가 대답하는거임. 나 여깄는데? 이러고...

애들 전부다 식겁해서 빠른걸음으로 기숙사까지 뛰었지 뭐.

 

또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어.

 기숙사에서 애들 6명이 자고있었어.

2층 침대 3개인데, 가운데 침대 위층에서 자던 친구가 벌떡 일어나더니

침대 사다리를 다리부터 안내려오고 머리부터 거꾸로 내려오는거야. 기어서...

근데 그 장면을 5명이 다 동시에 봤어. 이상하게 그 순간 다 자다가 깬거야.

한명이 겁에질려서 불을 탁 켰는데, 기어내려온 그 친구는 멀쩡히 자고 있었어.

근데 더 무서운건, 침대의 각도가 다 달랐는데도, 5명 모두가 하는말이,

기어 내려온 그 친구가 다 자길 똑바로 보고있었다고 함.

아이고 참....

 

또 뭘 풀어볼까. 흠...

내가 제일 귀신을 많이 봤을때가 20대 중반때였는데, 이사간 집에서 귀신이 엄청 많이 나타낫거든

그 떄 나 죽을뻔했어.

귀신이 그 좁은 집에 거의 스무명 정도 바글바글 했는데,

항상 내 침대 기둥에 매달려서서는 나한테 이상한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랬어.

보통 나한테 하는 말들이, 자살하는 방법이었어.

떨어져 죽는 방법, 약먹고 죽는방법 등등...

이런 얘기들을 속사포처럼 귓가에 말하니까 나는 너무 무섭고

이 목소리를 그만 듣고싶어서 정말 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더라

그떄 한번 귀신때문에 자살할 뻔했어. 다행히 정신 차리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온 뒤로는 그 귀신들을 안봐.

지금 사는 집은 새집이야 ㅎㅎ

 

한번은 내방에 악귀가 자꾸 들어와서 내가 한참 패닉에 빠지던 때가 있었지.

남친한테 전화해서 무섭다고 질질짜고 ....난리였음....

방 거의 한가운데에 덩그라니 서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있었어.

내가 무서워서 웅크리다 다시보면 귀신이 똑같은 자세로 위치만 바뀌어있고,

그게 무서워서 또 웅크리다 다시 보면 또 다른 위치에서 쳐다보고있고...하여간 제일 무서운 악귀였음.

남자 귀신이었는데 얼굴은 까맣게 그림자가 져서 눈코입은 안보이고 옷은 옛날 하얀 저고리랑 바지를 입고있었어. 키는 작고.

근데 생각해보니 내가 그떄 타로점을 혼자 많이 봤단말이야?

어디서 듣기로는 그게 신적인 힘을 빌어서 보는거라 복채를 귀신에게 줘야한대.

그래서 그날 밤 자기전에 테이블 위에 돈 만원을 올려놓고 잤어.

새벽에 또 그 기운에 눈을 떴는데, 그 남자 귀신이 돈을 집어들더니 나한테 꾸벅 허리굽혀 인사를 하고 사라졌어.

그리곤 내방에 다신 안나타나더라고.

돈주니까 사라진거 보면 혹시 노잣돈이 없어서 한참을 그렇게 떠돈게 아닐까...라고 소심하게 추측해본다.

 

또 한번은 내 방 베란다 밖에 키가 3미터쯤 되는 머리부터발끝까지 새까만 옷 입은 머리 엄청나게 긴 여자귀신이 서있어서

내가 겁이 나가지고 남동생한테 말했는데, 내 남동생이 그 얘기 듣고 일부러 큰소리로,

'야! 내방에 와라! 내가 가만안둔다!' 막 이랬거든

근데 며칠있다가 동생방 앞에 슥 지나가는데,

동생이 컴퓨터 하고있고  옆에 베란다 밖에 그 귀신이 서서 동생을 쳐다보고 있더라구.

진짜로 내동생한테 간거임...ㄷㄷㄷ

다행이 방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고 그 후로 두번 더 봤는데 더이상 나타나지 않고있어.

 

 

또 무슨일화를 찔까...

아, 우리집으로 가는길에 공원 하나가 있는데,

저녁 8시쯤에 가면 항상 그네타는 중딩여자애 귀신이 보인다?

그네 타고 앞뒤로 씽씽 타고 놀아.

근데 그 공원에는 그네가 없어...

나도 너무 진짜같아서 볼때마다 흠칫해.

 

내가 거의 서른의 나이가 될때까지 본 귀신이 한둘이 아니라, 막상 찌려니까 끝도 없는거같다.

나는 특히 예지몽이 장난아냐. 백이면 백 맞아떨어져.

주변사람들 죽기전에 꼭 예지몽을 꿔. 상여가 나가는 꿈을 꾸거나 관이 나가거나,

장롱에 들어가거나 검은 장우산에 걸려넘어지거나...그런꿈.

냄새로도 확실히 알수 있고.

 

믿거나 말거나 어쩔수 없지만

나같은 사람들도 엄연히 존재한다는걸 말해주고 싶었다

이건 종교랑 관계없어. 난 천주교 여시야.

아 그리고..성당에서도 귀신 보인다. 뭐 종교라고 해서 귀신 쫒고 이런건 없는거같다.

 

그리고 뭐 의자 빼놓고 자면 책상밑에 귀신 나오고, 장롱문 열고 자면 귀신 들어오고 이런 말들 많잖아?

그거 다 뻥이야. 그런거 없음.

욕실에서 눈감으면 귀신이 만질거같고 그렇지?

한번도 화장실에서 귀신본적 없음..

공중화장실은 있었지만 집 화장실에선 본적 없어. 안심하고 목욕해~

 

내가 보는 귀신들은 사람하고 정말 똑같이 돌아다니는데

약간 다른점이 신체 움직임이 너무 심하게 정지해있거나, 어설프게 움직이거나,

얼굴에 비정상적인 상처가 많거나, 아니면 표정, 정말 생기없는 표정, 특이한 냄새, 같은걸로 구별할수있어.

나중에 생각나는 에피 있으면 또 쪄줄게.

 

음...

이글을 어떻게 마무리 하지?

 

끝.

 

++추가

 

내 동생이 내가 귀신본다는걸 원래 알고 있거든?

어릴때부터 내가 항상 뭐가 보인다 보인다 이러다보니 얘는 그걸 알아

근데 몇달전에 얘가 인터넷에서 사진 한장을 보여주는데, 일본의 광산 입구 사진이었어.

그걸 나보고 자세히 보래, 뭐가 보이냐고 묻더라?

나는 자세히 봤는데 딱히 귀신이 보이진 않았고 그냥 사진이 뭉글뭉글 움직이더라구.

아주 빠르게 사진이 막 움직였어. 플래쉬 파일처럼

그래서 야 사진이 움직인다~ 우와

이랬더니 내 동생이 경악하는거야

이 사진의 비밀이 하나 있는데, 귀신을 잘 보는 사람은 그 사진을 보면 백이면 백,사진이 움직인다고 말한데,

근데 나도 그렇게 말하니까 얘가 놀란거더라구

소름돋는다고 쌩난리를...

사진은 내가 찾았던 사진이 아니라서 뭐라 검색해야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그냥 일본 광산 입구 사진이었어. 여시들도 한번 실험해봐..

 

 

그리고 울 아빠도 귀신을 보셔.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떄 무덤가 근처에 운전하고 가시다가 외할아버지가 도로근처까지 마중나온적 있으시대

그래서 혼령이신 외할아버지와 술 한잔을 하고 돌아오신적도 있고..

강가 근처에 차 세워두고 낚시하는데, 여자 여럿이 강강수월래를 하고 잇어서 홀린듯이 다가갔는데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가까워지지 않았다고 해...

 

그리고 나같이 귀신 잘보는 사람하고 같이 있으면 이런 능력없는 사람도 그 기 같은게 옮아서 같이 볼때가 있거든?

내 남친은 나 만나기 전까진 한번도 귀신 본적이 없는데 나랑 있으면 가끔 소리같은건 듣는다?

한번은 엘레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엘레베이터 문 한켠이 투명한  문이었거든

그틈으로 깜깜한 엘레베이터 통로 아래쪽을 보면서 내가 장난으로 야~ 귀신아~ 대답해~ 막 이랬는데

저 아래 ...저기 깜깜한 엘레베이터 통로아래쪽에서 '여깄어~' 이러면서 누가 대답하더라.

난 나만 들은줄 알고 아무렇지 않은척 그냥 넘어갔어. 남친이 겁먹을까봐.

근데 나중에 남친이 하는말이, 그 소리 들었냐는거야,누가 대답하는 소리 자기가 들었다고. 그거 귀신맞냐고 묻더라구.

남친도 귀신 소리를 들었던거지.

 

+동물귀신 있냐는 질문 추가.

 

내가 본 동물귀신은 토끼랑 개.

내가 토끼 두마리를 6년간 키웠는데, 토끼가 무지개 다리 건넌 날 (이거 불법이긴 하지만) 학교건물 음악당 뒤에 묻어줬거든?

사후에 음악듣고 무지개 다리 건너라고..

그리고 한 일년 뒤였나?

낮에 내 방에서 책보고 있는데 탁 -탁- 소리가 나는거임.

토끼가 뛸때 발소리랑 똑같았어. 베란다쪽 보니까

거실에서  내가 키우던 키루키다 토끼 두녀석이 뛰어놀고 있었어

 광채같은거 뿜으면서....

근데 너무 잠깐이었어 한 4~5초 봤나? ㅠㅠ

그러고 사라지더라구.

동물 귀신은 확실히 사람하고 다른 기가 있음.

 

그리고 어떤 개가 길을 건너는데 차가 그 개를 쓱 치고 지나가는거임

개깜놀 했는데 도로 어디에도 흔적이 없더라구

얘도 귀신이었던거지. 개 귀신은 이런식으로 몇번 봤어.

 

어떤 여시님이 불편한거 없냐고 물어봐서 대답하나 추가할게.

귀신이 직접 터치를 하거나 해코지를 하는 때가 가끔! 있는데,

예를 들어 내가 자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눕잖아? 그럼 한 5초도 안돼서 귀신이 날 만져.

참..에로틱하게...

분명 여자손인데 날 막 만져.

허벅지부터 등까지 싸악 훑어서 만지기도 하고, 머리카락 귀뒤로 넘기기도 하고 그래.

그리고 심하면 침대 위로 올라와서 내 몸을 중심으로 다리를 벌려서 서고 양 발을 굴러서 침대를 막 흔들어

이해가지? 침대를 좌우로 밟아서 들썩들썩 막 흔들어.

이건 정말 제일 싫은 경험이야. 레알 가장 싫어.

그래서 난 잘때 불 못끄고 자 ㅠㅠ 엄마한테 개까이긴 하는데 그래도 차마 불을 못꺼.

근데 불 안켜도, 낮에 잘때도 침대 흔들때 가끔 있더라.

역시 귀신은 낮밤을 안가려bbb

호호 젠장.

 

엄마한테 왜 불 못끄고 자는지 설명하고는 싶은데

울 엄마는 이런얘기 너무 싫어하셔서 집에서 얘기 잘 못한다?

미친사람 취급받을까봐 어디가서 이런말 해본적도 없고....

그냥 혼자 보고 느끼고 견디는것 뿐이지 뭐.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굿 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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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귀신 이야기

 

 

 

 

 

 

 

 

 

 


스물아홉 창창한 직장인임. 오랜만에 갑자기 옛날 일이 떠올라서 
 

이야기 하나 풀어볼까함.

 

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부산에서 다님. 부산 사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부산이 남해 연안에 접근해 있다고 다 바닷가가 아님 

 

 오히려 장딴지에 +10강화정도는 해야 다닐만할 정도로 언덕이 많음

 

 본인이 다니던 중학교도 그랬슴. 여하튼 중학교 2학년때 학교에서 

 수련회를 갔슴. 수련회라고 해봤자. 학교 바로 뒤가 수목원이라 

 바로 거기로 도시락만 싸들고 말이 체험학습이지 그냥 등산을 했음.

 

그래도 2학년 전체가 움직이는 거니 선생님들이 딴엔 신경을 많이 쓴 듯

 애들을 다섯 여섯 정도 묶어서 조별로 움직이게 했슴. 

