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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오야붕 고양이

title: 그랜드마스터 딱2개ILOVEMUSIC2014.11.30 13:35조회 수 1128추천 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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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대 식당 앞에는 동물들이 참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매 식사때 마다 나오는 음식 찌꺼기 - 속칭 '짬'이라고 하는 - 를 먹기 위해서였지요. 

까마귀 부터 시작해서 너구리까지. 별별 동물들이 다 모여드는 그 곳에서도 최고의 위세를 자랑하는 동물은, 

바로 고양이들이였습니다. 


사회에서의 고양이야 귀여운 이미지가 강합니다만, 군대 고양이는 귀여운 녀석들이랑은 거리가 멉니다. 

-_- 짬이라는게 워낙 칼로리가 높은 탓인지, 군대 짬을 먹고 큰 고양이는 거의 100% 비만형이 되지요. 

덩치도 어찌나 커지는지 다들 개 만합니다; 게다가 야생에서 사는 녀석들이라 그런지 성질이 지독하게 더럽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짬통이 가득차면 어기적어기적 어디선가 기어나와 짬을 먹기 시작하는데, 

자기들이 아직 배부르게 못 먹었는데 짬통을 비우려고 가면 '퀘엑-' 하면서 할퀴려고 덤벼들곤 합니다. 


저희 부대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 중에서도 특히 덩치가 큰 녀석이 있었습니다. 

통칭 '오야붕'. 태어나서 그렇게 큰 고양이는 본 적이 없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의 다리 길이보다 조금 작다고 하면 믿으실 수 있으신지? 

거기다가 살은 투실투실 쪄서 뱃살이 다리를 완전히 가릴 정도. 덕분에 멀리서 보면 길다란 갈색 고기 덩어리처럼 보였었지요. 

그런 녀석이 뱀처럼 스스슥(발이 안 보이니까, 기어 다니는 것 처럼 보입니다-)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_- 


사건은 저희 부대가 대대전술훈련에서 우승해서, 전 인원의 1/3이 포상휴가를 나가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군대 가 보신 분들이라면 알고 계시겠지만, 

취사병이 휴가를 나갈때면 몇명인가 일반 사병들이 뽑혀서 취사 지원이란 걸 나가게 됩니다. 

몇백명이나 되는 인원을 먹일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언제나 일정 인원 수 이상의 인력이 필요한 법이니까요. 

하루종일 잠깐 잠깐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음식 만드는데 매달려야 하는 피곤한 일인지라, 

보통 취사지원은 짬 안되는 이등병들을 많이 보내곤 합니다. 


저는 FDC라 원래는 취사 지원을 나갈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만, 

대대전술훈련 우승으로 너무 많은 인원들이 휴가를 떠난지라 어쩔수 없이 취사지원에 투입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려니 죽을 맛이더군요. 

안 그래도 FDC는 근무시간이 2시간 40분씩인데 말이지요 -_- 


취사반의 최고참은 최모 병장이라는 사람이였습니다. 

밥 안되던 시절에 포반에서 근무하다가 멍청한 짓을 너무 많이 해서 취사반으로 빠진 케이스인데, 

취사반 안에서 서열이 잘 풀려 일치감치 취사반 서열 일위를 차지했지요. 

자기는 이등병 시절에 별 별 삽질을 다 했던 주제에, 짬밥이 좀 되자마자 조그마한 실수 하나에도 

후임들을 미X듯이 닥달해서 이래저래 평이 안 좋은 사람이였습니다. 

몇번이고 소원수리에도 걸리고 했었습니다만, 워낙 요리를 잘 하는지라 간부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취사지원을 가기 싫은 이유 중 하나가 이 인간과 마주치기 싫어서였는데, 

재수없게도 취사반에 남아있더군요-_- 동기들이 다 함께 휴가를 나갔는데 혼자 따 당한 겁니다. 


당연히 최병장 기분은 최악의 상태. 혹시나 불똥이 튀지 않을까 조심조심 취사지원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평소에는 취사병만큼 망고땡땡이 어딨냐고 생각했었습니다만, 실제로 일을 해보니 장난 아니더군요. 

몇백명 분의 음식을 만든다는 건 노가다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 불꽃 앞에서 일하려니 죽을 맛이였습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모자라는데 조금이라도 도와주면, 아니 요령이라도 좀 가르쳐 주면 좋으련만, 

최병장은 귓구멍을 후비후비 거리며 하루종일 스포츠 신문만 뒤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씨X씨X 속으로 분을 삭이면서 불길을 조절하고 있는데, 갑자기 최병장이 내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켁, 뭔가 잘못한건가?' 싶어 움찔하고 있었는데, 최병장은 내 쪽으로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화덕 위로 손을 뻗었습니다. 

