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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군대 실화 + 후편

가위왕핑킹2019.06.05 12:50조회 수 60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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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30분전에 전원투입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미 나가있는 근무자 전반야 근무자 후반야 근무자 심지어 취사병까지 상황실의 상황병을

 제외하고는 철책에 투입이 되는 것이지요.

평소에 근무를 서지 않는 초소까지도 전원 인원이 투입되어 해가 지고 30분 까지 근무를

 서게 됩니다.

저는 그날 전반야 근무로 자정 30분까지 근무를 서고 후반야 근무자와 교대를 하게 됩니다.

해지고 30분이 지나면 전반야 근무자인 3개 조 즉 6명만을 제외하고 모두 철수하여 막사

 안으로 돌아가게 되고요.

그렇게 전반야 근무자만이 철책에 남아 근무를 서면 본격적인 전반야 근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흘러 어느덧 22시 30분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슬슬 순찰자가 올때가 된 것입니다. 그날은 부소초장의 순찰차례.

약 10시가 되면 슬슬 막사를 출발해 1초쪽을 들러 다시 2초를 찍고 저희가 있는 문제의 초소로

 걸음을 향하게 되지요.

 "야 저기 온다."

 "예 알겠습니다."

저는 후임에게 저쪽 초소쯤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후 후임에게 고개짓 해보였습니다.

이미 후임도 눈치채고 있는 듯 날개진지에서 수구리고 앉아 전방 타겟에 대해 암구어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담배~"

 "셋!"

 "둘~"

후임은 무음으로 눈앞에 다가오는 부소초장에게 받들어 총을 해보였습니다.

하이바는 아니 헬멧은 턱끈없이 대충 걸쳐쓰고 총은 전령에게 맡기고는 죽겠다는 모양으로

 닝기적 제게 걸어오더군요.

 "박병장 어떻하냐?"

 "뭐가 말입니까?"

 "가을동화 하는 날인데 못봐서 어떻게?"

그러고는 후임쪽도 슥 살펴보는 것입니다.

 "저야 뭐 안봐도 그만이지만, 김일병이 많이 아쉬울겁니다."

 "그래?"

부소초장이 제 부사수를 바라보자 동기인 전령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던 그는 '아닙니다' 라고

 경직된 자세를 취하더군요.

그에 부소초장은 부사수의 어깨를 툭툭 두어번 치고는 고개짓으로 저희 근무초소를

 가르켜 보였습니다.

부사수는 후다닥 초소안으로 들어가 순찰일지를 들고 나와 부소초장에게 내밀더군요.

 "아~가을동화 봐야 하는데 옘병할 순찰이 딱 걸렸네."

 "하하하. 운이 없으셨습니다. 주말에 재방송 보셔야지 말입니다."

 "그러게..."

그러고는 부소초장은 휘갈기듯 순찰일지를 쓰고는 후임에게 건냈습니다.

 "후반야 것도 써놨다."

 "예."

새벽 2시경에도 순찰을 돌아야 하지만 이미 그것까지 계산해서 써놨다는 말이지요.

그 사이에 올 다른 근무자들의 공백을 몇칸 띄운채.

 "찍고올게~"

 "예 다녀오십시요. 충성."

짧게 받들어 총을 해보이고는 저는 후임을 바라보았습니다.

 "보고해."

 "예 알겠습니다."

저 멀리 51연대와의 협조점으로 올라가는 부소초장과 전령의 모습을 보며 저는 후임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 여기 52연대인데요..그쪽으로 저희 부소초장님 올라가십니다."

 '예 알았어요'

인터폰에서 저쪽 근무자의 소리가 작게 들려왔습니다.

51연대 협조점.

즉 그쪽은 저희와는 아저씨라 불리우는 계급 관계가 없는 남남인 사이이죠.

하지만 순찰자가 올라가고 내려간다는 통보정도는 해 주고 하는 사이입니다.

 "상황실에도 알려라."

 "예 알겠습니다."

 '뚜~'

 "상황실. 5초소 김일병 입니다. 부소초장님 지금 찍고 협조점 올라가셨습니다."

 '.......'

인터폰에서는 소리가 없었습니다.

 "가을동화 보느라 정신들 없는 모양이구만."

형식상 보고는 했지만 의자에 앉아서 티비쪽에 눈 박아두고 있을 상황실 모습이 상세하게

 그려지더군요.

그렇게 약 20분 정도 지나고 슬슬 저위쪽 협조점에서 부소초장이 내려올때가 됐습니다.

 '뚜~'

 '그쪽 부소초장 내려가네요'

 '뚜~'

 "예 알았어요."

저는 간단히 대답하고는 후임에게 저 위쪽 잘 보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뚜'

이내 상황실에서의 인터폰 소리가 들렸습니다.

