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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괴기단편 시리즈 : 이보게 내 속에 귀신이 들어왔어 上편

title: 팝콘팽귄이리듐2019.01.05 19:48조회 수 113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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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김해에서 대학조교를 하던 시절에 겪었던 끔찍한 경험 중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귀신이나 악마를 믿지 못하겠지만

직접 경험을 했던 나로서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존재이다.

 

그러니까 약 9년 전의 일이다.

결국 취업에 실패한 나는 모교에서 학과사무실의 조교로 근무하게 되었다.

학기 초라서 그런지 쉴 틈 없이 바빴다.

대학조교의 일은 학생들 관련 행정처리 뿐만 아니라,

신입생을 비롯한 재학생들이 학교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지

매일 면담을 비롯한 학생정보조회를 통해 살펴야 했다.

 

그러던 중,

학과에서 매우 모범적인 여학생 한 명이 4월이 다 되어가는 시기에도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적뿐만 아니라 인품도 훌륭했던 그녀이기에 갑자기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 반 연락하고 싶은 마음 반의 기대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도 통화 신호음이 세 번 정도 지나고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평소 같지 않은 목소리였다.

톤이 매우 가라앉은 상태로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느껴졌다.

 

“희...희은이니? 나 석훈이야... 00학번의 이석훈...

내가 이번에 바뀐 조교가 되었는데 말이야...

너 재학 중인데 학교를 안와서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어..”

 

그녀는 매우 성의 없는 목소리로 “네.. 네.. 네..”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사실 우리 둘 사이는 매우 친했기에 서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황해서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런데 그녀가 대뜸 자퇴처리를 부탁 하는 것이었다.

다시 충격을 받은 나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개인적인 사유’라는 말만 남겼다.

사실 자퇴처리를 직접 해줄 수 있었으나,

이유 모를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져서 그녀를 학교로 부르기로 했다.

 

“자퇴를 하던, 휴학을 하던 본인이 직접 와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니까 내일 오던지...”

 

그녀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러면 지금 갈게요...”

 

다행히 그녀가 학교 근처에 살아서 통화종료 후 얼마 되지 않아 도착했다.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그녀였지만 모습이 많이 변해있었다.

깨끗하고 시원스러웠던 이미지의 아름다운 여학생은 더 이상 없었고

부스스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폐인이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래 된 트레이닝복에서 퀴퀴한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올라서

덥다는 핑계로 문을 열어 환기 시켰다.

한눈에도 그녀의 신상에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 선배... 저 자퇴할거에요..”

 

역시 전화 때와 같은 어둡고 낮은 톤으로 말했다.

한 숨을 쉬며 자퇴 사유를 물었다.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문득 그녀가 나를 우습게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성을 조금 높였다.

 

“야, 자퇴가 무슨 장난인 줄 아냐?

자퇴 사유가 확실해야 처리 해줄 것 아니야,

너 지금 나 일개 대학교 조교됐다고 무시 하냐?”

 

그렇게 화가 날 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분노를 통제 할 수 없었다.

마치 그녀의 부정적인 기운이 나에게 전염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한 숨을 쉬면서 종이컵에 있는 물을 들이켜 마셨다.

그런데 물을 모두 마시고 이내 종이컵을 찌그러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슬며시 들며 나를 비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예뻤던 얼굴이 사악하고 비열하며 더럽게 보였다.

마치 나를 조롱하듯 흘겨보며 요상한 웃음소리를 내는데

필시 귀신이라도 씐 것처럼 느껴졌다.

 

“야, 강희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지금 네가 이렇게 웃을 상황이야?”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쩌다 그녀가 이렇게 되었을까,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녀의 어깨가 ‘들썩들썩’ 움직임이 심해졌다.

혹시나 그녀를 학교로 부른 것이 실수이진 않은지 후회가 밀려왔다.

급기야 그녀는 침을 흘리면서 뭐라고 중얼댔는데, 그것은 입에도 담을 수 없는 욕설이었다.