사실 난 반에서 좀 아웃사이더였슴. 그게 왕따 같은 것은 아니고 놀기도 잘 놀고

 대화도 곧잘 나누는데 이런식으로 조별로 움직이게 되면 꼭 무리에 합류를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늙은 하이에나 꼴이 됨.

 

이유는 나보다 내 친구 녀석 때문이었슴. 검마는 여자사람이었는데 

 애가 피부도 하얗고 키도 작고 말라서 예쁘장했슴. 그런데 말이 별로 없슴

 가끔 허공을 노려본다던지 방언이 터진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구석에 대고 

 호통을 친다던지 좀 유니크한 특성을 가진 녀석이었슴.

 

더군다나 할머니가 무당이라 학교에서도 새끼무당 취급 받으면서 

 좀 애들하고 어울리지 못했슴. 아니, 어울리지 못한다기 보다는 가시나 혼자서

 학교를 왕따시키는 그런 아우라가 있는 녀석이었슴.

 

여하튼 책을 좋아하는 그 녀석과 도서관 주번인 나는 어쩌다보니 친구가 되었는데

 평소에는 혼자 있기 좋아하는 가시나는 혼자 놀고 나는 나 대로 놀면서 

 등하교나 같이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조별로 움직이게 되면 꼭 반에서 우리 두명만 무리에서 떨어진

 오리마냥 둥실둥실 떠다니는 거임

 

 따로 떨어진 우리를 그냥 놔둘 선생님도 아니어서 자릿수 적은 조에 우리가 

 끼어들어가게 됐슴. 애들이야 물론 좋아하는 표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사건 여럿 저지른 가시나(그냥 가명으로 나리라고 부르겠슴)  앞에서 대놓고

 싫어하는 눈치를 줄 정도로 간 큰 녀석은 없었슴.

 

여하튼 그렇게 얼기설기 조가 짜여지고 우리는 단체로 현장학습을 빙자한 

 단체 등산을 시작했슴.

떡같은 산이었슴. 딱 이맘 때쯤인 초가을 낮은 뒷산이었는데 을씨년스럽기가 

 제모안한 겨털만큼 음습하고 후덥지근한 곳이었슴. 여하튼 정상에 오르고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슴. 산에 오르면서 한 경험담도 서술하라면 할 수 있겠지만

 그 순간 이 글은 공포글이 아니게됨. 등반일지가 됨

 

 나무가 무성한 곳이었슴. 비가 온지 한참 된것 같은데 나무기둥이 다 시커멓게 

 썩은 것처럼 보였슴. 작년에 떨어져 내린 낙엽이 아직 삭지도 않은 이상한 곳이었는데

 발밑마다 지천에 벌레가 드글드글 했슴. 그런 곳에서 밥이 잘 넘어갈 수 있을까 싶지만

 험난한 산행은 엄마가 단무지에 햄만 넣고 말아준 김밥도 두번씹고 삼키게 만들어줌

 

 내려오는 길은 선생님들도 지쳤는지 애들 통솔도 느슨한 분위기였슴. 대충 밥 먹고 
 내려가면 오후는 집에 가든 오락식에 들르든 그건 애들 재량이었슴. 지금 처럼 학교가 

 빡빡한 곳은 아니었다는 기억이 있슴.

 

여하튼 산 중반을 내려올 즈음 뱃속에서 신호가 옴. 사실 신호는 아까 덜 잘린 김밥을
 이로 끊을 때부터 오고 있었슴. 그땐 그렇게 심각한게 아니라고 생각 했었지. 그게 내 오

 산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슴.

 

분명 정상에서만 하더라도 허허허 아버님 이제 제가 장성하여 그만 세상에 나가 큰 뜻을

 펼쳐볼까 하옵니다. 하던 놈이 갑자기 반항을 시작했슴. 힘든 산행으로 지치고 늘어진

 내 대장을 쥐어 짜는 굵고 기다란 놈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슴.

 

아랫배가 차가워지며 식은땀이 흘러 나오기 시작함. 급하게 주변을 두리번 거렸슴. 

때마침 약수터가 얼마 남지 않은 지점이었고, 어르신들 새벽운동하시게 마련된 운동기구장

 근처에 화장실을 봤던 기억을 떠올림. 내 발걸음은 더할나위없이 경쾌해짐

 

 그땐 이미 조별모임은 흔적없이 사라져 있었을 때였슴. 조별로 나뉘어 봤자 애들은

 점심먹을 때 이미 끼리끼로 모여서 밥먹을 때였슴.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이제 완연하게 장성한 그 녀석은 이 문을 열어라!! 라고 호통치며 연약한 내 괄약근을

 거칠게 후려쳤슴.

 

갑자기 걸음이 빨라지니 내 뒤를 따라오던 나리 녀석이 전에 없이 나를 불렀슴. 사실

 학교에 모여서 산을 오르고 점심을 먹고 내려가던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던 녀석이

 나를 불렀으니, 괄약근의 마지막 힘이 풀리더라도 뒤돌아봐야 했슴

 

'어디가'

 

동갑내기 예쁜 여자애에게 똥마려서 화장실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리가 없었슴. 

그러나 그녀는 이미 내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이해한 눈치였슴.

 

 '참고 내려가서 화장실 가면 안돼?'

 

그건 내가 어렵다. 일단 네가 불러서 걸음을 멈춘 것만 하더라도 난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인내의 힘을 다한거다. 라고 나는 표정으로 말했슴. 구겨진 내 얼굴을 보고 나리는 안쓰러운 듯

 이제 보이기 시작한 약수터 옆 화장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럼 들어가서'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던 내가 뒤돌아 달려갔다. 이제 다른 사람눈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

다.

다행히 내 가방에는 엄마가 밥먹고 쓰라고 준 사각 티슈도 있었겠다. 이 이상 지체 했다가는 

 제손으로 괄약근을 비집고 굵고 긴 그놈이 머리를 내밀 찰라였다. 

달리는 와중에서 쉭쉭 흘러 나오는 가스는 왜이리 독한지.

 

다행히 화장실에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근처 아무칸이나 들어가 지퍼를 풀고 지금껏 기다리느라

 나만큼이나 지치고 힘겨웠을 그 놈을 놓아줬다.

 

온세상이 천국같던 그 일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남은 자투리 해방감도 맛볼 수 있었음. 

물을 내리고 일어나는데 상당히 냄새가 심한 화장실이었슴. 청소는 언제 하고 버려둔건지

 바닥은 진흙과 침 투성이에 담배 꽁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침침한 회색 시멘트 벽은 

 싸구려 타일로 뒤뎦어 저질스러운 낙서가 즐비했슴.

 

낮이라 그런지 불도 켜지지 않은 화장실에 유일한 광원은 내 머리 조금 위에 난 작은 창문 뿐이었

슴. 

누가 들여다보도 좋을 정도로 훤하게 뚫린 창문에는 나무와 잎사귀만 보였슴.

 

볼일도 다 봤겠다. 나가려고 하는데 재미있는 낙서들이 보였슴. 누구랑 누가 좋아한다던지 

 욕설도 써있고 여자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슴. 남자 화장실에 왜 여자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가 적혀있는진 아직까지도 의문임.

 

그런데 화장실 문 아래 쪽에 이런 낙서가 있는 거임.

 

여기서 볼일 보다가 너가너가 하는 목소리 들은 사람?

 

너가너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웃긴건 그 낙서 아래 무슨 답장처럼 나도 들었는데. 어 나도 

 이런 식의 낙서가 이어지는 거임. 그 낙서를 따라 한참 내려가다가 나는 섬칫한 글을 읽음

 

 난 지금 들려

 

 휘갈긴 낙서에 소름이 쫙 돋음. 그게 왜 무섭게 느껴진 건진 뒤이어 깨달을 수 있었슴.

 

나도 들리니까.

 

화장실 쪽 창 너머에서 희미하게 말이 들려옴. 무슨 박자라도 맞추듯

 

 너가

 

 너가

 

 너가

 

 너가

 

 일정한 박자에 맞춰 들리기 시작한 말에 나는 황급하게 쪽창에서 시선을 떼고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았슴. 

이제 문만 열면 되는데 그럴 수가 없었슴.

 

문 바로 앞에서도 들리기 시작했거든.

 

앞 뒤에서 너가 너가 하는 여린 여자 목소린지 속삭이는 가성같은 건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렸슴.

분명 비울건 다 비웠는데 다시 싸하게 아랫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슴. 일단 화장실에 있어봤자 

 아무런 도움이 안될것은 확실했슴. 소리고 뭐고 나가야 겠다고 생각 했슴.

 

그런데 뭔가가 움직이는 거야.

 

처음에는 뭔지 몰랐슴. 뭔가가 알짱거리길래 뭐지 하고 고개를 들었슴. 아까 말 했듯이 이 화장실


 빛이 들어오는 곳은 쪽창 하나 뿐이었슴. 비스듬하게 화장실 벽에 드리워진 창문 빛에 뭔가

 둥그런 것이 불쑥 불쑥 위로 올라오는 것이었슴.

 

너가 너가 너가 너가 하는 이상한 소리는 이미 충분히 가까워져 있었는데 나는 멍청하게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어 쪽창을 바라봤음. 분명 처음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불쑥

 

'너-가!!!!!'

 

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대가리가 쪽창 위로 불쑥 튀어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슴.

헝클어져서 축축 늘어진 검은 거미줄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시뻘겋게 충혈된 눈이 분명 똑바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슴.

 

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슴. 진흙이고 화장실 바닥이고 생각할 여력이 없었슴. 문제는

 내가 봤다는 것을 깨달은 창밖의 그 '너가'가 몇번이고 뛰어 오르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는 것임. 튀어 오를 때마다 더 가까이 다가온 놈은 급기야 쪽창의 가장자리를 검고 썩은

 나뭇가지 같은 손가락으로 움켜쥐고 쥐어 뜯듯이 기어 오르려고 했슴.

 

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너가!!!!!!!!!!!!!

 

앞 뒤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나는 미칠 것 같았슴. 화장실 문 너머에도 저런 귀신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차라리 기절을 하던지 심장마비에 걸리던지 하고 싶었슴. 웅크려서 아무것도 못하고 

 미칠듯이 뛰는 내 심장소리가 거슬려 죽을 것같은데 나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목청이 찢어

져라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슴.

 

화장실 문틈 사이로 희고 통통한 손가락들이 구물거리며 기어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슴.

 

 '으아아아아아악!!!!!!'

 

내 비명소리에 맞춰 그 미역머리 귀신은 정말이지 머리를 쑤시고 들어올 것처럼 쪽창에 얼굴을

 들이밀었슴. 앙상한 해골에 머리카락만 뒤덮은 것처럼 무서운 모습이었슴. 화장실을 먼저 본게 

 다행이었음 아니었다면 이미 나는 바지를 지렸을게 분명했슴.

 

축축하고 비릿한 냄새에 내 정신은 혼미해졌슴. 이대로 기절하는가. 하던 와중에 문득

 다시금 화장실 아래로 기어 들어오려하는 손가락을 봤음. 뭔가 이상했슴.,

 

내가 본 저 미역머리 귀신은 손가락이 나뭇가지처럼 앙상했슴. 그런데 화장실 문에 있는 놈은

 통통하고 작고 가는게 꼭 아기 손가락 같았슴. 물론 지금 생각하면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그 당시 나는 화장실 문 너머에 있는 놈은 작은 놈이다. 작은 놈이라면 내가 도망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한것 같음. 확실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그때 제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말해줄 수 있음. 살고자 하는 힘으로 나는 벌떡 일어나 이제 손만 뻗으면 내 얼굴을

 잡아 뜯을 수 있을 것 같은 그 귀신에게서 떨어져 왈칵 화장실 문을 열여 젖혔슴.

 

그리고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희고 긴 물체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화장실 밖으로 

 괴성을 지르며 뛰쳐 내려갔슴. 온몸이 진흙에 침에 오물투성이었지만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 귀신놈이 나를 쫒아오지는 않을까 겁에 질려서 나는 그 산길을 굴러 떨어지듯 내려

갔슴.

