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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귀동냥귀신이야기14- 주인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2016.04.07 10:40조회 수 798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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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파전 부쳐 먹고

점심때는 속이 허한것 같아서 삼겹살 구워먹고

저녁때는 청국장 끓여먹었는데 말이죠

 

 

왜 죄책감은

자려고 드러누운 이 시점에 드냔 말이지요. 실망

내일부터는 정말 양심적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밤입니다.

여러분, 푹 주무시고

활기찬 화요일 맞이하세용.

 

 

 

 

-시작-

 

 

 

 

 

 

 

 

오늘 이야기는 내 친구의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야.

아가씨 시절 나는, 퇴근 후면 곧장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항상 호프집이나 까페에 들러서

절친들이랑 수다를 떠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곤 했어.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탓에

줄창 만나는 사람만 만나고

맨날 갔던 가게에만 들르고

어쩌다 새로운 친구를 소개 받게 되면

몹시 소심해져서

목이 자라목처럼 쏙 들어가고

목소리는 개미만 해지고

눈알은 정말 동공지진 ㅋㅋㅋㅋ

상대방이 불안해서

'야 쟤 좀 이상하지 않냐'

물어볼 만큼

나이값 등치값 못하는 소심의 결정체였다고 할까.

 

 

 

그런 성격인지라

친구들은 어지간하면 나를 만날때

이중약속 따위는 꿈도 못꾸고

혹여나 새 친구를 소개해줄 결심을 했다가도

이런 내가 챙피해서 ㅋㅋㅋㅋㅋㅋ

아예 그런 생각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해.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음.

너무 들이대서 친구들이 챙피하다고 함)

 

 

 

그런데 어느날.

그날도 퇴근후에 늘상 친구들과 만나던

호프집으로 부랴부랴 달려가서

"이모, 저 500한잔요~" 외치고

늘 앉던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는데

내친구들 + 낯선 이가 있는거 아니겠어.

 

 

 

나는 또다시 동공지진 의식혼란이 오면서

저 사람은 누구냐며, 친구들에게

무언의 눈치를 주었더니

친구 하나가

"미리 말 못해서 미안.

내 친군데. 급하게 좀 만나야 할 것 같은데

너희랑 약속을 깨기도 그렇고해서

이리로 오라고 불렀어. 쏴리"

그러는 거야.

 

 

 

평소같으면

사약 받아놓은 장희빈처럼

눈깔을 희번떡 앙칼지게 노려보며

"닌 나중에 뒤져써 이년아"

이런 눈치를 줬을터인데

 

 

 

내 친구의 친구라는 아이의 표정이나 행동이

어딘가 무진장 부조화 스럽기도 하고

안색이 너무 초조해 보여서

경계를 할 틈이 없어진거야.

 

 

 

(편의상 그 친구의 친구를 미란이라고 할께.)

미란이는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인채

맥주컵에서 녹아내린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죽죽 긋는 시늉을 하고 있었는데

ㅇ_ㅇ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것 같더군.

 

 

 

낯선 사람을 만날때 내가 저런 모습이구만~싶은게

참.. 풀죽고 자신감 없는 모습이

좋아보이진 않더라고. ㅜㅜ

 

 

 

친구1. 친구2. 그리고 나. 미란이.

이렇게 넷이서 홀짝홀짝

맥주나 축내고 앉아 있자니

성격 괄괄한 친구하나가 좀 궁금했는지

"둘이서 급하게 만날 일 있다고 하지 않았엉?

우리가 있어서 좀 불편하지 않으려낭?"

말문을 트더라고

 

 

 

그랬더니 미란이를 데려온 친구가

"야, 여기 친구들 생긴건 그래도 (ㅇ_ㅇ?우씨)

다들 됨됨이는 괜찮은 애들이야.

그냥 나한테 이야기한다 생각하고 말하라니깐!"

친구는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미란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라고 막 재촉했지.

 

 

 

그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 우리들은

"야. 친구가 너랑 따로 할 이야기 있는가 본데

그냥 다른 테이블에서 해. 우린 괜찮어.

아니면 다음에 만나도 되는데 왜 그르냐~"

그랬지.

그랬더니

"아니~ 나도 그러고 싶지~ 그러고 싶어서

다른곳으로 옮겨가재도 미란이가 자꾸 싫다잖어 ㅜㅜ"

이러는게 아니겠어.

