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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이제 추억이 되버린 이야기입니다

title: 애니쨩뒤돌아보지마2019.03.26 09:32조회 수 94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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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때, 정말 매일같이 귀신을 보았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공포영화에는 물론이고 야산에 혼자 들어가도 아무렇지도 않는 담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네 살에서 일곱살 때까지 매일보던 귀신..그 때는 정말 공포였습니다.

 

당시 저희 집은 서울에 있긴했지만, 북한산에 붙어있는 달동네의 단칸방이었습니다.

 

집을 나오면 바로 언덕이 보이고, 거기로 올라가면 바로 산이었죠.

 

가끔 토끼도 보이고 그랬습니다. 밤에는 저를 가운데 두고 오른쪽에 엄마 왼쪽에 아빠가 누워서 잠을 잤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귀신이 안나오는 것은 아니었죠. 제 발쪽의 벽을 보면, 항상 그것들이 저를 보고 있었으니까요.

 

너무 무서워서 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이 버릇은 21살인 지금까지도 안없어져서,

 

여름에도 이불로 머리를 덮지 않으면 잠이 안오곤하죠.

 

 

 

그것들은 제가 이불을 뒤집어 쓰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 발을 슥하고 지나가면, 저는 깜짝 놀랐죠.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온 몸이 얼어붙고 식은땀만 흘렸으니까요. 그러고는 그것들의 기척이 없어지면, 저는 머리 위의 이불을 살짝 들어올렸습니다.

 

이불속에서는 숨이 막히고 더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대로 못했습니다.

 

이불을 들추면 그 바로 앞에서 귀신과 마주봐야했기 때문이었죠.

 

그 눈....머리카락 속에서 흰자위가 번뜩이는 그 눈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습니다.

 

귀신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매일 밤 서 너 마리의 귀신이 제 발쪽 벽에서 스르르하고 기어나오는 것을 봐야만 했죠.

 

그때면 양 옆의 부모님을 깨우고 싶어지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왜냐구요? 제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을 귀신이 보게되면, 그들은 제가 다가오니까요.

 

그리고 제 얼굴을 똑바로 쳐다봅니다. 그래서 저는 움직일 엄두도 못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때 그것들이 귀신인 줄 몰랐습니다. 귀신이라는 단어도 몰랐고, 그냥 무서운 것들이었죠.

 

유령이란 단어를 알긴 했지만, 그건 꼬마유령 캐스퍼한테나 붙이는 단어인 줄 알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한테 밤마다 귀신이 보인다고 할 수도 없었죠. 그냥 무섭다고 뭐가 보인다고 떼를 몇 번 썼을 뿐.

 

저희 부모님들은 귀신은 안 믿으시는 지라, 제가 봤던 것에 거의 신경쓰지 않으셨죠. 그냥 달래주기만 하셨어요.

 

8살이 되었고, 우리 가족은 다른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중랑구의 방 두 개 있는 작은 빌라에 전세를 들었죠. 이사 직 후,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도선사에 들르셨습니다.

 

왜 들렀는지는 기억안나지만, 엄마는 불교를 믿으셨기에,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절에 한 번 데리고 가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떤 스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저와 어머니를 불러 세우시더니,

 

'이것도 인연이라'며 그 자리에서 붓으로 달마 그림을 한 장 그려서 주시더군요.

 

그리고 잘 보관해두고 나중에 다시 만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그 스님께 감사하다고 몇 번을 말씀하셨죠.

 

저는 그냥 어리둥절 했구요.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는 그림을 어딘가에다가 보관하셨습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집 주위의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동네에서는 귀신도 안보고 잠도 잘잤죠.

 

아무 일 없이, 초등학교 2학년 생이 되었고, 그러자 부모님은 1층에 책상이 딸려있는 2층 침대를 사주시면서,

 

방 두 개 중 하나를 제 방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 전까지 그 방은 거의 창고로 썼습니다.

 

그 전에 단칸방에서 살았던 지라, 굳이 방 한 개가 더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었죠.

 

2학년 때부터 저는 침대에서 혼자 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8살이 되고나서는 귀신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침대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행복하게 잠이 들었죠.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3학년이 되어 친구들과 팽이를 돌리며 놀던 시절이 되었습니다.(무적의 강철팽이는 동경의 대상이었죠.ㅎㅎ)

 

어느 날, 어머니가 아버지 한테 집 계약 서류인가? 그게 어딨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아버지는 모른다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상해하시며, 왜 이렇게 서류들이 잘 없어지냐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당시 몇 년 째 큰아버지와 사업을 하셨고, 그래서 그런지 집에 서류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서류가 집안에서 없어졌다가 다시 나오기도 하고 영영 안나오기도 하는 등의 일이 많았죠.

 

집 안에서 물건이 없어져 봤자 있데, 이상할 정도로 없어지는 서류가 많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 때까지 그런 일을 몰랐습니다.

 

그 나이에 그런 것을 알아 뭘하겠습니까? 부모님도 제게 물어보지 않으셨고 말이죠.

