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게시물 단축키 : [F2]유머랜덤 [F4]공포랜덤 [F8]전체랜덤 [F9]찐한짤랜덤

2CH

꿈중독 -2-

title: 풍산개안동참품생고기2016.03.18 03:48조회 수 1011추천 수 2댓글 2

    • 글자 크기


16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07:20 ID:KrIAJtb20rg
정확히 한 달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스카이블루 섬은 묘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어.
평소 같으면 마중이라도 나왔을 레이, 세이, 진이 아무도 없기에
나는 세 사람의 집을 다 가봤어. 결국 레이의 집에서 세 사람을 만났지.

 

 

16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09:06 ID:KrIAJtb20rg
세 사람의 앞에는 정호연이 있었어.
어떻게 된 일인지 머리가 채 돌아가기도 전에
정호연이 나를 부둥켜안고 설명했다.
그는 수면자살을 기도한 것이었다.

 

16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10:29 ID:KrIAJtb20rg
정확히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약물 과다복용인 것은
확실했어. 진이 설명을 보충해줬지.
그는 섬의 꿈으로 진입한 상태에서 몸이 죽었기에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고.

 

17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12:16 ID:KrIAJtb20rg
처참해하는 세 사람과는 달리 정호연은 오히려 기쁜 얼굴이었다.
나와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다면서, 낙원에서 살게 되었다면서.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 얼굴에 왠지 소름이 돋았던 것 같아.
세이가 설명을 덧붙였어.
그나마 정호연은 운이 좋아서 섬에 갇힌 거라고.
나는 문득 생각나서 질문했어. 여기서 세 사람이 정호연을 추방하면 어떻게 되냐고.

 

17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13:16 ID:KrIAJtb20rg

대답은 아마도, 자신들도 잘 모르는 사후세계로 가지 않을까 하는
추측성이었던 걸로 기억해.
세 사람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정호연을 추방하지 않기로 했어.
대신 사망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비밀로 붙인다는 전제 하에.

 

17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14:54 ID:KrIAJtb20rg
처음에는 기뻤어. 언제 들어가든 정호연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차츰차츰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어.
다른 사람들은 현실에 있을때에는 섬에 없으니까 못 볼 때가 종종 있지만, 정호연은 언제 와도 보였으니까.

 

17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16:13 ID:KrIAJtb20rg

사람들은 정호연을 추궁하기 시작했어. 어떻게 계속해서 있을 수 있냐고.
중독자 아니냐고. 중독자라면 어떻게 진한테서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냐고.
정호연은 대답을 회피했고, 숨어 지내기 시작했어. 불쌍한 사람.

 

17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17:58 ID:KrIAJtb20rg
그쯤 해서 정호연이 어떻게 섬에 계속 있는 건지
눈치를 챈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어.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시간 문제긴 했지.
그리고, 섬의 주민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어. 서서히. 하지만 분명하게.

 

17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21:41 ID:KrIAJtb20rg
그 중에는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영원히 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어. 정말로 죽어버린 거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정호연처럼 낙원에 갇혀버린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어.
이미 스카이블루 섬의 분위기는 가라앉기 시작했지.

 

18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23:10 ID:KrIAJtb20rg
그쯤 해서, 사람이 더 많아져서 우리는 섬을 하나 더 만들었어.
새로 만들어진 섬의 이름은 미스틱. 스카이그린과 정반대의 방향에 있는 섬이었어. 처음 떠오를 때 섬을 둘러싸고 있던 안개가 신비롭다고 미스틱이란 이름을 붙였어.

 

18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24:34 ID:KrIAJtb20rg
나는 스카이블루 사람들 몰래 정호연과 미스틱으로 건너갔어.
그곳과 스카이그린은 아직 심각한 중독자들이 없었어.
초기 증상을 미미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었지만, 다시 낙원으로 돌아온 기분이었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어.

 

18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25:21 ID:KrIAJtb20rg
스카이블루 주민들 또한 이쪽으로 종종 건너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어.
물론 왕래하지 말라는 법 따위는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어.
하지만 갇힌 자들과 중독자들, 그냥 낙원을 즐기는 건강한 자들 사이로 조금씩 미묘한 분위기가 생겨나는 게 내 눈에도 보였지.

 

18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26:42 ID:KrIAJtb20rg
건강한 사람들은 중독자들도 갇힌 자들도 이해하지 못했어.
중독자들은 갇힌 자들을 동경하면서 또한 건강한 자들도 동경했고.
갇힌 자들은.... 글쎄. 초반에는 아주 만족하는 것 같았어.
죽어서 영원히 오지 않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간혹 슬퍼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18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28:42 ID:KrIAJtb20rg
천천히. 하지만 아주 분명하게.
섬에서의 사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었어.
갇힌 자들은 처음처럼 낙원을 즐길 수가 없게 되었지.
정호연도 그랬어. 그는 이제 맛을 느끼기 위해 먹는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먹어야 했고, 생존을 위해 집을 지어야 했지.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고 피곤해서 누워서 쉬어야만 했어.
꿈 속의 세계라 그런지, 수면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18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30:29 ID:KrIAJtb20rg
건강한 사람들은 낙원을 여전히 즐겼어.
맛으로 음식을 먹고, 꿈인 것을 알기에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했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발을 찧어가며 나무집을 짓고 조각을 하고 다치는 것을 감수하며 사냥을 하고 물 깊은 곳에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영을 했어.
꿈에서 죽어도 현실에서 깨어나서 다음날에 다시 들어오면 됐으니까.

 

18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31:38 ID:KrIAJtb20rg
결정적인 일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새 학기가 시작된 직후였던 걸로 기억해.
무슨 생각이었는지 레이가 사람들을 한데 모아서 많은 음식을 베풀었어.
처음에는 분위기가 제법 괜찮았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맛있는 걸 먹으며 서투르게 풀피리도 불고, 화목하게 이야기했지.

 

18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33:36 ID:KrIAJtb20rg
하지만 어떤 사람이 갇힌 사람들 중 한 명한테 이런 말을 했어.
왜 요즘 들어서는 집에만 처박혀 있냐고. 낙원을 즐기라고.
별로 기분나쁠 만한 어조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갇힌 자들 대부분이 순식간에 울컥했어.

 

19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35:04 ID:KrIAJtb20rg
말싸움은 금방 난투극으로 번졌어.
아마 갇힌 쪽에서는.. 그냥 노닥거리는 놈들이 생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마음을 알기나 하냐는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한참을 싸웠지만, 애당초 갇힌 자들이 질 수 밖에 없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랑, 그렇지 않은 사람이니까.
진과 레이, 세이는 그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조용히 돌아갔다.

 

19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5 21:36:56 ID:KrIAJtb20rg
다음날 진은 스카이블루를 봉쇄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어.
정말 놀랐지. 근데 더 놀라운 건 세이의 다음 선언이었지.
갇힌 자들을 스카이블루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스카이블루를 봉쇄하겠다고. 아무도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다고.