하지만 k3 탄통을 깔고 앉아 있던차에 저는 저를 부르는 인터폰 소리가 귀찮게 느껴져 잠시

 뜸을 들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뚜'

 '뚜'

그렇게 두번이 더 울렸고 상황실에서도 답답했는지 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박병장님. 박병장님.'

저는 탄통을 박차듯이 일어나서 인터폰을 누르고 짧게 대답했습니다.

 "어."

 '박병장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

 '아니 조금전에 오하나랑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까?'

오하나는 51연대를 가르키는 말입니다.

 "어 했어."

 '정말이십니까?'

 "왜 뭔일있어? 좀전에 김일병이 오하나로 부소초장 올라간다고 이야기 할땐

 조용하더니...."

 '............'

갑자기 인터폰너머로 약간 웅성웅성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약 10초정도 였을까요?

그다음 인터폰으로 흘러나온 목소리를 듣고 저는 온몸에 털이 서는 오한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박병장 임마! 뭔소리야! 나 가을동화 보고 있잖아!!"

그 목소리는 약간의 전라도 사투리가 섞인 절대 착각할리 없는 부소초장의

 목소리였습니다.

 "에! ....예?"

 '야 박병장 너 존거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저는 반사적으로 초소 창문켠에 걸려있는 순찰일지를 투광등에 비추어 보았습니다.

 ".........아..."

따라 할 수도 없는 악필...부소초장의 싸인이 정확히 22시 37분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 저멀리 누가 내려오는게 보이더군요.

 "부소초장님....순찰일지에..일지에....부소초장님 싸인이 있는데 말입니다. 저기 지금

 부소초장님이 내려오고 계십니다......"

 '뭐!!?'

저는 뭐가 생각 났던 걸까요?

그 한여름에 말도 안되는 추위를 느끼며, 제 후임을 바라보았는데, 후임은 그 어둠속에서도

 겁에 질린것이 한눈에 파악될 정도로 눈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마 공포에 질려 눈물을 흘리던 모양이었습니다.

총구는 어설프게 저쪽을 가르키고 있는것을 보니 누군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야 떨지마!!"

저는 세워둔 제 총을 집어들고 튀듯이 초소밖으로 나와 저쪽을 주시했는데 정말 어렵지 않게

 부소초장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에 무슨 생각이 든건지 주위에 있는 돌을 부소초장을 향해 마구 던졌습니다.

정말 그런 행동밖에는 할게 없더군요.

그에 후임도 미친듯이 돌을 주워 던지더군요.

 "야 임마 박병장!! 이게 뭔짓이야!!"

저멀리 서서는 부소초장이 이쪽을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의심도 안갈 부소초장의 목소리가 이쪽을 향해 들려오자 저는 정말로 온몸이 얼어버릴 듯한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이게 뭐지.....뭐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이 부소초장에게 잘 겨냥이 되지 않고 날아가는 돌맹이 수가 내것만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저는 부사수를 쳐다 보았습니다.

거짓말 같겠지만 이미 후임은 기절해서 날개진지에 고꾸라져 있는 상태였지요.

 "야이 씨x....."

원망 비슷하게 정말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습니다.

그 때에도 부소초장은 그 특유의 닝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투광등의 역광에 가려 얼굴이 분간가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 누가봐도 부소초장과 전령이라는

 것을 알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채 제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인터폰에서는 저를 계속 부르는 부소초장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박병장!! 박병장!!'

이도 저도 할 수 없었던 저는 정신을 놓는 것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했지만,

그것이 티비에서 나오는 것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옆에 뻗어있는 김일병이 얼마나 부럽던지...

약 15미터 정도로 가까워지자 저쪽에서 소리가 한 번 더 들렸습니다.

 "박병장 미쳤어!!? 일단 거기 가서 나랑 이야기하자."

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그때도 인터폰을 향해 상황병과 부소초장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중이었습니다.

 '야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간다! 알았지!?'

진짜 완전히 돌겠다라고 생각한 상황이 그 상황이었습니다.

비포장 길을 올라가는 경운기에 타고 있어도 그렇게 자연적으로 몸이 떨리진 않았을 겁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결심에 저는 제 k2의 노리쇠를 당겼습니다.

 '철컥'

장전이 되는 소리가 정확하게 들렸습니다.

 '틱'

조종간을 연사에 놓고 정말 쏠 준비를 하고 쏘기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였을까요?

부소초장의 움직임이 전에 없이 기민하게 움직이며 전령과 함께 이쪽으로 내달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진짜 그때의 그 모습은 악마가 있다라면 저것이다라는 생각이 번뜩 들 정도로 저것이 나를

 죽이러 온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게 되더군요.

그 때 뭐가 시킨건지 긴박함에 그리했던건지 저는 잽싸게 초소 안으로 튀어 들어가 창문에

 거치되어 있던 k3를 집어들고 초소 입구쪽을 향해 장전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k3 가 꽤 무겁습니다.

