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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의경 시절 후임병 - 9~11

title: 연예인13발기찬하루2018.03.31 12:26조회 수 118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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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제가 낚시를 다니며 겪었던 일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아버지께서 낚시를 좋아하는 탓에 저도 어려서 부터 낚시를 했고, 그리고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가기도 하고, 가끔은 저 혼자서도 낚시를 가곤 했습니다. 

혼자 가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대학교에서 첫번째 맞이하는 여름방학때에는 거의 두달동안 저 혼자 낚시에 미쳐 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닐때까지만 해도 대학생활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입학을 했지만, 솔직히 기대만큼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고등학교때처럼 친한 친구가 없다는 것이 오히려 외롭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대신 혼자 낚시를 다니는 일이 많아졌고, 평소에 가본적이 없던 곳으로도 가보게 되었고, 그중에서 경기도 파주에 있는 곡릉천이라고 하는 개천에서 요즘은 보기 힘든 참붕어가 잡히는 것을 발견하여 그곳으로 매일 가게 되었습니다. 

혹시 낚시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요즘 대부분의 저수지나 강, 개울에서 잡히는 붕어는 대부분이 떡붕어인데, 주로 월남이나 이런 외국에서 들어온 물고기 입니다. 

반면 참붕어는 우리나라 토종 붕어죠... 

둘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크기는 우선 떡붕어가 더 크고 통통하지만, 오히려 힘에서는 참붕어가 훨씬 좋습니다. 

짜릿한 손맛을 즐기는 낚시꾼들한테는 당연히 크기는 작더라도 짜릿한 손맛을 느낄수 있는 참붕어가 인기가 많을수 밖에 없고, 먹는 입장에서 본다면, 참붕어가 훨씬 맛있고, 영양도 많습니다. 

아니, 영양이라기 보다는 약효라고 하는게 맞겠죠... 

그까짓 민물고기가 무슨 약효까지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실텐데, 그건 정말 천만의 말씀입니다. 

지구상에 살고있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종류의 수중생물은 대부분 수(水)의 기운을 가지고 있고, 일부의 몇몇 종류는 화(火)의 기운을 가지고 있고, 유일하게 토(土)의 기운을 가진 생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붕어입니다. 

한의학적으로 봤을때 물에 살면서 흙의 기운을 가진 생물의 약효가 엄청나게 뛰어나다고 합니다. 제가 한의학적인 전문지식이 있는건 아니라 자세히 설명드릴수는 없지만, 암튼 그렇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에서 유용한 참붕어가 유감스럽게도 별로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참붕어가 나오는 낚시터라고 한다면, 낚시꾼들이 환장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참붕어에 끌려서 그 곳으로 계속 낚시를 가게 되었고, 천운으로 65센티미터짜리 참붕어를 잡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마악 가슴이 떨려옵니다. 

잉어라 하더라도 그정도의 크기면 사람들 입이 딱 벌어지게 마련인데, 붕어가 그정도 크기였으니... 그것도 참붕어가... 

당시 그 자리에서 100만원 줄테니 자기한테 팔라고 하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전쯤 이야기니까, 지금 화폐가치로는 100만원이 훨씬 넘는 것입니다. 

에구... 제가 낚시를 너무 좋아해서 그만 얘기가 샛길로 새고 말았네요...^^; 죄송함다... (-,-) (__) (-,-)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면... 

이런 이유에서 그 곡릉천이라는 개울가에 자리를 잡고 여름 내내 낚시를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곡릉천이라는 개울이 개울치고는 긴 편이어서 아마도 몇십킬로미터는 되는데, 제가 낚시를 했던 자리는 봉일천 시장 뒷편에 있는 다리 근처였습니다. 

개울이 길긴 하지만 폭이나 깊이 면에서는 규모가 작은편이었고, 깊이가 깊지 않다는 것은 큰 물고기가 놀기에 적합치 않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주로 수심이 깊은곳에서 낚시가 잘되고, 그 다리 근처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당연히 이곳에 많은 낚시꾼들이 몰려있었습니다. 

처음 며칠동안은 그저 낚시만 했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낚시꾼들이 몇명 있었고, 이제 그 사람들과도 친해져서 가끔씩 같이 점심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서로의 낚시 비결에 대해 이야기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매일 얼굴을 보는 낚시꾼들중 한사람 만이 소위 명당자리라고 불리우는 다리 근처에서 멀리 떨어져서 혼자만 낚시를 했고, 단 한번도 다른 낚시꾼들과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낚시를 하던 자리는 좀 특별한 지형으로 수심이 특별히 낮은 곳이었습니다. 

그런 장소에서는 낚시가 잘 될리가 없는데에도 그 사람은 항상 그 자리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주위에서 찬바람이 불 정도로 냉랭한 그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볼 용기는 없었고, 그렇게 궁금증만을 계속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꿈을 꾸었는데 이상한 꿈이었습니다. 

제가 평소와 마찬가지로 낚시터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낚시대가 활처럼 휘어졌고, 저는 죽을 힘을 다해서 낚시대를 잡아당겼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씨름을 하다가 드디어 미끼를 물었던 물체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는데, 제가 기대했던 월척이 아니라 사람의 시체였습니다. 

너무 놀라서 잠에서 깨었고, 시체를 건졌다는 점에서 찝찝하고 약간 무섭기는 했지만, 꿈속에서라도 그 생생한 손맛을 잊을수가 없었고, 이상하게도 오늘은 꼭 엄청난 월척을 잡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낚시도구를 챙겨들고 집을 나섰는데, 처음에는 구름만 끼어있던 날씨가 금새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했고, 버스를 타고 낚시터에 도착할 무렵에는 거의 폭우 수준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는 탓에 평소에 거의 매일 낚시를 하던 낚시꾼들도 보이질 않았고, 몇명 있던 낚시꾼들도 막 철수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꿈속에서의 손맛이 잊혀지질 않아서 파라솔 위에 비닐을 씌워서 조그만 텐트를 만들고 그 속에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낚시를 시작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이미 다른 낚시꾼들은 모두 자리를 뜬 상태였고, 저 멀리에 한 사람만이 낚시를 계속 하고 있었습니다. 