 

21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46:15 ID:YOlqzVBZ1aI
스카이블루를 봉쇄한다는 소리를 듣고 가장 무서웠던 건 바로 나였다.
정호연을 만날 수 없게 되니까.
진과 세이의 말대로라면 정호연도 스카이블루에 갇히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이것이 최선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어서, 진에게 다른 방법이 없냐고 물어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

 

21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48:22 ID:YOlqzVBZ1aI
그 후로 스카이블루와 다른 섬의 단절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나는 현실에서나 꿈 속에서나 걱정에 아무 일도 못했다.
단절 작업은 일주일 가까이 이루어졌다.
진은 나에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나는 도무지 간원의 힘을 쓸 만큼 집중할 수가 없어서 거절했다. 대신 정호연과 한 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21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50:04 ID:YOlqzVBZ1aI
앞으로는 영영 못 보게 된다는 현실이 너무 냉혹했다.
나는 그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 두기 위해 미친 듯이 잠만 잤다.
우리는 만나고, 헤어질 때가 될 때마다 부둥켜안고 울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하고. 현실에서조차 그의 생각에 눈물이 났다.

 

21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51:34 ID:YOlqzVBZ1aI
일주일이 지나고, 진은 정호연을 강제로 데리고 사라졌다.
나와 그는 서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울부짖었던 것 같았다.
일어나고 나서도 정신없이 울다가 탈진한 나는
그 후 사나흘간 심한 감기에 걸려 꿈을 꾸지 못했다.

 

21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54:37 ID:YOlqzVBZ1aI
감기가 낫고 다시 꿈으로 진입했을 땐 봉쇄가 완전히 끝난 뒤였다.
스카이블루 섬 주변으로 강한 회오리가 몰아치고, 그 주변으로 강한 해류가 흘러 아무도 접근할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런 나한테 진은 잔인한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나오는 갇힌 자는 무조건 스카이블루로 강제로 데려간다고.
스카이블루는 이제 낙원이 아니라 갇힌 자들의 다른 영역이 되는 거라고.

 

21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56:17 ID:YOlqzVBZ1aI
실감이 나질 않았다.
진은 다시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갇힌 자들은 이곳이 현실이 되었기 때문에 낙원으로 즐길 수가 없다..라는 말이었던 것 같다. 더불어 정호연을 하루빨리 잊으라는 말도 했었다.

 

21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57:51 ID:YOlqzVBZ1aI
나도 진의 말에 머리로는 공감했다.
애써 그를 잊으려고 다른 섬 주민과 어울리고 현실에도 충실해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서 떠올라 나도 갇힌 자가 되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렇게 5월까지 그랬던 것 같다.

 

22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2:59:31 ID:YOlqzVBZ1aI
미스틱의 해변가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었다.
다른 것은 기억이 안 나지만, 어깨에 새를 앉혀 둔 것을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 새를 잘 길들이는 정호연의 능력이 생각나서였다.
스카이블루를 낙원으로 즐길 때에는 훌륭한 놀이였지만, 생존을 위해 사는 지금 그에게 있어 새를 길들이는 능력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그를 향한 걱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

 

22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01:30 ID:YOlqzVBZ1aI
내가 갑자기 울자 그 남자는 날 위로했다.
아마도 이렇게 좋은 곳에서 울 일이 뭐가 있냐는 식으로 말하며,
새에게 묘기를 부리게 했다. 정호연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이렇게 좋은 곳은 처음이라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놀 수 있다고 했다. 순간 정호연의 모습과 겹쳐서 화가 났다.

 

22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03:04 ID:YOlqzVBZ1aI
지금쯤 그 사람은 꿈도 희망도 없이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스카이블루 섬에서 버티고 있을 텐데.
스카이블루 섬이 놀기에는 좋을 지 몰라도 살기에는 결코 좋지만은 않은 환경인데.
근데 이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행복하다느니 좋은 곳이라느니 그런 말을 한다.
논리적으로는 화가 나는게 이상했지만, 분명히 나는 화가 엄청나게 났다.

 

22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04:36 ID:YOlqzVBZ1aI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남자에게
생존이 아니라 그냥 놀러오는거니까 좋을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엄청 폭언을 퍼붓고 가버렸던 것 같았다.
문제는 그 뒤로 섬 주민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열화가 솟구쳤다.
하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도 꿈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22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05:51 ID:YOlqzVBZ1aI
미스틱 섬 해안가에 앉아 있으면 회오리에 감싸인 스카이블루 섬이
아주 잘 보였다. 나는 정호연 대신 꿈 속에서 종일 스카이블루 섬 쪽을 보다가 깨곤 했다. 그도 이렇게 내 쪽을 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울다가 깨곤 했다.

 

22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07:36 ID:YOlqzVBZ1aI
견디다 못한 나는 헤엄쳐서라도 스카이블루로 진입하려고 했다.
어차피 현실의 몸이 살아있는 이상 꿈에서 죽어도 아무 이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바람 때문에 아무리 헤엄쳐도 일정 거리 이상은 가까워질 수가 없었다. 그저 물 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바람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다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23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09:36 ID:YOlqzVBZ1aI
자살시도를 해볼 생각도 했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무서웠다.
게다가 사라졌던 주민들 중 돌아온 사람들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그럴 수는 없었다. 고뇌하던 나는 생각을 바꿨다.
갇힌 자가 되는 게 아니라 갇힌 자인 척을 하자고.

 

23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11:51 ID:YOlqzVBZ1aI
하지만 그러자니 문제가 있었다
갇힌 자는 단 하루도 섬에 없는 날이 없었다. 완전히 섬에서만 살기 때문에 하루종일 섬에 있었는데, 내가 그럴 수는 없었다.
수면제를 먹어 계속 자는것도 생각해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시간 배율이 규칙적인 건 아니었지만 현실 시간보다 꿈 속의 시간이 더 빠른 것은 확실했으니까. 불과 몇 시간만 깨어나 있어도 꿈에서는 며칠이 지나가 버린다.

 

23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13:34 ID:YOlqzVBZ1aI
그 문제를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할 수가 없어서 6월 중순까지 울며 고민만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차에 대규모의 갇힌 자들이 한꺼번에 진에게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23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15:13 ID:YOlqzVBZ1aI
미스틱 섬은 다른 섬보다 좀 더 넓고, 숲도 울창했는데
그 때문에 장기간 들키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숲의 자원들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소모되는 것을 본 진과 레이, 세이가 본격적으로 섬을 이잡듯 뒤져서 모두 찾아낸 것이었다.
당연한 결과로 모두 스카이블루 섬 추방령이 내려졌다.

 

23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16:29 ID:YOlqzVBZ1aI
50명이 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이 많은 숫자라면 어쩌면 내가 다른 사람과 바꿔치기로 들어가도 진이 눈치채지 못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운이 좋았는지 갇힌 자들 중에는 나와 체구가 비슷한 여자들이 꽤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에게 접근해 바꿔치기를 제안했다.