 

다행히 중턱 즘에 가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나리를 만날 수 있었음. 나리를 보자마자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 그냥 그자리에서 펑펑 울었슴. 눈물에 콧물에 나중에는 코랑 귀가 

 막혀서 죽을 것 같은데 나리가 물끄러미 서서 나를 내려다봤슴.

 

 '그러니까'

 

느릿느릿한 나리 말에 고개를 들자, 나리가 뒤이어 말했슴

 

'뒤돌아보지 말라니까'

 

내가 엉엉 울면서 귀신이 귀신이.,. 하고 말을 잇지 못하자 나리가 갑자기 내 등 뒤쪽을 노려보며

호통을 쳤다.

 

 '니 년 새끼는 어디다 버려두고 에먼한 놈을 괴롭혀! 이 기름에 튀겨 죽일 년!!'

 

기묘하게 높은 애기 같은 목소리에 나는 울음이 쏙 들어갔슴. 한참 한 곳만 노려보는 나리가 

 이상할 정도로 믿음직하달까 든든하달까. 이제 귀신은 다 갔구나. 안도한 나를 보며 나리가 말했

 

'우리집 가자'

 

 '어? 왜?'

 

한번 나리집에 가서 된통 데였던 기억이 있는 나를 향해 나리가 말했다.

 

 '너 또 귀신 씌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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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귀신 이야기 2

 

 

 

 

 

 

 

 

 

 

 

 내려가는 길에 약수터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바지며 다리에 묻은 오물을 씻어냈는데

 그래도 퀴퀴한 지린내며 담배냄새가 안빠졌다.

 

사람 있는 장소로 나오니까 눈물은 그쳤는데

 대신 겁이 나기 시작하더라. 화장실 안에서 앞뒤로

 귀신들에게 협공 당한 것도 무서운데 또 뭐가 씌인건지

 막 화장실 창문에서 기어 나오던 그 검은 머리 귀신이랑

 화장실 문틈으로 구물구물 움직였던 손가락이 떠오는데...

 

다시 또 나리네 집에 가서 그 이상하고 무서운 장소에서

 귀신을 봐야한다고 생각하니까 죽을맛이었다. 그런데

 더 무서운 일은 그 후부터 일어났다.

뒷산을 내려온 것 까지는 괜찮았는데 갑자기 나리가 내게

 말했다.

 

 "너 우리집 어딘지 알지"

 

 "거야 알지..."

 

 "그러면 지금부터 우리집 까지 천천히 걸어와."

 

무슨 말인지 몰라서 엉거주춤 서있는데 나리 시선이 이상했다.

나랑 대화를 하고 있는데 시선이 꼭 내 어깨 너머를 보는 것처럼

 초첨이 흐리멍텅 했다.

 

귀신을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쫙 돋았다. 한참을

 내 어깨 너머를 바라보던 나리가 내 오른 손에 뭔가를 쥐어줬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오른 손 쪽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뛰지말고 걸어서 와라. 그거 꼭 가지고 오고

 대신 올 때까지 말 한마디 하면 안된다?"

 

말을 왜 하면 안되냐고 묻기도 전에 나리가 지는 가서 밥차려야 한다고

 어정어정 뛰어갔다.

 

나보고 귀신 씌였다고 처리해주겠다고 하던 가시내가 혼자

 가버리니까 어안이 벙벙하고 억울하고 무섭고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소풍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애들이 주변에

 몇 명 있던 터라 정줄 놓을 만큼 무섭지는 않았다는 거다.

 

나리 집이야 몇 번 가본적이 있어서 가는 길은 알았다.

뒷산에서 걸어서 이십여분 걸리지 않는 길이었다.

일단 나리 말대로 나리네 할머니 집까지 가야 

이 사단이 끝날래도 끝날 듯 싶었다.

 

젖어서 척척한 신발로 한걸음 내딛는데 뒤에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꼭 장마철 통풍 안시킨 신발장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와 함께

 그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너가'

 

철퍽 하는 물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목부터 발가락 끝까지

 온 몸이 차갑게 식으며 머리가 뜨거워졌다. 온 몸의 열이 다 정수리에

 몰린 것처럼 눈시울이 뜨끈뜨끈해졌다. 나는 울음이 날 것 같이 울렁

 거리는 목구멍으로 몇 번이나 침을 삼키고 고개를 돌렸다.

 

시커먼 거미줄 같은 머리카락이 어깨 너머에서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등 뒤에 붙은 건지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등줄기를 차갑게 얼렸다.

목덜미에 쭈볏 소름이 돋았다. 아까 화장실에서 봤던 그 귀신목소리였다.

 

너가

 너가

 너가

 너가

 너가

 너가

 

 아까처럼 반복적으로 처녀애 속삭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목쉰 울음 소리 같기도 한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이 계속 등 뒤에서 들렸다.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고 싶은데 아까 나리가 가기 전에

 제 집까지 천천히 걸어서 오라고, 말 한마디 하지 말고 오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게다가 아까부터 쥐고 있던 아무것도 없는 오른손이 묘하게 무겁고 굼실굼실

 손바닥안에서 뭐가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났다.

 

나는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소리도 못내고 울면서 걷기 시작했다.

걸을 때마다 등 뒤에서 철퍽 철퍽 생고기 도마에 떨어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를 따라왔다. 하교 하는 다른 학생놈들 눈에는 귀신이 보이지 않는 지

 질질 짜고 있는 나를 보는 놈 하나 없었다. 차라리 귀신이 나타났다고 

소동이라도 벌어지면 나도 목청 찢어져라 비명 지르면서 도망 치겠는데

 생고문도 이만저만한게 아니었다.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귀신도 한 걸음 따라왔다. 화장실처럼 뒤를

 돌아볼 용기는 절대 생기지 않았다.

소리만 듣는 것도 무서워 죽을 지경이지만, 아까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따라오는게 아니라 다행이긴 했다. 다만 걸을 때마다 규칙적으로 등 뒤에서 들리는

 너가너가너가너가 소리와 더불어 점점 더 가까워지는 숨소리가. 점차 닿을 듯

 다가오는 한기며 어깨에 닿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닿는 순간

 

 후두둑 소리를 내며 뭔가가 내 어깨와 얼굴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드는 데, 비틀려 꺾인 목 위로 시커멓게 죽은 귀신의 얼굴이

 순식간에 코 앞까지 다가왔다. 시뻘건 홍체가 눈구멍 안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퍼뜩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 발치로 놈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수십마리

 벌래들이 와스스 흩어졌다. 아직도 어깨 위로 후둑후둑 벌레가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에 풀려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내가 주저앉자 놈이 풀썩 개구리마냥 사지를 뒤틀며 자세를 낮췄다.

앙상하게 마른 팔다리에 넝마조각같은 천이 들러 붙어 있는 형상이

 흉악했다.

 

소리를 내면 안돼

 

 분명히 귀신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해꼬지를 못하는데는

 아까 나리가 말했던 것들 때문이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울며불며 도망치고 

싶어하는 내 다리를 붙잡았다. 여기서 정말 소리를 지르면

 죽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갑고 시커먼 손가락이 내 양쪽 어깨를 잡았다. 얼음 덩어리가 내리 누르는 

기분이었지만 무겁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너가...

 

 ...니?

 

 ...너...

 

너가

 

 말도 되지 않는 단어를 몇번이나 중얼거리던 귀신이 입이 찢어져라 벌리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으으흐흐흐으으으으으흐으으으으흐흐흐으흐 울음 소리와 함께 으흐으

 으흐흐흐흐 시커먼 손가락이 내 얼굴을 더듬었다. 썩은 사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토기가 밀려와서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대로 주저 앉아있어봤자 귀신 놀음에나 시달릴 것을 알면서도

 한참 후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왼 손은 식은 땀으로 흥건한데 오른 손은 차갑고 묵직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이 천리는 되는 것처럼 걷고 또 걸어서야

 나리집에 도착했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내려가자 철 대문 앞에서

 나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속한 마음보다 그 때는 무슨 구세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나리 앞에 이상한 상이 하나 차려져 있었다.

작은 밥상에 이인분은 족히 될 고봉밥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나리는 성큼성큼 내게 다가와서 내 오른 손에 숟가락을 쥐어줬다.

 

 "너 아무말 말고 이밥 다 먹어라"

 

영문을 모를 말이었지만 이상하게 밥을 보자마자 배가 몹시 고파왔다.

귀신을 처리한다며 왜 나리네 할머니는 안보이시는지

 밥으로 귀신을 어떻게 처리한다는 건지는 몰라도

 갑자기 뱃속이 뒤틀릴 듯 아프고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따가워서

 나는 허겁지겁 밥을 퍼서 입에 쑤셔 넣고 걸신들린 듯 몇번 씹지도 않고

 밥알을 삼켰다.

 

그 많은 밥을 꿀떡꿀떡 삼키고 나서야 배랑 목 아픈게 가시는 기분이

 들었다. 앞에는 나리가 뒤에선 귀신이 버티고 있는 똥같은 상황에서도

 밥은 참 잘도 넘어갔다. 며칠이나 굶은 것처럼

 

 옳지 내새끼 잘먹는다.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남은 밥알을 마저 삼키는데 배가 뒤틀리듯 아프기 시작했다.

어떻게 참아볼 생각도 못하기 토기가 치밀더니 그자리에서 

구토를 쏟아냈다. 방금 먹은 밥에 시큼한 위액부터 김밥까지

 다 토하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한참 웩웩거리고 고개를 드니 나리만 보였다. 물냄새도 

빨간 눈깔도 벌레도 보이지 않았다. 다 해결 된건지 몰라서

 나리에게 물었다.

 

 "귀신은 없어진거야?"

 

 "저 집에 갔지 뭐"

 

 "퇴치 안하고"

 

 "할머니 굿하러 가셔서 안돼"

 

밥 한그릇 먹은 것 만으로도 돌아가는 귀신이 있냐고

 묻자. 집에 돌려보내는 것도 힘들었다고 말하며 나리는 다시는

 그 화장실에 일보러 갈생각 말라는 엄포를 놓았다.

이 고생을 해놓고 내가 다시 갈리가 없잖냐고 나는 투덜거렸다.

 

 "그 귀신 뭔데?"

 

 "엄마하고 애기야"

 

그게 뭐냐고 묻는 내 말에 나리는 얼렁 뚱땅 넘기며 제 집앞에 

토해놓은 저나 치우고 가라고 말을 돌렸다.

 

 

 

그리고 그날 밤에 나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에선 구한 말 보릿고개였는데 어린 엄마가 혼자가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남편은 징병당하고 아내는 바닷가에서 조개며

 생선을 잡아다 팔며 생계를 이었는데

 

 보릿고개가 심해지자 애기 먹을 풀죽도 쑬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애기 엄마는 배가 고파서 숨이 꼴딱 꼴딱 넘어가는 

어린 애기에게 자신이 잡은 생선을 구워다가 생선 살을 발라 먹였다.

 

허기 속에 구운 생선이 들어오니 애기가 허겁지겁

 엄마 손에서 생선을 받아 먹었다.

받아먹다다 생선 가시 하나가 애기 목구멍에 걸렸다.

애기는 기침을 하고 울고 토해봤지만 생선 가시는 나오지 않았다.

놀라 자지러진 엄마는 애기를 등에 업고 옆집에 갔다.

옆집 사는 할머니는 엄마에게 생선 가시 걸린데는

 밥 한덩이를 꿀떡 삼키는게 제일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할머니 집에는 밥이 없었다.

엄마는 아기를 등에 업고 밥을 구하려고 다른 집에 갔다.

어디서도 밥을 얻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소나무 속살이라도 긁어 먹이려고 산에 올라갔다.

그러나 소나무 속살도 다른 사람들이 다 긁어가서 

산에도 먹을 것이 없었다.

 

아가 참아라. 엄마가 밥 먹여줄게. 엄마가 밥 꿀떡 삼켜서

 안아프게 해줄게. 우리 아가 착하다.

 

엄마는 울면서 산을 넘고 또 넘었다. 민가마다 문을 두드렸다.

