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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끝나지 않는 지배 10부

title: 팝콘팽귄이리듐2019.01.05 19:40조회 수 469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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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이 모든 비극이 퍼즐이 끼워 맞춰지듯 상황이 눈에 보♥♥ 시작했다.

이 상황을 안다면 필시 일본인들이 희열과 통쾌감을 느낄 것이 틀림없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전략이 성공한 샘이다.

시나브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는 일본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태규와 산호는 어떻게든 구로다를 막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망령과 싸울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과거 노승이 준 단검이 몇 개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으로 신(神)이 되어가는

망령과 대적하기에는 한 없이 부족했다. 패배를 각오하고 싸우는 것과 같다.

산호는 반드시 노승이 준 단검이여만 망령과 싸울 수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노승의 단검은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보슈 김형, 정말 이걸 산에 기거하는 노승이 줬단 말이오?

허허... 이런 것은 단군신을 받드는 무당도, 100년을 도를 닦는 도사도

만들 수 없는 것이라오. 한 마디로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란 말이오.

이 단검에는 신선의 영력이 들어 있수다. 참 신통방통한 노승일세..?”

 

 

산호는 그렇게 고민하지 말고, 노승을 찾아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태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미 그곳을 몇 번을 찾아갔다. 하지만 노승이 기거했던 흔적들은 하나 없었다.

물론 도움을 청하러 간 것은 아니라, 감사함에 대한 인사를 하러 간 것이었지만

매번 그곳에 갈 때마다 우거진 나무들과 이름 모를 잡초만 무성했다.

현실적으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났으니,

신통한 노승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후 눈앞에 놓인 비극의 매듭을 지어야만 했기에 노승에게만 의지 할 수 없었다.

 

 

바로 그때, 방울 소리가 두번 정도 울리더니, 산호의 신기(神氣)가 발동했다.

처음에는 다리만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온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이 정말 괴이했다.

발작으로 보일 수도 있었고, 어떤 춤으로 오해 할 수도 있었다.

얌전했던 태규도 갑자기 부산한 ‘신내림’같은 것을 보니 경악을 했다.

산호는 머리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어댔다. 세차게 마구 흔들다가 잠시 멈추고,

크게 웃다가, 다시 머리를 흔들어댔다. 5분 정도 그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떨리던 몸을 멈춘 뒤, 고개를 푹 숙였다.

신내림이란 것을 처음 본 태규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산호의 몸을 쿡쿡 찔렀다.

산호는 늦잠이라도 자다가 일어난 사람처럼 ‘휙’하고 일어났다.

 

 

“김형, 그 노승이 있던 곳에 나를 데려다 줄 수 있겠수?”

 

 

방울 소리가 울리자 갑자기 눈앞에 맑은 기운을 가진 노인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고 했다. 분명 태규가 만난 노승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둘은 당장 밖으로 나와서 김주용이 살던 집터 뒷산으로 향했다.

여전히 그곳은 길이 험했고 사람들의 발자취가 닫지 않는 곳이었다.

 

 

“느껴진다, 느껴져...

맑고 영롱(玲瓏)한 기운이 점점 커진다...”

 

 

산호는 태규가 노승을 만난 곳에 가까이 가자 혼자 신이 나서 달려갔다.

태규의 눈에는 여전히 여기저기 뻗어 있는 우거진 나무들과

무성하게 자란 풀 밖에 보이지 않았다.

산호는 무당이 아니랄까봐, 산 속에서 좋은 기운이 넘쳐난다며 방방 뛰어댔다.

그런 산호를 바라보며 태규는 헛웃음이 나왔다.

 

 

“허허... 하여튼 무당들은 중간이 없어요. 중간이...”

 

 

잠시 후 산호는 산 속의 누군가와 교신을 하는 듯 대화하기 시작했다.

반가운 사람을 만난 양, 고개를 끄덕♥♥도 하고 껄껄 웃어댔다.

그리고 이내 오래 된 나무 한 그루에 절을 올렸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해도 무방했다.

산호가 태규에게 고개를 돌려 ‘씨익’하고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이보슈 김형, 내 예상이 맞았수.

김형은 참 운이 좋아... 허허.”

 

 

태규는 산호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이런 비극을 겪고도 운이 좋다니, 산호가 실성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태규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산호는 신이 났다.

 

 

“김형이 만난 노승은 신선이었수. 산신령 같은 것이란 말이요.

그런데 김형이 만난 분이 누군 줄 아시우?

이름은 들어보셨나 보르겠네... 고운 최치원 선생이라고..?”

 

 

최치원은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비운의 천재로 희대의 문장가이자,

다양한 학문에도 조예가 깊어 신라를 개혁시킬 인물로 추대 받았다.

그러나 진골의 득세에 도적놈들이 발광하는 현실에 질린 나머지

모든 것을 버리고 산 속으로 잠적했다.

소문으로는 가야산인지, 지리산인지 알 수 없지만 신선이 되어

팔도를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산호는 산신이 말하기를 최치원 선생이 태규에게 남겨놓은 선물이 있다고 했다.