 

23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18:31 ID:YOlqzVBZ1aI
상대방은 흔쾌히 승낙했고, 우리는 옷을 바꿔입었다.
나는 그 사람과 비슷하게 머리도 자르고 표정과 말씨도 연습하면서
최대한 위장을 했다.
추방하는 날은 꿈 속 시간으로 2주 뒤였는데, 나는 일부러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해 날을 샌 뒤 깊이 잠들었다. 계산이 맞아떨어져 적당한 타이밍에 미스틱에 들어올 수 있었다.

 

23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20:42 ID:YOlqzVBZ1aI
추방령을 어떻게 실행하는지는 몰랐지만 나는 무작정 그 사람을 빼돌리고 대신 줄을 섰다.
잠시 후 진이 직접 추방을 실시했다. 바람을 태워 섬 안으로 날려보내는 무식하고도 별난 방법이었다.

 

24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21:57 ID:YOlqzVBZ1aI
그게 가능했으면 진작 바람의 간원자를 찾아볼걸.. 이라고 생각하는데
진이 대놓고 큰 소리로 말했다.
자기니까 되는 거라고. 다른 사람이 시도하는 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고.
.. 어쨌든, 추방은 순조롭게 이루어져 한 사람씩 회오리 너머로 사라졌다.

 

24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23:25 ID:YOlqzVBZ1aI
다행스럽게도 진은 이미 추려낸 사람들은 주의 깊게 체크하지 않았다.
아마 자진해서 스카이블루 섬에 가려는 사람이 없을거라 판단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랬는지, 진은 너무나도 쉽게 나를 스카이블루로 보내줬다.

 

24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24:40 ID:YOlqzVBZ1aI
스카이블루는 얼핏 보기에는 그대로였다.
처음에 진, 레이, 세이와 함께 개척했던 흔적들을 보고
나는 한동안 그대로 목놓아 울었던 것 같았다.

 

24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26:36 ID:YOlqzVBZ1aI
그 뒤로 나는 정호연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섬을 돌아다녔다.
현실에서 최대한 기억을 살려내서 공책에 지도를 그리고
꿈에서 깰 때마다 갔던 곳을 체크했다.
집념만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하며 메모하고 암기했다.
주민과의 대화는 최대한 삼갔다. 혹여나 내가 갇힌 자가 아니라는 것을 들킬지도 몰랐으니까.

 

24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27:57 ID:YOlqzVBZ1aI
같은 맥락으로 최대한 다른 주민의 눈에 띄지 않게 다니는 것도 중요했다.
50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유입된 탓에 원래 있던 거주민들은 나를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고, 덕분에 조금은 수월하게 찾아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쯤 지나서 나는 한 동굴에서 정호연을 찾아냈다.

 

24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29:25 ID:YOlqzVBZ1aI
그는 살이 쑥 빠지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낡은 동굴에 풀을 깔고 서툰 솜씨로 만든 그릇들이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있었던 풍경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손에 생긴 굳은살과 흉터를 보니, 그가 나와는 달리 정말로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24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31:30 ID:YOlqzVBZ1aI
처음 만남은 역시나 통곡이었다.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이나 울고 나서야 나는 자초지종을 말할 수 있었다.
이어 정호연은 자신이 이곳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슬펐고, 또다시 화가 났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멋대로 생각하고 갇힌 자가 되었으면서, 최초의 갇힌 자였던 정호연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가 집을 놔두고 동굴에서 살고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24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33:35 ID:YOlqzVBZ1aI
무엇을 먹고 살았느냐는 질문에 정호연은 매우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능력은 사용처가 바뀌어 있었다.
무척이나 잔혹한 일이었지만, 그는 새를 길들인 뒤 살찌워서
잡아먹어 가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실제로 그가 새를 잡아서 털을 뽑고 조리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아무 말 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먹먹함만이 있을 뿐이었다.

 

25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36:15 ID:YOlqzVBZ1aI
그는 더 이상 새에게 묘기를 부리게 하지도 않았고
새와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가 새고기를 먹는 것을 보며 이제 어떻게 할 지 생각했다.

 

25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37:22 ID:YOlqzVBZ1aI
거짓으로 진을 속여서 들어왔고, 게다가 원망받고 있는 정호연과
친하기까지 하니 주민들에게 정체를 들켰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맞아 죽기만 한다면 두렵지 않겠지만,
나나 정호연을 진이 완전히 이 세계에서 추방해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했다.

 

25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38:35 ID:YOlqzVBZ1aI
어리석게도 나는 그 때까지도 현실보다 꿈이 좋았다.
아무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 현실과 달리, 섬으로 가면
정호연이 있었다. 그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든 들어주었고
언제든지 나를 안아주었다.
바깥이 지옥일지언정 그 동굴 안만큼은 또다른 낙원이었다.

 

25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40:15 ID:YOlqzVBZ1aI
나는 하루종일 햇볕도 들지 않는 동굴 안에서
이런 저런 물건을 정리해주거나 그가 도구를 만드는 것을 돕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하루종일 서로 안고 얘기를 했다.
비가 오면 비를 보며 얘기하였고
나뭇가지로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였다.
비록 소리를 크게 지르거나 밝은 불을 피우지는 못하였지만 그 정도라도 행복했다.

 

25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41:35 ID:YOlqzVBZ1aI
하지만 정호연은 이제 나와 다른 존재였다.
바닥이 찬 동굴에서만 지내던 그는 어느 날 비를 쫄딱 맞고 오더니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25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44:04 ID:YOlqzVBZ1aI
의학에 관한 지식이 없는 내가 보기에도 그의 상태는 심각해 보였다.
나는 닥치는 대로 현실에서 의학 서적을 뒤져 보았지만, 전문용어 투성이라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었다.
매일 깨고, 다시 잠들 때마다 정호연의 상태는 눈에 띄게 안 좋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기 위해, 혹시나도 그가 내가 없는 사이 죽을까 봐 수면제를 상시로 들고 다니며 한두시간 정도의 텀을 두고 짤막하게 잠을 잤다.
수면제에 내성이 생겨서 예전처럼 강한 효과가 나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몸은 더욱 만신창이가 되어갔지만.

 

25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45:43 ID:YOlqzVBZ1aI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도무지 체력이 버티지 못할 임계점이 왔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 날 섬으로 진입한 나는 오랜 시간 생각한 끝에, 추방당할 각오를 하고 섬 외곽으로 나섰다.

 

26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47:20 ID:YOlqzVBZ1aI
외곽은 많이 변해 있었다. 사람들이 울타리도 세우고 다른 이런저런 장식품도 만들어 둔 탓이었다. 어망도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연인이 죽어간다며 빌었다.
몇 사람이 나를 뿌리치고, 곧 한 사람이 나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26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50:11 ID:YOlqzVBZ1aI
그는 나더러 연인이 누구냐고 물었고
나는 사실을 모두 실토하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적대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였던가 싶을 정도로.