 

그러나 그 날은 부모님이 온 집안을 다 뒤졌습니다. 전세 계약서가 당장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서류는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저는 몇 년만에 다시 한 번 '그것'을 보았습니다.

 

침대에서 자다가 깨서 우연히 방문쪽을 보았는데, 그것이 방문 앞에 서 있더군요.

 

방문 앞에서 가만히 저를 올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이불을 천천히 뒤집어 쓰고,  살짝 구멍을 만들어 귀신을 쳐다 보았습니다.

 

그것은 계속 움직이지 않고, 저를 쳐다 보았죠.

 

그때서야 저는 그 귀신을 똑똑히 관찰했습니다. 예전에는 그 귀신의 키도 잘 몰랐지만,

 

이 때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봐서 그 귀신의 키나 생김새를 자세히 볼 수 있었죠.

 

그 귀신은 조그만 여자 아이 였습니다.

 

한 다섯 살 되어 보였죠. 으레 처녀 귀신들이 그렇듯, 그 애도 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습니다.

 

몇 분을 보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무서웠고 이불을 완전히 푹 뒤집어 썼습니다.

 

그러곤 몇 초 후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그 애는 이렇게 말했죠. 

 

"이제 못 만나겠네...." 라고요. 그 소리에 놀란 저는 빼꼼히 눈만 내밀어, 방 문쪽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애는 사라졌더군요. 그 얼마 후, 부모님은 전세 서류를 찾으셨고, 그 외에 다른 서류도 찾으셨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서류가 없어지는 일이 없었지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 서류들이 모두 황색 서류 봉투에 담겨져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류를 그 봉투에다가 넣는 것은 흔하고 당연한 일이기에 굳이 이상할 것은 없었죠.

 

그 후 어느날 저는 책상에 앉아 있다가, 위 쪽을 보았습니다. 즉 침대 밑이었죠.

 

침대 밑 구석에 무슨 황색 종이가 삐져나와있었습니다.

 

궁금해서 어머니한테 저게 뭐냐고 물어봤지요. 어머니는 서류 봉투라 했습니다.

 

그래서 뭐가 들었냐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 서류 봉투 안에 든 것은 예전에 스님께서 즉석으로 그려주셨던 달마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스님을 만났던 후로, 엄마랑 저는 도선사에 몇 번 함께 갔었지만 그 스님을 다시 본 적은 없었습니다.

 

엄마 혼자서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죠.

 

 

 

그리고 몇 년이 지나 5학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는 수학여행을 5학년 6학년 두 번갔었습니다.

 

아, 하나는 수련회던가요? 어쨌든 2박 3일간 경주에 가게 되었습니다.

 

코스는 뻔했죠. 당연히 불국사에 들렀구요. 그러데 불국사를 견학하던 중에, 어떤 스님이 아는 체를 하셨습니다.

 

바로 예전에 도선사에서 만났던 그 스님이셨죠. 인사를 하고, 뜬금없이 그 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이제 안보이냐'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저는 그 여자아이 귀신을 떠올렸죠. 그리고 '예'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스님은 나중에 훌륭한 사람되어 은혜를 갚으라고 장난 섞어 말씀하시고 가셨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꽤 유명하신 스님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며칠이 지났는지, 몇 달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어느 날 이었죠.

 

엄마랑 저는 옛날 앨범을 들여다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 아기 때 사진, 목욕하며 홀딱 벗은 사진 등..그러다 수영장 사진이 나왔고 어떤 여자애가 제 옆에 있더군요.

 

뭐, 수영장에서 친해진 애라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국립 중앙 도서관인가? 어머니가 어렸을 때 자주 저를 데리고 가시던 도서관에서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그 도서관은 규모도 크고 어린이 도서관도 따로 붙어있는 데다가, 꽤 넓은 놀이터도 있어서 놀기 좋았죠.

 

그런데 거기서도 그 수영장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던 여자애가 저와 함께 사진을 찍었더군요.

 

그래서 엄마한테 물어봤습니다. 이게 누구냐구요. 그랬더니, 엄마가 제게 기억안나냐고 반문하시더군요.

 

그 여자애는 저보다 한 살 반 정도 나이가 많은 애였고, 어렸을 때 같이 놀곤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를 되게 좋아했다고 합니다. 저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났지만요.

 

그리고 엄마한테 지금은 어딨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니께서 잠깐 머뭇거리시고는 죽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애는 제 옆집 살던 애였는데, 밤에 보일러 연탄가스가 새서 가족이 전부 죽었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여자 아이 귀신이 누구였는지.

 

왜 어렸을 때, 벽 쪽에서 나타났는지. 가족과 함께.. 그리고 왜 황색 서류 봉투를 계속해서 숨겼는지..왜 이별 인사를 했는지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떄 보았던 귀신들은 제게 한번도 해코지를 한 적이 없었고..

 

단지 슬픈 눈으로 저와 가족들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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