몇날 며칠 돌아다니다가 간신히 밥 한덩어리를 구해서

 죽은 아기 입에 밀어 넣었다. 죽은 아기는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아가 이 밥 아니니? 너가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줘야 안아플까.

 

엄마는 다시 아기 먹일 밥을 찾아서 산을 헤메고 다녔다.

죽은 아기도 엄마 쫓아서 산을 넘었다.

 

아가아가 너가 먹을 밥을 찾자.

 

엄마가 맛난 밥 찾아줄게.

 

옳지 내새끼 밥 잘먹는다.

 

나는 꿈에서 깨서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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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애기무당 이야기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지금은 대전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부산에서 

나왔다. 부산사는 사람들은 알테지만 부산이라고 다 바닷가가 아니다. 오히려 언덕이나 산이 많은


 내가 다니던 중학교도 언덕 위에 있는 등교가 몹시 빡센 그런곳이었다고  기억한다.

 

1학년때 우리반에는 전교에서 유명한 왕따 여자애가 하나 있었다.

말이 왕따지 사실 아무도 그 애를 괴롭히지 않았다. 아니, 말조차 걸지 않았으니 왕따가 맞는 것 같

긴 하다.

키가 작아서 초등학생 처럼 보인 그 아이는 마른편인데다가 피부도 하얗고 눈도 커서 이뻤다. 들리


 말로는 부모님은 계시지 않고 친할머니와 남동생 이렇게 셋이서 산다고 했지만 그게 그 아이가 왕

따 

당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본명을 쓸 수는 없으니 그 아이를 나리라고 가명으로 부를까 한다. 전국의 나리들 미안.

 

여하튼 나리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그애가 소녀가장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애와 같은 초등학

교를

 나온 애들의 입소문을 통해 1학년 학기 초부터 삽시간에 전 학년에 다 퍼진 소문은

 

 나리가 귀신을 본다는 거였다.

 

실제로 나리랑 친구인 애도 없었고 대화를 나누던 애들도 없었기에 나리에게 진짜 귀신을 보냐고 

물어본 애는 적었다. 다만 그런 소문이 도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나리가 

같이 사는 친 할머니가 학교 근처 동에서 알아주는 무당이었다는데 있었다.

 

 

그 동네 뒷산에는 절이 있었다. 깊은 산속 암자 같은 곳은 아니고 사설 유치원까지 있는 곳이었는


 그 절 주인이 그 할머니라는 소문이었다.

 

그러한 소문 때문인지 나리는 다른 애들과 같이 지내지 않았다. 쉬는시간에도 혼자 있었고 

점심시간에는 도서관에서 책만 읽다가 수업 시작 전에 들어왔다. 그걸 내가 아는 이유는 

내가 독서감상부라 도서관에 가끔 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아주 가끔 나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기회 같은게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나마 우리 반에서 나리랑 대화 하는 애는 나 하나 정도라는 이야기가 생겼다.

내가 나눈 대화는 책 반납 날짜라던지 아직 다음 권이 나오지 않은 책의 발간에 대한 것 뿐이었는


 이상하게 반에서는 나리랑 내가 친구라는 식이 분위기가 형성 되었다.

 

그리고 6월 어느날 점심시간에 우리 반에 고학생 누나 셋이 찾아 왔다. 사실 중학교만 되더라도

 선배에게 잘못 찍히면 호되게 당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교실 안은 갑자기 온 선배들로 분위기가 

싸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추위에 떠는 고양이마냥 서로 붙어서 다가온 누나들이 교실을 두리번

거리다가

 창가에 앉은 애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희반에 나리라는 애는 누구니?'

 

독서실에 가고 없다고 하자 선배들은 난감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중 가운데 있는 창백한 얼굴의 마

른 선배는

 금방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은 분위기라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다. 혹시 선배가 나리에게 해꼬지

하려는건

 아닌가 싶어서 긴장한 것도 있었다.

 

 '얘가 나리랑 친해요'

 

같은 반에서 대화도 별로 안해봤던 여자애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친한거 아니라고 말 하고 싶었

지만 

이미 선배들은 내게 다가온 뒤였다.

 

 '나리랑 상담좀 할 수 있을까?'

 

 '중요한 일이라서 그런데'

 

친구 아닌데. 라는 말은 쏙 들어갔다. 창백한 얼굴의 선배가 눈물을 그렁거렸다.  같이 온 다른 선

배 손을 꼭 잡고 있었는데 그냥 보기에도 덜덜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랐지만 심각하다는 것

은 알 수 있었다. 일단 내가 어떻게 말 할 상황은 아니어서 나는 선배들을 데리고 독서실로 갔다.

 

우리 학교 독서실은 교실과 달리 별관 2층에 지어져 있었다. 음악실이나 미술실등이 있는 건물이

었고 예체능 수업이 아니라면 굳이 다닐 필요가 없는 곳이라 돌아다니는 학생들은 적었다. 독서실

이 있는 2층 계단을 올라가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거가가가가'

 

이빨로 유리를 긁는 것 같은 소리였다. 공사라도 하는걸까 대수롭지 않게 계단을 올라가는데 등 뒤

에서 기이한 신음소리가 나더니 선배가 계단 위에 주저 앉았다. 진짜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사

람이 그렇게 푹 주저 앉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으흐으으으. 선배의 입에서 신음소리 같은

게 계속 흘러 나왔다.

 

 '야 너 왜그래'

 

영문도 모르고 나도 그 선배를 부축했다. 겁에 질려서 패닉에 빠진 것 같던 선배는 정신을 차린 듯

곧 일어났다. 그렇지만 아까보다 안색도 시퍼런데다 식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 같아서 나는 서둘러서 앞장 서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분명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어야 할 나리가 도서관 앞 복도에 나와 있었다. 평소처럼 멍

하니 나사 하나 빠진 것 같던 얼굴은 어디로 가고 양 미간을 치켜 뜨고 원수라도 보는 것처럼 눈을

흘기는데 온통 흰자만 보이는 무서운 얼굴이었다.

 

초등학생만한 쪼그만 여자애가 화나 봤자 얼마나 무섭겠냐만 그건 화를 내고 안내고의 모습이 아

니었다. 이상하게 나리 얼굴을 보자마자 다리가 풀려서 나는 복도에 주저 앉았다. 문제는 나 뿐만

아니라 그 창백한 선배도 같이 주저 앉은 거다.

 

우리가 주저 앉은 것을 본 나리가 갑자기 성큼성큼 다가왔다. 귀신처럼 무서운 얼굴인데도 이상하

게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데 바로 등 뒤에서 또 다시

 

 

 


 

 '그가가가가가각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아까보다 훨씬 가까운것도 모자라 등 뒤에서 누가 철판을 날카로운 걸로

긁는 것 같은 소리가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힘이 풀렸다. 선배가 등 뒤에서 갑자기 엎드리면

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 번에는 그 선배 친구들도 소리가 들리는 듯 아무 말도 못하고 사시나무

처럼 벌벌 떨었다. 머리카락 끝 까지 소름이 돋는 것처럼 예민해져서 나는 숨도 못쉬고 그저 나리

눈만 바라봤다.

 

흰자위를 희번득 하게 뜬 나리가 갑자기 째진 듯 평소보다 훨씬 높은 톤으로 외쳤다. 무슨 애기 같

은 목소리 같았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니 호통같았다.

 

 '미친년!! 여긴 왜 와!!!!!'

 


 

근데 나리가 호통을 치니까 등 뒤에서 들리던 가가각 소리가 갑자기 뚝 끊기는 거다. 창 밖에서 

애들 떠드는 소리에 점심시간에 축구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데 이상하게 우리 있는 복도는

조용해서

 복도 밖이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애기 목소리로 호통을 친 나리가 갑자기 다가와서는 품

에서 이상한

 천 같은 것을 꺼내더니 복도를 가로질러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날 보지도 않고 그대로 휙

가로질러서는

 나리를 찾아 왔던 그 창백한 선배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건 못먹어 이년아. 누가 먹게 할거 같으니? 사지가 찢겨야 정신을 차리지!!'

 

어린 애들이 재롱피운다고 막 목소리 높여서 애교 피우는 그런 목소리로 말하는데 소름이 쫙 돋았

다. 

그래도 이상한건 나리가 날 지나가니까 꼼짝도 못할 것 같던 몸이 이제 움직이기 시작하는거다. 대


 심장이 막 터질것처럼 뛰고 진짜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데 이상하게 피부는 꽁꽁 언 것처럼 차갑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꼭 목덜미에 얼음 하나 얹은 것처럼 싸한데 주제에 남자라고 호기심이 앞

서서 

나는 멍청하게 뒤를 돌아봤다.

 

나리가 등을 돌리고 서 있는데 그 너머로 주저 앉아서 선배가 울고 있었다. 무서워서 그런건지 펑

펑 우는 선배를 

선배 친구들이 붙잡고 있었다. 선배 친구들도 이 상황이 기가막히고 무서운지 울지는 않았지만 덜

덜 떨고 

방언 터진것처럼 이게 뭐야 아 뭐야 짜증나 이거 뭐야 이 소리만 반복할 뿐 나리한테 뭐라고 하지

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것 같았다.

 

꽤 오랫동안 선배를 노려보던 나리가 꺼냈던 흰 천으로 갑자기 선배 왼쪽 손목을 감기 시작했다. 

선배는 울면서도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하고 저항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찢어지게 비명을 질렀다.

 

놀라서 바라보니 분명 희던 천이 선배 손목을 감자마자 갑자기 누렇게 색이 변하는거 아닌가. 무슨

먹물

 떨어진 것처럼 점점 변하는걸 보고는 나리가 뜬금없이

 

 '독한년. 또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

 

이러고는 누렇게 물든 천을 열심히 선배 팔에 휘감았다. 선배는 엉엉 울고 선배 친구들과 나는 영

문도 모르고

 아 미치겠다. 이거 뭐냐. 무서워서 죽겠다 이러고 떨고 있으려니 나리가 고개를 획 돌리고 나를 바

라봤다.

 

 '너도 들었지?'

 

 '뭘들어?'

 

 '귀신오는 소리 들었잖아. 이년 죽고 나면 너 데리고 가겠네'

 

무슨 말인지 뜻은 몰랐는데 무서운 건 알았다. 아까 그 가가각 거리는 소리를 말하는 건가 하고 고

개를 

끄덕거렸더니 나리가 울고 있던 선배에게 말했다.

 

 '그러길래 그걸 왜 건들여. 미친년아. 죽은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다더니, 사당을 망가트리면

어쩌니. 이제 너 다 죽었다.'

 

선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엎드려서 엉엉 울더니 두살이나 어린 나리 발을 잡고 살려달라고 몇번

이고 말했다. 그 동안 선배 팔에 휘감겨 있던 천은 점점 더 누렇게 말라 가더니 거의 갈색에 가까워

졌다. 나도 그 소리만 듣지 않았다면 그냥 미신이겠거니 하고 나리가 했던 말을 무시 하겠는데, 소

리를 듣고 나니 언제 그 이상한 소리가 또 들릴지 몰라서 미칠 것 같았다.

 

 '해 지면 또 올거야. 오늘 밤에 상치루기 싫으면 너 우리 할머니좀 만나야 겠다.'

 

그 말을 끝으로 나리는 뒤도 안돌아 보고 다시 독서실로 갔다. 나는 거의 실신할 것처럼 우는 선배

를 부축해서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점심 시간이 끝났지만 하교할 때까

지 나는 아무 생각도 못하고 수업도 듣는둥 마는 둥 그냥 교실 내 자리에 앉아서 온 신경을 곤두 세

우고 있었다.

 

나리와 같은 반이라서 그런건지 뭔지 이상하게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혹시 내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점심시간 이후로 이상하게 인상을 구기고 가끔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나리 모습을 보니 착각이라는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야 했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일단 엄마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그 당시 휴대폰이 좀 대중화 되긴 했었지

만 난 아직 폰이 없었다. 교무실 옆에 있는 공중 전화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늦게 간다고 말 하

려고 했는데 엄마가 전화를 받고 내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가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엄하게 말

했다.

 

 '일단 거기 가서 할머님 말씀대로 다 해. 일 다 끝나면 아버지가 데리러 갈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무조건 거기서 시키는대로 해.'