 

26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52:07 ID:YOlqzVBZ1aI
몰려들었던 섬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수군대더니
나에게 이윽고 정호연이 있는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동굴로 안내했고
날 도와주겠다고 했던 사람이 정호연의 상태를 살피는 것을 보며
잠에서 깨어났다.

 

26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6 23:54:54 ID:YOlqzVBZ1aI
그 뒤로 나는 긴장했던 게 한꺼번에 풀려서 몸살이 났다.
며칠간 몸을 추스르느라 나는 꿈에 진입하지를 못했다.
너무 아프니까 오히려 꿈 생각도 잘 안 나더라.

 

31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2:59:59 ID:YL08tlViuzg
며칠 뒤에 나는 다시 스카이블루에 진입할 수 있었다.
섬에 들어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동굴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정호연은 증상이 많이 나아진 듯 안색이 많이 괜찮아져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에 감동했지만, 잠시뿐이었다.

 

31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01:18 ID:YL08tlViuzg
도움을 요청했던 사람들은 내가 온 걸 어찌 알았는지
금방 동굴로 달려왔고, 나를 둘러쌌다.
이어 리더격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에게 협박조로 제안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진에게
내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리겠다고.

 

31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03:28 ID:YL08tlViuzg
그럴 거면 대체 왜 정호연을 낫게 해 준 걸까. 그런 의문은 곧 풀렸다.
사람들은 내가 어찌할 틈도 없이 정호연의 목에 올가미를 걸고 한쪽 끝을 튼튼한 나무에 묶어버렸다.
협박은 진에게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리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그 협박이 듣지 않을 것을 우려해 정호연을 인질로 잡은 것이었다.

 

31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04:30 ID:YL08tlViuzg

하지만 나는 내 힘으로 온 것이 아니라
진을 속여서 이곳으로 왔기에, 다시 나갈 방법 따위는 알지 못했다.
애당초 나갈 것을 염두에 둔 적도 없었으니까.
솔직하게 그것을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끊임없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요구했다.

 

31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05:50 ID:YL08tlViuzg
이유를 물어봤었다. 이곳도 충분히 살기 좋은데 왜 나가려 하느냐고.
스카이블루, 스카이그린, 미스틱은 지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기후와 환경조건을 갖추었는데 말이다.
한참동안 대답을 미루던 그들은 나에게 말했다.
밖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고 이 세계를 아예 점령하겠다고.

 

32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07:19 ID:YL08tlViuzg
그들은 진이 자신들의 의견은 한 마디도 묻지 않은채
스카이블루에 강제로 연금하다시피 한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나는 갇힌 자가 아니어서 그랬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들의 화가 정말 컸다는 것은 체감할 수 있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순순히 협조하고 싶지도 않았다.

 

32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09:00 ID:YL08tlViuzg
나는 생각했다.
차라리 진에게 모든 것을 알릴까... 하고.
꿈 중독을 벗어난다는 선택지따위는 없었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일 때에도, 언제나 그 문제를 생각했다.
소설을 쓴다고 둘러대며 현재 상황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거야?라는 식으로 지인들에게도 물어봤던 것 같다.

 

32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10:25 ID:YL08tlViuzg
그 중 한 지인의 대답이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자기 같으면 간원의 힘을 써서 오히려 역으로 협박을 하겠다고.
그 때까지 나는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꿈 속에서 물의 간원자였고, 섬 주변은 온통 물이었다. 즉 섬에서의 나는 매우 강력한 물리적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걸 스스로 깨닫지 못할 정도로 나는 몹시 지쳐 있었던 것 같다.

 

32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12:39 ID:YL08tlViuzg
꿈 속으로 들어간 나는 정호연 주변으로 경비처럼 선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 묶어 놓는 것만으로는 정호연이 탈출 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 교대로 경비를 서는 것 같았다.
헛웃음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해서 복수를 하고 싶은 걸까. 하고.

 

32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15:16 ID:YL08tlViuzg
나는 부아가 치밀어 간원의 힘을 최대한 많이 끌어올렸다.
화가 난 만큼 힘이 많이 사용됐는지, 섬 주변에 파도를 이끌어 올 수 있었다. 나는 바닷물로 머리를 꼿꼿이 세운 거대한 뱀의 형상을 만든 뒤
그들에게 말했다. 당장 어제 나에게 협박했던 남자를 데려오라고.

 

32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18:43 ID:YL08tlViuzg
그들은 의외로 순순히 그 남자를 데려왔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하씨였던 것 같다.
하씨는 거들먹거리며 나를 보더니 난데없이 칼로 나를 위협했다.

 

32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20:28 ID:YL08tlViuzg
들고 있던 칼은 도무지 섬에서 사람의 손으로는 만들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날카로운 돌칼이었다.
그는 바람으로 절삭하는 게 자신의 특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왜 그 사람이 비교적 젊어 보였는데도 리더격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바람은 물보다 훨씬 주변에 많았으니까.

 

32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21:56 ID:YL08tlViuzg
하씨는 나에게 허튼 수작 부리면 정호연을 죽이고 나를 고문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나에게는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나는 산 자였으니까.
그렇지만 정호연을 죽인다는 말에 움찔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강경하게, 나는 이곳에서 나갈 생각은 하지도 않고 들어왔다고 말하며 파도를 가리켰다.
나와 정호연에게 더 이상 위협을 가한다면 해일로 섬을 쓸어버리겠다고.

 

33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23:07 ID:YL08tlViuzg
정호연이 죽는다고 해도 나는 죽지 않는다.
나를 죽인다 한들 다음날에 다시 들어와서 이곳을 쓸어버릴 거다.
그런 식으로 말하니, 하씨도 한풀 기가 꺾이는 듯 싶었다.
그는 후회할 거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내려가 버렸다.

 

33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24:44 ID:YL08tlViuzg
나는 정호연을 묶은 밧줄을 끊어내며 서럽게 울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설움과 분노가 가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는지, 우리는 한없이 말도 않고 울기만 했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33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25:33 ID:YL08tlViuzg
협박이 효과가 있었는지 사람들은 더 이상 정호연을 건드리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날이 지나갔다.
그렇게 사,나흘정도 지났을까. 난데없이 레이가 섬에 나타났다.

 

33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26:53 ID:YL08tlViuzg
해변가에 나타난 레이를 보고 나는 기절할 듯이 놀라 동굴로 숨어들었다.
정호연에게 말하니, 그는 레이가 원래 간혹 섬을 살피러 온다며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의 동굴에 있던 커다란 항아리 안에 숨어서 레이가 그냥 돌아가기만을 기다렸다.

 

33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28:49 ID:YL08tlViuzg
이윽고 레이가 동굴까지 왔는지 말소리가 들렸다.
간단한 안부를 묻는 것 같았고, 나에 대한 이야기도 몇 번 오고 갔다.
한참을 숨죽여 기다리던 나는 레이의 한 마디에 심장이 얼어붙었다.
- 거짓말을 잘 하네요.
어떻게 알아차린 걸까.