 

 

 

그때 나는 마음 속으로

아, 조금 희한한 성격이네 ㅋㅋㅋ생각하며

새로 만난 친구를 여전히 탐색중이었어.

어쨌든 초면인 친구가 있긴 했지만

우리들은 한잔이요~ 두잔이요~ 술이

술술 목을 타고 넘어가자

어색함도 잊게 되고

평상시에 그랬던것 처럼

연애이야기. 직장이야기. 드라마 이야기 따위에

열을 올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

그랬더니 그런 분위기에 마음이 놓인건지

미란이가 대뜸

"애들아, 초면에 정말 미안한데 말야

 

나 오늘 하루만 재워줄수 있니"

하는게 아니겠어.

 

 

 

ㅇ_ㅇ.. 읭?

초면에 이것이 뭔 말이당가? ㅋㅋㅋ

미란이를 데려온 그 친구는

결혼을 곧 앞두고 있는 상태라서

원룸에서 남자친구와 미리 살림을 차린 상태라

부탁을 할 수 없었을거야.

그래서, 그 하루만 재워줄수 있겠느냐는 부탁은

옆친구와 나에게 자연스럽게 패스되는

아주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만것이지.

 

 

 

곰 같은 나는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괜히 못들은척 메뉴판을 한번더 넘겨본다던가

귀를 후빈다던가 그랬던것 같은데

여시같은 친구는

"응. 난 안되겠어." 라며

돌직구를 날리는거야. 버럭

 

 

 

3명이서 모두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거기서

아니! 나도 안되겠는걸? 미안!

하고 말했어야 했는데

주책맞고 방정맞은 나의 주댕이는

"응? 재워는 줄 수 있는데에.

왜? 무슨 일로 그러는데? "

라며 오지랖을 시전하고 있었지.

 

 

 

미란이는 술기운이 좀 올랐는지

처음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사실은 있잖아.." 로 시작해서

그 문제의 이야기를 술술 하기 시작했어.

(사실, 미란이의 이야기는 아주 명료하고 간결했지만

 

이후에 내가 미란이랑 친해지게 되면서

 

자세하게 알게된 내용까지 덧붙여 쓴거임을 밝힘

 

이해하기 쉽도록)

 

 

 

 

그러니까 미란이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이었어.

그 당시에도 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전문적으로 학원에 다니면서 관리를 해도

시험에 붙을까 말까 할 상황인데

미란이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학원은 커녕 ..

오히려 미란이가 일을 해서 집에다

생활비를 얼마씩 보태주어야 하는 형편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아침일찍부터 초저녁까지는

알바를 하고, 저녁에는 공부를 하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었다고.

(뭐 여기까지 들어서는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싶겠지만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봐봐.)

 

 

 

암튼. 그런 상황에서 하루하루 똑같은 생활을 하던 중

미란이는 밤마다 다니는 독서실에서

옆자리에 앉은 어떤이에게 대쉬를 받게 되었다는거야.

팍팍한 삶을 영위하던 미란이의 입장에서는

그런 관심이 싫지 않았기에

완강하게 거절은 하지 않고 여지를 두었다고 해.

 

 

 

그러다 보니 어찌어찌 독서실의 그 녀석과는

자연스레 썸을 타는 사이가 되고

그 썸이 알콩달콩한 밀땅으로 연결되고

결국엔 사귀는 사이까지 가게 된 거래.

 

 

 

그런데 둘의 사이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미란이의 결핍된 삶이 조금씩 도드라지기 시작한거지.

도서관 밖에서 정식으로 데이트라도 할라치면

마땅히 입고 나갈 옷이 한벌이 있길 하나

용돈 아껴서 치마를 사면

치마에 어울리는 블라우스가 없고

블라우스랑 치마를 사면

거기에 맞는 구두가 없고..

ㅜㅜ 구두가 없으면 가방이 없고..

그러고 나면 또 화장이 문제고..

 

 

 

오직 집 생활비랑 공부 밖에 모르던 아이가

연애질에 눈을 뜨게 되니

그제서야 '아, 내가 너무 단조롭게 살아왔구나' 싶었고

또 다른 한편으론

'나에게 연애는 진심 사치인것인가'하는

갈등이 동시에 찾아왔다는 거야.

