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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엘리베이터 틈에서 본 것.

title: 고양이3망고오렌지2020.04.02 16:06조회 수 2260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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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엘리베이터 틈에서 본 것. 

 

 

 

몇 년 전 여름이었는데 그날은 유난히 번개가 많이 치는 밤이었어. 

 

마치 머리 위에 번개 쳐서 내가 맞지 않을까 하는 그런 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혹시나 번개 치면 어쩌지... 생각하며 탔는데 천둥소리의 거의 동시에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멈춘 거야.

 

표시등은 5층에서 멈춰 있었지만 버튼은 먹통이 되었고, 나는 비상 호출 버튼을 눌렀어.

 

첫번째는 아무도 안 받더라. 

 

두번째는 경비원 아저씨의 탁한 목소리가 들렸어.

 

다행이었지. 상황을 설명하니 알았다면서 5분 후에 연락이 왔어. 

 

신고를 했으니 곧 기술자가 올 거라고. 

 

그리고 20분이 지났어.

 

사실 그때는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지만, 문득 걱정이 들었어. 

 

혹시 소변을 참을 수 없다면? 배가 아프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

 

그 같은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엘리베이터 문이 덜컹 하며 조금씩 열렸어.

 

 

문틈 사이로 경비원과 기술자 아저씨가 보였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다 말아서 사람들이 있던 6층 바닥은 내 가슴께에 있었어. 

 

그리고 문이 반쯤 열렸을 때 나는 봤어.

 

6층 바닥과 엘리베이터 바닥에 단차로 생긴 그 틈, 새카만 공간에 머리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어.

 

앞뒤로, 좌우로 굴러다니던 그 머리, 새하얀 얼굴에 빨간 눈을 한 그것과 나랑 눈이 마주친 거야.

 

 

나는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굳었어. 

 

그저 눈이 마주친 그대로 공포로 몸이 얼어붙은 거야. 

 

머리는 나를 보며 입가가 귀까지 찢어지며 씨익 웃었어. 

 

그리고 입을 모아 '쉿' 같은 모양을 하더니 아래로 떨어져 어둠속으로 사라졌어.

 

 

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6층으로 올라왔는데, 바닥에 주저 앉아 일어나지 못했어.

 

기술자나 경비원 아저씨는 무서워서 그랬나 보다... 라고 생각하셨나 봐.

 

 

그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자주 나곤 했어. 

 

그럴 때마다 기술자 아저씨가 1층 문을 살짝 열어 놓고 수리를 하시는데 

 

간혹 가다 엘리베이터 말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보이면 나는 그쪽을 쳐다보지 않아. 

 

그 이후로 다시는 그 얼굴을 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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