나같이 미친놈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피식 웃으며 그 사람쪽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그 사람은 바로 항상 혼자 떨어져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날도 그 자리에 있었고, 이상한 점은 그렇게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우산조차 쓰지않고 비를 맞으며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른 짜릿한 손맛을 보기위해 낚시에 열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바람도 세차게 부는 탓에 평소 낚시바늘을 물속에 던지기가 무섭게 입질을 하던 곳에서 세시간이 넘도록 단 한번의 입질조차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점심때가 가까워질 무렵 제일 짧은 낚시대에 입질이 왔고, 힘차게 채임질을 하자 낚시대가 정말 활처럼 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시간을 넘도록 기다린 입질이었기 때문에 허무하게 놓칠수는 없다는 생각에 부러질듯한 낚시대를 꼭 붙잡고 끌어당기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팅 하는 소리와 함께 낚시줄이 물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너무 작은 바늘을 썼는지, 바늘이 부러져 있었습니다. 

방금전의 그 엄청난 힘을 생각한다면 바늘이 부러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때까지 한칸 반짜리 하나와 두칸 반짜리 낚시대 두개를 사용하던 저는 바로 세칸 반짜리 낚시대를 두개 더 꺼냈고, 바늘도 잉어를 낚기위한 바늘로 바꿨습니다. 

그리고 제 예상이 적중하여 세칸반 짜리 낚시대에 입질이 찾아왔습니다. 

힘껏 채임질을 하자 아까처럼 낚시대가 활처럼 휘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아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낚시대를 적당히 늦췄다가 당겼다가 하며 그놈의 힘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적당히 조절을 하려고 했지만, 낚시대가 부러질정도로 휘어지는걸 막을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놈을 놓치지 않으려는 제 마음을 아는지 낚시대가 신통하게도 버텨주었고, 그렇게 한시간이 넘는 시간을 씨름을 하고 나서야 힘이 점점 빠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더이상 끌어당길 힘도 없었고, 손과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한시간이 넘도록 고생한 것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정말 젖먹던 힘까지 짜냈습니다. 

그리고 십분쯤 후 드디어 힘이 완전히 빠진 그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엄청난 놈이었습니다. 

이젠 그런 엄청난 놈을 물 밖으로 끌어내는 일만 남았는데, 힘이 빠진 상태에서도 간간히 저항을 하는 그놈 때문에 뜰채를 집을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도움을 청할 사람이 많았겠지만, 그날은 저와 항상 같은자리에만 있는 그 낚시꾼 두명 뿐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다급한 마음에 소리를 질러 그 낚시꾼을 불렀고, 몇십번을 불러서야 그 낚시꾼이 이쪽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낚시꾼의 도움을 받아 결국 한시간 반 가량 사투를 벌인 그놈을 물밖으로 꺼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정신력으로 버텼던 저는 그만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웠고, 아직까지도 부들부들 떨리는 손과 팔 때문에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몸을 일으켜 도와주었던 낚시꾼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낚시꾼은 여전히 냉랭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놈이 드디어 잡혔구먼... 내가 이놈을 잡으려고 여기서 일년을 기다렸는데, 결국 나는 이놈과 인연이 없던 모양이네... 하기야, 지금은 이놈을 잡아봐야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오기 하나로 이놈을 기다렸는데, 섭섭하구먼..." 

이렇게 얘기하고는 술이라도 한잔 대접한다는 제 말을 들은척도 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잠시후, 반나절을 퍼붓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뚝 그치고, 활짝 개었습니다. 

그리고 근처 소주집으로 비를 피하러 갔던 낚시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고, 제가 잡은 거대한 붕어를 보고 다들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다들 물어보는게 이걸 어떻게 혼자 잡았느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낚시꾼이 도와줬다는 얘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낚시꾼은 오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예전에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얘기한 그 자리에는 정말 사람이 단 한번도 가지 않았던 것 처럼 풀만 무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귀신에 홀린것도 아니고, 분명히 방금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있던 자리였는데... 

약간 이상한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처럼 대단한 붕어를 잡았다는 기쁨에 금새 잊어버렸습니다. 

주위에 구경하던 낚시꾼 중에 줄자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있어 길이를 재 보았더니 자그마치 65센티미터나 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자기한테 팔면 안되겠냐고 하는걸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왔고(평소에는 항상 시외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혹시 버스안에서 상처라도 입을까 하는 걱정에 거금 2만원을 주고 택시를 타고 집에 왔습니다.) 당시 노환으로 누워계시던 외할머니 약으로 유용하게 썼습니다. 

정말 약효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병원에서도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했던 외할머니께서 얼마후 자리에서 일어나실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후 6년을 더 사시다가 2000년도에 돌아가셨습니다. 

아무튼 그때는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짜릿한 손맛에 외할머니께 효도한번 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 이상한 낚시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후 제가 98년도에 재대한 후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가게 되었는데, 그때 아버지께 놀라운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큰 붕어를 잡은곳 근처에서 낚시를 했기 때문에 옛날 기억을 되새기게 되었고, 아버지는 그 이전 얘기까지 하시면서 붕어의 약효에 대해 말씀을 하셨는데, 그 이전 얘기라는 것을 듣고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낚시를 하기 1년반 전에 이곳에 자주 오셨답니다.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서 부담없이 얼음낚시를 하기 좋았기 때문에 그곳을 계속 찾으셨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한 낚시꾼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예 텐트를 집처럼 크게 쳐놓고 그 안에서 먹고 살면서 낚시를 하고 있었답니다. 