 

 

 

사람이 왜 그렇잖어.

한번 두번 까지는 얻어먹을 수 있더라도

한번쯤은 내가 대접해야 맘이 편할텐데

천원짜리 몇장까지 빠듯하게 쪼개쓰는

미란이 입장에서는 연애하는 자체가

어찌보면 공무원 시험 준비보다 더 어려운

모험으로 다가왔다는 거야.

 

 

 

그래서 헤어져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남친은 오히려 부담 갖지 말라며

옆에 있어주는것 자체가 본인에겐 도움이 된다고..

미란이를 계속 붙잡았다는 거야.

(여기까지 들었을때는

아니, 이년이 지 자랑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재수음써~ 라고 생각했지)

 

 

 

미란이는 본인의 상황이 어떠한지

차근차근 자기소개서를 써가듯 읊조리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가면 알 수 있어.

일종에 .. 뭐랄까

본인이 한 짓에 대한 변명일 수도 있고

본인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합리화 라고 할까.

 

 

 

그러니까 결론은

미란이는 자신의 처지가

남친보다 많이 뒤쳐지는 그런 상황이 싫었다고 해.

특히나 구김하나 없는

왕자님 같은 남친이랑

빚만 그득그득한 본인의 집이랑 자꾸만 비교가 되고

남친은 아무 고민없이 어깨에 걸치고 있는

바람막이나, 티셔츠들이

몇십만원을 우습게 넘기는 것들이라는걸 안 이후로는

본인의 외적인 요소가 더욱 신경이 쓰이더라는 거야.

 

 

 

내가 얘랑 사귀고는 있지만

결국엔 이 아이에게 선택을 받지는 못할것 같다는 느낌?

그러면서 미란이는

외적인것에 하나둘씩 집착하게 되었데.

평상시에 옷같은건 쇼핑몰에서 최저가 상품만 찾던 애가

중고나라에서 중고명품을 찾기 시작했고

화장품도 중고, 심지어 머리끈도 명품

이런식으로 집착이 시작되었다는 거야.

 

 

 

알바해서 받은 돈으로 인강 결제해서 보고

집에다 생활비 부치고 책사보던 애가

점점 남자친구에게 어울리는 자신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그런식으로 자기를 치장하기 시작했어.

 

 

 

(정작 남자친구는 걔가 그러고 있었는줄도 몰랐다고 하더라고. )

그러던 중. 어느날은 중고나라에

비싼 유명 메이커의 여자옷이

엄~청 나게 싼 값에 올려져 있더래.

자켓. 원피스. 투피스. 블라우스.. 등등

스무벌에 가까운 것을 한꺼번에 퉁쳐서

가져갈 사람 있냐면서

 

 

 

그 당시 정신이 나간 미란이는

본인 월급 한달치가 훌쩍 넘는 돈을 내고

그 옷들을 구매했다고 해.

 비록 중고이긴 하지만

하루하루 옷을 바꿔입는 즐거움에 신이 났었겠지.

맨날 같은 티셔츠에 청바지, 같은 옷만 걸쳐입다가

예쁜 모습 자랑할 기회가 오니 얼마나 신이 났겠어.

 

 

 

한번은 원피스, 그 뒷날은 뭐. 그 뒷날은 저거.

별다를게 없는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부터 미란이에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자려고 누워있다 잠이 스르륵 들라치면

베개 뒷편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미란이의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잡아 끄는 일이

날마다 반복이 되더라는 거야.

 

 

 

몇번 호되게 당하고 난뒤에는

 

수맥이 흘러서 그런가 싶어서

잠자리를 반대로 바꿔도 보고

베개 밑에 가위를 놓고 자보기도 하고

별의 별짓을 다 해봤는데도

어렵게 어렵게 잠에 들면

손이 툭 튀어나와서

머리 가죽을 뜯어갈기세로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 놓았데.

 

 

 

 

밤새도록 정체불명의 손에게 시달리다가

날이 밝을정도나 되어서

힘겹게 눈을 뜨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미란이의 삶이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했어.

 

 

아침일찍 일도 나가야 하고

밤에 공부를 가장한 데이트도 해야하고..

하루하루가 피곤한데

잠을 잘 수가 없으니

피곤이 겹쳐서 점점 병자처럼 말라갔다는 거야.