그걸 양손으로 들고 람보같은 자세를 취한다는게 일반적으로는 굉장히 힙겹거든요.

그런데 그 당시는 그따위것 아무런 장애가 안됐었습니다.

문쪽으로 오는 놈들은 다 쏴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하며 노리쇠 부분 덮개를 열고 탄통에 담긴

 총알 꾸러미를 노리쇠부분에 연결했습니다.

이젠 방아쇠를 당기고 총열이 휘어져라 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 씨 발 이렇게 깜빵가던지 뒤지던지 둘중 하나겠구만!!'

속으로 저도 모르게 다짐이 됐습니다.

희안하게도 마음이 안정이 되고 예전의 기억들이 되살아 나더군요.

그동안 놀려온 귀신목격자들이 제일 먼저 스쳐 지나가고, 휴가때 술마시던 기억, 가족들....

정말 한순간이라고 느끼기엔 무리가 있을 만큼 수많은 것들이 눈앞을 지나가더군요.

그러나 것도 잠시 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누군가가 후다닥 들어오느것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죠.

 '철컥철컥'

아 젠장! k3 탄약 연결 핀이 노리쇠에 걸려버렸던 겁니다.

그 때였죠. 복부에 심한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고꾸라 진것이.

바로 이어지는 머리위에 충격.

헬멧 안에서 '쿵' 하는 소리가 진동하고 귀가 멍멍해졌습니다.

 "야 박병장!! 이새X 정신차려!!"

 '쿵쿵' 계속해서 머리위로 충격이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충격이 가실 즈음..저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죠.

 "부소초장님...?"

 "그래 임마! 정신이 드냐?"

푹 눌러덮여진 헬멧을 위로 올리며 고개를 들어보니 부소초장이 절 쳐다보고 있더군요.

저는 잠시 어리둥절해 어떻게 된 상황인가를 생각해 보는 중이었죠.

그러다가..

 "앗!"

번뜩 방아쇠를 당기던 생각이 나서 반사적으로 양 손을 쳐다보니 손에 총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듯 둘러보니 저만치 총이 떨구어져 있더군요.

 "야 임마! 너 20분 사이에 뭔일이 있었던거야?"

부소초장이 뭐라 하는 것 같은데 저는 막 잠에서 깬 것 같은 멍한눈으로 부소초장을

 봐라봤던게 생각납니다.

그러다가 사태가 파악이 됐는지 홀린듯 있었던 일을 그대로 부소초장에게 이야기 했죠.

 "그래서 나한테 돌은 던졌던거냐?"

 "예..."

 "단단히 홀렸었구만."

 "예 그런데 분명 인터폰에서...."

 "너가 졸았다고는 생각 안 하는데...분명 헛것을 들은거다..."

 "그러면 인터폰이 이상하다는 이야긴데 분명 부소초장님 목소리 였습니다."

 "훗...그럼 내가 귀신이라도 된다 그거냐? 박병장 너는 그런 헛것 안 볼줄 알았는데...요즘

 애들이 귀신 많이 본다더니."

 "하지만 방금것은..."

 "됐다 임마. 일단은 이거 나 혼자 알고 있을테니 상황실에서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이야기해. 괜히 군장싸서 돌고 싶지 않으면."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보고 씨익 웃어보이는 것이었죠. 다 알고 있다는 표정일까요?

더이상 방금일에 대해 뭐라 설명을 해봐야 소용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냥 가위에 눌렸거나, 요즘 피곤해서 헛것을 본것이라 스스로를 위안해보는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천장쪽에 빨갛게 LED 불을 비추고 있는 인터폰이 굉장히 무서운 것처럼 느껴졌고요.

앞으로는 정말로 만지고 싶다라는 생각도 안 들더라고요.

애들이 말하던 귀신이 이런건가 싶기도 했죠.

꿈은 아닌가 싶 기도 하고...

 '아 쪽 제대로 팔리게 생겼네...내일 군장 싸서 op찍고 와야 하는 건가.아 씨 발!'

진짜 오만가지 상상이 다 되더군요.

그중에 그동안 빠졌다고 갈궜던 밑에 놈들이 저를 쳐다보고 수군거릴걸 생각하니 미치도록

 화끈거리는 것이었죠.

 "일단 너는 오늘 근무 쉬고, 교대해라. 밖에 뻗어있는 쟤도 데리고 들어가."

 "....예."

부소초장은 제게서 돌아서 인터폰의 호출 버튼을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뚜~'

 "상황실."

부소초장이 상황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뚜~'

상황실은 두번째서 호출음을 듣고서야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실 상병 xxx 입니다. 부소초장님 벌써 도착 하셨습니까? 박병장은 어떻습니까?"

 "........"

부소초장은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멍하게 힘도 안 들어가는 몸을 축 늘어트린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시선을 돌려 초소

 입구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때였죠.