태규는 산호가 가리키는 오래 된 나무 밑을 파보았다. 기다란 상자 하나가 나왔다.

그것을 열어보니 복숭아나무를 깎아 만든 목검 하나가 귀중하게 담겨 있었다.

과거에 받았던 목검은 투박하게 깎여 그저 단검의 형태로 대충 만든 것이라면

상자 속의 것은 길고 매끄러웠으며 정교하게 범의 무늬까지 새겨져 있었다.

 

 

“산신께서는 최치원 선생이 자신의 지팡이를 깎아 만든 것이라고 했수다.

오래 된 복숭아나무로 만든 지팡이에 선생의 영력까지 더해져서

귀신이나 망령이 닫기만 해도 사라질 만큼 위력이 강하다고 하우.

그래서 이런 무기들은 갖기도 힘들 뿐 아니라,

신선이나 도를 오래 닦은 도인들만 사용한다우.

이야, 신선이 직접 깎고 다듬어서 그런지 튼튼하고 참 야무지구만?”

 

 

사실 최치원은 오래전부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태규의 삶이 비극적으로 흘러갈지라도 차마 속세에 개입할 수 없었다.

어차피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을,

본인들의 힘으로 직접 해결하는 것이 세상의 법도였고 뜻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 혼자서 해결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일본에서 온 살인귀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이곳 사람들의 얼과 정신을 지배했다.

그로인해 같은 민족을 의심하고 미워하게 만들뿐 아니라

이익 앞에서는 사람의 목숨도 하찮게 마들었다.

신선으로서 죄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차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태규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가자 최선의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태규가 일본에서 온 망령을 물리칠 수 있을지는 확신 할 수 없었다.

사실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일♥♥ 때문이었다.

 

 

‘비극을 품고 태어난 청년이여, 부디... 신(神)이 되려는 망령을 막아주시게.’

 

 

태규가 목검의 손잡이를 잡자, 신선의 깊은 뜻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흐려져 가던 목표가 선명해졌다. 주마등처럼 지난 일들이 떠올랐다.

살인마 구로다의 살아생전 모습부터 죽음... 아버지 김주용의 친일행각...

일본인들에게 속아 한낱 지질한 살인귀를 장군이라 받드는 아버지...

결국 일본인의 꼭두각시가 된 아버지... 비극적인 결말... 박정웅의 출현...

사업을 성공시키는 정웅... 신도들의 결집... 인간을 제물로 받는 살인귀 구로다...

무장한 경찰들이 빨갱이라며 시민들을 잡아드리는 모습...

 

 

“이번에 막지 못하면 더욱 큰 비극이 기다리고 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 망령의 제물이 될 수 없다...”

 

 

태규는 한 동안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를 내려다봤다.

과거와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거대한 공장들이 돌아갔다. 높은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일어난 무서운 일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경제영웅이라 떠받들던 박정웅이 실은 자신의 이익에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지 아는지 의문이었다.

 

 

“이보게, 산호. 나는 말이야... 결심했다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이 구로다 때문인 줄 알았네, 하지만 아니었어.

애초에 살인귀에게 영혼을 팔고 이익을 얻으려고 한 자가 잘못이었어.

우리 아버지 또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샘이라고 생각하네.

그래서 나는 결심했네...

박정웅을 비롯한 그와 결탁한 모든 이들을 죽♥♥로 마음먹었네.”

 

 

이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마음이 태규를 강하게 자극했다.

그러나 산호는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정웅을 없앤다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살인을 하겠단 말이요?

김형 미쳤수? 애초에 망령만 없애기로 하지 않았수?

다시 생각해 보쇼, 김형... 그 망령만 없애면 박정웅도 멀쩡하게 돌아올 거요.

그리고 나는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아야만 하우.

그 전에는 목숨 걸 수 없수다.”

 

 

태규는 이미 단념을 했다.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는

숙주(宿主)인 박정웅부터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동안 복잡하고 많은 생각 때문에 계획이 더뎌 졌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웅과 술자리에서 그를 죽일 각오로 나왔는데 그러지 못했다.

늘 가까이 곁에 있었으면서 오지도 않을 때를 기다렸다.

고작 신도들에게 개죽음을 당하기가 무서워서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다가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어쩌면 일을 진행하기가 두려워서 시간을 번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래, 나도 자네를 이런 일에 끼어들게 할 수는 없어서 하는 말이야.

하지만 구로다를 없애도 박정웅은 달라지지 않을 걸세.

이미 박정웅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어...

자네 몫으로 보수는 두둑하게 준비했네. 그 동안 고마웠네.

꼭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길 바라지...”

 

 

태규는 산호를 뒤로하고 홀로 산을 내려왔다.

산호는 신께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끝나지 않는 지배 11부에서 계속...

 

PS : 날씨가 엄청 춥습니다. 건강하신지요.

     덕분에 슬럼프를 극복 중입니다. 여러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지만... 

     좋아지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응원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출처 백도씨끓는물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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