 

33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30:12 ID:YL08tlViuzg
생각해 보면 지극히 간단한 이야기였다.
레이, 세이, 진은 내가 있기 훨씬 전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최초의 3인.
아마 섬을 처음으로 만든 것도 그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그러니, 무슨 능력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그저 온몸이 딱딱하게 경직된 채로
레이가 돌을 던져 항아리를 깨부수고 분노에 가득찬 시선을 보내는 걸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33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31:04 ID:YL08tlViuzg
레이는 일주일 간 머리를 식히라고 말하며 내 눈을 감겼다.
눈을 뜨니, 그곳은 내 침대였다. 현실로 또 추방된 것이었다.

 

33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34:18 ID:YL08tlViuzg
현실에서 나는 감정을 추스르며
최대한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 때의 꿈 속 상황은 정말 꼬일 대로 꼬여 있었고
내 두뇌는 허약해져서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아 정말 힘들었다.
돌아가면 영구 추방령이 내릴까봐 두려웠고
내가 돌아갔을 때 정호연이 추방을 당한 뒤였을까봐 무서웠다.

 

33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35:31 ID:YL08tlViuzg
일주일 동안 나는 레이에게 할 온갖 변명을 생각해내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이런저런 거짓말도 생각해 봤지만 결국 최선으로 떠오른 것은
차라리 나와 정호연만 따로 살 수 있는 섬을 마련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34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37:12 ID:YL08tlViuzg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양분된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공포스러운 상황을 대면하기 싫어서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나를 그리워하며 홀로 레이의 심문을 받아내고 있을 정호연을 보고 싶어 어서 날이 지났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다시 꿈으로 진입했다.
아니, 그 때에는 진입했다기보다는 소환당한 것 같았다.

 

34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38:03 ID:YL08tlViuzg
평소에는 섬에 진입하면 전날 깼던 자리였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도 세이의 집이였다. 정호연도 옆에 있었고
문은 굳게 잠가져 있었다.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려니 진, 레이, 세이 세 사람이 모두 들어왔다.

 

34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08 23:39:13 ID:YL08tlViuzg
진은 더 이상 호통을 치지 않았다.
대신 한숨을 깊이 내쉬며 나에게 기나긴 설명을 했다.
갇힌 자와 정이 든 사람은, 그 정 때문에 중독자를 벗어날 수 없기에
일부러 분리를 한 것이라고. 대충 그런 설명인 것 같았다.

 

41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3 16:56:38 ID:d2tJRuOwO0A
이거 어디서 들은 이야기 같은데. 내 친구가 비슷한 꿈 이야기 하면서 비슷한 꿈 꿨다고 한것같은데. 나도 비슷한 꿈 꾼 것 같고.
갈색으로 뒤덮힌, 섬은 없어? 나 그런 섬에서 잠깐 살았거든. 꿈의 날짜로 하면 대략, 3,4년정도. 현실로 하면 그리 긴건 아니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이꿈을 꾼게 올해 봄정도 였는데. 레이세이진이라고 했던가. 그 사람들 분명 꿈 속에서 신이되어있을거야.
여신 둘에, 남신 하나. 섬이 다섯개정도 있었고. 내가 살고있던건 갈색으로 뒤덮혔던 섬.

 

41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3 16:58:39 ID:d2tJRuOwO0A
내가 가지고 있던건 내 몸에서 나온 눈물이 특정 사람들 몇몇에게 닿으면 보석이 되는 거였어. 아마 이건 갈색 섬 사람중에서도 몇 없던 능력이었고.
나도 이 능력때문에 꿈 속에서 죽을뻔 했기때문에 기억하고 있다. 확실하게.

붉은 꽃과, 모래가 가득한 섬이었어.

 

41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3 17:05:40 ID:dWbAI74Xa1k
>>417이야. 모바일로 왔어.

내가 살던 섬이 가장 늦게 만들어졌고 그중에서도 나는 꿈의 사람들중에 늦게 들어온편에 속했어.
꿈 속의 사람들끼리 전쟁을 벌이진 않았어? 내가 꿈 속에서 들은 역사에선 전쟁을 벌여서 신들이 섬을 멀리 떨어트려 놨댔어.
다른 섬으로 가고싶다면 신들에게 빌어야했고. '어쩌다' 겨우 신들이 옮겨줬어.

 

42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3 17:10:03 ID:dWbAI74Xa1k
내 친구는 내가 이야기한 섬을 알고있었어. 자기가 살고있는 섬에대해서 자랑도 했었고.
둘이 같은 꿈 꾼다고 이야기했었고, 실제로 꿈에서 만난적은 없지만 내용이비슷했어.
능력이 많이 약해지고 사람들은 늘어났어. 안식처가 아니라 순전히 꿈에서 태어난 사람도 생겨. 맞아?
나는 이 꿈에서 어떤 ♥♥♥한테 잡혀서 꿈을 꾸지 않으려고 발악했었다. 스레주 돌아와서 이야기 좀 해줘. 내가 꾼 꿈이 같은 이야기인가 다른 이야기인가.

 

42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3 17:21:39 ID:dWbAI74Xa1k
그리고 스레주도 알고있을까 모르겠는데, 난 같은 꿈이라고 생각하고 신들이라고 부를게.

내가 기억하는 꿈에서 신들은 그 세계를 버려. 버리고 꿈에 빠지지 않은 사람들. 그 중 몇몇만이 그 새 낙원에 간다고 기뻐했어. 그 사람들이 갔는지 안갔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말한 갇힌자들이 죄수들을 말하는거라면 그들중 대부분은 사라져. 어떤 미친 남자를 시작으로 신들에게 싸움을 걸었어.
그리고 큰 해일이 덮쳤댔어.

 

42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3 17:24:18 ID:dWbAI74Xa1k
스레주 보면 꼭 답 레스 줘. 미안해. 다른 꿈일수도 있지만 너무 비슷해서.

 

42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3 19:17:30 ID:zmkaCG4O0++
같은 꿈을 꾼 거라면 정말 대단하다.
결국 꿈속 세계의 사람들이 세명을 배신때렸고 세명도 사람들을 버렸구나.

 

43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4 18:03:51 ID:wzuYpPR9Jo2
..? 내꿈이랑 비슷하네. 꿈시간으로 일주일만 있었지만...일주일맞나?
자세히기억은 안나지만 거의 비슷한거같다.

 

43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4 18:05:10 ID:wzuYpPR9Jo2
꿨을땐 개꿈이구나. 재밌네. 하고 말았는데
비슷한 꿈 꾼사람들이 있구나...ㅋㅋ

 

43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4 18:14:56 ID:wzuYpPR9Jo2
음 그럼 내썰 잠깐만 풀고갈께.
나는 처음 꿈에서 그냥 숲이었...던가. 해변이었던가. 아마 숲이었을꺼야.
숲에서 깨어나서 이리저리 둘러보니까 온통 숲이더라고.
아마 스레주가말한 스카이그린? 그쪽이었던거같은데.
일단 일어나서 막 걸었어. 그땐 누구없냐고 소리칠 생각도 못했지ㅋㅋㅋ
걷다보니까 사람이보이더라.
여자한명이었을거야. 이름은 말해준거같은데 기억이안나네.