이 세상에 보이지 말아야 할 무엇이 바로 눈앞에 있었던것이...

 '아 도대체 이 상황은 무엇인가.....내 옆에 서 있는 이건 또 무엇이고...'

정말 저 생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완전히 울상이 되어 진짜 살고 싶지도 않다고 느껴지며 저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지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바로 기절하지 않았던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입구쪽 에서 더 앞으로 가면 순찰로가 아닌 교통로쪽으로 완만한 언덕이 있고 그 중간쯤에

 떼로 쌓아올린 엄폐물이 있었는데...

그 엄폐물에는 저쪽 날개진지에서 고꾸라져 있어야 할 후임이 빨래처럼 걸쳐져 있고 그 위로

 부소초장 전령의 모습을 한...

정확히 허리 부분부터 아래로는 없는 몸뚱이가 그 위를 뱅글뱅글 돌고 있더군요.

뱅글 뱅글 몸은 도는데 머리는 저를 바라보며 딱 고정되어 있는데, 멀리서도 그 눈만은 확실히

 보이고 있었죠.

까맣다고 느낀건지 어두워서 그런건지 귀 있는 곳까지 찢어진 눈...만화에서나 보이는 눈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기이하고 흉칙하던지..정말 말로 설명이 안됩니다.

 '....아...'

저도 모르게 진짜 절망의 한숨이 새어나오더라고요.

눈물이 막 흘러내렸습니다.

눈알이 빠질것 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중이었죠.

그러다가 부소초장이 서 있는...아니 서 있다고 느껴지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정신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을때는 분명 부소초장의 전투화를 보았던 것 같은데, 다시 보겠다고

 돌렸을땐 분명 제옆에 부소초장이 있음에도 부소초장의 다리는 없었던 겁니다.

무슨 용기에서였는지 반사적이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몸뚱이에

 머리만 붙은 부소초장이 저를 내려보며 웃고 있더군요.

 "악!!!!!!!!!!!!"

저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고 순간 머리에 전해지는 '쿵'하는 충격에 정신줄을 놓았던 것

 같습니다.

기억은 아무리 되짚어 봐도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때는 막사 안 이었는데 이미 날이 밝아 있을때였죠.

저쪽 출입구에서 빛이 들어오는게 보이더군요.

부스스한 눈으로 옆을 바라보니 후반야 근무자들이 자고 있고 바로 옆에는 제 부사수가

 누워있더군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이었습니다.

 "악!!"

비명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자, 소초장실에 있던 소초장과 상황병이 제게로 달려오더군요.

 "박병장 괜찮냐?"

 "박병장님 괜찮으세요?"

두 사람이 동시에 물어오자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어제 마지막 기억이 되살아 나는 것이었습니다.

 "소초장님...어제...그..."

 "박병장 이젠 괜찮어. 진정해...."

소초장은 제 양 어깨를 지긋이 누르는 것이었습니다.

몰랐었는데 제 어깨가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는것을 소초장의 손을 통해 알 수 있었죠.

 "소초장님 저 어제 어떻게 된건지...분명 헛걸 본게 아닙니다. 머리에 충격 목소리 아 정말

 부소초장이었는데....그런데..."

머릿속에 몸통만 남아 저를 쳐다보던 그 눈빛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으....."

미칠 것 같았죠..

 "박병장...지금 많이 혼란스럽겠지만, 내가 하는 이야기 잘들어."

 "......예."

 "어제 협조점하고 너가 있던 초소 근무일지에 부소초장 싸인 찍힌거 확인했다.

네가 본게 헛게 아닐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부소초장도 어제 나랑 티비 보고

 있었거든"

 "아....."

 "그런데....."

소초장은 제 어깨에 손을 댄채 그대로 저쪽을 쳐다 보는 것이었습니다.

침상 저 구석에 부소초장이 보이더군요. 자고 있는 건지..

 "부소초장하고 나하고 애들 몇명이 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니깐 니 부사수는 완전 널부러져

 있고 너도 정신이 없었어. 그런데 말야.."

제가 널부러진곳 그 근처로 부소초장이 다가오면서 그냥 말없이 쓰러져버렸다는 겁니다.

숨은 붙어 있지만 지금 제가 보는 저기 누워있는 모습그대로고요.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위에다가 보고 하지는 않았지."

하긴 보고해봐야 위에선 믿을리가 만무했죠.

영창이나 안 가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자 어느정도 안도의 숨이 내쉬어 지더군요.

 "일단은 좀 더 자 두도록 하고 오늘 전반야 근무는 쉬도록 해. 취사병이랑 부소초장

 전령이랑 보낼테니...."

 "예 알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 소리가 좋아야 했지만...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근무서나 하는 걱정이

 앞서더군요.

머릿속에는 자꾸 떨쳐내려고 해도 강하게 기억되는 부소초장 전령의 몸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었죠.