그리고 잠이 들면 어김없이

 

튀어나오는 그놈의 손때문에

머리를 베개에 대는거 자체가 무서운

노이로제에 걸렸다는거야.

어느순간부터는 실제로

스트레스성 탈모 때문인지

 

정수리 부근이 훵하게 비는

 

탈모까지 진행되었다는 거야.

그런 생활들이 반복되자

미란이는 시름시름 앓게되었다고 해.

잠을 잘 못자다보니

생전 안하던 지각을 하게 되고

어떤 날엔 독서실에서 정신줄 놓고 자느라

출근을 못하게 되고...

생활 패턴들이 엉킨 실타래처럼 꼬이게 된거지.

그러던 중. 시험에 남자친구는 합격을 하게 되고

미란이는 떨어지게 되었어.

미란이 스스로도 예상했던 일이라고 해.

그런 남자친구에게 본인이 악몽때문에 힘들어한다

알수없는 어떤 힘에 의해서 내가 괴롭다, 라는 말을 하게 되면

괜히 남자친구 합격소식에

신경쇄약이나 히스테리 부리는 여친으로 볼까봐

입도 뻥끗 못했다는거야.

갈수록 가위눌림은 더욱 심해지더래.

머리를 쥐어뜯는 강도는 더욱 심해져서

 

나중에는 피부를 꼬집어 비트는 지경에 이르렀고

 

심지어는 .. (19금이긴 한데)

 

가슴을 쥐어짜듯 비틀거나

 

입을 찢으려는 행동까지 한다는거야.

 

 

 

 

사람이, 왜...  느낌이란게 있잖아.

 

내 앞에 나서지 않아도

 

호흡소리. 또는 향기. 촉감 같은걸로

 

저건 여자다, 남자다 판단이 되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상으로는 분명 여자같더래.

 

여자같은데.......  우왁스럽게

꼭 성희롱을 하듯이 가슴을 쥐어뜯고

 

머리를 끄집어당기고

 

나중에는 더 심해져서

 

허벅지 안쪽 살을 긁는 기분에

 

정말 비참했다고 해.

 

 

 

 

 

일도 못하고. 그렇다고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고.

 

연애가 발전이 있는것도 아니라서.

 

아 이러다 내가 정말 죽겠구나. 싶더란다.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는 거야.

 

집안에 원채 빚이 많아서

 

모르는 전화는 대부분 빚독촉에 관련된지라

 

낯선 전화를 안받으며 살았는데

 

그날 따라 그 전화를 받고 싶더래.

 

 

-여보세요?

하고 받으니까

 

전화기 너머에서

잠깐의 침묵이 이어지더니

 

나이 지긋한 여사님의 목소리가

-혹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하더라는거야.

 

그래서 무슨 용건이냐고 물었더니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오해없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하면서 매우 공손히 이야기를 하더래.

 

짧게 요약해 보자면.

미란이가 충동적으로 구매했다는 옷 있잖아.

스무벌 가량의 명품 옷들.

그 옷 주인의 엄마되는 사람인데.

 

사실은 그 옷 주인이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고 (죽었다는 거지)

49제때 옷을 태워서 같이 보내주려고 했는데

옷 주인의 동생되는 사람이

짧은 생각으로 그것들을 내다 팔았다는 거야.

 

어쩔수 없이

있는 옷 몇가지를 챙겨서 태우고 돌아왔는데

그후로 몇개월이 지나도록

자식이 계속 벌거벗은 모습으로 꿈에 나타나서

사람 애간장을 태운다면서

혹시 그 옷을 다시 보내주지 않겠느냐고..

다시 돌려준다면

받았던 옷가격의 배로 돌려주겠다고.

통 사정을 하더라는 거야.

 

미란이는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렸다고 해.

한마디로 죽은 사람 옷을 걸치고

좋다고 희희낙낙 거린 셈이니까.

게다가 가위눌림이 옷을 사온 이후에 시작되었으니

아귀가 척척 맞아 떨어지잖아.

그동안 밤마다 시달리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르니까

대체 자기가 뭔 짓을 했는지 모르겠고

서럽고 분하고 그래도 한편으로는

가위눌림으로 부터 빠져나갈수 있는

해결대책이 있구나 싶어서 안도감이 느껴지더래. 

