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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귀동냥귀신이야기9- 고모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2016.04.07 10:38조회 수 962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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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곳 남부지방은 하루 종일 찬바람이 불었습니다.

미세먼지 주의하라고 하도 난리여서 오늘은 산책도 못하고

일터-집, 뭐 한게 없네요 

내일도 날씨가 오늘처럼 꾸리꾸리 하다는데...

빨리 진짜 봄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시작-

 

 

 

오늘은 우리 고모에 대한 이야기야.

 

사실 오늘은 타까페에 예전에 써놨던

이야기를  재탕하려고 했는데

날씨가 꼬롬해서 그런가

돌아가신 고모 생각이 나데.

 

우리 고모는 아빠의 누이로써

아빠보다 열몇 살은 더 많은 큰누이야.

고모가 살아계셨다면 지금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지 않을까 싶어.

 

고모는 나를 무척이나 귀여워 하셨어.

왜냐하면 우리아빠가 집안의 완전 늦둥이인지라

우리아빠를 고모가 업어 키우셨다 했거든.

그 코찔찔이 막내가 일찍 장가들어서

딸 하나를 낳았으니,

애기가 애기를 낳았다고... 나를 그렇게 예뻐하셨어.

 

우리 고모는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집에 시집을 가서

아들 딸 잘 낳고 무난하게 사는

보통 아줌마였지만

우리 식구들만 아는 작은 비밀이 있었어.

 

어떤 비밀이냐면.

의학적으로 말하자면 '간질'의 일종이고

무속적으로 말하자면 '신이 내렸다'하고

기독교적으로 말하자면 '믿음이 부족한 자' 였어..

 

내가 저저저번 편엔가 잠깐 언급했을꺼야.

우리 집안 사람들은 모두 착실한 기독교인들이라고.

원래는 다들 교회랑은 거리가 멀었으나

고모의 오랜 지병을 고쳐보고자

가족들이 단합해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거야.

 

참 웃지 못할게.

내 머리속에 저장된 가장 오래된 기억이 뭐냐면

산 속 무덤 앞에서 무당이 굿을 하는 모습이야.

정말, 새빨간 한복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쓰고 (꿩 깃털 같은게 양쪽으로 달린)

방울을 흔드는 아줌마가

무덤을 이리저리 넘어다니던 기억.

언젠가 무심코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때 내 나이가 겨우 3살? 그 정도 였다니까

아~ 내 최초의 기억이구나 싶은거지.

 

암튼.

내가 태어나기 몇해 전부터 고모의 지병이 시작된거야.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고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멀쩡히 걷다가도

뒤로 쿵. 앞으로 쿵. 넘어져서

이마를 꼬매기도 수십번이고.

 

알 수 없는 말을 중얼중얼 거리기도 하고.

갑자기 감정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운다거나

가끔은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해.

 

고모에게도 가정이 있었기에

우리 할머니의 걱정은 더욱 더 깊었겠지.

딸가진 부모의 심정이란 대게 그렇잖아.

그당시 고모는 이미 초등 중등 다니는 딸 아들을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았지만

혹시나 고모부가 싫은 내색을 할까봐

우리 할머니는 늘 고모의 건강을 걱정하며

고모의 매니저처럼 고모의 병에 좋다는걸 찾아다니셨지.

(고모부는 정말 사람이 좋으신분)

 

그런 할머니 옆에 껌딱지처럼 늘 붙어있는 이가 바로 나였기에.

할머니와 고모의 모든것을 지켜볼 수가 있었던거야.

 

병이 발병하고 2-3년 동안은 꾸준히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지어 먹으면서

의학적으로 고쳐보자고 시도 했지만...

고모의 병은 나을 기미가 없었다고 해.

 

그래서 그 다음으론 굿도 하고 했지.

다들 한결같이 신내림을 받으면 괜찮다 했다나봐.

이런 스토리는 너무 뻔한 패턴이라 말하면 입아프지만.

이런걸 신병이 왔다고 하잖아.

갖은 고생을 다 겪었지만 내림굿을 받고

무당 팔자가 되면 잠잠해지더라는.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절대 그럴수 없다고 반대했어.

그당시 할머니 세대에서 무당팔자란게 무얼 의미하냐면

가장 천민계층. 천하디 천한. 여자로써는 최악의 팔자라는거야.

뼈대있는 양반족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천민출신 집안도 아니라면서

차라리 귀신이 됬으면 됬지 그럴순 없다며..

 

참 이상한게 그렇게 극구 반대를 하시면서도

용하다는 점쟁이를 불러다 굿을 하기를 여러번이었지.

