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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창문

백상아리예술대상2021.09.21 11:38조회 수 477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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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했다시피 난 미대를 나왔어...

 


당연히 미술학원도 다녔지...좀 많이 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몸에 좋은 산삼, 해삼과는 달리 몸에 독기만 가득한 고삼시절...처음 미술학원에 들어갔을 때 얘기야..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소를 가르치시던 K 강사 선생님 작업실에 M.T를 가기로 했지..

 


잠깐만 얘기를 샐께...

 


당시 K 선생님은 원장 선생님의 후배셨고, 내가 미술학원 들어가기 바로 전에 유명한 M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셨더랬지.

 


워낙에 가난하셨던 분인데 공모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꿈에 그리던 커다란 작업실을 내셔,,,X천시에 있는 공동묘지 앞에다....집세가 정말 쌌거든...

 


암튼 거기서 10년 남짓 작업하시면서 화단에서 천재라는 극존칭까지 받으시던, 정열적이신 분이셨는데...불과 30대의 나이에 작업실 근처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셨어...

 


그 분을 잃은 건 분명 우리 나라 입장에서도 크나큰 문화적 손실일꺼야...

 


10초만 시간을 내서 그 분의 명복을 빌어들 주길!!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 학원은 학생이 스무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학원였지..

 


찻길에서 비포장 시골길에 접어든 후 5분가량 들어가니 K선생님의 작업실이 나왔고 그 주변은 온통 산과 밭이었어...

서울과는 사뭇 다른 공기더라...

 


우리모두 너무 신나했지..ㅋㅋㅋ 각박한 도시의 고삼생활을 떠나서 즐기는 M.T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허락된 하루의 자유!!

 


나와 1년 후배인 Y양만 다시 차에 태워서 나오신 두 분 선생님들은 술을 잔뜩 사서 고딩인 나와 Y양에게 친히? 들고 가라 전해주시고 시내에 고기랑 찬거리를 사러 나가셨지..

 


해는 저물어져 가고 있었고, Y와 함께 담소를 나누며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왠지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나더라고...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어...

 


참고로 찻길에서 작업실까진 빠른 도보로 10분 남짓 걸렸고 중간에 집이라고는 폐가 딸랑 한 채가 전부였거든..

 


근데 그 폐가에 딸린,,,건물 밖 화장실였던거같애...

 


그 왜 있잖아...옛날 시골집에는 집 바깥에 회색 벽돌로만 화장실 만들어서 냄새 빠지는 작은 창 하나만 달랑 뚫어놓는거!!

 


그 작은 창에서 빠~~알 간 두눈이 우리를 쳐다보더라고...

 


Y에겐 말하지 않았어....정말 울지도 몰랐으니까....

 


근데 이 사건은 이야기의 서막에 불과해 ㅎㅎㅎㅎ

 



선생님들도 돌아오시고 우리는 맛있는 삼겹살에 간단한 반주를 겻들여서 들고는 담력 테스트를 하기로 했지..

 


두 명씩 짝지어서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산 정상에 다녀오는 거였어

 


후에 알고 보니 원장선생님의 계략이었는데, 암튼 내 파트너는 Y양이었지...

 


솔직히 난 하나도 무섭지 않더라고...나 쫌 짱인가봐 ㅎㅎㅎ..

 


산을 오르는 중에도 역시 난 뭔지 모를 차가운 시선을 느꼈고 그 시선이 우리를 따르고 있음을 직감했어...

 


2월달이었는데, 갑자기 눈이 내리는 바람에 우리의 담력테스트는 좀 시시하게 마무리 되었고 대신 신나는 술파티를 다시 열게 되었어...

 


깨끗한거 좋아해??

 


우리는 그런거 없어 ㅋㅋㅋㅋㅋ

 


드럼통에 장작 넣어서 지펴놓고 위에는 작업용 철망을 대충 걸쳐놔..

 


젓가락이 없으면 붓이나 연필로 대신하여 먹는 고기맛....이게 진정한 예술이지..

 


그래서 예술가들이 더럽다고들 그러나봐 ㅠㅠ

 


술이 살짝쿵 달아오르기 시작하니 뭐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귀신 얘기를 하자고 제안했지..

