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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버스에 귀신이 탔었습니다

title: 하트햄찌녀2021.07.27 10:32조회 수 695추천 수 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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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서 마을 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남자입니다.

시간이 늦어지면 불꺼놓고 정차 안 하면서 달리는 버스를 본 일이 있으시죠?

그건 회차하는 차인데요.

시간표를 막차까지 마치고 차고지로 회수되는 차량들입니다.

3월 중순이었어요.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회차를 해야 하는 때였어요.

차를 멈춘 상태에서 혹시 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분실물이 있는가 쓰레기가 있는가 점검차 내부를 한 바퀴 돌았죠.

아무것도 없었고 저는 운전석으로 돌아가서 내부등을 다 껐습니다.

그리고 봄이 오지 않은 오슬한 날씨에 몸을 한 번 떨며 기어를 넣고 출발을 했어요.

드드드거리며 오래된 구형버스가 나아가기 시작했고, 전 출발하면서 내부 백미러를 한 번 보는 버릇이 있어요.

힐끔 백미러를 봤는데 어두운 좌석들 중 뒤에서 세 번째 의자에 어떤 여자가 창밖을 보고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차를 다시 세웠습니다.

어?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생각 하면서 내부 등을 켜고 돌아 일어났죠.

.... 차 안은 휑하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여자가 앉았던 자리를 보면서 뭘 보고 착각했나? 하면서 다시 앉아서 등을 끄고 백미러를 확인했어요.

...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전 백미러를 노려보며 오싹해지는 걸 느꼈어요.

다시 등을 켜고 돌아 봤습니다.

... 그 자리는 비어 있습니다.

전 그 상태로 뭘 보고 착각을 하는지 찾아보려 하다가 문득 짜증이 났어요.

피곤해 죽겠는데 뭐하는 거야 난... 빨리 가서 자자.

그런 기분으로 다시 등을 끄고 백미러는 쳐다보지 않고 출발했습니다.

차도 거의 없고, 도로 옆으론 비닐하우스와 논이 있는 한적한 곳이지만 그 날은 왠지 속도를 내지 못했어요.

제 지금 상태가 의심스러워 이 깜깜한 곳에서 사고라도 날까 봐 좀 더 긴장하게 되더군요.

커브길이라 가로등이 좀 설치 되있는 곳을 지나면서 혹시나 하고 백미러를 다시 힐끔 봤습니다.

그 자리에! 그 자세로! 확실하게 앉아 있는 겁니다!!

숨이 가빠졌어요.

이게 어떻게 착각일 수 있어... 저게 어떻게...

다시 보니 도로 포장 상태가 안 좋아 덜컹거리면 그 여자 몸도 흔들렸어요. 너무 리얼하게...

추워지면서 땀이 나는 걸 느꼈어요.

왜냐고요? 무서웠어요.

평소 겁이 많은 편도 아니고 귀신얘기 재밌게 듣는 편이고, 여지껏 전 귀신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있으면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는데...

아까 백미러 확인할 때 놀라서 차가 흔들렸었어요.

핸들이 꺾였었죠. 그쵸 지금 전 운전 중이니까.

숨을 몰아 쉬면서 정신만 차리면 돼 정신만 차리면 돼 다짐했어요.

사람이 타고 있던 거면 차고지 가서 몰랐다고 사과하고 택시비를 주던가...

여기서 최악은 저게 귀신이고 난 홀려서 사고 나 죽는 거다- 라고 생각하면서 운전에 집중했어요.

아니 운전으로 도피했죠.

등뒤에 귀신을 태우고 운전으로 도피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손이 땀으로 흥건하고 숨을 몰아쉬며 버스를 몰았죠.

욕까지 중얼거렸어요.-_-;

벨이 눌리기 전까진...

삐----------익!!!

하차벨이 울리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에 급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여기서부턴 확실히 기억도 나지 않아요.

다행스러운 건 급 정차시 주위에 차가 없었다는 것과...

불행한 건 주위에 차 한 대 없는 어두운 시골 도로라는 것이었어요.

제정신 아닌 상태로 차의 핸들을 바라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을 때 그 여자가 내 옆에 왔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같이 떨고 있었을 거예요.

차 앞 유리에 희미하게 비친 사람이 내 옆에 있었어요.

내 귀에 그 여자 얼굴이 가까웠어요.

"........."

나한테 말을 했어요.. 속삭이듯...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게 전 그 말이 그 당시 들리지 않았는데 조금씩 차분해졌단 거예요.

전 뒷문을 열었어요.

그리고 잠시 후에 사라졌다는 게 느껴지고 다시 닫았죠.

그리고 다시 침착하게 출발해서 그 날 하루가 무사히 갔습니다.

차고지에 차를 주차하고 제 차로 집으로 오면서 생각하니 그 때 속삭였던 말이 떠올랐어요.

이게 제가 기억을 왜곡시킨 건지 확실치는 않지만... 이렇게 두 마디였었어요.

" 그러지 말아요. "

" 미안해요. "

속삭이는 음성이라 확실친 않지만 슬프게 느껴지는 음성이었어요.

젊고 평상복 입은 여자였는데...

내린 곳은 꽃마을... 정확한 명칭을 썼다가 다시 지웠습니다.

이런 거 쓰는 게 아닌 것 같아서...

이미 임종한 처자라면 어떤 사연이 있는지 편안히 쉬었으면 좋겠네요.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물론 당시는 죽을 맛이었지만.

제가 경험했던 얘기고요.

무지하게 피곤했던 상태라 정말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 짧은 내용이 잘 전달하려니 이렇게 길어지네요.ㅋㅋ

이번 일로 귀신이 있는지 없는지 흥미위주로 접근하는 분들께 할 말이 생기네요.

편견을 가지지 말고 혹시 마주하더라도 따뜻하게 맞아줍시다. ^^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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