뭐하는 건가 싶어 봤더니 화덕 위쪽을 뒤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최병장님. 뭐 찾으십니까?" 

"응? 씹X야. 몰라도 된다." 


...꼭 한마디를 해도 싸가지 없게 해요. 안 보는 척 하면서 흘깃 쳐다보니, 

뭔가 고기 덩어리 같은 걸 화덕 위에서 끄집어 내고 있었습니다. 노릇노릇하게 딱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고기 덩어리. 

화로의 열기를 이용해서 만드는 일종의 훈제 햄(...이라기 보다는 육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이랄까요; 

사병들 식사에 들어갈 고기를 줄여서, 자기가 먹을 간식용 햄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런 훈제햄이 한 스무개 정도 숨겨져 있었다는군요. -_- 


"이야아. 훈제햄인겁니까?" 


"헤에? 너도 좀 아는구나. 한 입 주랴?" 


"아, 주시면 저야 좋지요. 헤헤헤." 


"웃기고 있네. 이게 이등병 개밥 찌끄레기가 먹을 수 있는건 줄 아냐? 케케케" 


....너는 나갈때 특별 다구리다. 동기들 14명을 모아 끝내주는 피의 송별식을 열어주마. 

혼자서 이를 바득바득 갈며 생각했습니다. 최병장은 훈제햄을 칼로 쓱쓱 몇 조각 썰어 먹더니, 

다시 화덕위에 걸어 놓더군요. 


"건드리면 죽인다. 얼마만큼 먹었는지 표시해 놨어." 


"...예." 


씨X, 더러워서 안 먹는다! 어쨌든 그 날은 별 일 없이 그냥저냥 지나갔습니다. 

국 간 잘못 맞췄다고 몇 대 조인트 까이긴 했지만, 그 정도야 일상다반사 였으니까 뭐 :) 


다음날 새벽, 졸린 눈을 비비며 취사반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식사용 물을 받아 놓고 이런저런 밑반찬 준비를 끝냈더니, 그제서야 어기적어기적 최병장이 나타나더군요. 

잠이 덜 깼는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더니, 원래 취사반에 있었던 제 동기를 손짓해서 불렀습니다. 


"야. 오늘은 입맛이 영 없으니까 볶음밥이나 좀 해 봐라. 내 햄에다가 계란 풀어서.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입맛이 없기는. 

매일 두 그릇씩 먹으면서 -_-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화덕에 불을 지피는데, 

갑자기 화덕 위에서 뭔가가 툭 하고 떨어져 내렸습니다. 


"?" 


바로 최병장의 훈제햄이였습니다. 그것도 큼직하게 여기저기 뜯어 먹힌 자국이 선명한. 


"최병장님!" 


"앙?" 


귀찮은 듯 걸어오던 최병장의 눈이, 처참하게 뜯어먹힌 훈제햄을 보자마자 휘둥그레 졌습니다. 


"뭐야 이건?" 


최병장은 손을 뻗어 화덕 위를 뒤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이였습니다. 


"우와악!" 


손등에 새겨진 선명한 손톱자국. 뚝뚝 떨어지는 피. 

모두들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있는데, 화덕 위에서 뭔가가 퉁 하고 떨어져 내렸습니다. 

바로 오야붕이였습니다. 


"이런 X팔 X만한 고양이 XXX를 봤나!" 


있는대로 열 받은 최병장이 발길질을 했습니다만, 

오야붕도 명색이 고양이. 스스슥 여유있게 피하더니, 

뱀 처럼 꿈틀거리며 어느새 취사반 문 밖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내가 오늘 저 새X 안 죽이면 사람이 아니다!" 


최병장도 야삽을 움켜쥐더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취사반 인원 모두 음식은 내 버려둔채 오야붕과 최병장의 쫓고 쫓기는 경주를 지켜봤습니다. 

야삽으로 고양이를 잡으려 들다니 역시 최병장은 바보라고, 

애들 먹을 것 빼돌려서 짱박아 놓더니 꼴 좋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_- 분통이 터진 최병장이 냅다 던진 야삽에 오야붕이 맞아 버린겁니다. 

역시 덩치가 너무 큰 탓이였겠지요. '끼야-' 하는 괴성이 온 부대에 메아리쳤습니다. 

최병장은 꿈틀꿈틀거리는 오야붕을 질질 끌고 취사반으로 돌아왔습니다. 


"야, 폐유 치웠냐?" 


"아뇨, 지금 치우려고 하는 중입니다만." 


"거기 불 올려라." 


"예?" 


"이 씹X끼가 사람 말을 X구멍으로 쳐먹나? 불 올리라고!"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습니까? 저와 동기 녀석은 폐유를 모아둔 드럼통에 불을 지폈습니다. 