 

그래서 미란이가

얼른 돌려주겠다고 택배로 부칠까요 어쩔까요 물으니

지역이 어디냐고 묻더래.

그래서 여기는 땡땡시에요 했겠지?

그랬더니 바로 옆동네 였다고

부칠것도 없이 지금 당장 받으러 가겠다고 했데.

 

소름끼친 미란이는

혹시 옷 한장이라도 덜 줘서

또 그 지옥 같은 경험을 할까봐

집 구석구석을 뒤져서

심지어 세탁기통 속에 돌아가고 있던건

물 줄줄 흐르는 그대~로 봉투에 담아

준비를 해두고 있었데.

이것만 보내고나면

지긋지긋한 악몽도. 가위눌림도 다 끝날것 같고

다시 예전처럼 정상적인 삶이 가능하겠구나 싶어서

한편으론 막 어깨춤이라도 출 기분이 들었다는 거여.

 

암튼.

한시간이 못되었을 무렵

집근처라는 문자가 왔고

미란이는 짐을 부랴부랴 챙겨서 집 앞으로 갔데.

그랬는데 그 엄마되는 분이 올거라고 생각했는데

왠 덩치가 북극곰만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더래.

 

한눈에봐도 짜증나 죽겠다는 표정으로 뚜벅뚜벅 오더니

"아, 그쪽이 옷사신분? 근데 진짜 돈은 다시 다 받으시게?"

이러더라는거야.

 

미란이가 순진하긴 해도

그 상황에서 만큼은

마빡 회전이 기가 막히게 슉슉 돌아가서

한번에 교통 정리가 되더란 말이지.

 

아, 누나 옷을 팔아 치웠다는 개싹퉁머리가 바로 저놈이구나~

그러니까 중고나라에 나랑 거래 한 녀석이 저놈이었구만?

오냐~ 너 오늘 잘 걸렸다, 싶으면서

아까 아줌마랑 통화할땐 못느끼던 분노가 파르르 치솟더래.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그 사내한테 달려들어서 멱살을 두손으로 붙들고 

"야 이 색꺄, 죽은 사람 옷을 가져다가 함부로 팔아서

나는 지금 산채로 말라죽게 생겼다고 니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이러고는 길 한복판에서 푸닥거리를 했다는거야.

 

(솔직히 그 상황이면 나라도 그럴것 같아.

나는 아주 강냉이 스무개를 다 털어버렸을지도. )

 

그랬더니 그 놈이 되려 성질을 내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짜증나게 굴지마라고

그래서 내가 헐값에 내놓지 않았냐고

좋다고 냉큼 사더니 이제와서 지랄이냐고

안그래도 짜증나는데 성질 돋아서

쳐맞고 싶냐고

 

완전 쌩~ 양아취 포스를 푹푹 풍기더라는 거여.

 

 

거기서 미란이는 지지 않고 버티면서

얼른 옷받고 꺼지라고 돈 달라고 손을 내밀었더니

그 양아취자식이

"야, 주고 싶었는데. 니 면상을 보니까 안줘도 되겠다"

요런식으로 욕을 하고는

그냥 차타고 날른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란이는

가위를 눌릴때도 안나던 눈물이 나더란다.

죽은 사람 옷을 돈주고 사입고 댕기고

그것도 모자라서 그 덕분에 가위까지 눌리고

탈모와서 이따시만한 땜빵까지 생기고

사는게 사는거 같지 않은 이 판국에

용서를 빌러 와도 모자랄 판인데!

 

그래서 미란이가 그 여사님? 아줌마한테 전화를 걸어서

대성 통곡을 하며 속사포로 쏴대기 시작한거야.

내가 그 옷하나 잘못 얻어입어서

계절이 바뀌도록 그쪽 딸래미한테 가위눌림 당했다고

스트레스로 머리카락도 빠지고 피골이 상접해서

산송장 처럼 살다가 이제좀 살겠구나 싶어서 옷은 보냈는데

사람 기분나쁘게 재는 것도 아니고

돈 안주실꺼면 왜 준다고 해서 사람 거지취급 하냐고

(사실, 미란이에게 돈은 중요했지)

길바닥에서 엉엉 울었다는 거야.