 

엄마도 이 상황을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게 신기해서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봤지만 엄마 대답은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 하나 뿐이었다. 그렇게 학교가 끝나자 선배가 다시 우리 교실로 왔다. 이번

에는 선배 혼자 뿐이었다. 그 친구들은 무서워서 같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엄마랑 아빠가 이따 온다고 말 들으래서'

 

선배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미 부모님이 상황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점심 시간 끝나고 수업 내내

울었는지 선배는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이제는 거의 검게 변한 천이 무서워서 나는 되도록 천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하교 시간이 되자 나리가 나와 선배를 불러서 자기 집으로 가자고 했다. 할머니에게 다 말해놨다고

하는 목소리가 평소랑 똑같아서 안심이 됐다.

 

나리 집은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걸어서 10분도 안될것 같은 곳이었다. 다만 학교 뒤쪽

으로 난 처음 가본 골목이었다. 골목마다 크고 작은 집이 이어져 있었는데 집마다 대나무에 비치볼

이나 색색의 천이 매달려 있었다. 어떤 곳은 먼지가 잔뜩낀 부처님오신날이 적힌 불꺼진 연등이 쌍

으로 달려 있었는데 거기가 나리 집이었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나리는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는 우리를 집 안으로 부르지 않았다. 나리가 없이 선배와 나만 서 있

으려니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 어디서 다시 가가각 소리가 들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었

다. 그러나 나리는 바로 돌아왔다.

 

작은 플라스틱 대야 같은 것을 가지고 온 나리가 신발을 벗으라고 했다. 선배와 나는 부모님에게

들은 것도 있고 해서 우물쭈물 양발까지 다 벗고 맨발이 되었다. 우리가 맨발이 된 것을 확인한 나

리가 대야에서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것을 꺼냈다.

 

식칼이었다.

 

시퍼렇게 날이 선 식칼 두개를 꺼내더니 나리가 칼등쪽을 향해서 입에 물라고 했다. 무는 동안에는

아무 말도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눈에 불길이 이는 것처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선배와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하라는 대로 칼을 입에 물었다. 쇠맛인지 피맛인지 이상한 맛이 났다.

 

 '이제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나 따라서 와.'

 

선배가 앞서서 걸어갔다. 겁에 질린 듯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렸는데 나리가 대야에 담겨 있던 흰 모

래 같은 것을 한줌 쥐고 나와 선배 발에 뿌렸다. 따갑고 아픈 것이 굵은 소금이었다. 맨 발에 닿는

소금 알갱이가 굵었지만 무서워서 그런지 아픈 줄도 몰랐다. 그리고 다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가가가가가가가각'

 

 

 

 

 


 

등 뒤에서 였다. 그 뿐만 아니었다. 우리가 넘어간 대문에서 철컹철컹 하고 뭔가가 쥐고 대문을 흔

드는 소리가 났다. 쇳소리가 무서워서 등줄기에 다시 소름이 돋았다 누가 머리채를 잡아 챌 것 같

아서 미칠 것 같았다. 나리의 얼굴이 마치 미친 것처럼 급격하게 일그러지더니 예의 또 그 이상한

애기 목소리를 내며 소금을 바닥에 뿌려댔다.

 

 '너 먹을거 없다 이 년!! 당장 물러나라!! 이 년!! 또 죽을 년!!!!'

 

그에 맞춰서 철컹거리는 소리가 더 심하게 들렸다. 도무지 잘못 들은 것 같지가 않아서 뒤를 돌아

보려니 나리가 획 하니 다가와 째진 목소리로 돌아보지마!! 하고 고함을 질렀다. 붉게 충혈된 눈이

일그러진데다, 흰자도 충혈되어 온 눈이 다 새빨갛게 보였다. 이상하게 나리 목소리를 듣자 내 몸

이 내 몸이 아닌 것처럼 돌아가던 고개가 다시 바로 돌아갔다.

 

열 발자국도 안될 것 같던 마당을 간신히 가로 질러서 나와 선배는 나리를 따라 나리 집으로 들어

갈 수 있었다. 희미하게 향 냄새가 나는 집 안은 들어오자마자 작은 황금색 부처님이 있는 큰 방이

보였다. 부처님 주변에는 꽃과 초로 꾸며져 있었다. 작은 부처님 옆에는 더 작은 부처님도 있었는

데 그 뒤로 현란한 색의 부처님 그림도 벽을 도배하다시피 그려져 있었다.

 

방에 들어간 후에야 나리가 입에 물고 있던 칼을 뱉으라고 했다. 선배는 얼마나 억세게 물고 있었

는지 입 주변이 온통 뻘겋게 문들어져 있었다.

 

그 사이 울었는지 눈이 시뻘건 선배와 내 앞에 곱게 한복을 입은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이마위

로 넘긴 쪽진 머리에 눈썹문신을 했는지 눈썹이 치켜올라간 할머니였다. 다리가 후들거려 엉거주

춤 선 우리를 바라보던 할머니가 나와 선배를 끌고는 부처님 모신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라. 너희 둘은 이제 연화대 아래 숨어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있어야 한다.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도 절대 나오면 안되고 누가 너희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면 안된다.'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 할머니 말은 내가 혼자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내가 너희를 부를 때는 직접 문을 열고 너희를 꺼낼 거니 너희는 걱정말고 안에 있거라. 그리고

너!'

 

나리 할머니는 나리 보다 무서웠다. 눈을 획 치켜 뜬 할머니가 덜덜 떠는 선배를 가리켰다.

 

 '너는 그 안에서 네가 지은 잘못을 빌고 귀신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빌어라. 진심으로 빌지 않으면

쫓아내도 다시 돌아올 것이야. 네 목숨이 달렸으니 너 하는 대로 목숨을 보전해'

 

내게 말 할 때보다 훨씬 무서운 목소리였다. 간신히 방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문 활짝 열고 소변을

본 직후 나와 선배는 각자 다른, 나리 할머니가 법당 아래 연화대라고 말한 길고 낮은 수납식 창고

에 각각 들어가게 되었다.

 


 

창고 안은 좁고 컴컴했다. 네모난 상자 안 같은데다가 5월인데도 부산은 여름처럼 더웠다. 발치에

닿는 물건들은 대부분 북이나 장구 혹은 초가 들어있는 상자들 같았다. 다행히 구석에 방석 같은

것이 쌓여 있어서 나는 그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덥긴 했지만 이상하게 공기가 부족한 것 같지는

않았다.

 

쪼그리고 앉아 있으려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문 너머로 들리는 사람들 목소리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우리가 올때는 분명히 할머니와 나리 뿐이었는데 아저씨 목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아줌

마 목소리가 하나 둘씩 늘었다. 무슨 굿을 준비하는 것처럼 여기에 상을 놔둘까요. 여기에 방석을

놓을까요. 떡은 바로 찔게요. 이런 대화가 오갔다. 십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도 대화는 계속 될

뿐 도무지 뭐가 시작하는 것은 느껴지지 않아서 나는 어느새 쪼그리고 앉아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이유는 밖에서 들리는 이상한 징소리 때문이었다. 징소리와 더불어 북소리도 같이 들렸

는데 피부에서 

그 울림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나리 할머니라고 생각 되는 할머니 목소리가 이상한 노래 가사

같은 말을 웅얼거리고 있었다. 나무 문에 가로 막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짧은 지식

으로나마 굿을 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은 했다.

 

더 무서워진 마음에 나는 웅크리고 무릎을 끌어 안았다. 소변은 보고 와서 그런지 마렵지 않았지만

뱃 속이 뒤틀리는 것처럼 아프고 명치가 저릿저릿했다. 먹은것도 없는데 체 한 것 같았다.

 

굿 소리는 점차 커지다가 작아지다가 했다. 그 것 말고는 다른 이상한 일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

각은 들었지만 이게 언제 끝나는 건지 오늘 집에 갈 수는 있는지 몰라서 시간 가는게 너무 느리게

만 느껴졌다. 이럴거면 차라리 누가 날 깨울 때까지 잠을 잤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던 찰라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우는 것처럼 흑흑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옆 창고에 들어간 선배가 무서워서 우는

건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 하려는데 또 다시 그 소리가 들렸다.

 

 

 

 

 '가가각 가가각'

 

 


 

작고 가느다란 소리였다.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희미했다. 그렇지만 들렸다. 잠이 확 달아났지만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움직이면 그 소리가 가까워질 것 같았다.

 

소리가 나자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그것으로 우는게 선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흑흑흑흑. 숨죽

인 체 우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서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점점 더 징소리와 북소

리가 멀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을.

 

날 놔두고 어디 가는 건 아닐까. 문을 열어서 밖을 보고 싶었다. 혹시 굿이 다 끝난건가? 그렇다면

소리가 뚝 끊겨야지 저렇게 서서히 멀어지듯 줄어드는 것은 아닐텐데. 오만가지 잡 생각이 다 들었

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여기서 언제 나갈 수 있냐는 거였다.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이제 징소리도 북소리도 할머니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리는 것은

내 신경을 갉아먹는 것처럼 계속 희미하게 들리는 각각 거리는 소리 뿐이었다. 그리고 울음소리.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어억!!'

 

울음 섞인 선배의 비명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 순간 뚝 하고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선배의 울음도 그리고 갉작거리는 소리도. 다 끝난것 같았다. 귀신이 선배가 하는 사과를 듣고 용

서해 준걸까. 이제 다 끝난 것은 아닐까 기대 하는 마음으로 나는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할머니가 이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던가 의문이

 

 

 

 

 

 

 

 

'그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

 

 '꺄아아아아'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갉작거리는 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미칠듯 갉작거리는

소리에 놀란 듯 선배가 비명을 질렀다. 놀란 마음에 나는 웅크린체 그대로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

았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창고 안이 습하고 더운 듯 느껴졌다. 한참 후 눈을 뜨고 나

서야 나는 내가 펑펑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흘러서 무릎을 적셨다.

 

그리고 바로 법당 문 앞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가각 각 가가가가가각 각가가가가 가가각 '

 

제대로 듣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건 나무 상자 같은 것을 손톱 같은 것으로 긁는 소리라는 것을. 상

자 안에서 무언가 나오려고 하는 것처럼 상자의 모서리를 손톱으로 긁으면서 마치 쥐새끼처럼 구

멍을 내고 안을 파고 들려는 것처럼

 

 점차 소리가 커져갔다. 끊임 없이 갉작거리는 소리에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았다. 홀린 것처럼 앉아

서 창고 문을 노려보자, 문 아래쪽에서 점차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뭔가 빠져나간 것처럼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것만 바라봤다. 소리가 커지면서 조금씩 문

구석이 움찔거렸다. 마치 무언가가 안에 들어오려고 용을 쓰는 것처럼

 

 

 

 '가가각 그그그극 가각 각'

 

비명이 나올것 같아서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비명 대신 울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 즉시 갉작거

리는 소리가 커졌다. 반드시 안으로 들어와 나를 잡아 먹기라도 할 것처럼 거세지는 소리에 미칠

것 같았다.

 

사람이 너무 긴장하면 미친다고 했던가. 두렵고 미칠것 같고 죽기 일보직전인 것처럼 심장은 뛰고

결국 여린 내 정신은 그것을 다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의식을 잃은 것은 아주 잠시였던 듯 정신을 차렸지만 여전히 사방은 어두웠다. 다 끝난 걸까. 아니

면 다들 나만 놔두고 어디로 간건 아닐까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시달리며 나는 조심스럽게 팔을 뻗

어 창고 문을 건들였다.

 

그러나 손에 닿는 것은 차갑고 끈적하고 물컹한 것

 

 사람 피부와 같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기 위해 입을 벌렸다. 때 마침 할머니

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를 질렀을 것이 분명했다.

 

차가운 피부의 여자가 내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풀어 해쳐진 검은 머리카

락이 등까지 길었고 피부는 물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그 눈

 


 

그 눈!!!!!!

 


 

퀭하게 뚫린 두개의 검은 동공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마 아래 보이는 것은 검은 두개의 구멍 뿐

이었다.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가 나를 향해 씨익 웃었다. 새빨간 입술이 벌어지며 가

지런한 하얀 이가 보였다. 아니다.