너무나 선명해서 지워지지도 않는....직접 보게 된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몇일을 악몽에 시달리는 체험을 해보시면 잘 아실 겁니다.

그리고 저녁 해가 질 무렵쯤 되서 전원투입 시간이 다되어 가자 부소초장이 깨어나더군요.

멍한 눈으로 주위에 몰려든 저와 모두를 향해 그가 해준 이야기는 정말 기겁을 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몇 시나 됐냐?"

부소초장은 잠에서 깨고 멍한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는 자신의 전령을 보더니 묻더군요.

 "아 지금 근무신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

 "......."

소초장의 배려로 근무신고에서 열외되어 부소초장과 몇발자욱 떨어진 곳에서 있던 저는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는 저를 보았는지 제게 눈짓을 해보이더군요.

 "박병장.....무사한거야?"

 "예 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옆에 아직 누워있는 제 부사수를 내려다 보자 부소초장은 한숨을 크게 쉬며 일어나 제게로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거지 제 부사수는 게슴츠례 눈을 뜨다가는 벌떡 일어나 '충성' 하고 부소초장에게 경례를

 하더군요.

부소초장은 괜찮다고 앉으라는 손짓을 해보이고는 제 옆에 앉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너도 내가 본것이랑 똑같은 걸 봤겠지?"

말끝을 올리며 곁눈질로 다가온 부소초장에게 저는 말로 하지 않아도 아마 그것일거다라는 대답을 해

 보였습니다.

그때 근무신고를 마쳤는지 웅성웅성 하는 소리와 함께 막사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오더군요.

그 무리 안에서 소초장이 보이자 부소초장은 얼른 그에게 다가가 뭔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자 주목!"

이야기가 끝나고 부소초장이 돌아서자 마자 소초장은 우리를 향해 주목 해보이고는 말을 잇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밤에 일어난 불미스러운일은 대충 들어 여러분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이

 소초 밖으로는 나가선 안된다고 이 자리에서 당부한다. 1중대 op 병사들이랑 작업을 하다가 농담

 같이라도 이야기 하지 말고....다들 알고 있겠지만, 그런일이 있었던것을 위에서 알면 괴로운건

 우리라는 것 힘들게 설명 하지 않아도 알고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이었습니다.

소초 단체 군장 얼차려는 물론이고 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영창에 갈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말입니다.

그 좋아하는 티비도 아마 못 볼 것이고....

 "그리고 어제 일에 대해서는 다시는 입밖에 내는 일이 없도록 한다.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일동 대답을 마친후 바로 전원투입 준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박병장. 잠깐..."

헬멧을 쓰고 총을 잡으려던 와중에 부소초장이 제게로 다가왔습니다.

 "소초장 한테 이야기 해서 이번주 전반야는 이번주 낮 근무조랑 바꿔놨다."

 "예...."

 "너도 꺼림칙 할거야....일단 나랑 3초 투입하자. 할 이야기도 있고..."

 "알겠습니다."

근무를 바꿨다는 말에 내심 그 상대 근무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 때 마침 그 근무자들이 보였고 저는 그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김상병. 미안해 괜히 나때문에...."

 "아닙니다. 좀 추스르셔야지 말입니다."

 "그래도 되게 미안하네..."

 "하하. 괜찮습니다."

 "그래 이 번주 좀 부탁할게."

 "걱정마십시요."

돌아서며 괜히 쓴웃음이 지어지더군요.

병자취급 당한 기분이랄까.....

여튼 저는 부사수와 함께 3초 투입을 위해 순찰로로 향하는 길로 나섰습니다.

2고가초를 지나쳐 다른 근무자들과 순찰패를 돌리며 3초를 향해 거의 다가가자 저와 부사수는 무리에서

 이탈해 3초쪽으로 빠졌습니다.

그때 뒷쪽에서 저를 부르는 부소초장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박병장."

 "예 여깄습니다."

저는 손을 들어 보이고는 3초쪽으로 계속 나아갔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갑자기.......

 "박병장님...."

 "....어?"

뭔가 머뭇머뭇 하면서 절 바라보는 부사수가...

뭐랄까요. 두려움에 절어 있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그렇게 보이더군요.

 "박병장님. 허수아비 박병장님이 세워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허수아비?"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제밤 제 부사수 위를 뱅글뱅글 돌던 그 몸뚱이가....

저는 3초소의 문을 잡다가는 전기에 데인듯 뒤로 확 물러섰습니다.

 "아 씨 발......."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옆에서는 부사수가 두려운 눈빛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는게 보이더군요.

 '이놈은 어제 기절해서 그걸 못 봤을텐데.....왜 저러는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오한이 엄습해 오더군요.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 저는 왠지 문 열기가 굉장히 껄끄러웠습니다. 그리고

 밀려드는 두려움....