그 점쟁들은 약속이나한듯 한다는 말이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라는 거야.

돌아가신 아버지란, 나에게는 할아버지.

고모에게 아버지겠지.

 

암튼, 우리 할아버지가 조금 기이하게 돌아가셨거든.

우리할아버지를 포함해서 그 윗대 윗대 조상신들을 모셔야

죽지 않고 살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거야.

 

고모도 고민이 많으셨을꺼야.

양약을 써도 병은 차도가 없고, 그렇다고 정말

신내림을 받아서 무당을 하기에는

자녀들이 그당시 초등학생 중학생이었기에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하자니 눈앞이 캄캄하고..

 

그러던 중, 동네 교회 목사님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종교를 가져보라고 설득을 한것이지.

여러 고민끝에 고모는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새벽교회, 산속 기도원, 주말 예배 등등

할 수 있는 예배는 다 참석하면서

고모의 인생을 교회에 바치는 지경에 이르렀지.

 

그런데 고모의 병은 차도가 없었어.

 

내가 기억하는 고모의 모습을 몇가지 써보자면.

 

 

그날도 고모는 몸져 누워있었어.

병원에서 어떻게 해줄수 없다고 해서

약만 먹고 시체처럼 누워 있었지.

 

할머니가 교회 목사님을 닥달했던것 같아.

말빨 좋은 울 할머니, ㅜㅜ 내 기억으론

"예수도 별거 아니네. 헌금이 아깝네"

 ㅜ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목사님에게 의욕을 불지피셨던 걸로 기억해.

그래서 목사님께서 다른 지역에 연락해서

전문적으로 퇴마? 같은걸 하시는 분을 초빙해오셨어.

 

난 아직도 그분을 그려보라면 그릴수 있어.

남자분이셨는데. 겉모습은 완전 우락부락한 아저씨처럼 생겼는데

목소리는 구르는 옥구슬이다 싶을만큼 좋아서

이질감이 느껴지는? 강렬한 첫인상이었지.

맞다. 유퉁 아저씨? 맞나?

그 분을 닮았어. ㅜㅜ

 

암튼, 그 분이 딱 방에 들어와서

성경책을 고모 이마위에 딱 올려놓고

뭐라뭐라 쇌라쇌라 샬라샬라 뭐라뭐라

주문같은걸 왜우시더라고.

그당시 내가 듣기엔 뱀이 샤악 샤악하는 소리처럼 들렸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영어나 외국어로된?

성경구절이 아니었을까 싶어.

왜냐면, 검은사제들이란 영화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더라고

 

그랬더니 우리 고모가 반응을 하기 시작했지.

힘없이 누워만 있던 고모가 정신이 들었는지

그분 팔목을 딱 잡고는  성경책이 무거우니 내려놓으라고 ..

오늘은 몸이 안좋으니까 다음에 다시 찾아오라고 하더라구,

 

처음에는 정말 조곤조곤 양해를 바라는 말투였어.

그런데 그분이 무시하고 계속 뭐라뭐라 자기 할 기도만 하니까

그분 팔목을 손날로 팍팍 치면서

내집에서 나가라고 막 몸을 일으키려는거야

그래도 그분은 정말 인정이 1퍼센트도 없는 얼굴로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지.

 

어린 나는

정말로 고모가 몸이 안좋은데 왜 고모말을 안듣지

고모를 도와줘야 하나 이런 생각에

마음을 졸이며 보고 있었고

 

더 시간이 지나니까 고모가 정말

화난 얼굴이 되어서 머리를 쥐어뜯고 얼굴을 햘퀴면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어

 

여전히 성경책은 고모의 이마 위에 있었지

달랑 성경책 한권이 이마에 올려진것 뿐인데

고모는 마치 큰 바위가 머리를 누르고 있는 것처럼

머리를 꼼짝 못하더라고.

 

그분은 고모 머리위쪽에서 머리에 손을 얹더니

여러가지 질문을 쉴새없이 하기시작했어.

그중에 몇가지는 아직까지 기억이 나.

(꽤 충격이었기 때문에 ..)

 

그분이 "도대체 왜그렇게 딸을 괴롭혀? 어서 나가"

막 이런식으로 다르치자

우리 고모가 생전 본 적없는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면서

"내꺼야! 내꺼라고! 내꺼! 내꺼!"

가슴팍을 주먹으로 퍽퍽 치면서 자꾸 자기꺼라고

누워있는 상태에서 허리를 들썩들썩이고

발작처럼 몸부림을 쳤어.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서 결국 울었고

할머니 치맛자락 붙들고 막 울었던거 아직도 생각나.