 

이가 아니라 구더기였다.

 

우글우글 움직이는 것들이 여자가 입을 벌린 순간 우수수 쏟아져 내 발과 무릎에 떨어졌다. 굼실굼

실 움직이는 것들이 내 무릎을 타고 올라오거나 바닥에 떨어졌다. 그 툭툭 거리는 소리 그리고 감

촉.

 

미칠것 같았다. 이대로 차라리 심장이 멈춰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내 반응이

재미있는 듯 계속 입을 벌려 구더기를 토했다. 그러던 여자가 갑자기 목을 비틀어 꺾더니 고개를

숙이고는 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검은 눈구멍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다시금 들리는 소리

 

 

 

 

 


 

 가가가가가가각가가가가각 가가각 그가가가각!!!!!!!

 

 

 


 

소리의 정체를 깨달은 순간 나는 그대로 뒤로 넘어가 기절하고 말았다.

 

여자는 손가락으로 제 눈두덩이 안쪽의 뼈를 긁어내고 있었던 거다.

 

 

 

 

 

 

 

 

 

 

정신을 차린 후에야 나는 내가 법당 밖으로 나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엄마가 있었고 나리

가 멀거니 나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펑펑 울고 있었지만 선배 부모처럼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선배는 온 몸이 생채기 투성이었다. 자신의 손톱으로 온몸을 자해한 것이었다. 탈진한 나를 데리고

부모님은 병원으로 갔다. 선배 역시 병원으로 갔지만

 

 학교로 돌아온 것은 나 하나 뿐이었다.

 


 

이후로 나리에게 들은 바로는 그 선배들이 학교 뒷산에 있는 사당에서 담배를 피다가 불을 질렀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혼기가 다 결혼을 앞두고 죽은 여자를 기리는 사당이었는데 불에 완전히 전소

가 되어 모시고 있던 위패도 없어졌다고 했다.

 

 '그래서 곧 귀신에게 홀릴거라고 알았지'

 

내가 선배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끝까지 모른척 할 생각이었다고 나리는 말했다. 그것도 그 원

한이 가장 강한 보름 후였기에 원한이 강해 애꿎은 나까지 덤태기를 쓴거라고 했다.

 

 '그럼 왜 마음을 바꿔서 도와준건데?'

 

내 질문에 나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내 얼굴을 보며 씩 웃었다. 그게 내가 14살 중학교 1학년

때 겪은 사건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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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에서 겪은 겪은 일에 대한 회상.. -1-

 

 

 

 

 

 

 

 

 

 

칠곡에서 한달가량 일을 하며 지낸 적이 있다. 군대를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2년이 채 안되는 군 생활을 겪으면 전역자 누구나 그렇듯 세상은 내가 하는데로 다 될 것 같은 일련의 강한 정신이 생긴다.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해내려는 굳센 기상이 그간 몸에 배어있었기 때문에 그런 듯 하다.

 

 나또한 그랬다. 전역하면서 그간의 고되었던 회포를 풀 생각이 마음 한 켠에서 나를 유혹했지만 아직은 쉴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는 곧 오랜 휴학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야 할 것이고, 어렵사리 학비를 대주시는 부모님의 고초가 나를 자극했다. 내가 할 일을 귀천을 따지지 않고 찾기 시작했다. 당시가 2009년 11월 달이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피시방 아르바이트에서부터 식당 서빙까지 알아보았지만, 이상하리 만치 구해지지 않았다. 가을처럼 선선한 것도 아니었으며 본격적인 겨울이라 느끼기에는 포근한 날씨를 유지했던 탓에 리조트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웠다.

 

전역 후 일주일간 집에서 매일같이 교차로 신문에 나와있는 구직공고를 샅샅히 훑어 보았으나, 모두 퇴짜 맞은 정보였을 뿐 새로 갱신되는 건 없었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빈둥거리며 놀고 있다는 자체에 내 다짐이 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아무 아르바이트나 찾았다. 그때 형한테 연락이 왔다. 우리집은 원주였으나, 형은 무슨 연유인지 칠곡에 위치한 PC방에서 매니저 역할로 일을 하고 있었다. 형은 내게 여기서 일하는게 어떤지 권했고, 당시의 조급함은 성급한 판단을 불렀는지 나는 당장에 내려가겠다 말해놓고 그날로 짐을 싸서 밤 막차를 타고 내려갔다. 꽤나 늦은 밤이었고, 군대에서 몸에 체화된 생활패턴으로는 피곤해야 마땅했는데, 기이한 느낌이 들 정도로 3시간이 넘는 그 길을 눈을 뜨고 차창만 응시한채로 내려갔다.

 

 아마 그런 기이한 느낌들이 기억 속에 뚜렷히 새겨놓아 이따금 기억나게 하는지도 모른다.

 

 피시방의 일은 생각보다 고된 패턴이었다. 내가 일했던 곳은 칠곡의 공장 인부들이 지내는 기숙사와 아파트 주변에 있었다. 공장들도 요즘은 3교대를 한다지만, 나는 12시간씩의 2교대를 했다. 처음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앞섰고, 군대식 행동으로 고된 만큼 노력의 결실을 맺는다 위로를 했지만, 이주일 가량 같은 생활이 지속되자, 굳세다 믿었던 정신력도 점차 지치고 쇠약해져갔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반복되는 하루 중 괴롭고 힘든 날의 개시였고, 일과를 시작하며 컴퓨터를 점검하며 수건를 빨아 테이블을 닦아 나가는 것은 괴로운 일상의 착수를 나타냈다. 오후 2시에 출근하여, 새벽2시에 퇴근하는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의 행복은 대부분이 빠져나가고 남을 사람만 남아 할 일이 없는 새벽 1시였다. 미리 싸온 밥이 차가워졌어도, 뜨거운 물을 부은 컵라면에 면을 다 건져 먹은 뒤 말아먹을 때 였다.

 

점차 지쳐갔고, 힘들더라도 월급을 받는 한달만은 채워보자 마음먹었던 다짐이 서서히 깨져서, 하루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 됐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은 여느때보다 더 심각했다. 일어나는 건 흡사 동상에 걸려 감각이 없는 살덩어리를 뼈의 움직임으로 강제 이동시키는 듯했고, 이미 잠에서는 깨어났지만, 눈도 쉽게 뜨기 어려울 정도의 피로를 느꼈다. 시계를 보니 1시였다. 출근시간은 2시까지였고, 피시방 주변에 원룸을 잡은 덕에 아직까지 1시간의 여유가 남았다. 매일같이 싸가던 도시락을 챙기려면 밥을 취사해야 하지만, 오늘은 그냥 지나치자는 마음 뿐이었다. 옆에는 나보다 출근시간이 1시간늦은 오후3시에 다른 피시방으로 일을 나가는 형이 자고 있었다.

 

 어제는 집에 오자마자 강력히 밀려오는 피로에 겨우 씻고 커텐도 치지 않고 잤는데, 나보다 1시간 늦게 들어온 형이 커텐을 다 쳐놨는지, 방안은 커텐을 어렵사리 관통해온 빛으로 가까스로 원룸 안의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또각.. 딱... 또각... 딱... '

 

여자의 힐 소리가 현관문 넘어 날카롭게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니 괜시리 내 배까지 쓰려오는 듯했다. 성가신 그 소리에 절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소리를 냈다. 힐의 한쪽이 잘못되었는지, 싸구려 대리석 복도와 마찰 할 때마다 다른 소리를 냈다. 성가심을 더 부추긴건 걸음걸이가 두발자국 걷고, 한 템포를 쉬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 것이었다.

 

'또각.. 딱... 또각.. 딱.. '

'또각.. 딱... 또각.. 딱.. '

'또각.. 딱... 또각.. 딱.. '

'또각.. 딱... 또각.. 딱.. '

 

 

 

아직 배게에서 머리를 처박고 움직일 힘을 찾지 못한 나는 조용히 삼키듯 욕을 해댔다. "...술... 처먹었나...저...년이.."

 

 

기역자 복도식으로 각 층마다 5개의 원룸으로 구성된 3층 집 원룸에서 그 여자는 가장 안쪽에 있는 곳까지 걸어간 걸로 추측됐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이던 템포 속에서 하나의 박자가 어긋난 건 보다 명확히 인지되기 마련이다. 힐 소리가 멈춘 것이다.

 

별안간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분명했다. 저 소리는 가장 안쪽의 원룸의 현관문 소리였다. 저 집에 사는 년이었구나, 곱게 술 처먹을 것이지, 낮술까지 마셨을 정도면 공장에서 몇년은 썩어 술 한잔으로 연명하고 있을 년일게다.

 

'또각.. 딱... 또각.. 딱.. '

 

힐 소리가 두 발자국 더 움직였다.

 

'또각.. 딱...'

 

한 발자국 더 움직였다.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뭐야 이 미친년! 밤새 먹은게 분명하구나, 오후 1시니, 밤을 새고 새벽 까지 마시다 못해 지금까지 마셨구나, 아주 미쳤구나, 이동네는 다 이렇구나. 피로에 돌아버릴것 같은 나처럼 다들 그렇구나. 술로 풀 수 밖에 없는 동네구만. 자기 집이 어딘지도 모르고 옆방을 열었던 거구나. 빨리 들어가 조용히 잠이나 자라. 나도 피곤하니까.

 

 

'또각.. 딱... 또각.. 딱.. '

 

'또각.. 딱...'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뭐지. 미쳤구나.

 

 

 

 

'또각.. 딱... 또각.. 딱.. '

 

'또각.. 딱...'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힐을 신은 여자가 4번째 방문을 열려고 했을 땐 욕지거리에서 분노로 바뀌어 있었다. 그간 피로인지 스트레스인지 분간이 가지않던 내 응어리를 그 여자한테 풀 생각이었다. 5번째 방은 우리집이다. 한번 문 열어 제껴보라는 심정이 있었다. 옆에서 자고 있던 형도 난데없이 들린 힐소리와 문열려는 소리에 일어나 이불속에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뭐야...?", "몰라 미친년 인가봐"

 

'또각.. 딱... 또각.. 딱.. '

 

당시 온갖 언짢고 해로운 마음이 가득했던 탓이었는지, 분노가 극에 달하여, 그 여자가 우리집 문에 장난치면 노발대발하여 따질 작정이었다.

 

'또각.. 딱...'

 

 

'그래 함 해봐라.'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나는 수간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현관 문 앞까지 가서 소리치며 문을 열려 했다.

 

"누군데 이 시간에 문갖고 장난질이야! 술 먹었으면 곱게 쳐 먹지 미쳤냐!!"

 

내가 역정을 내어 호통치며 문 고리를 열려고 하자 형이 아직은 피로한 듯 말했다.

 

 

"야.. 가지마. 나가지말라고."

 

피곤함에 쩔어 있는 말투였으나, 미묘하게 간절한듯 보였다. 이유는 그랬다. 칠곡에서는 며칠전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다. 내가 오기 딱 일주일 전이라고 형이 말해줬다. 주변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던 30대 가량의 한국여자가 옆에 앉은 외국인 노동자를 보고 웃었는데, 외노자는 비웃음으로 오해하고 여자가 화장실로 갈때를 기다리다 칼로 찔러 살인한 사건이었다. 아마 형은 그때 그일이 생각나 혹시나 하는 경각심에 말했을 것이다.

 

형의 말을 듣고나니 괜히 나가서 성낼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그때였다.

 

'또각.. 딱..'

 

여자가 움직였다. 우리 룸 바로 옆은 계단으로 이어져있다.

 

 

'딱..'

'딱..'

 

계단을 한 발로만 오르는지 소리가 달랐다.

 

'딱..'

'딱..'

 

'또각.. 딱.. 또각.. 딱...'

 

'딱..'

'딱..'

'딱..'

'딱..'

 

 

'또각.. 딱.. 또각.. 딱...'

'또각.. 딱.. 또각.. 딱...'

'또각.. 딱.. 또각.. 딱...'

 

.

.

.

.

.

.

.

.

.

.

.

.

.

 

"철컥철컥철컥철컥철컥!!"