그리곤 서서히 일어나서 눈앞에 있는 연필꽂이에서 커터칼을 잡아들었다.

그제야 위기를 느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슈비스키 시바라미 슈비스키킥... 시바라미킥킥... 낄낄낄...”

 

‘외계어’같은 것을 빠르게 내뱉으며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커터칼을 들은 손을 번쩍 들어 나를 향해 돌진했다.

순간 그녀의 팔목을 ‘콱’하고 잡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여자의 힘이라고 하기에는 그 묵직함이 놀라울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이다.

합기도를 10년이나 한 내가 쩔쩔 맬 정도였다.

가까이서 본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내가 아는 강희은이 아니었다.

흡사 광견병이라도 걸린 미친 여자처럼 보였다.

정말 희한한 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약 10분을 쩔쩔 매다가 서서히 팔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칼끝이 나의 목에 다일 듯 말 듯 가까이 왔다. 여차하면 피를 보게 될 위기였다.

바로 그때, 누군가가 학과사무실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 학부와 학과를 통틀어서 가장 ‘꼴통’이라 불리는 녀석이었다.

전 과목 F학점 달성에 학사경고를 이미 두 번 받아서 벼랑 끝에 서있는 위태로운 놈이었다.

녀석을 어떻게 구워삶아서 졸업시킬까 고민이었는데 그렇게 반가울 줄은 몰랐다.


“야.. 나.. 나.. 좀 구해줘라..”

 

녀석은 한 동안 그녀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불안하게 도와주기는커녕 학과사무실의 문을 잠갔다.

 

“야이.. 미친새끼야.. 도.. 도와 달라니까..”

 

왼팔에 한계를 느낀 나는 울먹였다.

녀석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나와 그녀 앞에 다가왔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녀석에게 얼굴로 위협을 하듯 뱀처럼 날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은 차분하게 뭔가를 읊조리며 가방에서 꺼낸 그것을

그녀의 이마에 붙였다. 노란색에 붉은 글씨가 써진 부적이었다.

녀석은 팔목에 있는 ‘염주’같은 것을 만지며 스님처럼 불경을 외워댔다.

그러더니 그녀가 마구 고통스러워하며 비틀대는 것이었다.

결국 바닥에 앉아버렸고 구역질이라도 나는지 엎드린 상태로 입을 벌리며

몸속 뭔가를 뱉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좀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다.

녀석은 자신의 손바닥으로 뭔가를 써낸 뒤 그녀의 등을 마구 쳤다.

그럴 때마다 ‘녹차라떼’처럼 초록의 토사물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때리면 때릴수록 토사물의 색이 진하게 나왔다.

문제는 냄새였다. 역한 냄새가 사무실 가득 채워졌다. 그것의 냄새에 나도 구역질이 났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손바닥에 뭔가를 써서 강하게 그녀의 등을 내려쳤다.

 

“끼야아악!!!”

 

학과사무실이 흔들릴 듯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턱이 빠질 듯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입에서 시퍼런 ‘연기’같은 뭔가가 빠져나오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시퍼런 연기는 곧 사람의 형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그것이 사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행님, 창문 닫으이소. 빨리 창문, 창문...”

 

녀석이 어서 창문을 닫으라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시퍼런 연기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겁이 나서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결국 열어 놓은 창문 틈으로 시퍼런 연기가 나가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나에게 언성을 높이며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아이 그거 참... 행님은 그것도 못 닫습니까? 제대로 하는 기 뭐고?”

 

녀석의 성격이 워낙 저돌적이고 투덜투덜 거려서 그냥 흘려들었다.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기 위해 세수부터 했다.

그리고 희은이를 학과 소파로 옮기고 그 아이가 뱉은 토사물을 치웠다.

이후 냉장고에서 진한 탄산음료 두 개를 꺼내어 녀석에게 하나를 건넸다.