 

44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4 18:17:56 ID:wzuYpPR9Jo2
그리고 여자를 따라가보니까 사람들이 꽤 있고 집도 있더라.
그여자가 집을고르라고했나 지으라고했는데
꿈속에서 나는 그곳에 오래있을 생각이아니어서
그냥 당신집에서 자면 안될까요, 라고 한것같아.
그러니까 약간 당황? 하고 자기집으로 초대했어.
그리고 밥도얻어먹고한것같은데 그뒤로는 생각이안난닼ㅋㅋ 미안ㅋㅋㅋ
그리고 꿈에서깨고 아..개꿈이구나.했어.

 

44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4 18:23:38 ID:wzuYpPR9Jo2
그리고 또 꿈을꿨는데(이때 꿈속에선 5일정도 있었던거같다. 놀고먹고한것밖엔없어서 걍 스킵.) 이번엔 해변에서 깼다. 그리고 또 걸었다. 그리고... 아마 너희가말한 신들을 만난것같아.
그사람들은 나에게 여긴 지치면 쉬다가는곳이다~~~쏼라쏼라 설명했고.
난 거기서 걍 집에 보내달라고했다. 충분히 쉬었으니까.
확실히 거기가 좋긴했지만 난 집에가고싶었다. 난 숲이 싫거든.
그래서 다시꿈에서깨고. 그꿈은 다신 꾸지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아깝네ㅋㅋㅋ

 

44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4 18:25:11 ID:wzuYpPR9Jo2
>>441 첫번째꿈에서 3일정도. 두번째꿈에서 이틀정도 있었다는뜻이야.
좀 말을 이상하게했네;

 

44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4 22:46:56 ID:Wg70Ps+p+N2
나도 꿨었어. 전부 한국 사람만 있었던게 아니라 그냥 통했던것같아
그냥 뭔가 통하는? 뭐 그런거;
내가 평소에 좀 비약도 심하고 어렵게 말한다고 타박도 듣는데 그런 것도 없고. 말을 하는 식의 소통의 느낌이 아니었어;
사람은 전부 현실 사람이 아니야. 몇명은 가짜 사람? 막 그런 느낌?
뭐라 자세히 말하기 어려운데 느낀 사람 수의 최소 반은 내 상상으로 보는게 맞아
내 기분을 맞춰주려고 만들어진거야. 동조하라고.
그 정호연이란 남자는 모르겠다.
위에 내용 100% 확실하진않아 꿈이니까.
근데 나는 저걸 그냥 알아서.. 무서워서 도망쳤다ㅠ

 

44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5 00:33:29 ID:M7KJh4ft5dg

내가 처음으로 비슷한꿈 꿨다고 한 레스주인데
꿈일기 찾아보니깐 있어.

 

44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5 00:36:43 ID:+lsyNTzJIRM
>>448 들려줘! 듣고싶어!

 

46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7 14:34:33 ID:F7XWGz8g+Iw

448인데 물 흐리지 말라니 흐리지 않을게.

 

46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7 15:14:29 ID:Sl379i0yOhM
몇몇사람은 들려달라고 했으니, 스레주도 아직안왔고.
물흐린정도는 아닌거같아^.^

 

46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17 18:59:48 ID:s4FjWOsqclE
>>464
난 듣고싶은데..스레주없는동안 갱신만하는것보단낫지않아?스레주하고 연관있는내용일수도있고

 

49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2 00:56:57 ID:KJbmzOwIA6U
나랑 비슷한사람이 있다니 반갑네!

난 스카이블루,그린 미스틱처럼 환상적인 낙원의 세계는 아니었지만

나름 꿈속에서 이와 비슷하게 연계를 둔 꿈을 꾼적이 있어.

 

50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2 21:43:56 ID:UHwNUqvB4BM
이거 헐리우드영화에서 이걸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참 볼만한영화가 나오지않을까 유추해봄

 

59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4 11:35:45 ID:hk7DCwHrIjI
이 꿈 나도 꿔봤던 것 같다
이름은 기억 안나는 데 눈 뜨니까 그냥 해변가에 멍 하니 앉아있었고 나는 이건 뭐지 라는 생각같은 걸 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숲 안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엔 사람들이 있었고 정말 능력이란 게 있었다
내 능력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능력이였는 데 아마 바람쪽 능력 같았다
진짜 재미있긴 했는 데 날아다닐때 뭔가 잘못됬는 지 떨어져선 죽었다
꽤 무서운 꿈이라 다신 꾸고 싶지 않았는 데 또 꾸게됬다

 

592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4 11:39:53 ID:hk7DCwHrIjI
그 곳에서 깨어났을 때 한참 울었던 것 같았다
정말 무서웠다
그 후로 날아다니는 건 정말 무서워졌고 난 그 곳에서 어떻게든 깨려고 노력했었다
깨려고 노력한 탓인진 모르겠지만 반나절만에 깻고 그 후로 꿈 꾸지않게 발악했었다
새벽 2시는 기본이고밤 샐때도 있고 루시드드림인가 꾸는 법을 보고 루시드드림을 꾸려할 때도 있었다
루시드드림을 꾸면 그 곳은 꾸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

 

593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4 11:42:40 ID:hk7DCwHrIjI
그런데 수면부족 탓이엿는 지 학교에서 자게되었고, 나름 피해갔다고 생각한 그 꿈을 또 꿨다
난 겁이 많은 편이라서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었다
그 후에 사람들이 해변에 오는 걸 봤고 그들이 숲을 향해 걸어갈때 난 아무것도 못했고
그 날은 하루정도 있다 깨었다
그런데 학교에선 몇시간 안지났었다

 

594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4 11:46:38 ID:hk7DCwHrIjI
나는 그때부터 하기 싫어하던 공부를 하면서 잠을 떨쳐보려 했었고 그 후에 밤에도 스마트폰을 하면서 잠을 자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수면부족이란게 꽤 대단해서 나도 모르게 잠들었고 나는 또 그 곳에 가게됬다
처음 죽은 거 가지고 뭔 말이 많냐고 하면
내가 꽤 높은 곳에서 떨어졌고 당황해서 능력쓸 사용도 못하고 있는 데 바닥에 떨어져서 죽는 순간에 깼다고 생각하면 정말 소름이 돋는다
그 후에 그 곳에 공포증이 생긴 것 같다
뭐 그 곳에서 울면서 여기 오기 싫다고 손 비비며 빌었던 후로는 안오게 됬지만

 

595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4 11:49:36 ID:hk7DCwHrIjI
한 한달간은 안꾸게 되고 난 꿈이제 안꾸는 구나 라고 생각했고 그때 기뻐서 울었다
엄마가 와선 뭔일이냐고 물었고 난 무서운 꿈을 꿨다고 말했다
어쨋든 틀린말은 아니니까...그렇지?

