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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설화

애첩의 전신(前身)

title: 섹시변에서온그대2014.12.01 09:55조회 수 1594추천 수 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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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한양에는 허정승이라는 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천하일색인 애첩 박씨가 있었습니다. 


애첩은 허정승에게 갖은 봉사를 다하였고, 허정승도 애첩 박씨를 무척이나 사랑하여 잠시도 떨어져 있기를 싫어 했습니다. 



어느 해 봄, 나라에서 정승 판서들만이 모이는 어전회의가 열려 며칠동안 집을 비웠다가 돌아와 보니, 



그토록 사랑했던 애첩 박씨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하인들을 불러 간 곳을 물었더니 그들은 너무나 뜻밖의 말을 하였습니다. 



“그저께 왠 숯장사가 숯을 팔러 왔었는데, 둘이서 뭐라고 몇마디 주고 받더니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허정승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애첩을 잊을 수 없어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였지만 애첩의 행방을 아는 이가 없었습니다. 


허정승의 머리에는 오직 도망간 애첩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벼슬도 정승도 다 싫었습니다. 



오직 보고픈 애첩을 찾아야겠다는 일념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허정승은 조정에 들어가 사직서를 내고 애첩을 찾아 집을 나섰습니다. 


몇 년에 걸쳐 조선 팔도 방방곡곡을 찾아 헤매었지만 애첩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했습니다. 



어느덧 그는 오대산 깊은 산골에 이르게 되었고, 바위에 걸터앉아 아픈 다리를 쉬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길 저쪽에서 왠 여자가 머리에 무엇을 이고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었던 애첩, 바로 그 애첩이었습니다. 



그는 너무나 기뻐 애첩에게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애첩은 그를 보고도 반가워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떠난 후 정승 자리까지 마다하고 팔도강산 구석구석을 찾아다니지 않은 곳이 없었소. 



나는 이날 이때까지 당신만을 생각하며 살았다오. 과거지사는 따지지 않을 테니 다시 한양으로 돌아 갑시다.” 


그러나 애첩은 싫다고 했습니다. 



“그 숯굽는 이가 나보다 좋소?” 


‘좋습니다’ 


‘나보다 무엇이 더 좋다는 말이오?” 


‘하여간 저는 그이가 좋습니다.’ 


‘진정 돌아가지 않겠소?’ 


‘절대로 안갑니다’ 


절대로 안간다는 말을 남기고 여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총총걸음으로 사라졌습니다. 



허정승은 너무나 허무하여 오대산 상원사에서 중이되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을 참선하며 그토록 사랑했던 애첩이 떠나간 까닭을 생각했습니다. 



“왜 그녀가 나를 떠나갔을까? 왜 그녀는 나에 대해 그토록 냉정해진 것일까?” 



왜? 도대체 왜?” 



하루는 이 생각을 하며 길을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다쳤습니다. 


아픈 줄도 모르고 애첩이 떠나간 까닭을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처는 이미 아물었고 잔디밭에는 피가 엉켜 있었습니다. 



그 순간 그토록 궁금했던 자기와 애첩과의 과거 인연이 확연히 나타나는 것이었습니다. 



허정승의 전생은 참선하던 승려였으며, 어느날 그의 몸에 이 한 마리가 붙었습니다. 



그는 몸이 가려웠지만 철저한 수행승답게 피를 제공할 뿐 이를 잡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공양을 받기 위해 신도집에 초대되어 갔는데, 그날따라 이가 유난히 스님의 몸을 가렵게 만들었습니다. 



스님은 몰래 그 이를 잡아 마루 옆에 있는 복실개의 몸에 놓았고, 그 이는 복실개의 몸에 붙어서 피를 빨아 먹고 살다가 죽었습니다. 


그 인연이 금생에 와서 허정승과 애첩과 숯장사의 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는 애첩이 되어 전생의 수행한 공덕으로 높은 벼슬을 한 허정승에게 찾아와 수년간을 지극히 모셨고, 



인연이 다하자 복실개의 후신인 숯장사를 따라가서 살게 되었던 것이었으며, 자신은 전생의 살아온 버릇대로 출가승이 되었던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좋은 일이거나 궂은 일이거나 내가 짓고 내가 받는 것입니다. 



진정 있는 그대로 꿰뚫어 볼 수 있다면 기뻐할 것도 슬퍼할 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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