아버지는 그 사람을 몇번 본 후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이 원래 위암 말기 환자였다고 합니다. 

병원에서도 너무 늦어서 가망이 없으니 수술보다는 차라리 남은 몇개월 만이라도 편히 살다 죽는게 낫다고 포기를 했었답니다. 

그 사람도 평소에 낚시를 좋아하던 사람이라서 차라리 낚시라도 원없이 하고 죽어야 겠다는 생각에 매일 낚시를 하러 왔고, 잡히는 붕어를 놔주기도 뭐해서 그걸 가지고 계속 약을 해먹었는데, 1년이 다되도록 몸이 점점 안좋아 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건강해 지는 기분이었답니다. 

그래서 남은 여생이라도 건강한 기분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계속 붕어를 가지고 약을 해 먹었고, 2년정도 지난 다음에 이상한 생각에 다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놀라면서 암세포가 깨끗이 없어졌다고 했답니다. 

그 이후로 그 사람은 계속 낚시를 다니면서 잡은 붕어로 약을 해 먹으면서 지금은 건강하게 산다고 합니다. 

그렇게 계속 낚시를 다니는데, 그 사람의 어머니가 췌장암에 걸렸고, 자신이 나은 생각을 하고 붕어를 잡아서 계속 약을 해드렸답니다. 

그렇게 계속 낚시를 하다가 어느날인가 엄청나게 큰 붕어를 잡을뻔 한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 붕어가 제가 잡았던 붕어일 거랍니다. 

아무튼 그 붕어를 거의 다 잡았다가 놓치고 나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길이 없었답니다. 

그정도 크기의 붕어라면 약효도 뛰어날 것이고, 그런 붕어로 약을 해드리면 어머니가 금방이라도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나실것 같아서 그 다음날 부터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그 붕어를 놓친 자리에서 거의 한달동안 낚시를 하고 있다고 했답니다. 

아버지가 그 낚시꾼과 만났던때에 한참 그 큰 붕어를 잡으려고 할때 였답니다. 

아버지는 며칠 더 낚시를 다니시다가 개학을 하면서 한동안 낚시를 못가셨고, 여름방학이 되어 다시 그곳으로 낚시를 하러 가셨는데, 텐트는 그 자리에 있었지만 사람은 없었답니다. 

주위에 있는 낚시꾼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며칠전에 큰 비가와서 물이 엄청나게 불어났는데도 그 자리를 뜨지않고 있다가 그만 급류에 휩쓸려서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텐트가 있던 자리가 바로 제가 그 이상한 낚시꾼을 보았던 자리인 것이었습니다. 

순간 오싹해지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낚시터에 갔을때가 그 사람이 죽은지 1년정도 지난 때였고, 그 이상한 낚시꾼이 했던 말도 자신이 1년이 넘도록 제가 잡은 그놈을 기다렸다고 하고... 

아마도 자신의 어머니께 그 붕어를 잡아서 약을 해드리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때문에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번 얘기는 제가 워낙 낚시를 좋아하는 탓에 좀 샛길로 많이 빠졌습니다.^^; 

 

------------------------------------------------ 9 편 끝 ------------------------------------------------------

 

 

요즘 회사일이 바빠서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그저 제 경험에 조잡한 글쏨씨에 성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신점은 저로서는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글을 올리는 이유는 그저 저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에서이지 인기를 끌어서 글을 연재하고자 하는것은 아니라는 점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가위에 눌리는 경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는 정말 귀신에 의해 가위를 눌릴수도 있고, 강한 영능력을 가진 사람이 가위를 눌리게 할수도 있고, 수맥때문에 가위에 눌릴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 짧은 소견으로는 강한 기의 흐름이 가위에 눌린다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여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TV에서 한번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달마도가 수맥을 차단하고 좀 특이하게 생각될수 있던것이 글씨로 이루어진 십자가가 수맥을 차단하는 걸 본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보고 저는 예전에 몇번 뵈었던 스님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실히 사람의 기를 다른 사물에 주입할수가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경험했던 것도 이와 비슷한 것입니다. 

제가 대학교 4학년때 외할머니께서 여름방학때 돌아가시고나서 한참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계속 실의에 빠져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대학교 친구가 함께 고향에 갔다오자고 하여 그 친구와 함께 그 친구의 고향에 갔었고, 그 친구의 소개로 한 스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평소 영화나 TV에서 나오는 스님들만 생각하던 저는 그 스님을 뵙고 이런 생각이 완전히 깨지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깎은것 이외에는 어느 한구석 스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술, 고기도 드셨고, 심지어는 제가 처음 그 스님을 찾아갔을때에는 여자와 잠자리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스님이 땡초라는 생각이 들며 불쾌했습니다. 

하지만 두번째 그 스님을 찾아갔을때에는 지난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불경을 읽고 계셨습니다. 

사람이 찾아온지도 모르고 한참을 불경을 읽고 계시던 그 스님은 제 얼굴을 보시더니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근심걱정이 온몸을 뒤덮고 있구나... 그 근심걱정이 비록 그리움으로 비롯된 것이지만, 이렇게 평생을 그리움으로 지낼수는 없지 않는가?" 

"내가 불경을 몇자 적어줄테니 그 불경을 보면서 한번 그 그리움을 열심히 살아가는 힘으로 바꿔보지 않을텐가?" 

그러면서 먹과 붓을 꺼내시더니만 큰 종이위에 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점심때쯤 스님을 뵈러 갔는데, 불경을 다 쓴게 해가 질 무렵이었으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났던것 같습니다. 

그렇게 땡중같은 스님이었는데, 불경을 쓰고 있는 옆에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 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오랜시간 공들여 쓴 불경을 보니, 글자를 보면 불경이 분명한데, 전체적인 모양을 보니 일만만자 였습니다. 