 

736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9 19:15:41 ID:rQUOOy3fLuQ
갱신시켜서 미안한데 나도 이런 꿈을 꾼적이 있어....

내 기억상으로는 그 꿈을 몇번 정도 이어서 꾼 것같고 스카이 블루인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이 안나) 섬이 세개 있었어.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거기 사람들이 그 섬들을 만들었다고 했었고........
막 거기 사람들 다 하나씩 초능력 같은게 있었던 것도 비슷해... 나도 거기서 다른사람들보다 몸이 훨씬 날렵한 재주같은게 있었는뎅...하하........

 

737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9 19:21:37 ID:rQUOOy3fLuQ
근데 내가 이 스레이서 진짜 놀란 점은,.,,

그 섬에서 노는게 재밌긴 재밌었는데.... 막 거기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막 힘들어하고 (뭐때문이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나... 다른거 일수도 있어)
그 섬 관리자들이랑 마찰 빛고 (심지어 내 꿈에서 관리자들도 여자 둘 남자하나......헐.) 괴로운 상황같은거에 빠졌어... 근데 나도 정신 제대로 못 차리면 저렇게 될 수도 있다는거야... 남자 관리자가....ㅠㅠ

 

738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9 19:24:16 ID:rQUOOy3fLuQ
난 좀 겁이 많은 편♥♥ 때문에 너무 무서워서 제발 이 꿈 다시는 안 꾸게 해줄수 없냐고 울고 불고 하니까 남자가 입 다물고 나 계속 쳐다보다 알았다하고 좀 있다가 깼들꺼야....

아마 그럴껄....

 

739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9 19:27:09 ID:rQUOOy3fLuQ
사실 대충 이랬던거 같긴 한데 잘 기억이 안난당 ㅠㅠ

나도 루시드 드리머인데, 하도 루드를 많이 꾸다보니 묻혀서 기억이 잘 안남 ㅠㅠ 아마 나 중학생 때일껄 이 꿈이...

섞였을 수도 있고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이 스레보니까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봤어....

 

740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9 19:30:05 ID:rQUOOy3fLuQ
아 근데 뭔가 평소루드랑 다른점이 좀 많긴 했어... 남들보다 몸이 좀 더 날렵한거 빼고는 내 맘대로 창조도 몬하고 ㅠㅠ
근데 평소 몸이 좀 둔한 편이라 몸이 날렵해지는게 소원이었고 내 평소 루드보다 배경이 고퀼이라 좋았던것 같아..

 

741 이름 : 이름없음 : 2012/11/29 19:33:16 ID:rQUOOy3fLuQ
더 이상 기억이 안나네....... 별로 선명하지 않다... 여튼 갱신시켜서 미안
확실하진 않아... 왜냐면 나무가 많은 섬은 없었거든 하하......

여튼 스레주가 꼭 돌아오길 바랄께

 

805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18:53:52 ID:F9spbHPMX+Y
내용이참 깔삼하네 영화로나오면 대박

 

831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0:40:48 ID:tH1D7Utz8Ug
나는 진한테 내가 생각했던 것을 빌다시피 말했어
염치없는 줄 알지만 한 번만 부탁을 들어주면 안 되겠냐고
정호연과 내가 살 만한 아주 작은 섬을, 다른 곳과 교류하지 못하게
멀리 만들어 주면 안 되겠느냐고 빌었다.
다시는 그곳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빌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836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0:43:22 ID:tH1D7Utz8Ug
진은 나보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고 심하게 화를 냈어.
그러면서 생각이 짧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정말 만들어 주면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을 거 같냐면서.
진짜 몸이 남아 있는 사람과 갇힌 자라는 구성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83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0:44:51 ID:tH1D7Utz8Ug
그 말을 듣고 생각했던건.. 정말 순간이지만
나도 정호연처럼 갇힌 자가 되기 위한 시도를 해버릴까. 였다.
정신이 거의 뭐, 나갔다고 봐도 무방한 거지.
하지만 난 그 정도로 그가 좋았었어.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탓하지 않고,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섬을 따로 만들어 달라고 했어.

 

839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0:47:26 ID:tH1D7Utz8Ug
내가 하도 간절하게 부탁해서였는지 세 사람은 결국 내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정말 기뻤지만, 동시에 안심이 되면서 세사람에게 미안해졌지.
아주 먼 곳에서 솟아오르는 아담한 섬을 보면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잘 되지 않을까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했어.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같을 정도로 단순한 생각이었지.

 

845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0:51:11 ID:tH1D7Utz8Ug
다른 사람들이 위치를 보면 안 되었기에, 섬 주변을 안개로 뒤덮고 나서야 작업이 시작됐었어.
위치는 스카이블루 뒤쪽이었어, 스카이블루 주변의 회오리 때문에
미스틱이나 스카이그린에서는 볼 수 없는 위치에 생성되었지.
내가 본 것중에 가장 작은 섬이었어. 스카이블루의 1/5도 되지 않는.

 

851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0:57:14 ID:tH1D7Utz8Ug
섬 주변에는 짙은 안개가 항상 끼어 있게 되었다.
그래서 섬 이름은 안개꽃섬이 되었어. 레이가 섬이 너무 심심하다며
안개꽃 나무를 중앙에 하나 만들어 놓고 가기도 했으니 적당한 이름이었지.
현실의 안개꽃은 나무라기보다는 덤불 같은 느낌이지만
이건 벚꽃나무처럼 거대한 나무에 안개꽃이 항상 만개해 있었어.
아주 예뻤지.

 

853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0:58:25 ID:tH1D7Utz8Ug
진과 레이, 세이는 자신들도 웬만해서는 이곳에 잘 오지 않을거라고
못을 박아 놓고, 최종적으로 경고했어.
만약 여기서도 이탈 시도를 한다면 그 때는 정말 영구히 추방을 할 거라고.
난 마냥 좋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할 마음따위는 없었으니까.

 

855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00:00 ID:tH1D7Utz8Ug
그렇게 안개꽃섬에 나와 정호연, 둘이 남았어.
나는 이번에야말로 옛날처럼 낙원을 즐기며 살겠노라고
정호연과 맹세했고, 섬을 꾸미기 시작했어.
둘뿐이었지만 스카이블루를 한참 꾸밀 때 생각이 나서
많이 즐거웠지. 여름 방학을 그걸로 날려버렸던 거 같아.

 

862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04:10 ID:tH1D7Utz8Ug
2학기가 시작될 쯤엔 섬 보수가 완전히 끝나서
나와 그는 꽤 그럴싸한 오두막집을 짓고 잘 살고 있었어.
진, 레이, 세이는 약속했던 대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다른 섬의 소식도 들을 수 없었지. 궁금하긴 했지만 별로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나나 정호연이나.
정호연은 다시 한가롭게 새와 노는 취미를 들였어.
난 그가 옛날로 돌아온 것 같아 정말 기뻤지.

