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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나 보여? 2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9.03.04 13:12조회 수 56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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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직감이 뛰어났다. 동생이 하지 말라, 고 하는 것을 하면 반드시 사고가 터졌다.

 

어렸을 적 가장 기억나는 사건은, 동생과 함께 공원으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러 갔다가

 

W자로 된 곡선을 넘으려고 내가 자세를 취하자, 밑에서 자전거를 타던 동생이 비명처럼

 

"언니, 하지 마, 언니!" 하고 소리를 쳤던 사건이다.

 


 

평소에도 인라인스케이트를 꽤 잘 탔었고, 그 기구도 수십 번 탔던 나였다. 동생도 그 광경을 재밌

다고 지켜보곤 했다.

 

하지만 그 때는 달랐다. 동생은 악을 써 가며 나를 말렸고, 그 서슬에 놀란 나였지만 애써 기어올라

온 노력이 아까워

 

동생의 말을 무시하고 바퀴를 굴렸다.

 


 

10초 뒤, 나는 말도 못할 고통에 기구를 구르고 있었다. 기구를 타고 내려가려는데 평소에는 멀쩡

하던

 

인라인스케이트 뒤 브레이크가 턱 하고 걸려 갈비뼈를 제대로 부딪히며 구른 것이다. 정말 아프면

사람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진짜로 그랬다. 난 3분 가량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기구를 굴렀다.

 

숨을 못 쉴 정도로 아팠다.

 


 

그 날 나는 병원으로 실려가 X-레이를 찍었고,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실금

이니 알아서 두면 붙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십 번 쥐어박히며 나온 나는 문득 동생이 왜 그렇게 요란을 피웠는지가 궁금해 물

어보았다.

 


 

"대체 왜 그랬어? 너 평소에는 내버려 뒀었잖아."

 

"느낌이 그랬어. 아, 그러길래 왜 하지 말란 걸 하냐?"

 


 

동생은 얼버무리며 지나치려 했지만 난 무언가가 꺼림칙했다. 평소에 조용하고 허튼 말을 하지 않

 

동생의 성격으로는, 그렇게 소리칠 일이었다면 꽤 큰 일이었을 것이다. 동생에게 더 캐묻고 싶었지

만,

 

동생의 표정이 심각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일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동생은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곤 했다.

 

하루는 동생과 함께 시장에 갔을 때였다. 큰 시장을 동생과 재밌게 돌아다니는데, 많은 사람이 모

이는

 

시장이니만큼 한 구석에서는 싸움이 나기 마련이다. XX년, XX놈, 와장창와장창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우악스러운 아주머니 한 분과 덩치가 있으신 아저씨 한 분이 싸우고 있었다.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킥킥 웃는데, 동생이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서늘한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곧 죽을 놈이 돌아다니니까 탈이 나지."

 

 

 

소름이 쭉 돋았다. 그 말에 동생을 돌아보니 동생은 싸늘한 눈길로 아저씨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 방금 무슨 말 했어?"

 

"뭐?"

 

"방금 죽을 놈 어쩌고저쩌고 했잖아."

 

"말했잖아. 죽을 놈이 돌아다니니까 탈이 생기지. 저 아저씨, 곧 죽을 거야."

 

 

 

그 때가 10대 중반이었다. 동생은 겨우 초등학생을 벗어나 솜털이 보송보송한 중학생이었다.

 

기가 막히기도 하고, 어렸을 때 기억이 스쳐지나가기도 해서, 지어낸 거면 혼쭐을 내주겠다는

 

생각으로 무섭게 혼을 냈다.

 

 

 

평소에는 날카로운 내 꾸중에 눈물을 비쳤을 아이가 그 때는 싸늘하게 나를 바라봤다.

 

다른 사람 같았다. 결국 혼을 내다 만 내가 조용히 물었다.

 

 

 

"왜 그러는데?"

 

"저 아저씨 혼이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잖아. 반은 이미 저 세상 사람이야."

 

 

 

그 말에 내가 소름이 돋아 미칠 뻔 했다. 결국 나는 동생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계속 동생의 말이 어지럽게 맴돌았다. 내가 계속 다그쳐 묻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동생은

 

"아저씨 혼이 머리 위로 붙어서 빠져나가려고 끙끙대고 있다고."라는 말만 했다.

 

 

 

그 후로 나는 동생을 교회에 데리고 나갔다. 진짜 이러다가 우리 집에 신내림 받은 무당 하나

 

나겠다는 위기감이 평생 교회에 발이라곤 들여본 적 없는 나를 금요예배까지 나가게 했다.

 

동생은 고분고분 따라 주었고, 그렇게 교회를 다닌 지 몇 주일 되어서였다.

 


 

교회에는 예배 끄트머리에 그 주의 소식을 전하는 목사님의 말씀이 있다. 그 날

 

목사님은 조용히 기도하자며 손을 모았다. 우리의 신실한 형제 한 분이 어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름만 알려줘서 짧게 기도하고 그 날 예배가 끝났는데, 동생을 끌고 집으로

 

가려는 내 귀에 속닥거리는 권사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글쎄, 머리가 다 깨졌대잖어...."

 

"세상에, 죽어도 어찌 그리 죽는대. 참, 사람 허무해.."

 

"시신을 거두는데, 그 아래에 피가 몽창 깔려 있더랴. 아직도 아스팔트가 시뻘개서 멋모르는 사람

 

발을 들여 놓지도 못한대..."

 

"사람 안됐어. 간판 수리하다가 그리 떨어져 죽을 줄 누가 알았겄어."

 

 

 


 

...................................................

 

난 그 뒤로 동생을 새벽 기도까지 끌고 갔다.

 

다행히도 동생은 그 뒤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나중에 동생의 사주를 가져다가 무당한테 물어 보니, 신끼가 있다고, 예술 쪽으로 가면 잘 맞을 거

라고,

 

어렸을 때 된통 앓은 것이 신기를 갖는 데 역할을 한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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