한참동안 불경을 쓰신 스님은 온몸에 땀을 비오듯 흘리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보고 희미한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속에 번뇌가 생길때마다 이걸 보면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스릴수 있을거네. 자네의 그리움이 너무 큰 것 같아서 내 명을 조금 깎아서 쓴 불경이니 자네가 소중히 간직만 해준다면 나로서는 큰 보람이 되겠구만..." 

그리고는 아까의 진지함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금새 술을 찾으셨습니다. 

그렇게 그 불경을 받아가지고 친구의 집으로 돌아왔는데, 정말로 그 불경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 불경을 품속에 넣은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받아온 불경을 저는 항상 품안에 품고 다녔고, 덕분에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 몸과 마음이 상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불경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마음을 편히 해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의 위력이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불경을 받은지 6개월쯤 되던 어느날 길에서우연히 고등학교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평소에도 가끔씩 전화통화를 하고 일년에 한번정도 만나던 친구였는데, 제가 재대하고 얼마후 한번 만난이후로는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친구였는데, 입시운이 정말 너무 없어서 제가 대학교 졸업을 앞둔 시점에도 입시준비를 하던 친구입니다. 

부모님은 경기도 파주에서 음식점을 하고 계시고, 그 친구는 입시학원에 다니느라 서울에서 혼자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하시는 음식점이 워낙 잘되서 돈 걱정은 안해도 되는 친구였지만, 그 나이가 될때까지 집안에 아무런 보탬이 되질 않는게 죄송하다고 조그만 다락방에서 자취를 하였습니다. 

오래만에 만난 친구를 보니 반갑기도 하고, 그리고 그 친구 얼굴이 너무 수척하고 안되보여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술이나 한잔 하며 이야기를 하려고 친구가 자취를 하던 다락방으로 소주 몇병과 안주거리를 조금 사가지고 자취방으로 갔습니다. 

자취방에 가보았더니 방의 크기는 사람 두명이 누우면 꽉 찰만한 크기였고, 지붕도 낮아서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면 겨우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 방을 보고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동안 한번도 와보지 않았던게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좁은 방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소주를 한잔씩 마시기 시작했고 서로 지난 몇년동안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새벽 두시가 되었고, 집에 가려는 저를 친구는 계속 붙잡았습니다. 

꼭 자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너무 반가와서 그러는줄만 알고 자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좁은 자취방에서 친구와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친구가 저를 깨우는 소리를 듣고 일어났는데, 그 친구의 표정이 어제와 달리 밝아 보였습니다. 

그래도 나때문에 그 친구가 조금이나마 밝아졌다는 생각에 저도 덩달이 기분이 좋아졌고, 그렇게 친구의 자취방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한밤중에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저에게 자취방으로 빨리 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나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해서 저는 급히 친구의 자취방으로 갔습니다. 

자취방이 가까워 질수록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기분은 제가 예전에 귀신을 볼때마다 느끼던 그런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기분이 친구의 자취방으로 인한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취방에 도착했을 때에 그 친구는 방 바닥에 쓰러져 온몸에서 땀을 비오듯 흘리며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친구를 업고서 병원에 가려고 친구를 안아서 일으키려는 순간 그 친구가 깨어났습니다. 

깨어나기는 했지만, 거의 탈진해 있는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왜 나에게 전화를 했는지, 그리고 내가 도착했을때 왜 그렇게 실신해 있었는지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자신이 그 자취방을 구한지 한 2년정도 되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재수, 삼수, 사수...그리고 군대에 갔다와서 다시 입시에만 매달리는게 죄송해서 한달에 월세 5만원 밖에 안하는 그 자취방으로 옮기게 되었답니다. 

항상 입시준비 때문에 하루에 세시간 정도밖에 안잤는데, 이상하게도 그 자취방으로 옮기고 난 후로는 그 세시간 마저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답니다. 

항상 이상한 느낌에, 잠깐이라도 잠을 자게되면 항상 가위에 눌리고, 가끔씩은 헛것이 보이기도 했답니다. 

생각같아서는 자취방을 옮길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보증금도 한푼 없이 월세 5만원만 받는 방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취방을 옮기지 못하고, 대신 학원에서 잠깐씩 책상에 누워서 자는 것으로 부족한 수면을 보충했답니다. 

처음에는 그러는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지낼만 했는데, 일년전 부터는 방안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자취방에 들어서면 이상하게도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답니다. 

그런데 며칠전 내가 자취방에 갔을때에는 그런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저에게 자고 가라고 붙잡았고, 그 자취방에서 2년동안 처음으로 제대로 잠을 잤답니다. 

하지만, 내가 돌아가고 난 다음에도 예전과 같이 그런 생활이 반복되었고, 저한테 전화하기 전 자취방으로 들어가는데, 그날따라 정말 자취방에 들어가기가 싫었답니다. 

하지만, 길에서 밤을 지새울수는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자취방으로 들어갔는데, 자취방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의 힘이 완전히 빠지며, 이런게 죽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서 젖먹던 힘까지 다해 수화기를 들고 저에게 전화를 하고나서 정신을 잃었답니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누군가를 보았답니다. 

한 젊은 여자였는데, 자신을 계속 원망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어디론가 데리고 가려는 것이었답니다. 

자신은 그 여자를 따라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고, 하지만 그 여자는 손목을 움켜쥐고 친구를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그 손목을 뿌리칠 수가 없었답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우연히 그 친구의 손목을 쳐다보았는데, 손목에 멍 자국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놀라서 그 친구의 손목을 자세히 보았는데, 그 멍자국은 누군가의 손에 힘껏 눌린듯한 자국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정황이나 그 친구의 손목에 있는 멍자국을 보니 보통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다음날 군대에 함께 있던 졸병을 불렀습니다. 