 

 

나는 바로 잠겨있는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갔다.

 

"이 미친년!!"

 

재빠르게 계단을 올라갔다.

욕이나 한바가지 해주려는 심산이었다.

 

그 사이에도 여자는 움직이고 있었다.

 

'또각.. 딱.. 또각.. 딱...'

 

그때였다.

 

"철컥."

 

문이 열린 곳이었다.

 

 

계단을 채 다 못올라간 상태에서 여자를 봤다. 그런데 들어가는 모습의 반만 보았다. 분명히 여자였고, 머리는 염색을 한 듯 보였다. 검은색 가죽치마를 타이트하게 입은 모습이 선명했고, 문제의 성가신 힐은 파란색이었다. 순식간에 여자는 들어가버리며 문을 닫았다. 분명 흔한 옷차림이었지만, 묘한 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그냥 다시 내려가려니 치솟은 분노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씩씩 거리며 채 못올라간 계단에 서서 욕지거리를 해댔다.

 

"니 장난하나. 미쳤네, 술 곱게 처먹으라. 별 미친년을 다 봤네"

 

조금은 속이 풀리는 듯 했다.

 

형은 내게 사정을 물어봤지만 그냥 동네 미친년같다고만 했을 뿐 곧 출근 시간이라 씻어야 했다.

 

 

 

한참을 피시방에서 일을하다가 다시 그중 행복한 시간이 왔다. 퇴근 1시간을 남겨두고 먹는 컵라면이 제일 만족할만한 시간이었다. 하루종일 바쁜 일과속에서 컵라면과 밥을 먹으며 유머글이나 보고있으니 평안한 때였다.

 

한참을 먹고있다가 형한테 전화가 왔다.

 

"동생아 너 오늘 도시락 쌌냐?"

 

돈을 아끼기위해 매일같이 싸가던 도시락이었지만, 오늘은 피곤했기도 했고, 기이한 일때문에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오늘 그 미친년 때문에 쌀 시간도 없었는데, 나 출근도 겨우했다."

 

"진짜? 아 신발...."

 

"왜"

 

"아 신발 야 너 몇시에 출근했어?"

 

"1시 50분"

 

"아 신발..."

 

"왜?"

 

"야 니 오늘 내 자명종 건드렸냐"

 

"아니"

 

"아..."

 

"도대체 왜?"

 

형은 계속 한숨과 푸념만 반복해댔다. 형의 자명종은 잠 욕심이 많은 형이 자기 기상시간에 맞춰놓은 시계로, 쇠로된 추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며 쇠징을 쳐대는 상당히 소리가 큰 거였다.

 

"계속 자고 있다가, 자명종이 울리는거야. 근데 평소랑 다른거야. 원래 날카롭잖아 소리가 좀."

 

맞다. 정말 날카롭다.

 

"근데 뭔가가 그 쇠추를 막아놓은 것처럼 둔탁한 소리가 나는거야.. 소리를 먹어버리는 것처럼 툭, 툭, 툭, 툭, 툭... 계속.. 이상하다고는 느꼈는데, 조금 더 몸만 눕히다 일어서려고 정신만 깨서 쉬고 있는데,

 

 

니가 도시락 준비를 하고 있는거야"

 

 

"날 봤어?"

 

"아니 딱 니라고 느꼈지, 다급한 걸음처럼 보였는데 나는 니가 출근은 늦었는데 도시락은 싸가려고 빨리 준비하는 줄 알았지..."

 

"나 도시락 준비안했다고."

 

"아 신발.. 들어봐.. 근데 니가 이상하게 너무나도 자주 주방과 화장실을 오가는거야... 주방에서 도마에 재료 썰다가 화장실 갔다가, 또 금방 나와서 주방에서 식기 만지다가 이내 다시 화장실가고.....그렇게 몇번이고 움직이다가 내가 이제 일어서려고 주방쪽으로 몸을 돌려 눕혔는데, 그떄 갑자기"

 

 

'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띠링-'

 

"자명종이 다시 날카롭게 울리더라..."

 

순식간에 아까 봤던 힐 신은 여자가 머릿속에 강하게 떠올랐다. 연관을 지을 건 그 여자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나도 그냥 출근했지.."

 

"아.. 왜 이리 묘하냐...이 동네 이상해.."

 

"야 니 할머니한테 전화해보고 집에가기전에 형한테 들려."

 

 

 

묘한 전화통화를 마치고,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할머니께 전화한 이유가 있었다. 할머니는 '신기'라고 하면 손자로서 무례하기에 표현을 자제하고 밝히기 꺼렸으나, 그쪽 방면에 '기'가 있다고만 말하고 싶다. 나는 할머니의 능력에 대해 어릴때부터 자주 보아왔다. (...나중에 자세히 밝히겠다.)

 

할머니는 내 얘기를 듣더니, 당장 집 싸서 집으로 내려오라고 했다. 나는 고분고분 그러겠다고 했지만, 당장 잘 곳은 그 곳밖에 업었고, 짐또 싸려면 들어가야했으니 어쨌든 지금은 집에 들어가야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할머니께서 복숭아와 굵은 소금을 사가라고 하셨다.

 

금새 교대 시간이왔고, 퇴근을 했다. 형의 말따라 형이 있는 피시방으로 가면서 할머니가 사가라고 한 것들을 사러갔다. 당장에 복숭아를 구할 곳은 없었고, 24시간 여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굵은 소금은 구할 수 있었다.

 

 

 

형의 일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집에 들어갔다.

 

현관문 앞에 소금을 뿌리고 문을 열었다.

 

 

할머니가 가르쳐주신대로 집에 들어서서 신발장에 뿌리고, 화장실에 뿌리고, 주방 싱크대에 뿌리고, 마지막으로 베란다에 뿌렸다.

 

별일은 없었다.

 

그 날은 밤새 불을 켜고 잤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할머니께서 소금 뿌리고 나서 다음 날 전화하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어제 할머니가 하란대로 모두 했다고 말하니, 기가 일반인 보다 쌘 너한테는 약했다가, 나보다 약한 형한테 보인거니 귀신의 장난일거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전화 끊고 집안 구석구석 모서리를 잘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곳에 뭔가 있을거라고.

 

 

전화를 끊고 구석구석 찾았다.

 

 

 

우선 TV대 뒤를 봤다. 팥 세알이 각 모서리에 있었다.

팥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귀신들이 무서워하는 것중 하나란 건 동지때 팥죽 먹는 이유기도 했으니까.

 

주방 조그마한 창문 틈 모서리에도 있었다. 팥 세알이었다.

 

싱크대 위 받침대 모서리에도 있었다.

주방 붙받이장에도 있었다.

조그마한 냉장고 위 모서리에도.

그간 안보였던 창문 모서리 끝에도,

베란다 세탁기 뒤에도,

화장실 수납장 안쪽 끝에도.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니

 

귀신이 죽쒀 노는 동네라고 당장 짐 싸서 내려오라고 호통을 치셨다.

 

 

 

... 그리고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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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에서 겪은 일에 대한 회상.. -2-

 

 

 

 

 

 

 

 

 

 

그리고.. 그날.

 

 

우선은 어쩔 수 없었다. 짐을 싸기 전에 그간 일했던 월급이라도 받으려면 오늘 출근을 해야 했다.

 

일을 시작한지 3주가 조금 넘었던 때라 며칠만 버티면 한달이 만료되어 약속된 120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과 약정된 기일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 자신이 지켜오던 책임감이란 신념에 오점을 남긴다는것에 잘못됨을 느꼈으나,

 

그간의 몸과 정신이 지친 상태를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이 나를 더욱 강력히 유혹했던 까닭에 그만둔다고 말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기괴했던 그 날의 일련으로 일어난 사건은 강인하다고만 느꼈던 내 자신을 갈수록 위축시켰던 것도 한 몫 했다.

 

출근하니 매니저 형이 있었다. 친인척이 운영하는 피시방에서 실질적인 사장급을 맡고 있던 매니저형은 누가봐도 피곤에 지쳐 고달프다고 느낄 수 있었다. 12시간 내내 피시방 담배냄새에 쩌들고, 몇번의 정해진 시각에 몰려오는 손님 러쉬를 겪은 매니저 형의 얼굴을 보니 그 자리에서 바로 그만둔다고 말 할 수가 없었다.

 우회적으로 간단하게나마 집안 사정으로 그만두어야 할거 같다고 언질만 해둘 뿐이었다. 

 

 

일을 시작한지 3시간 쯤 지났을 때.

 

형이 담당하여 일하고 있는 피시방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동네 피시방은 한 친인척이 운영하는 곳이다. 우리피시방도 그랬고 형이 일했던 피시방도 그랬다. 총 3개의 피시방이 하나의 친인척이 운영하고 있었다.

 내게 전화한 사장님은 밥도 자주 사주고, 처음 온 날 10만원의 용돈도 주신 사장님이라 잘 알고 있었다. 목소리가 다급한듯 보였다.

 

"야.. 니 형이 아직 출근을 안하는데, 전화도 안받고, 뭔일 있는거 아니가. 몇십분 늦은 적은 있었어도 이래 두시간 넘은 적은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연속해서 일어나는 사건들이었다. 내가 다시 전화 해보겠다고 말 한 뒤에 끊었다.

 

우리형은 잠이 깊고 많은 편이라 자주 늦는 편이였다. 항상 내가 먼저 출근해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못봤으나 형이 가끔씩 오늘 피곤해서 늦게 출근했다고 문자를 보내서 어느정도 추측을 하고 있었다. 나와 같은 생활을 4개월간 한 형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허나 빠진 적은 없다. 형이 빠지게 되면 그 전 근무자가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데, 몇시간의 근무의 문제가 아닌 24시간 하루종일 서야만 했고, 그뿐 아니라 또 이어 일을 해야 한다. 한번의 펑크는 그날 장사를 망치는 걸 뜻했다. 틀림없이 형한테 문제가 생긴거였다.

 

빨리 출근 해야할텐데라는 걱정과 형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염려가 동시에 몰려왔다.

 

다급히 전화를 붙잡고 형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받을때까지 한참을 했다. 허나, 끝내 받질 않았다.

 

다시 사장님께 전화를 걸어 형이 전화를 받고 있지 않으니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중이었다.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형이었다.

 

 

[ 야 나 오늘부터 일 안나간다.

  니 알고 있고

  니도 빨리 집으로 내려가라

  형은 다른 데 들렸다 간다

  부모님껜 비밀로 해라         ]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사장님과의 전화통화를 끊고 형한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형은 금새 받았다.

 

"뭔 일인데?"

 

"아 짜증나서 그른다."

 

"왜?"

 

"돈이 시바 저번달보다 조금 들어왔잖아"

 

"뭔 말인데?"

 

"원래 내가 여기온 이유가 피시방 매니저를 맡으면 120만원에서 시작해서 매달 10만원씩 점차 늘려서 최고 250만원까지 받기로 하고 온건데, 사장이 갑자기 돈을 덜 줬잖아"

 

"왜 그런지 물어봤어?"

 

"모른다. 이제 지쳤고 나는 내려간다. 니도 빨리 내려가라."

 

 

그때부터 형은 연락이 안됐다. 형은 원래 성미가 급한 성격이었던건 알고 있었는데, 몇달간 알아오던 사장님과의 연도 끊고 갈 정도인지는 그날 알았다. 허나 겨우 월세 문제로 그런 판단을 급히 내린 인품은 아니었다고 느꼈던 것이, 갑자기 변해버린 형의 말투에서 느껴졌다. 불분명했지만 원룸에서 악재가 겹치는 일을 겪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재수없는 동네였다.

 

동네는 정말 재수가 없었다. 우리 피시방에는 매일같이 오는 손님 중 여관에 장기 투숙하는 듯, 매일같이 똑같은 여관 키를 옆에 두고 하루종일 게임하던 손님이 있었다. 처음 일을 시작하던 날부터 내게 알바가 바뀌었나보네 라고 인삿말을 건넨걸 보니 내가 오기전부터 계속 왔던것으로 추측됐다. 이상하던 것은 회원으로 가입하여 게임을 하면 상당히 저렴했음에도, 매일 카드를 가지고 비회원으로만 로그인하던 것이었다. 그 이유를 내가 일하던 때 알게되었는데, 정복 입은 경찰 3명이 오더니 한참을 둘러보다가 그 남자를 찾고 수갑을 채우고 연행을 가는 일도 있었다. 그때 일로 많은 범법자들이 숨어있기 좋은 곳이 칠곡이라 생각했고, 내가 겪은 그곳은 누가 죄를 저지르고 와도 여기에 있으면 쉽사리 잡을 수는 없을 것같다고 느낀 곳이었다.