아까부터 뭐가 불만인지 투덜거렸지만 녀석에게 들어야 할 말들이 많았다.

 

“행님, 고마 오늘 본 것은 잊으이소... 그게 마음 편할 겁니더...

그리고 강희은이 일어나면 내한테 문자 한 통 낭가 주고요. 갑니데이...”

 

평소처럼 싸가지 없는 행동에 화도 날법했지만 그날따라 녀석을 어르고 달래며 잡았다.

 

“에이.. 우리 원일이 뭐가 그리 급하나? 형이랑 같이 오늘 한우 어때?”

 

녀석은 급화색이 돌았다. 이내 자리에 앉으며 음료수 캔을 깠다.

그리고 여전히 거만하게 한 모금 들이키고 트림을 ‘꺼억’하고 냈다.

 

“그러니깐 행님... 저 강희은이가 지독한 악귀한테 홀린 깁니다.

머 귀신을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밖에 설명 몬하겠네요.

아까 그기그기... 보통 놈은 아닐 건데요. 자세한 건 강희은이 일어나봐야지요.”

 

그건 그렇다고 치고, 녀석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러나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무당은 더더욱 아니고 하다못해 신기(神氣) 따위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스스로도 설명을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나중에, 아주 나중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겠다고 했다.

녀석은 희은이를 마구 흔들었다.

 

“야 강희은, 좀 일라봐라... 요 느그집 아이다...”

 

희은이는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못 차렸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넸다.

몸에서 더러운 것을 빼내느라 지쳤는지 벌컥벌컥 음료수를 들이마셨다.

그제야 나는 희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희은아... 너 기억나니? 자퇴서 내려고 했던 것 말이야?”

 

희은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그녀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동아리 사람들과 신학기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 학교 뒷산을 올랐다.

그런데 꽤 정상을 목전에 두고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져서 일행과 떨어지게 되었다.

잔가지들을 헤치며 되도록 사람이 다니지 않을 것 같은 나무들이 우거진 곳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일을 보고 작대기 같은 것으로 땅을 파려는데

오래 된 상자로 보이는 물체가 흙속에 묻혀 있었다.

김해에는 가야시대의 보물이 종종 발견되기 때문에 호기심이 들어 흙을 파내었다.

예상대로 꽤 오래된 상자가 나왔고 마치 보물이라도 들어 있을 것처럼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그래서 의식이 가는대로 단단한 돌을 주워 자물쇠를 내려쳤다.

꽤 견고한 상자는 집요함의 두드림에 마침내 열리고 말았다.

희은은 당장 상자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상자 속에는 소주병보다 약간 작은 백자(白磁)로 보이는 병이 보였다.

그 병은 주둥이까지 온갖 한자가 적힌 종이로 감싸져 있었는데 행여 안 속에

귀중한 것이라도 들었을까 그것마저 뜯어버렸다.

늘 습관인 듯 내용물이 궁금해서 병의 주둥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런데 그 순간 정신이 휘청하더니

자신의 마음 속 깊이 잠자던 나쁜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일행에 합류하면서부터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이 미워보였다.

평소에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여자후배들이 선배들과 다정하게 이야기 할 때면

질투가 나고 산에서 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도 놀랐다고 했다.

그래서 황급히 홀로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집에 있는데도 계속 모든 것이 싫어지고 미워졌다.

지나간 날들 중 자신에게 서러움과 경멸을 주었던 사람들이 떠올랐고

죽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가 살인을 부추기는 듯 귓속에서 ‘죽여, 죽여...’라는 말이 맴돌았다.

그것을 잊어보려고 잠을 청해도 꿈속에서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꿈을 계속 꾸었다.

사람만 눈에 보이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던 중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주위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이보게 내 속에 귀신이 들어왔어 下편에서 계속.

 

출처 백도씨끓는물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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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괴기단편 시리즈 : 이보게 내 속에 귀신이 들어왔어 下편 (by 이리듐) 의심(疑心) (by 이리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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