이 졸병이 누군지는 제가 올렸던 글을 보신분은 잘 아실겁니다. 

그리고 제대한 후에는 이 졸병과 형, 동생 하면서 지낸답니다. 

아무튼 그 졸병은 친구를 보자마자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말을했습니다. 

"지금 저 친구분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상태로 놔두면 며칠 안가서 죽을거예요. 무슨일이 있었는지 저한테 자세히 말해주세요." 

저는 지금까지 상황을 졸병한테 자세히 말했고, 졸병과 함께 자취방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같이 자취방으로 가는 중간에 졸병은 계속 이상하다는 듯이 제 가슴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자취방이 가까워 오자 어제 느꼈던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고, 졸병도 역시 그 이상한 느낌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취방에 도착하자 그 이상한 느낌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졸병은 다시한번 제 가슴을 쳐다보더니만 저한테 묻는 것이었습니다. 

"형, 가슴속에 뭐 들어있어요? 혹시 부적 같은거예요?" 

"가슴속에? 아무것도 없는데... 아... 이거 부적이 아니라 불경인데..." 

전 그 불경을 졸병에게 보여줬습니다. 

졸병은 그 불경을 한참을 들여다 보더니만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형, 저거 어디서 구했어요?" 

"얼마전에 한 스님이 써 준건데? 왜? 이게 이상해?" 

"어떤 스님인지 몰라도 정말 대단한 분인가 보네... 나도 저렇게는 못하는데..." 

졸병은 그 불경때문에 아까 그 이상한 기운이 사라진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이걸 써준 스님이 이것때문에 수명이 몇년은 줄어들었을거라고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졸병은 여러가지 도구를 꺼내서 뭔가 조치를 했고, 며칠 후 다시 친구를 자취방에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자취방에 오는 걸 두려워 했으나, 그 졸병에 대해서 제가 얘기도 해주었고, 저도 함께 간다는 다짐을 받고서 겨우 갈 수 있었습니다. 

나와 함께 자취방에 갔을때 졸병은 그 친구는 모르게 저만 알고 있으라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방에서 예전에 분명히 누군가가 죽었고, 그 원혼이 친구에게 해를 끼친 것이라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집 주인한테 한번 물어보라고... 

자취방에 들어와서 예전의 느낌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친구는 환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불안해 하는 친구를 혼자둘 수 없어서 일주일동안 함께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일찍 집 주인이 찾아왔습니다. 

며칠전 부터 방세를 받으러 왔는데 그동안 어디갔었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졸병이 해준 이야기가 떠올라서 그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냥 물어보면 잡아뗄것 같아서 마치 형사인것 처럼 하면서 물어보았습니다.(제가 의경출신이라...^^;) 

"아주머니, 지금 이런 방을 사람한테 살라고 월세를 내준겁니까? 이건 완전히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예요. 알기나 하세요?" 

아주머니는 다짜고짜 제가 하는 말에 놀라며 물어보았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슨일이 있었는지 다 알면서 지금 형사인 저까지 속이려는 겁니까? 이 아주머니 안되겠네... 같이 경찰서로 갑시다." 

"...아니... 제가 뭘 어쨌다고..." 

"이 아주머니가 끝까지... 정말 안되겠네..." 

"제가 귀신을 부리기라도 한다는 건가요?" 

"귀신이요? 아주머니 잠깐만, 좀더 자세히 얘기해봐요" 

"... 아니... 귀신은 무슨 귀신이요... 잘못 들었어요..." 

"정 이렇게 나온다면 경찰서에 같이 가는 수 밖에 없어요." 

"그럼 제가 얘기하면 경찰서에 안가도 되나요?" 

"예, 사실대로 얘기한다면 안데려 갑니다. 제가 약속하죠." 

아주머니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5년전쯤 다락방에 한 신혼부부가 들어왔습니다. 

남자는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이었고, 여자는 미싱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아직 정식으로 식을 올리지도 못하고, 여자가 미싱 공장에서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남자 책값하고 생활비를 마련해야 되어서 근처에서 제일 싼 그 방에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달에 월세 10만원에 남자가 공부하기 위한 책값에 시골에 혼자계신 아버지의 약값, 그리고 두사람 생활비까지 마련하기에는 여자가 미싱공장에서 벌어오는 돈은 턱없이 모자랐고, 그 여자는 매일 야근을 하는 건 물론이고, 나중에는 아무도 모르게 술집에 까지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여자는 동네 아주머니들을 만나면 항상 자기 남편이 고시에 합격만 하면 고생 끝이라며 자랑을 하고 다녔고, 한번도 피곤한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서 그 여자의 바램대로 드디어 남자가 고시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아주머니가 월세를 받으러 갔을때에는 고시 합격을 자축하기 위한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었고, 아주머니도 함께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두 부부는 정식으로 연수원에 다닐때까지 한달만 더 있겠다며 한달치 방세를 선불로까지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 아주머니는 새로 월세로 들어올 사람을 데리고 방을 보여주러 왔는데, 그때 그 여자는 한달만 더 있겠다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연수원에 간 남편이 연수원 근처 좋은 방을 구한다음에 데리러 오기로 했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주머니가 그 여자를 길에서 마주쳤는데, 며칠전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보이던 그 여자의 표정이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이유를 물어봐도 별 일 아니라고만 할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달이 다 지나갈 무렵이 되었는데, 어느날 저녁 동네 슈퍼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는 그 여자를 보았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냥 지나치려고 하는데, 여자가 울고 있는것 같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통화하는 걸 들었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연수원에 가서 연락을 하겠다던 그 남자는 연락이 없었고,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는 그 남자를 찾아서 연수원으로 갔는데, 그 남자는 이미 딴 여자와 결혼식 날짜까지 잡았던 모양입니다. 