저 안에 있는 것을 생각하니 선뜻 문을 열수가 없더군요.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는 와중에 부소초장이 옆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악!"

어제 본 그것에 집중을 하고 있어서 그런걸까요? 부소초장을 보자 저도 모르게 비명이 튀어나왔습니다.

날도 제법 어둑어둑해져 어제의 그것이 오버렙되자 본능적으로 뒷걸음 쳐지게 되더군요.

정말 이렇게 쓰면서도 이 이야기를 공감 하실 분이 얼마나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두려운 공포가 그때 그 상황이었죠.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귀신인지 실체인지...구분도 안가고 이미 한번 당했던 그 대상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이 앞의 물체가 과연 또 무엇인가 라는 별의별 잡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뒷걸음 치다가 날개진지쪽 턱에 걸린것인지 뒤가 막히자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저는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눈물이 왈칵 정말 아무런 저항없이 확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박병장! 진정해!"

부소초장이 다가왔습니다.

 "아악! 저리가!! 저리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반 돌아버린 미친놈이 바로 저 였을 겁니다.

머릿속은 분명 조금전 사람들 무리속에 있는 부소초장을 기억하면서도 본능은 눈앞에 겹쳐지는 어제의

 그 물체를 인지하고 있었으니 정말로 이것이 패닉 상태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다가 눈에 번갯불 같은게 번쩍 하면서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부소초장이 제 뺨을 세게

 후려친것 같았습니다.

 "임마! 정신차려! 아직 해도 다 안졌는데 또 실성할거냐!!"

 "...어...어....."

그렇게 한 3분을 어~어~ 하는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 부소초장님."

 "그래 임마! 이제 알아보겠냐?"

 "무슨일......이..."

생각해보니 3초소 문을 열다가 부소초장을 본게 기억이 나면서 약간 흠칫 해 지더군요.

 "괜찮아 임마. 나라고."

 "......."

눈가가 눈물에 젖어있다는게 느껴지고 주위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투입된지 10분정도 밖에 지나지 않아 저 뒤쪽으로는 아직 붉은 빛이 있는게 보이더군요.

그 붉은빛을 보면서 주위를 한 번 쓱 훑어보고 시선을 앞으로 향하자 어느새인지 소초장과 소초장의

 전령 그리고 몇몇이 있는게 보였습니다.

 "박병장! 나 알아보겠어?"

 "예 소초장님."

소초장이 말을 걸어오더군요.

주위에 다른 사람들도 한마디씩 하는게 보였는데 아마 괜찮냐고 물어본 것이겠죠?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네 비명 듣고 달려왔다. 괜찮은거지?"

 "예 그런것 같습니다."

저는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려 했지만 그게 쉽게 안 되더군요.

일어나려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니 상체를 일으키는 것도 힘이 들더군요. 아니 그냥 몸 전체에

 힘이란게 느껴지질 않았습니다.

 "저 정말 괜찮은 겁니까......?"

왜 그런말을 했을까요? 저도 모르게 주위를 쭉 둘러보며 그렇게 물었던게 기억납니다.

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던 것도 기억하고요.

 "부소초장....전원투입은 개기다가 박병장 데리고 들어갑시다. 저는 앞쪽 초소로 투입할테니 일단

 이시간만 버텨봐요. 그리고...."

소초장이 옆을 향하자 저도 그 시선을 따라 옆을 바라보았습니다.

제 부사수가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있더군요.

그것을 보자 약간 웃음이 나오는게 몸에 힘이 돌아온 듯 싶어 땅을 짚고 벌떡 일어나 보였습니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소초장님 죄송합니다."

 "그래...다행이다. 일단 전원투입만 개기자고..."

그러고는 소초장은 저를 지나쳐 앞쪽 초소로 이동하더군요, 뒤를 따라 다른 초소 근무자들도 지나가는데 그 표정들이 정말 걱정에 가득찬

 눈빛들을 하고 있더군요.

혹시 자기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눈빛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그 당시엔...

 "박병장....."

 "예...."

부소초장과 전령 제 부사수를 남겨두고 사람들이 저 만치 걸어올라가고 있을즈음에 부소초장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박병장이 어제 본게 나랑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해...그러니 지금 처럼 된것이겠고...."

 ".........."

저는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부소초장은 제 어깨를 한 번 툭 치고는 저를 지나쳐 3초소에 문을 확 제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흉부만 있는 마네킹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부사수가 그 문을 쉽게 열지 못한 것이겠죠.

그곳에 그런 흉물이 있는 이유는 사람이 보초를 서지 않는 초소이면서 경계적으로는 좀 취약한 곳이라

 허수아비라도 세워두고자 마네킹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다 낡고 찢어진 군복을 입히고 철모를 씌운후 창가에 있는 받침대에다가 그 허수아비를 세우는데 그

 옆에는 모형 총도 하나 놓여져 있어 얼핏보면 사람이라고도 생각하겠지만 저희는 분명히 알고 있었죠.