 

그랬더니 아줌마가

한숨을 진짜 땅이 꺼지게 쉬더니

내가 미안하다고 울지 말고 계좌번호나 다시 불러주라고

미란이를 잘 다독이더래.

미란이는 그 지경에서도 계좌번호를 꼬박꼬박 불러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화를 끊으려 했는데

아줌마가 정말 간절한 목소리로 묻더래.

 

내 꿈속에서 내 아들은 빼빼마른 몸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나오더라고.

그러다보니 아들이 죽은지 넉달이 가까워지는 동안

밥을 먹어도 모래 씹는 맛이고

자려고 눈을 부쳐도 죽은 아들 생각뿐이라고.

가위에 눌렸다고 했는데.

우리 아들이 대체 어떤 모습으로 나오더냐고...

묻더래.

 

미란이는 잠깐동안 생각했데.

잘못들었겠지? 싶어서

"아줌마. 아들이라고요?"  되물었더니

한참 대답이 없다가

"응. 내 아들. 아들이었는데

여자가 되고 싶어서

성전환 수술까지 앞뒀는데

사고로 그렇게 준비도 없이 죽었다고"

했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 옷 주인은

트랜스젠더 였던 거.

내가 알기론 트랜스젠더들은

보통의 여자보다 더

예쁜옷 예쁜화장품에 집착을 많이 한다고 알고 있거든.

여성성을 더욱 어필하고 싶어하니까.

그런 사연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옷에 더 집착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되.

 

아줌마에게서 듣자하니.

아들도 아닌, 그렇다고 완벽하게 딸도 아닌 그 사람은

집에서는 인정을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고.

아버지와 동생에게 거의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고

특히나 남동생에게는 거의 개취급을 당했다는 거야.

같이 집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에는

남동생이 형을 인정사정없이 패대기치고

챙피하니까 집에 기어들어오지 말라는 식으로...

 

그래도 한 형제니까

형이 갑작스레 죽었으니까

죽은 다음이라도 형을 이해할줄 알았는데

옷까지 싸그리 모아서 팔아 해치우고

뿐만이 아니라,

집에 있는 앨범속에 형 사진은 몽땅 버려버렸다고

아줌마가

그래서 내 새끼 얼굴 잊어버릴까봐

하루하루 가는게 정말 힘들다고

ㅜㅜ

 

그 말에 미란이도 같이 울었다는 거야.

 

 

여기까지가 미란이가 들려준 대강의 이야기야.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 스펙타클 하긴 한데

그래도 잘 풀리지 않았느냐.

그래서 그 다음부터 잠은 편히 잔거냐 물어봤어.

 

그랬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옷을 보낸 날부터

두다리 쭉 뻗고

꿈 한번 안꾸고 잘 자게 되었다는 거야.

 

응?

그럼 왜 남의 집에서 하룻밤을 재워 달라는 거냐고

무슨 문제있는 사람처럼? 왜그래?

했지.

 

미란이도 고개를 끄덕끄덕 이더니.

그 뒤로 아줌마한테 다시 연락이 왔다는 거야.

아줌마 입장에서는 생때같은 자식 객사하고

남의 집에 귀신으로 나타났다는데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어서

점집엘 찾아갔다는 거야.

했더니 그 점쟁이가 하는 말이

미란이네 집에다 예쁜 새옷 한벌 걸어두고

젯밥 같은거 차려두고

아무도 없게 하고 하루를 비워두라고 했다고.

그리고는 새옷은 다시 무덤앞에서 태워버리라고.

그래야 죽은 자식도 셈 안내고 다시 하늘로 가고

미란이게도 탈이 없다면서..

 

그래서 집을 하루 비워줘야 하니

하룻밤만 재워달라는 것이었어.

 

휴...

진짜 별거 아닌 이야긴데

ㅜㅜ 너무너무 길게 써버렸다.

 

간단하게 앞뒤사정없이 줄여 쓰면

미란이가 명품만 밝히는 된장녀가 될까봐서

이것저것 설명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네.

 

참. 그 뒤로 미란이는 무탈하게

별 사고 없이 잘 지내게 되었어.

 

밖에서 남의 물건 집어오면

그 물건에 깃든 영혼까지 함께 담아오는 경우를

동티난다 라고 하던데.

 

하물며 죽은 사람의 물건이야

말해서 뭐 하겠어. 그치?

 

 

 

 

-오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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