그 여자는 절대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에 어렵게 알아낸 그 남자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그 남자에게 전화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남자의 태도는 단호했고, 여자는 울면서 실신을 하였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여자를 방에까지 데려다 주고 잠드는 걸 보고서 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걱정된 아주머니는 자기 집에 내려와서 같이 아침을 먹자고 하려고 다락방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계단 난간에 목을 매고 자살한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동네 소문때문에 다락방에 월세를 낼수가 없었고, 일년쯤 지나서 소문이 잠잠해 질때쯤 다시 월세를 놓기 시작했는데, 모두 한달을 버티지 못하고 나갔고, 어쩔수 없이 처음에 10만원이었던 월세가 8만원, 7만원,... 5만원까지 내려갔고, 2년전쯤 친구가 들어왔던 것입니다. 

오늘 말씀드리려고 했던건 이게 아닌데, 그만 얘기가 딴데로 새고 말았군요^^; 

아무튼 졸병한테 그 얘기를 한 다음 그녀를 위해 졸병이 위령제를 지냈고 제 친구는 아직도 그 자취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전 그 스님께 받은 불경을 아직도 보물처럼 소중하게 지니고 다니고 있고, 재작년인가 그 스님을 뵈러가서 다시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올 수 있었고, 제 졸병은 작년부터 그 스님에게 뭔가를 배우겠다고 회사도 그만두고 산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얘기가 딴길로 새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  10편 끝 ------------------------------------------------------

 

 

이번에는 또다시 혼자 움직이는 그림자를 본 얘기를 할까 합니다. 

제 친구가 건대 충주캠퍼스에 다녔는데, 그곳에 가서 경험을 했던 것입니다. 

친구가 삼수를 해서 제가 회사에 취직한 후에도 학교를 계속 다녔습니다.^^; 

제가 입사 첫해 여름휴가때에 회사일을 핑계로 한동안 못만난 그 친구를 보려고 충주에 갔습니다. 

저 말고도 다른 친구 두명과 함께 갔습니다. 

낮에 충주호도 구경을 하고 재미있게 논 후에 저녁에 친구의 하숙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친구의 하숙방에서 4명이 자기에는 좀 좁지만, 방학이라 하숙생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간 터라 몇개의 방이 비어있는 상태여서 따로 숙소를 구하지 않고 하숙집의 빈 방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맥주 몇병과 안주를 사와서 하숙방에서 먹고나서 친구들과 오랫만에 스타크래프트를 하려고 PC방으로 갈때였습니다. 

다들 취기가 오른 상태라 약간씩은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서 비록 문화시민으로 할 짓은 아니지만 전봇대를 잠시 이용하게 되었습니다.(죄송합니다. 담부터는 꼭 화장실을 이용하겠습니다.^^;) 

제가 소변을 보려고 하니 친구 한놈도 덩달아 같이 소변을 보겠다고 나섰고, 둘이 소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를 27이나 먹고 할짓은 아니지만 어렸을적 했던 것이 생각나 둘이 오줌 줄기를 X자로 교차하며 킬킬거리며 소변을 보자 옆에서 기다리던 친구 두명이 쪽팔리다며 먼저 앞쪽으로 걸어갔습니다. 

저와 한명의 친구가 소변을 보던 곳이 큰길로 나가기 전에 있는 전봇대였고, 두명의 친구는 큰길가로 나가있었는데, 큰길가의 여러개의 가로등에 의해 4개의 그림자가 생겼습니다. 

친구와 저는 소변을 다 보고나서 앞서간 친구들에게 가려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소변을 본 그 친구가 저한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자식 왜이렇게 까불고 있는거냐?" 

그 친구가 가리킨 친구를 쳐다보았는데, 그 친구는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의아한 생각에 물어보았습니다. 

"미친놈, 너 취했구나? 저놈 가만히 있잖아?" 

"저기 봐라... 저게 까부는게 아닌가... 그림자만 봐도 얼마나 까부는지 알겠다." 

저는 그 친구의 말대로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4개의 그림자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하나의 그림자만 혼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순간 술이 확 깨었습니다. 

군대에 있을때 그림자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에 느꼈던 공포까지 겹쳐져 순간적으로 온몸의 털이 솓구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그림자의 주인이 바로 제 친구인 사실이었습니다. 

무섭다고 혼자 도망을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저는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친구에게 소리를 쳤습니다. 

"야! 얼른 하늘한번 쳐다보고 땅한번 쳐다보고 그다음에 나를 쳐다봐!!!" 

그리고 무의식중에 그 친구에게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인지 그 친구는 그저 저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저는 그 친구 머리를 붙잡고 억지로라도 하늘을 한번 쳐다보게 하고 땅을 한번 쳐다보게 할 생각으로 전 속력으로 달렸습니다. 

제가 달려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영적 능력이 없는 저로서도 다급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저 저는 그 친구한테 최대한 빨리 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정말 죽을힘을 다해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친구를 잡는 순간, 그 친구는 땅으로 털썩 쓰러졌습니다. 

저는 아까 그 그림자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았지만 그 그림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 친구는 한참을 쓰러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습니다. 

아까 제가 그 친구를 부를때 그 친구는 이상한 기분이었답니다. 

자신의 몸이 자기 맘대로 움직이질 않고, 이상한 느낌에 옆에있는 친구에게 말을 하려고 해도 입이 떨어지질 않았답니다. 

그리고 조금후 자신의 몸으로 무언가가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고, 자신의 몸에 뭔가가 들어오면 안될것 같은 막연한 생각에 저항을 하려고 했고, 그래서인지 몸이 심하게 떨렸답니다. 

그리고 제가 자신을 잡았을때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오려던 이상한 힘이 순간적으로 빠져나가면서 쓰러졌답니다. 