 

 어느날은 추운 새벽겨울에 일초라도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을 때였다. 퇴근하니 따뜻한 이불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눕고 싶다는 마음이 순간 들었던 탓에,  집까지 걸어서 5분이 걸리는 거리를 빠르게 뛰어가고 있던때였다. 새벽의 냉랭한 밤공기를 가르고 지나가니 뺨이 에이는 듯했다. 한참을 재빨리 뛰다가 겨우 초롱불같은 가로등이 거리를 비추고있는 원룸촌에 들어서니, 어느 검은 실루엣의 남자가 원룸 주차장 기둥 뒤에 등을 바짝 붙이고선 고개를 내 쪽으로 돌려 계속 응시하는걸 스쳐지나가며 순간 보았다. 뛰어가다 순식간에 본 장면이라 의아하기도 하여 다시보고 싶은 마음이 잠시 들었다. 여러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주변 살인사건들, 외노자의 폭행사건, 칠곡 납치사건 등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해병대를 제대한 굳센 정신으로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한발자국씩 뒷걸음질 치며 고개를 뺴꼼히 내밀며 봤을 때였다.

 

전혀 미동하지 않은듯 아까와 같은 자세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새벽2시의 그 어둑한 거리에서 한 3초간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는데, 그 남자는 전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쳐다보는데도 도망치거나 놀란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다는 그 모습에 섬뜩한 느낌이 들어 지나쳐 집으로 온 적도 있다.

 

하여간 개같이 재수없는 동네라는 건 틀림 없었다. 그래서 형이 성급하게 내린 결정이라도 오히려 잘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형의 말을 내가 대신하여 피시방 사장님께 전해드렸다. 사장님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아무말 없이 갈 수 있냐고 성을 냈다. 은혜를 그렇게 저버리고 갈 수 있냐고 봇물 터진듯 그간 마음의 불평을 털어놓으셨다. 아직 할말이 더 있으신지, 일 다른사람에게 맡겨놓고 이쪽으로 직접 오셨다.

 

나를 앉혀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다 해놓았다. 형이 이쪽으로 온 이유, 피시방 치고 돈을 꽤 많이 줬다던 말들, 그리고 원룸을 구해준 이야기도 해주었다.

 

원룸 구해준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특히 궁금하여 듣고만 있지 않고 관련된 것들을 마인드맵 풀 듯 되물어 나갔다.

 

사장님은 갑자기 올라온 형이 잘 곳이 없어서, 동네 공인중개사에 가서 한명 지낼 수 있는 원룸 하나 달라고 했더니, 금방 하나를 추천해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방이 꽤나 컸다고 했다. 사장님은 이 곳 말고 한명 지낼거니까 작은데로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이 가격이면 작은 곳이나 이 곳이나 금액에선 차이가 없기때문에 어차피 살꺼 좋고 넓은 곳에서 살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동안 원룸비는 사장님이 내주셨다고 했다. 얼마인지 궁금해져서 물어보니 한달 15만원이라고 하셨다. 상식선에서 말이 안되는 금액이었다. 아무리 입주자가 없어서 남아도는 원룸이라고 하지만 12평이 넘는듯 보이는 넓은 방에 베란다에 기본 옵션이 있는 곳인데 15만원에 거래된다는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값이었다.

 

사장님도 가격이 너무 싸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막상 그곳을 구경하고나니 집이 너무 좋아 남에게 뺏길까봐 당장에 계약했다고 했다. 그날로 사장님은 이불이며, 반찬이며 다 챙겨오셔서 형이 빨리 적응 할 수 있게 도왔다고 한다.

 

사장님의 얘기를 다 듣고나니, 가장 의심이 가는 건 그 원룸이 너무나 싼 가격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 주변 원룸 가격도 한달 아무리 싸도 25만원으로 형성이 된다. 최저가격으로 된 곳은 시설이 열약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시설도 꽤나 좋고, 방도 크고 화장실도 깨끗한 곳이 15만원이라니 말이 안됐다.

 

자주오는 피시방 손님 중 친해진 형께 이쪽 원룸 가격대가 얼마가 되는지 물어봤다. 그 형은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이 이곳에서 가장 괜찮은 곳으로 40만원에 살고 있고, 아니라도 30만원쯤으로 형성된다고 하셨다. 동네가 워낙 대기업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기도하고, 공단이 들어서고 난 뒤로 원룸촌이 생기기 시작한 거라 시설이 다들 좋아 그정도 가격이라 했다.

 

 

모호했던 의구심은 이내 짙고 명명백백하게 변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매니저 형이 출근을 했다. 새벽2시였다. 새벽2시에서 5시 사이는 피시방이 널널한 편이다. 아무래도 공단의 3교대 시간에 맞물려 손님 러쉬가 이뤄지다보니 널널한 시간대가 정해진 편이었다.

 

매니저형은 아까 내가 그만둔다는 언질을 마음에 담고 있었던지 먼저 말을 걸어 왔다. 나는 집안사정이라고만 둘러댈 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집안 얘기를 구실로 그만둔다고 하니 매니저형도 수긍하는 듯 보였다. 대신에 알바를 구하는 날까지만, 하루만이라도 더 나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워낙 일을 하며 친해진 형이라서 거절 할 수가 없었다.

 

 

잘 곳은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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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원룸으로 돌아왔다.

 

 

집에 들어서자 나는 우선

 

 

 

화장실에서 부터

 

 

주방,

 

 

현관문,

 

 

베란다

 

 

그리고 원룸 방 할 거 없이 모든 불을 켜놓았다.

 

 

 

형의 짐은 없었다. 박스와 테이프가 보이는 걸로 보아 모두 택배로 보낸 듯 보였다. 그러나 옷가지 몇개만 없어졌을 뿐이지 다른 물건은 다 놓고 간듯 보였다. 오묘하게도 얼마 없어지지 않은 짐이지만 형도 더이상 오지 않는다는 생각때문인지 원룸은 비교적 더욱 커보였다. 평소 매일같이 보아오던 집안의 구조가 새롭게 인식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곳에서 변하지 않은건 티비 앞에 어질러 놓여있는 개지않은 이불 뿐이었다.

 

 

모든 불을 켜놓은 상태에서 티비까지 켜놓으니 원래와 같은 평범한 분위기처럼 안락한 마음이 잠시나마 들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내게 '너는 기가 남보다 강해서 귀신이 건드리지 못한다'는 말이 뇌리에서 강하게 솟아올랐다. 나를 안정시키기에 적당한 말이었다.

 

피곤했지만 쉽사리 잠을 들 수 없었다. 총 15개의 원룸이 있는 이 건물에는 실제 사는 가구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새벽에 간헐적으로 들리는 발소리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리, 창문 밖에서 들리는 사람 걷는 소리 하나 하나가 내 마음을 날카롭게 진동시켰다. 평소에도 들리던 생활 소음에 불과했지만, 머릿속으로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기억과 그것이 재생산해내는 망각으로 복잡스러운 상태였던 까닭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몰려오는 졸음에 몸을 뉘였지만, 등이 휑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다시 일어났다. 워낙 방이 크다보니 어느쪽으로 눕든 큰 방을 등진채 잘 수 없었다.

 

일부러 이불을 구석으로 끌어다 놓고 벽쪽으로 등을 뉘인채 잠이 들려 노력하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소음 마다 순식간에 반응하여 눈뜨고, 감기를 반복했다.

 

허나 기이한 사건에 대한 기억은 지친 마음이 원하는 달콤한 수면욕구를 쫓아내버렸다.

 

베란다쪽이 이상했다. 아무 소리도 없었으며, 지나치는 실루엣도 없었고,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불빛하나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저 이상했기 때문에 궁금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갑자기 일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 모든 창문을 열고, 베란다쪽 창문도 열려고 들어갔다.

 

 

그런데 그간 빨래감에 쌓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붙박이 장롱이 보였다. 그간 지나치며 몇번을 보아왔을텐데 그저 붙박이가 그곳에 위치해 있구나 라고만 알았을 뿐이었는데, 새벽 밤을 지새우며 날카로워 질때로 날카로워진 예리한 감각때문인지 그곳이 명확하게 하나의 붙박이의 공간이라고 재인식한 것이다.

 

문득 열어야 겠다고 느꼈다. 그것을 열지 않으면 밤새 신경 쓰여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두 문 고리를 잡고 강하게 열어제꼈다. 둔탁하면서도 오랜만에 열리는 듯이 짧게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가운데에는 크고 판판한 널빤지로 갈래하여 위아래 2단으로 되어있는 큰 붙박이 장롱이었다.

윗칸에는 겨우 젖먹이를 땐 아기가 탈만한 조그마한 세발 자전거가 있었고
아래에는 이제야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옛시대 이불이 있었다. 겉 테두리는 하얀 면으로 되어있고 가운데에 사각모양으로 빨간비단을 꿰놓은 이불이 있었다. 아랫칸을 반정도 차도록 메운것으로 보아 확실히 엄청 큰 이불임이 분명했다.

 

 

 

위에 칸을 보았다. 문구사에서 아무렇게나 구할 수 있는 세발자전거 뒤로 팥들이 보였다.

이번에도 팥3알씩 각 모서리에 있었다. 욕지거리가 나왔다. 이 미친동네에서 제대로 걸렸구나 생각이 들었다.

 

 

아래칸에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불에 꽉차 보이진 않았다.

 

확인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꽤나 무거운 이불을 힘겹게 들춰내니 그곳에도 팥이 있었다. 당장에 집에서 나가고싶다 느꼈다.

 


그런데, 서로 포개어진 그 이불 사이에서 손을 빼려다가 무언가를 보았다.

 

꽤나 옛날부터 써온 것 같은 식칼이었다. 상처가 많이 난 투박한 나무 손잡이에, 숫돌에 아무렇게나 날을 갈았는지, 날이 제멋대로인 칼이었다. 시장터에서 생선 썰때나 많이 보던 생김새였다.


욕지거리가 나왔다. 있을 곳이 못됐다. 더러운 느낌 투성이였다.

 

 

당장에 뛰쳐나왔다. 피시방으로 내달렸다. 가까운 거리는 밤만 되면 어두워지기 때문에, 일부러 멀더라도 불빛이 있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매니저형한테는 난방이 망가져서 어쩔까 하다 피시방으로 왔다고 했다.

 

 

이곳은 미친 동네임이 분명하다. 할머니께 전화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걱정하실 생각에 차마 하지 못했다. 그냥 다신 들어가지 말아야 겠다고만 다짐했다.

 

 

 

 

 

 

 

 

 

그렇게 칠곡에서의 마지막 밤을 피시방에서 지새웠다.


 

 

 

 

-----

 

칠곡에서 겪은 일에 대한 회상... 그 기록은 여기서 다 끝납니다.

 

 

이 스토리 다음의 일들은

 

다음날 아침에 원룸 관리자에게 연락을 해서 짐을 싸고 집으로 가던 날인데요.

 

희한하게... 원룸 주인이 처리를 안하고 그 일대를 '원룸 관리자'라는 사람이 관리를 하더라구요... 아마 어느정도 관리비 명목으로 댓가를 지불하고 관리를 맡기는 듯 싶었는데요..

 

그 관리자의 행동이 의심스러웠던 것들.... 내 눈치를 계속 본다거나... 제가 줘야 할 관리비를 안받아도 된다고 한다거나,,, 조금 성급하게 처리하려는 모습이 좀 의아했지만요..

 

... 정리가 더 된다면 그 후기로 남기겠습니다.(사실 이 이후의 이야기는 쓸 예정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저 별안간 기록을 해야 겠다는 생각에 적어보았습니다.

 

 

 

 



자연보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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