마네킹이라는 것을....

이것에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도 참 많았죠.

솔직히 순찰로를 따라 저 흉물의 앞을 지나가고 있노라면 정말 한 번은 저쪽을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기분이 안 좋은 날은 일부러 그 초소 뒤로 돌아가곤 하죠.

 "일단 박병장에게는 정말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어...."

 "예?"

 "정말이지....."

그러고는 부소초장은 마네킹을 번쩍 들어올려 받침대에다가 놓고는 그럴듯하게 총을 쥐어주고 돌아서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말이지....."

그러면서 부소초장은 철모를 벗어 바닥에 던지고는 깔고 앉으며, 건빵주머니에서 라이터와 담배를 꺼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근무중 담배는 영창감이죠...그러나 부소초장이 피겠다는데...누가 말리나요.

 '찰칵 찰칵'

담배에 불을 붙여 한모금 깊게 들이마시고는 '후~' 하고 정말 길게 내뿜더군요.

한숨인지 담배숨인지.....

 "어제 낮 순찰을 돌다가 7초에 들어가 잠깐 잠을 잤었어."

 "7초 말입니까?"

소초장은 고개만 끄덕여 보였습니다. 7초는 전날 근무선 그 초소입니다.

 "난 말야 이세상에 귀신같은 건 미친놈들이나 보는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전 흠칫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제밤으로 깨졌지 뭐냐...."

그러고는 고갤 들어 저를 보며 빙긋 웃는 겁니다.

 "부소초장님도 뭔가 보신겁니까?"

부소초장은 웃는 기운을 가시고 그대로 절 바라보다 고개를 숙이곤 한참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어제말야...너희들 보급로에 배수로 작업 나갔었지?"

 "예."

우천 대비 사단지침이 내려온 터였습니다.

각 보급로 배수로 정비를 하라는 지시였죠.

때문에 매일 낮에는 끝없는 노역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게말야....어제 정말 나가기 싫더라고.."

 "배수로 작업 말입니까?"

 "그것도 있지만 어제는 왠지 이유도 없이 피곤했어...그래서 좀 빠져보기로 했지."

이어지는 그의 말은 낮 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타이밍에 우리가 삽과 곡괭이를 챙겨 배수로 작업을

 나가는 타이밍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좀 빠져보고자 순찰을 돌다 7초에 머물러 잠시 잠을 청했다는 것이지요.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어...."

 "......."

 "정말 사소한...진짜 사소한건데..."

부소초장은 담배를 중지와 집게 사이에 끼워피던 자세를 어느샌가 엄지와 집게로 잡아 피는 자세로

 바꾸고 있었는데, 그 손이 많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면서 가위에 눌렸어. 피곤한 탓도 있었겠지만 차가운벽에 기대고 자니깐 자세가 많이 불편했나봐.

앉아 있는 상태에서 눌린거라 그런건지 허리쪽이 굉장히 아펐거든. 얼른 깨야지 하고 일어나니깐..."

그때 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부소초장의 시선을 쫓았습니다.

 "일어나 보니깐 저녀석이 개미굴을 파헤치고 있더라고."

거기의 그의 전령이 있었는데 이미 그녀석도 벌벌벌 떨고 있더군요.

 "7초 왼쪽 날개진지에 개미굴이 있는데 저녀석이 거기서 나오는 개미들 허리를 자르면서 놀고

 있었는데 그모습을 보니 괜히 재수도 없다 싶어서 전투화 뒷꿈치로 개미굴을 다 짖이겨 버렸지.

그게 다야...."

거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저는 그 말이 사실일까 싶었습니다.

 "무슨 말도안되는....."

 "......."

정말 반사적으로 그런 대꾸가 나가더군요.

그에 부소초장도 어이 없다는 건 마찬가지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공포가 또 엄습해 오더라고요.

몸통만 있는 괴물이 빙글빙글 도는 기억이 그때와 같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미치겠더라고요.

다들 한 번쯤은 개미를 그런식으로 괴롭혀본 기억이 있으실 겁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니가 어제 쓰러져 있던곳으로 소초장이랑 달려가다가, 7초 안에서 나랑 똑같이 생긴 몸통만 있는 놈이

 나오는거야. 그리고 우리한테로 빙글빙글 돌면서 다가오는데 목은 그대로고 몸통만 빙글빙글 돌고

 있더라고.....그거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나도 정신줄을 놨다..."

부소초장은 거의 독백처럼 웅얼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본게 저랑 본것이랑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는 순간이었죠.