나중에 졸병한테 물어보았더니, 스님이 써준 불경때문에 그럴거라고 했습니다. 

그 불경에 그 스님의 기가 담겨있어서 웬만한 귀신은 근처에도 오지 못할 것이랍니다. 

졸병은 지난번 다락방에 자취하던 친구사건 이후 다른 물건에 기를 담는 것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대충 이렇답니다. 

간절한 마음이나, 모든 신경을 쓰면 다른 사물에 자신의 기를 담을수가 있답니다. 

특히 기가 강한 사람이라면 사물에 담긴 기도 역시 강한 힘이 있답니다. 

그래서 옛날에 명필들이 글을 많이 남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명필들의 경우에는 한글자를 쓸 때에도 모든 신경을 써서 글씨를 쓰기 때문에 글자에 기가 담기게 되고, 이로인해 자신의 기가 쇠하기 때문이랍니다. 

달마도가 수맥을 차단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랍니다. 

달마도 자체에 힘이 있는게 아니라, 달마도를 그리는 사람의 기가 달마도 안에 들어가서 그런 힘을 발휘한느 것이랍니다. 

그리고 졸병이 당부했던 말은, 될 수 있으면 충주에 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졸병이 충주로 신입생 수련회를 가서 경험한 것도 있고, 아무튼 충주쪽이 뭔가 조화가 맞지 않는 것이 있어 그런 일이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졸병은 스님을 따라 산으로 들어가 있으면서도 두세달에 한번씩은 충주에 가곤 합니다. 


 

이번에는 제가 고등학교때 겪었던 일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원래 외가는 안중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여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외가가 안중에 있을때에는 근처에 물이 별로 없어서 놀기에 좋은편이 아니었는데, 여주로 가서는 남한강 줄기가 있어서 여름방학때 놀러가기가 좋아졌습니다. 

덕분에 저도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때 친한 친구들 6명과 함께 외가로 놀러 갔습니다.(이 6명 중에는 그림자 사건때 있던 3명도 있습니다.^^;) 

강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수영도 하면서 며칠동안 즐겁게 놀았던 우리는 이제 물놀이에도 약간 싫증이 났습니다. 

이때 친구중에 한명이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내일 해가뜨자 마자 남한강 줄기를 따라 상류쪽으로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모험한다 생각하고... 

길도 모르고, 강 줄기를 따라간다고 뭐가 나올지도 모르면서도 괜한 객기를 부리느라 우리들은 흔쾌히 그 뜻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예정대로 새벽 일찍부터 강 줄기를 따라 상류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며칠동안 놀던 곳과 다른 풍경을 만난다는 재미와 하류쪽에서는 볼수 없던 신기한 물고기를 구경하는 재미에 푹 빠져 힘든줄도 모르고 상류를 따라갔지만, 점심때가 지나면서 슬슬 싫증도 나고 힘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저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가끔씩은 사람사는 동네도 나올줄 알고 아무런 준비없이 점심값만을 가지고 나섰던 우리들은 정말로 뱃거죽이 등거죽에 붙는듯한 허기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시점에서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왔던길로 되돌아 가는게 제일 안전했지만, 온 시간만큼 다시 가야 되는데, 그러다가는 다 굶어죽을 것 같았고, 그렇다고 무작정 강줄기만 따라서 계속 가기에는 뭐가 나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강줄기에서 직각으로 최대한 떨어지자는 것이었습니다. 

조금만 가면 차가 다니는 도로도 나올거고, 인가도 나오리라는 막연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강에서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지형이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산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고, 우리는 산꼭대기로 올라가서 어디에 마을이 있는지 확인하고 거기로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오르기 시작한 산길이 해가 질 무렵까지도 산 꼭대기에 올라가지 못하고 산속을 헤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너무 지친나머지 모두 탈진상태로 바닥에 널부러 지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있는데, 어디선가 목탁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목탁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10분쯤 달려갔더니만 정말 영화속에서나 나오는 벼랑끝에 메달려 있듯이 있는 조그만 암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문앞에는 승가사라는 현판이 있었습니다. 

제가 만약에 승가사라는 이름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어떻게든 그곳에서 벗어났을텐데 그 당시에는 승가사라는 이름을 몰랐기에 문 안으로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도데체 승가사라는 절이 어떤 절이길래 이러느냐고 묻는 분이 계실텐데 좀 자세히 설명드리면 이렇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승가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이 총 5개가 있습니다. 

서울에 한곳, 충청도에 두곳, 전라도에 한곳, 그리고 강원도에 한곳이 있답니다. 

그중에서 제일 큰 절이 서울 구기동 북한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승가사 입니다. 

이곳이 승가사의 본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규모나 여러가지 면에서 꽤 큰 절에 속합니다. 

그 절은 통일신라시대에 당나라의 승가대사라는 고승이 세운 절이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그리 규모가 크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후세에 승가대사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절이 점점 커지게 되었고, 타 지방으로 분점까지 생기게 되었답니다. 

대신에 분점에 해당되는 승가사들은 모두 규모가 암자 수준이고, 동네에 승가사가 있더라도 모르는 사람도 많답니다. 

아무튼 이런 승가사에 무슨 사연이 있어서 그러냐고 물으신다면... 

예전부터 전설속에 귀신이 살거나 원혼과 연관된 절의 이름이 대부분 승가사 입니다. 

물론 발음은 승가사로 똑같지만, 한자로는 서로 다른 글자를 사용합니다.(제가 한자를 잊어버려서 좀더 상세한 설명은 다음에 해야 될것 같습니다.^^;) 

아무튼 국내에는 전설속에 나오는 그 승가사라는 곳은 정말 전설속의 절 일뿐 존재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발견한 그 절이 바로 전설속의 승가사였던 것입니다. 

