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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저승꽃 필 무렵

title: 하트햄찌녀2021.09.13 12:13조회 수 631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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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고 했다.

단순히 노인의 피부에 나타나는 검버섯을 사람들은 비유적으로 저승꽃이라 불렀다고도 덧붙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에 관한 것이었는데,

평소 술을 굉장히 좋아 하시던 외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할아버지는 손주 두 명을 품에 안고도 영 떨떠름한 얼굴을 하곤 하셨다고 한다.

낮이든 밤이든 항상 술 생각 밖에 없으셨던 당신은 가족들이 안중에도 없으신 건지

하루가 멀다 하고 동네 어르신들과 항상 시내에서 약주를 드시곤 하셨는데

어느 날엔가 밤늦게 집에 돌아오시더니 할머니께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가 지금 집에 오는데 웬 남정네 세 명이서 마을 비석 앞에 앉아있더니 나를 보고 씨익 웃더라고,

암만 봐도 고것들이 저승사자 같어...”


할머니께선 술주정을 하신다며 헛소리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이고~ 백날 나를 고생을 시키고 술만 퍼 마시드니 이제 가실 때가 됐나~ 왜 이러실까?

그러게 술이나 작작 드셔요 좀”


그러자 할아버지는 먼 산을 바라보듯 창가를 바라보시더니 다시 할머니 쪽으로 시선을

 돌리시면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슬슬 저승꽃도 피고... 여보, 나는 혼자 가기 싫어...”


당시 할머니께선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으셨다고 했고,

당시 외가 친척들도 이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돼서야 그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다.


우리 엄마 가계도를 설명을 잠시 설명해보자면, 엄마는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나셨고, 위로는 언니,

아래로는 남동생이 계셨다.

따라서 나에게는 이모와 삼촌이 각 한 분씩 계셨던 셈이다.

당시 할머니의 말을 들은 이 세분은 모두 엉뚱한 소리이려니 하고 넘어가셨다고 했지만

어쩐지 할머니께선 도통 알 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암만 봐도 이상하다... 집에 오는 길에 남정네들을 봤다고 하잖니...

가뜩이나 요새 건강도 안 좋아지셨는데 이러다 집에 초상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에 이모는


“엄마도 참! 그런 소릴 하고 그래... 아유, 됐어 걱정 말어. 아빠가 술먹고 그런 소리 하는 게 하루 이틀인가 뭐?”


그들은 그렇게 넘어갔다고 했다. 단순히 할아버지의 술주정이라고만 여겼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미 할아버지의 말뜻을 이해하신 할머니께서 부정을 하고자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다 객관적이고 아버지보다 당신의 편인 자식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당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치? 술주정이겠지? 으휴 늬 아빠 어쩜 좋니 정말”


그리고 그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어느 대학병원

응급실에 입원을 하는 일이 생겼다고 했다.

어김없이 시내에서 약주를 드시고 귀가하시던 중, 발을 헛디딘 것인지 좁디좁은 배수로에

누워 계셨다는 것이다.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하여 흔들어 깨워봤으나 의식이 없는 것 같아 바로 신고를 하셨다고 했다.

가족들은 더 큰 사고를 당하기 전에 발견이 되어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 내렸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고 한다.


응급실에 실려 왔을 당시에도 호흡만 유지하고 계실뿐 의식이 전혀 없어서 바로 검사를 진행했고,

당시 의사 소견에 따르면 간암이 많이 퍼진 상태라며 이미 다른 장기 쪽으로도 전이가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의학이 많이 발전한 지금도 치료가 까다롭다는 암은 그때 당시에는 그저 죽는 병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들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꼬박 나흘간 잠에 취해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의사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태연했다는 것이다. 마치...


‘감기네요. 약 처방 해드릴 테니 푹 쉬시면서 꾸준히 잘 드시면 회복하실 겁니다.’

라는 단순한 내용을 전달 받은 사람처럼 너무나도 태연하셨다고 한다.

당신이 죽을 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사람처럼.

꼭 누군가에게 귀띔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그토록 태연하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할아버지는 암 선고 이후에도 그토록 좋아하시던

술을 꾸준히 드셨고,

결국 새벽녘에 잠을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날 밤,

그러니까... 돌아가시기 바로 몇 시간 전에 집에 돌아와 할머니께 하신 말씀이 있었는데..

엄마는 물론이고, 외가 친척들 모두 그때 당시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혼자 가기 싫어...”


잠결에 문득 들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신 할머니는 재차 물어보셨다고 했다.


“모...뭐라고요?”

“혼자 가기 싫다고.”


할아버지께선 등을 돌린 채 옆으로 누워 계셨고, 할머니는 그의 휘고 초라한 등을 바라보며

말씀하셨다고 했다.


“휴... 또 그 소리에요? 가긴 어딜 간다고 그래요... 엉뚱한 소리 말고 얼른 잠이나 자요.”

“여보... 그럼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내가 당신 데리러 올게... 꼭.. 저승 꽃 필 무렵쯤에”


이전에 마을 입구에서 정체모를 남자 3명을 마주한 그날 말씀하셨던 것과 비슷한 내용을

말씀 하셨는데

그 말씀을 끝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영향일까 할머니께선 그 후로 거의 신경쇠약에 걸리다시피

생활을 하셨다고 했다.

텃밭에서 작업을 하시다가 팔에 조그마한 상처라도 나는 날이면..


“야야... 이거 봐라 늬 아빠가 데리러 온 거라니까?”


가족들은 그런 할머니를 바라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겹다고 느끼셨다고 했다.


“엄마, 그냥 하는 소리셨을 거야. 설마 아버지가 정말 그런 뜻으로 말씀 하셨겠어?”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였다고 했다.


“늬들은 그래도 아버지 편이냐...? 어? 그래?!

내가 늬 아버지 살아 생전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자식 놈들 키워놓으면 뭐하냐! 어휴~”


거의 같은 패턴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하루하루 반복되어만 가던 어느 날...

이모가 할머니께서 이른 새벽부터 옷을 곱게 차려 입으시고는 어디론가 가셨다는 삼촌의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고,

가족들은 그게 사실이냐며 걱정 반 기대 반 이었다고 한다.

이제 할아버지가 당신을 데리러 온다는 이상한 생각에서 벗어나 어디 노인정에라도 가시나보다

 생각을 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도 잠시... 그날 밤이 되도록 할머니께선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다고 했다.

걱정이 되어 밥도 못 먹고 잠도 못자며 손톱만 물어뜯고 있던 그때,

인근 파출소에서 할머니를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엄마를 비롯한 이모와 삼촌 모두

파출소로 향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흙밭에서 구르기라도 한 것일까 온통 진흙투성이를 한 채로 머리까지 산발을

하고 계셨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이모께서 물어보셨다고 한다.


“엄마, 대체 어디 갔다 오신 거여? 응?”

“야 막례야.. 늬 아버지가 나를 델러 왔드라...”


이모는 순간 걱정되던 감정이 분노로 바뀌었다고 했다.


“하.... 엄마! 그만 좀 해 제발! 아빠 돌아가셨잖아! 언제까지 아빠 타령할거야?!”


하지만 경찰에게서 전해들은 할머니가 발견된 장소를 듣고 가족들은 모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배수로에서 발견되셨어요. 그 좁은 데를 어떻게 들어가신 건지... 거기 누워 계시더라구요..”


그리고... 당신을 데리러 왔다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사실이었을까.

그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할머니께서도 할아버지와 동일하게 잠을 자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딱... 할아버지께서 늘 말씀 하시던 저승꽃 필 무렵에 말이다.

 



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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