화력을 만땅으로 한 덕분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름에 방울이 보글보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피를 흘리는 오야붕을 발로 지긋하게 밟고 있던 최병장에게 불 다 올렸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X발 오야붕새X. 미물 주제에 나를 엿먹여? 너도 오늘 한번 X 먹어 봐라." 


...설마 했는데 최병장, 끓는 기름에 오야붕을 던져 넣어 버렸습니다 -_-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 그 소리 죽을 때 까지 못 잊을 겁니다; 눈 앞에서 자식이 참혹하게 죽는 모습을 본 어머니가 낼 만한 소리랄까요?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습니다. 


"최병장님 이건 좀;" 


"좀 뭐 이 씹X끼야!" 


상병 한명이 최병장에게 한마디 하다가 욕만 얻어 먹었습니다. 

한 20초 정도 지났을까요? 드디어 그 괴성이 그쳤습니다. 

대신 취사반 안에 구역질 나는 튀김 냄새가 가득찼습니다. 


"이거 얼른 치우고, 빨랑 밥 준비해. 뭐 쳐다보고 있냐 이 X만한 새X들아?" 


결국 짬이 제일 안된다는 이유로 저와 제 동기가 오야붕의 시체를 치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우리 두명은, 하루종일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이등병 주제에 밥 거른다고 맞기도 많이 맞았지만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의 일입니다.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막 눈을 붙이려는데, 누군가 와서 저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이병 이! X! X!" 


"조용히 안 해 이 씹X야?" 


누군가 했더니 최병장이였습니다. 

이 X발놈이 왠일인가 싶어 쳐다봤더니 자기랑 같이 취사반에 좀 가잡니다. 

일직을 서고 있던 통제관님이 야식을 만들어 오라고 했다는군요. 


"씨X. 내 짬에 야식이나 만들어야 되고. 군생활 참 X같네." 


...어쩌겠수? 야식 바친 덕분에 영창도 한번 안 갔잖아? 안 그랬으면 군생활 한달은 족히 늘었을 걸? 


"그런데 저는 왜..." 


말도 마치기 전에 콰앙- 하고 주먹으로 한대 얻어 맞았습니다. 


"이 X새가. 그럼 나 혼자 가서 준비 하랴?" 


"...예." 


그냥 한대 후려치고 영창에나 다녀올까 순간 생각했었습니다만, 얼마전에 사고를 한 번 친 적 있어서 참기로 했습니다. 

삼두멸각이면 불도 얼음이나니. 삼두멸각이면 불도 얼음이나니. 

마음을 진정 시키고 최병장과 함께 취사반으로 향했습니다. 


취사반 문을 막 따려는 데, 취사반 안쪽에서 뭔가 묘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최병장님. 이거 무슨 소립니까?" 


애기가 울어대는 소리와 여자가 목 졸릴때 내는 소리를 반반 나누면 이런 소리랄까요?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리는 희미한 소리였습니다만, 듣는 순간 소름이 온몸에 돋아났습니다. 


"고양이 발정난 소리 아냐? 암고양이라도 X먹고 있는가 보지." 


최병장은 케헤헤 웃으며 취사반의 문을 열어 젖혔습니다. 그 순간이였습니다. 


저는 봤습니다. 어둠속에서 빛나는 수백개의 눈을. 


저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습니다. 최병장은 '우와악-' 하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비명을 지르고 싶은 걸 꾹 참고, 일단 형광등 부터 켰습니다. 


새벽에 오야붕을 죽인 폐유 수거용 드럼통 주변에, 수백마리는 되어 보이는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부대 주변에 있는 고양이란 고양이는 죄다 모인 듯 하더군요. 아까 들은 기묘한 소리는 이 녀석들이 내는 소리였습니다. 


고양이들은 나를 흘끗 바라보더니, 별 흥미 없다는 듯 곧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최병장을 바라보더군요.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멈췄습니다. 


모든 고양이들이 꼼짝도 않고 최병장을 노려봤습니다. 

그 많은 고양이들 모두가. 한마리도 빠짐없이. 

아무런 소리도 없이. 


저는 그 눈에서 분명 증오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고양이들은 흩어져 밤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최병장은 그날밤 이후 삼일간 내리 앓아 누웠습니다. 

제가 일병 달때 제대했던 최병장은 제가 상병 2호병이였던 99년 10월, 가스폭발사고로 사망했습니다. 

ps. 지어낸 이야기라 생각하셔도 ok랍니다. 

그 쪽이 뒷맛이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1차 출처 ; kasha78.egloos.com 
2차 출처: 루리웹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etc/327/read?articleId=12105682&bbsId=G005&itemId=145&pageIndex=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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