경기도에는 승가사가 없거든요...--;; 

제가 승가사의 전설과 내력에 대해 들은게 군대 졸병한테 였으니까 고등학교 1학년이던 그때는 알 턱이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굶으며 험한 길을 헤메고 다녔던 우리들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반가워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승가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비록 조그만 암자였지만 내부는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고, 노승 한명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사정 이야기를 하고 저녁밥을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기름진 음식과 비린 음식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나물밖에 없는 반찬이었지만 우리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며 허겁지겁 먹어 치웠습니다. 

그리고 노승에게 길을 물어 산을 내려가려고 했지만, 이미 해가 저물었고, 길이 험하니 하룻밤 이곳에서 묵고 가라는 노승의 권유도 있고 해서 그 암자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기쁜 마음에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고, 잠시후에는 눈앞에 놓여진 밥을 조금이라도 뱃속에 집어 넣으려고 기를 썼기 때문에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노승이 안내한 방에 들어서면서 부터 약간씩 이상한 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조그만 암자라고 하지만 손바닥 만한 불상이라도 있어야 할텐데, 지금까지 불상을 단 하나도 보지 못했고, 노승 혼자밖에 없는 암자에 오랜기간 사용하여 심하게 닳은 식기와 수저가 여러개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아까는 목탁소리를 듣고 이곳을 찾아왔지만, 그 노승은 목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상한 생각도 몰려드는 잠때문에 금방 잊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한참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잠에서 깨어 쳐다보니 친구중 한명이었습니다. 

왜그러냐고 물으려는 저의 입을 막으며 그 친구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조용히 하고, 딴 애들 얼른 깨워... 얼른 여기서 나가야돼... 이유는 묻지말고 얼른..." 

갑자기 저런 태도를 보이는 친구가 이상하고 궁금하기도 했지만, 워낙 간절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서 그 친구와 함께 친구들을 깨우기 시작했습니다. 

7명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자 그 친구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모두들 정신차려서 내 얘기 들어... 내가 문을 열고 뛰기 시작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저 나만 따라서 뛰어야돼... 알았지?" 

안그래도 막 잠에서 깨어나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뛰기만 하라고 하니 모두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너무 다급하고 간절히 말하는 그 친구의 얼굴을 보고 그 친구의 말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방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어디선가 그림자가 하나 나타났습니다. 

모두들 조용히 누워서 자는 척을 하면서 그림자의 움직임을 주시했습니다. 

그 그림자는 방문 앞에서 한참동안을 서 있다가 어디론가 사라졌고, 방문 뒷편 조그만 창문쪽에서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그 그림자는 그 창문쪽에서 머물러 있는데 방문쪽으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또하나의 그림자가 그 그림자 뒤편에서 나타났습니다. 

먼저 잠에서 깨어난 친구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강도쯤으로 생각하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만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림자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그림자들이 뒤쪽 창문에 나타날 무렵 그 친구가 문을 힘껏 박차고 뛰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나머지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동시에 그 친구를 따라 뛰기 시작했고, 그리고 산 아래를 향해 죽을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깜깜한 한밤중이라 주위 사물을 분간하기도 어려운 터라 나뭇가지에 온 몸을 긁혀가면서도 죽을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에야 산 아래쪽으로 내려올 수 있었고, 저 멀리 보이는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불빛이 보이는 곳 까지 달렸습니다. 

불빛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고 나니 그곳은 조그만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이래봐야 8가구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마을 입구에는 조그만 구멍가게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의 긴장이 풀리면서 구멍가게 앞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처음에 잠에서 깬 친구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친구의 얘기는 이러했습니다. 

원래 민감했던 친구는 비록 몸을 가누지도 못할정도로 피곤하긴 했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한참을 뒤척이고 있는데, 방금전까지만 해도 온 세상을 다 얻은듯이 불러왔던 배가 순식간에 꺼지는 느낌이 들었고, 이상하게 생각되어 방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는데, 아까는 분명히 회색 승복을 입고 있던 그 노승이 어느샌가 흰색 옷을 입고서 마당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더랍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잠을 자려고 옷을 갈아입었다고 별수롭지 않게 넘겨버릴 일이었는데, 그 노승의 머리를 보고서 그만 기절을 할 뻔 했다는 것입니다. 

아까는 파르라니 깍은 머리였는데, 지금은 그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가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이 절에 도착해서 있었던 일을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모든게 이상하더랍니다. 

절에 불상이 하나도 없던것도 그렇고, 노승 혼자 있는 절에 누군가가 쓰던 식기와 수저가 많이 있는 것도 그렇고, 향불 하나 피워있지 않은 것도 그렇고, 목탁소리를 듣고 찾아온 이 절에 목탁이 없었던 것도 그렇고... 

친구는 그 노승이 분명 귀신일 것이라 생각하고 저를 깨웠던 것이고, 결국 그렇게 모두들 산 꼭대기에서 부터 산 아래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뛰어 내려오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저 강도나 도둑들 쯤으로 생각했던 그림자들이 귀신이었다는 생각에 다시한번 몸서리 칠 수 밖에 없었고, 아무튼 그 근처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구멍가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우리때문에 잠에서 깬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외가에 전화를 했고, 잠시후 외사촌 형님이 트럭을 몰고와서 무사히 외가에 갈 수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간밤에 있던 자초지종을 모두 얘기하고 외사촌 형님과 어제 그 마을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도와주었던 아주머니한테 그 승가사라는 절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놀랍게도 그 아주머니가 50년을 이 마을에서만 살았지만 근처에 승가사라는 절이 있다는 얘기는 한번도 못 들어보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 승가사라는 절이 졸병이 얘기하는 정말 그 전설속에서나 나오는 그 승가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승가사가 전설속에서 흉흉한 절로 나오는 이유와 정확한 한자는 다음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제 머리가 나빠서...^^;)

 

--------------------------------- 11편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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