 

그리고 또 하나.

 

그분이 사탄이 어쩌고 마귀가 어쩌고 하면서

고모를 꾸짖고 있었어.

내가 보기엔 그건 정말이지 뭐랄까

이해할수 없는 총체적인 난국인게.

고모는 고모대로 자해를 하면서 발작중이고

그분은 그분대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게

폭풍처럼 화를 내고

그 옆에서 우리 할머니는 안절부절 어쩔줄 모르고

정말 혼란스러웠어.

 

그런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고모가 자해를 딱 멈추더니.

"사탄들은 신발이 필요없다. 왜냐고? 우산을 들고 날아간다.

말굽으로 뛰어간다. 저기 사탄이 하나 지나간다,"

하면서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뛰는 시늉을 하는거야.

 

어때. 이해가 되? 안되지?

우산은 뭐고 말굽은 뭔지 모르겠지만

고모는 정말 저렇게 말했어.

그때 그 분위기나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뇌리에 정확히 남아있다고.

 

그다음에는 그분이 하얀색 종이 같은걸 가져와서

고모를 둘둘 말아가지고 그 위에 물같은걸 뿌렸어

그게 성수인지 어떤건지는 잘 모르겠고.

고모 얼굴에서부터 발끝까지 돌돌 말아서

물을 뿌리면서 막 혼내던 기억.

 

결론은 그 전쟁통 같은 의식을 치루고도

결국 고모는 나아진게 없었어.

단지.

 

고모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우리 가족들은 고모의 병을 습관처럼 익숙하게 여기게 되었고

고모도 자신의 병에 무뎌지게 되었지.

좋은 의미에서는 그냥 견디며 사는 쪽을 택한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모두가 고모를 포기하게 되었어.

 

우리 가족의 이야기인지라 더 자세히 쓸 순 없지만

고모는 정말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많은 고생을 하셨어.

 

그래도 1년 365일을 몸져 누워 지내는게 아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을 하는것에는 지장이 없고

일을 하지 않는 주부인지라 버틸수 있었을거야.

 

명절날 가족들이 다 모였을때 하하호호 웃고 놀다가도

갑자기 고모가 돌변해서 알수없는 소리를 하거나

마치 할아버지가 살아돌아오신듯

큰아버지나 삼촌들에게 일일이 훈계를 할 때

할머니는 정말 숨죽여 우셨지...

 

그럴 때를 빼놓고는

고모는 정말 천상 여자인데다가

한없이 자애로운 내 고모였어.. 내 고모 ㅜㅜ

 

고모는 한평생을 그렇게 약한 사람으로 살다가

내가 대학생때 돌아가셨어.

돌아가신 과정도 순탄치가 않았어.

그것까지 쓰기에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까지는 차마 못쓰겠다.

 

그런데 고모가 돌아가시기 한 일주일 전쯤?

나는 타지에서 대학생활 하느라 정신이 없었거든.

그때 볼일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었는데

스치듯 창밖을 봤는데 우리고모가 도로 건너편에 서 계시는거야.

우리 고모가 항상 그 뭐랄까.

항상 고수하던 특이한 헤어스타일이 있거든.

그리고 몸이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고모만의 몸 형태가 있고.

정말 우리 고모같아서 그 즉시 아빠한테 전화를 했었어.

혹시 고모 이 지역으로 병원 옮긴건가 싶어서.

그랬더니 아니라고 고모 잘만 계시니까 걱정말라고.

그랬었는데.

일주일 뒤에 갑자기 돌아가신거지.

 

아마 고모의 환영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내가 횡설수설 어떻게 잘 적었나 모르겠지만.

암튼. 내가 판단하기엔 우리 고모는 간질보다는

정말 신내림을 받으셔야 했던 운명에 더 가까웠다고 봐.

하지만 그걸 거부했을때 삶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를

몸소 겪다가 돌아가셨다고 봐야 겠지.

 

가끔 텔레비전을 보면.

신내림을 한사코 거부하다가

어쩔수없이 내림굿을 받고 신의 길에 들어섰다는.

그런 뻔한 멘트.

 

정말 뻔한 멘트인게 분명한데.

나는 우리 고모때문이지 몰라도

그런 말을 함부로 흘려듣지 못하겠더라.

아, 저 사람도 정말 힘들었겠구나.

많은 사연이 있겠구나. 생각이 드는거지.

 

 

쓰다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구만.

ㅜㅜ 오타나 맞춤법 검사는

자기전에 한번 해야겠어.

친구들! 미세먼지 조심하고 또 보자구.

 

출처 네이트판 헤이브 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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