 

870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09:50 ID:tH1D7Utz8Ug
섬 주변에 안개가 짙게 껴있긴 했지만, 섬 전체로 퍼진 게 아니라
회오리처럼 안개의 원형 벽이 섬 주변을 감싼 형태라
섬의 날씨 자체는 매우 맑았었어. 우린 우유나 차를 마시고,
서로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기도 하고 옷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지.
그러던 중에, 내가 감기에 걸려서 이틀 정도 꿈을 꾸지 못했어.
흔한 환절기 감기였어.

 

874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11:38 ID:tH1D7Utz8Ug
그런데 내가 평소에 건강이 약해서 좀 심하게 앓았었어.
가족들 말로는 내가 잠꼬대로 정호연이라는 이름을 엄청 크게 외친 적도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정호연이 누구냐는 질문 공세도 받았지.
뭐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렸었지만.
감기가 다 낫고 나서 다시 섬에 들어갔는데, 집에 들어간 내가 본 건
울고 있는 정호연이었어. 정말 놀랐지.

 

87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13:06 ID:tH1D7Utz8Ug
어디 다치거나 아픈 게 아닐까 했지만 그건 아니었어.
그는 나를 꼭 끌어안으면서 정말 보고 싶었다고 했어.
나에게는 2~3일이었지만, 그에게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었던 거야.
갑자기 일주일이 넘도록 내가 안 보였으니 얼마나 초조했을까 싶었어.

 

884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15:23 ID:tH1D7Utz8Ug
난 그를 끌어안고 감기에 걸려서 못 왔었다고 설명했어.
그는 앞으로 못 올 거 같으면 되도록 말이라도 해주라고 했지만...
솔직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어. 왜냐면
나는 그때도, 지금까지도 그 꿈에 들어가는 방법은 모르니까.
그냥 잠을 자면 그 꿈을 꾸었을 뿐이었으니까.

 

886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17:23 ID:tH1D7Utz8Ug

물론 난 그것까지 솔직하게 말해줬어.
꿈에 들어올 지 아닐지 내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말해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인위적으로 밤을 새거나 할 땐 꼭 말해주겠다고.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아직도 선해.

 

889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19:08 ID:tH1D7Utz8Ug
그는 그 이후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
내가 조금만 옆에 없어도 허둥지둥하며 눈에 띄게 평정심을 잃고
날 찾아다니기 시작했어.
그리고 날 찾으면 꽉 끌어안으면서, 언제라도 소리없이 사라져 버릴 거
같다고 끊임없이 말했지. 그런 그를 나는 위로했고.

 

895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23:37 ID:tH1D7Utz8Ug
나는 그게 일시적인 후유증일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괜찮아질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어.
그는 점점 더 불안 증세(딱히 칭할 말이 생각이 안 나네)가 심해졌어.
내가 아무리 심한 중독자라곤 해도 현실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섬에 없을 때가 많았는데, 그걸 못 견뎌하기 시작한 거야.

 

897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26:17 ID:tH1D7Utz8Ug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
스카이블루에서는 나 없이 혼자 숨어서 열악하게 살았는데도
그런 증세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다른 곳에 원인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짚이는 것도 없었고.
그 때의 나는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를 잤어.
섬에 없는 때가 길면 7~8일, 짧으면 3~4일 정도.
정호연은 나에게 "일주일이 넘도록 없어서 불안하다"고 했었지만
실제로 그가 느낀 나의 공백은 2~3주에 가까웠겠지.

 

901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28:06 ID:Kj+u+0h5upA
그리고.. 정호연은 배구공을 찾기 시작하는데...

        (어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902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29:39 ID:tH1D7Utz8Ug
나는 어떻게든 그를 원래대로 돌리고 싶었어.
그래서 현실에 있을 때면 이야깃거리를 많이 끌어모았지.
관심도 없었던 영화나 연예게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학교 소식도 귀담아 듣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없을 동안 미치도록 외로웠을 그에게 최대한 재밌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것 말고도 최대한 말을 많이 했고.

 

906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32:11 ID:tH1D7Utz8Ug
그래도 그는 나아지지 않았어.
내가 깨어날 시간이 될 때마다 그는 나를 몸이 바스러지게 끌어안았어.
그런다고 잠이 깨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시 섬에 갔을 때 그는 항상 울거나 좌절하고 있었어.
그가 했던 말 중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1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하게 꽉 차있던 품이 갑자기 비고 찬바람이 들어오면 정말 죽어버릴 정도로 슬프다고.

 

913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33:35 ID:tH1D7Utz8Ug
급기야 그는 후회하기 시작했어.
자신이 어째서 갇힌 자가 되길 선택했는지
과거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통곡을 한 적도 있었지.
나는 그에게 더 해줄 말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었어.

 

924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38:24 ID:tH1D7Utz8Ug
그는 울면서 나한테 말했었어.
그렇게 싫어서 세상을 버렸는데 내 얘기를 듣다 보니
다시 그리워진다고. 그 지긋지긋했던 곳이 그리워지는 기분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끔찍하다고.
이해는 했지만 결코 동감은 할 수 없는 이야기였고
나는 거기서 거대한 벽을 느꼈어.

 

92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40:36 ID:tH1D7Utz8Ug

꿈에 들어오면 현실에 대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현실의 얘기를 어떻게든 떠올려서 하는 건 굉장한 곤욕이었어
근데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걸 보니 나도 정말 미칠 것 같았어

 

934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43:29 ID:tH1D7Utz8Ug

정호연은 섬에 있을 땐 이제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어
내가 잠시 혼자 산책을 한다거나, 잠깐 물을 떠오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했어. 사라질 것 같다면서.
같이 있을 땐 너무나도 좋고 친절한, 변함없는 정호연이었지만
조금이라도 그의 눈에 안 보이면 돌변해서 나에게 화를 냈어.
그가 변해가는걸 나는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보아야 했고.

 

938 이름 : 이름없음 : 2012/12/02 21:46:50 ID:tH1D7Utz8Ug
솔직히 짜증나고 화도 났고 괴로웠고
내가 왜 이래야 하는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어
그렇지만 그 모든 것보다도 슬픈 감정이 더 컸다.
너무 안쓰럽고, 너무 슬프고, 너무 애잔하고.
가슴 속에 악의라고는 먼지만큼도 없는데
그가 수없이 입었을 상처를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귀로 듣고 내 두 팔로 끌어안는 기분이란.
그런데도 치유되지 않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는
느낌은 정말 지금 와서도.. 한 마디로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주작판정이 나면서 이야기는 완결나지못하고 미완으로 끝납니다



    • 글자 크기
꿈중독 -1- (by 안동참품생고기) 작은 석회동굴 (by 안동참품생고기)
댓글 2

댓글 달기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