 "소초장이 의외로 담이 센가 보더라. 나는 멍하니 서서 정말 심장이 멎기 직전이었는데..그 사람은

 그것한테 달려가서 개머리판 휘둘렀다고 하는데 다른 애들도 기겁을 하고 물러나 있다가 말도

 안나오게 엉망이 됐었나보더라고. 여기저기서 장전 소리가 들렸다는데 다른애들도 그걸 보고 거의

 미쳤는지 총 쏠려고 자세 잡고 있더라고 하더라. 완전 개판 되기 직전이었지. 소초장이 겨우겨우

 사태를 해결한 모양이야. 그러다가 다시 그 놈을 봤을때...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는데....."

그 때 저는 저를 쳐다보던 소초원들의 눈빛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이 귀신이야기가 아닌 여럿이 동시에 목격한 공포물이 실제 존재함을 인정했어야 하는 그 표정들...

그것이 내게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그 두려움...

앞으로 어떻게 서야 할까 라는 정말 답 안나오는 현실....

그래도 사람이 더 센 모양입니다.

어떻게든 그곳에서 근무를 서고 서서히 시간 지나면서 잊혀져가기도 하고...

또는 그곳 초소에 얽힌 이야기라는가 하는 식으로 기억되어 지겠죠.

부소초장과의 그 대화 이후는 쓰지 않겠습니다.

정말 쓰면서도 그때 생각하니 온몸에 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부분은 저것보다 좀 더 세부적인 뒷이야기가 있는데 쓰면서 지치네요.

좀 어설프게 결론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표현의 한계를 느껴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그 날 이후로도 그것은 여러번 나타났습니다.

끝내는 그 이야기가 사단까지도 간 모양입니다.

사람들 사는 곳이라 입소문은 막을 수 없는 모양이었죠.

특히 제가 있던 12사단에서는 그 이야기를 무시 할 수 없었던게....

그 문제의 초소나 2고가초에서 보면 왼편으로 이어진 철책선이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투광등으로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중간쯤 이질적인 색인 빨간색으로 빛이 나고 있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그 위치가 37소초 라고 불리우는 곳인데요 그곳에는 교회가 있습니다.

그 빨간빛은 십자가를 켜 놓은 것이고요.

전방 철책에 왠 교회가 있을까요?

그 곳 소초에서 자살 사건이 세번이나 일어나 끝내는 문제가 있는 건물을 철책 밖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다가 교회 건물을 지은 것입니다.

폐쇄 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그쪽부분의 철책선을 재설치 해서 밖으로 밀어내 버린 것이지요.

무당을 모셔다 굿도 하고 스님을 모셔다 염불도 했지만, 다 소용없고 그나마 마지막 수단으로 교회를

 지어 올린것이지요.

수류탄을 까서 사수를 죽이고 그 사수가 하반신만 날아간 상태로 살아 기어나오자,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자살해버린 사건은 굉장히 유명합니다.

수류탄이 터지면서 흩뿌려진 살점에 파리가 꼬여 윙윙거리는 현장을 비디오로 촬영한 것을 보여주는데,

보다가 그 사실을 알고는 오바이트 쏠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사건은 티비에도 나와 군단장 이하 간부들이 줄줄히 옷 벗은 사건이라 더 유명하죠.

한번은 다찌를 타고 대공 오피를 들렀다가 그 소문이 자자한 37소초의 화장실에 갔었는데, 그 때 든

 생각이 비록 우리는 푸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만 여기 인원들보다는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텍스라고 하죠? 천정을 이루는 하얀 판넬을.

미리 들어두었던 화장실 자살 사건을 눈으로 확인해보고자 그곳으로 들어가봤는데....

좌변기가 놓여진 천정 한 부분이 깨진듯 뻥 뚫려있고, 그 주위로 검붉은 분명 피가 튀어 있더라고요.

그곳에 아는 아저씨가 있어 저런것 살벌하게 왜 안 고치냐 물었더니, 저것 보고 자살하지 말라고 그냥

 놔둔다는 이야길 하더라고요.

정말 미친것 이닙니까?

본론으로 들어와 저희가 주둔지로 철수 하고 그 문제의 7초소는 어떻게 되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려오기 전에 교회를 세운다느니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네요.

내려와서 얼마안되어 저는 제대를 했으니까요.

흔히 무월광이라고 하죠 달이 없는 밤을.

그 런 어두운 밤에 근무를 서도 시선을 돌린 곳이 빨간 십자가가 보이는 곳이라면 어느정도 소름이

 올라오곤 할겁니다.

전방이란 그런 곳입니다.

밤에 특히 여름밤에 저런 공포와도 싸워 이여야 하는 곳이지요.

혹시나 12사단으로 가시게 되면 41소초 7초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봐 주세요.

전설이 있다면....그 전설의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다음편은 군대가기전 정말로 믿고 싶지 않은 실화 한편 올려드리겠습니다.

이번 군대 실화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웃긴대학 공포게시물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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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이야기] 1화 (by 가위왕핑킹) 목성의 눈물 (by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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