 




“선생님 여기 귀신 나올것 같아요..ㅋㅋㅋㅋㅋ 귀신 얘기 해주세요”

 




다들 좋다고 맞장구를 치는데 K선생님 얼굴이 사색이 되시더니..

 


“잠만 니들끼리 놀구있어” 하시면서 원장선생님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시는거야..

 


참고로 작업실은 시골가면 종종 볼 수 있는, 밝은 회색벽돌로 지어진 커다란 곡물창고같은 거였고 문은 높이가 3미터에 달하는 빗장달린 철문였지...

 


그 구석에 선생님이 쉬실 수 있게 작은 벽돌로 지은 방이 한 개 있었어...

 


선생님들 들어가신 사이에 우리는 신나게 귀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우리의 흥을 돋아주기 위함였을까...

밖에는 거센 눈보라가 치기 시작하더라...

 


문, 창문 할것 없이 덜덜덜덜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지..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였어....

 


갑자기 불어온 겨울바람에 우리가 분위기를 위해 켜놓은 몇 개의 촛불이 꺼져버렸지..

 




“야 문 안닫았어?”

 




내 물음에 K라는 친구가 고개를 갸우뚱 하며 자기가 빗장까지 걸었다고 대답하더군,,,

 


문을 등지고 있던 나는 직접 일어나서 가서 문을 걸어 잠궜어,,,

 


워낙 큰 철 빗장인데다가, 녹까지 약간 슬어 있어서 걸어 잠그는데 꽤 많은 힘이 소모되더군,,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다시 한번 매서운 겨울바람이 내 등뒤를 강타하는거야..

 


우리 열 댓명은 동시에 할말을 잃고는 혼자서 열려있는 커다란 철문을 바라보게 되었지..

 


내가 직접 빗장을 걸어 잠그는걸 우리 모두가 두 눈으로 확인 한 대다가, 그 철문...소리없이 쉽게 열 수 있는 문이 아니었거든...

 


순간 여자애들이 무섭다고 8옥타브에 달하는 돌고래 비명을 질러댔어...끼익끼익~~

 


난 얘네가 더무섭더라;;;

 


비명소리를 듣고 마침 두 분 선생님이 나오셨고, 우린 그간 있던 이야기를 들려드렸어...

 


나 촉이 좀 좋은 편이야.....사람에 관해서도....

 


그 순간의 두 선생님의 눈빛과 표정....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놀라워하거나 믿지 않거나,,,둘 중 하난데...

 


두 분 선생님들...무서워 하시는게 아니라 잠시 당황들을 하시더군...

 


그러더니 넉살 좋은 원장 선생님이 자리에 앉으시며, 하던 얘기들이나 마저 해보라시는거야..

 


근데 왜 난 K선생님이 눈빛이 하염없이 거슬리더라고...

 


그러면서 뭔가 눈치를 챈게...

 


선생님이 안절부절 못하시면서 바라보고 계신 곳은 문제의 철문쪽이 아니라....선생님 방옆에 달린 작은 쪽창이더라고...

 


그래서 난 슬그머니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어,,

 


아주 조심스레,,

 


그리곤 보았지...

 


바깥쪽에서 그 작은 창문에 다닥다닥 얼굴들을 부대낀 채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는 빠알간 눈, 하얀 얼굴의 사람들을...

 


그리고는 K 선생님을 다시 보니...아무 말씀없이 나를 보고 계시더군,,,

 


그렇지만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셨는지는 쉽게 알 수 있었지..

 



‘너도 보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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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야 이건...

 


후에 원장선생님과 나는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워지고....

 


원장 선생님이 그 당시 이야기를 들려주시더군...

 


자기를 방으로 데리고 간 K 선생님이 막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러더래....

 



“형..여기 귀신 있어요...간혹 밤에 작업하고 있을 때 바람이 창문을 마구마구 때려요....처음엔 바람인가보다 했죠....그러다 한번은 느낌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저 작은 창문에 수없이 많은 얼굴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창문을 막 두드려요,,,,마치 열어 달라는 듯이...

근데 희안하게.... 그런 날이 되면...귀신이 보이기 전에 느낌이 딱 하니 와요...바로 오늘처럼요,,,,오늘은 안 나타나기를 바랬는데...”

 


그래...맞아...우리가 눈보라라고 자연스럽게 믿었던 그 유리창의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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